우체국 가는 마음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웁니다. 나는 자전거를 몹니다. 오늘 아침 바깥을 내다 보니, 빗줄기 그치고 햇살이 곱게 드리우기에, 우체국을 다녀올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침부터 아이들과 신나게 복닥인 다음, 낮 네 시가 넘을 무렵 비로소 자전거를 몰며 면내 우체국으로 달립니다.

 

 햇살은 맑고 밝지만 바람이 모질게 붑니다. 자전거가 휘청거립니다. 바람이 자전거 바퀴살을 훑으면서 내는 소리까지 되게 큽니다. 둘레 고마운 분한테 부칠 책을 봉투에 하나씩 넣어 우체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체국 나들이를 하는 날, 이렇게 모진 바람 부는 날씨라면, 이듬날로 미룰 만합니다. 그러나, 하루 늦추고 싶지 않아서, 또 이듬날이라고 바람이 잦아들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이 바람 고스란히 맞으면서 달립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수레에서 잠듭니다. 바람이 너무 센 탓인지 앞으로 폭 숙인 채 잡니다. 자전거를 세웁니다. 수레 덮개를 내립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멍한 눈을 살짝 뜨다가 이내 감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맞바람을 아슬아슬 견딥니다. 옆지기가 밥과 국을 따뜻하게 덥혀 내줍니다. 따순 밥과 국을 먹으며 차갑게 식으려던 몸을 추스릅니다. 기운을 차리며 어깨를 폅니다. 내가 쓴 글을 담은 책이 사람들 마음자리에 따순 기운 불어넣는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꿉니다. (4345.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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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2-08 08:37   좋아요 0 | URL
출판사 일꾼이 많이 애써 주셨어요.
아무쪼록 제대로 읽히고
제대로 사랑받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ㅠ.ㅜ

gimssim 2012-02-07 22:00   좋아요 0 | URL
쓰신 글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미 마음까지 따뜻해집니다.

저도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소포를 부치느라 가끔 우체국에 가곤합니다.

숲노래 2012-02-08 08:38   좋아요 0 | URL
군대에 있는 아이가
소포꾸러미 제대로 받으면 좋겠어요.

소포꾸러미가 먹을거리가 되면
자연스레 내무반 이웃하고 나누어 먹기는 하지만,
거의 다 빼앗긴다고 할 수 있고,
연대나 대대에서 내용검사를 하며
무언가 빼돌리기도 하니까요... ㅠ.ㅜ
 


 추운 날씨 글쓰기

 


 추운 날씨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운 날씨 또한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비오는 날이나 눈오는 날 모두 하늘이 내리는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찌뿌둥한 날도 맑은 날도 어김없이 하늘선물이로구나 싶어요.

 

 내 마음이 맑을 때면 하늘도 맑다고 합니다. 내 마음이 흐릴 때면 하늘도 흐리다고 합니다.

 

 날씨와 마음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오늘날 도시로 가면 갈수록, 그러니까 오늘 이 나라에서 더 크다 하는 도시 쪽으로 가면 갈수록 하늘이 흐립니다. 하늘빛이 흐리멍텅할 뿐 아니라 잿빛으로 뿌옇습니다. 아무래도 끔찍하도록 넘치는 자동차 때문이라 하겠으나, 자동차에 앞서 사람들 마음이 흐리멍텅하거나 뿌옇거나 잿빛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삶터가 아무리 슬프다 하더라도 맑은 넋 건사하며 어여삐 살아가는 꿈을 꾼다면 도시에서도 하늘빛은 맑을 테니까요. 거센 비바람이나 드센 벼락바람 지나고 나면, 서울이나 인천이나 울산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나 공장도시에서도 티없이 맑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요. 거센 비바람과 드센 벼락바람 그을 작은 집에서 옹크리며 지내는 동안 사람들 마음에 물질과 문명과 기계와 소비하고는 퍽 동떨어진 따순 사랑과 꿈을 그리기에, 이렇게 다문 하루나 이틀이라도 맑으며 파란 하늘을 누리지 않느냐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이 맑고 파란 하늘은 이내 걷힙니다. 비바람과 벼락바람이 지나면 다시금 여느 물질과 문명과 기계와 소비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추운 날씨를 느끼며 손이 차갑게 바뀌거나 딱딱하게 곱을 때에 글을 쓰며 생각합니다. 이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는 내 삶은 나를 한결 따뜻하게 보듬습니다. 더운 날씨를 느끼며 땀을 뻘뻘 흘리는 채 글을 쓰며 생각합니다. 이 더위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내 삶은 나를 한껏 시원하게 감쌉니다.

 

 가난한 살림은 넉넉한 사랑을 꽃피웁니다. 넉넉한 살림은 허물없는 어깨동무를 이룹니다. (4345.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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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마늘밭 까망고양이


 겨울비 내리는 푸른 마늘밭 사이를 까망고양이 한 마리 지나간다. 이 까망고양이는 날마다 우리 집 마당을 지나다닌다. 아마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 모든 집을 두루 꿸 테지. 먹이를 찾아 다닐 텐데, 녀석아, 엊그제 우리 집 뒤쪽으로 꽤 커다란 들쥐 한 마리 지나가던데, 네 먹이는 가까이 두고 한갓지게 마실 다니기만 하지는 않을 테지. (4345.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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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07 10:42   좋아요 0 | URL
어제 제가 우리 동네에서 본 까망고양이와 비슷하네요...
저 늘어진 배, 여유있는 걸음걸이.... ㅋㅋ

그런데, 밭에 파랐게 무엇이 나 있다니, 요즘 찍으신게 맞나요?
오늘 여긴 정말 추워요... 오들오들.

숲노래 2012-02-07 13:36   좋아요 0 | URL
마늘밭이랍니다~
전남 고흥 마늘이
우리 나라 마늘 웬만큼을 댈 만큼
많이 거두어요.
겨우내 이런 푸른 빛이랍니다~ ^^

(어제 찍은 사진이에요)

페크pek0501 2012-02-07 11:01   좋아요 0 | URL
저는 고양이를 보면 고독해 보여요.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생선 찌꺼기를 던져 준 적이 있어요. 야옹아, 하고 부르면 쳐다봐요. ㅋ

숲노래 2012-02-07 13:36   좋아요 0 | URL
오~ 날마다 같은 시간에 먹이를 주면,
아마 밥 먹으러 자주 마실하리라 생각해요~
 


 한손 아기 안고 한손 애벌빨래

 


 날마다 예닐곱 차례쯤 똥을 누는 둘째는 이제 신나게 잘 긴다. 아홉 달째 살아가는 아기는 이만큼 잘 기었다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첫째 아이도 아홉 달째에 이렇게 기었던가. 첫째는 얼마 기지 않고 서려 하지 않았던가.

 

 둘째는 오줌이나 똥을 눈 다음 기저귀를 갈려 하면 자꾸 뒤집기만 한다. 둘째 기저귀 채우기는 퍽 버겁다. 그래도 둘째가 똥을 눈 기저귀를 갈며 밑을 씻길 때에는 참 얌전하다. 이 얌전한 아이 밑을 씻기고 나서 내 허벅지를 폭 감싸도록 하며 왼손으로 안 다음 오른손으로는 똥기저귀를 뜨신 물로 애벌빨래를 하곤 하는데, 둘째는 이동안 착하게 잘 기다린다. 아버지 허벅지를 제 작은 두 손으로 펑펑 치면서 놀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아버지가 한손으로 똥기저귀 애벌빨래 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한다.

 

 애벌빨래 마친 똥기저귀는 아뜨뜨 할 만큼 뜨거운 물을 받은 스텐대야에 담가 둔다. 이렇게 하고서 한동안 지난 다음 두벌빨래와 세벌빨래를 하면 똥 기운이 거의 빠지고, 햇볕이 내리쬐는 후박나무 마당가 빨래줄에 널면 말끔히 가신다.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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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그림자 놀이

 


 볕이 좋은 날 마당에 빨래를 널면, 그림자 따라 마당 모습이 차츰 달라진다. 빨래를 널기 앞서는 후박나무 그림자만 지고, 빨래를 널면 빨래 따라 다른 그림자가 진다. 아이가 마당을 이리저리 걷거나 달리며 놀면, 아이가 움직이는 그림자가 새로 생긴다.

 

 볕이 좋은 날 그림자는 또렷하게 검다. 후박나무 밑에서는 후박나무 내음이 물씬 나는 그림자가 지고, 빨래 밑에서는 빨래 보송보송 마르는 내음 물씬 나는 그림자가 진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아이한테는 싱그러우며 씩씩한 내음 물씬 나는 그림자가 뒤따른다. (4345.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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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02 12:39   좋아요 0 | URL
거긴 날씨가 괜찮은가 봅니다.
여긴 넘 추워 화가날 지경입니다.ㅋ

숲노래 2012-02-02 16:24   좋아요 0 | URL
이곳도 이럭저럭 춥지만
아주 많이 춥지는 않아요 ^^;;;
에구궁~

하늘바람 2012-02-02 13:16   좋아요 0 | URL
참 이쁘고 정겨워요 사진이 예술이네요. 멋진 아빠세요

숲노래 2012-02-02 16:25   좋아요 0 | URL
볕이 좋으면 저절로 사진도 좋아지는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