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글쓰기

 


 너무 힘들어 아이보다 먼저 잠자리에 드러누운 날, 아이를 부릅니다. 아이를 불러 아버지 손 좀 만져 주렴, 아버지 어깨 좀 주물러 주렴,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어머니 주무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그대로 아버지 어깨를 주무릅니다. 아이 작은 손이 어깨를 쪼물딱쪼물딱 만집니다. 어른이 어깨를 주무르듯 아프며 쑤시는 자리가 스르르 풀린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만지는 손길로는 다른 사랑과 이야기가 내 어깨를 타고 스며듭니다.

 

 나는 내 어머니를 얼마나 자주 주물러 주었을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내 어린 날 내가 어머니 손을 쪼물딱쪼물딱 만졌을 때에 어머니는 나한테서 어떤 기운을 받으셨을까 어림해 봅니다. 나는 두 눈으로 바라보지 못했지만, 내 어머니가 우리 아이만 하던 아이였을 때에, 어머니 당신도 당신 어머니 손을 쪼물딱쪼물딱 주물렀겠지요.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도 당신 어머니 손을 조물조물 주물렀겠지요. (4345.2.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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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날씨 빨래

 


 창호종이문으로 비치는 햇살을 느끼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창호종이를 바른 나무문살문은 여느 유리문이나 쇠문이나 샤시문하고 견주면 퍽 얇습니다. 바람이나 추위를 썩 알뜰히 막아 준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창호종이문은 꼭 알맞게 바람과 추위를 가려 주고,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날씨를 포근히 갈무리해 준다고 느낍니다.

 

 아이들 보러 찾아오신 외할아버지와 이모와 외삼촌하고 지난밤 늦게까지 어울리던 아이들은 좀처럼 잠을 자러 하지 않습니다. 불을 다 끄고 모두 누운 뒤에도 한참 지나서야 겨우 잠듭니다. 모두들 아주 늦게 잠듭니다. 둘째는 밤오줌을 기저귀에 누고 자다가 칭얼거리며 몇 차례 웁니다. 첫째는 한 번 잠들고 나서는 그예 곯아떨어집니다. 등허리가 뻑적지근합니다. 자리에 한동안 엎드린 채 등허리를 폅니다. 슬 일어납니다. 축축하고 따땃한 오줌기저귀 한 장을 들고 씻는방으로 갑니다. 지난밤 나온 오줌기저귀 일곱 장을 빨래합니다. 문득, 빨래거리가 좀 적네, 하고 생각합니다. 아차, 엊저녁에 두 아이를 안 씻겼기에 아이들 옷가지가 없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아이들 모두 노느라 바쁜 나머지 씻자고 해도 안 씻었을 테고, 나도 나대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리느라 아이들 씻긴다는 생각을 잊었습니다.

 

 기저귀 일곱 장만 빨래하자니 너무 미안합니다. 홀가분한 아침빨래가 아닙니다. 이래서야 아버지 구실을 한다고 어찌 말하느냐 싶습니다. 나는 이 한 가지만 놓치며 살아가지 않겠지요. 내 몸과 내 마음에 기울어지며 아이들 몸과 마음을 잊거나 젖히면, 아이들이 사랑을 참답고 착하게 물려받아 살아가는 길을 제대로 보여주거나 나누지 못하겠지요.

 

 빨래를 마친 기저귀 일곱 장을 들고 마당으로 나옵니다. 여섯 장은 후박나무 빨래줄에 빨래집게 셋씩 집어 넙니다. 한 장은 빨래대에 넙니다. 아침햇살이 포근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날씨 참 좋구나. 반가운 손님에 반가운 날씨로구나. 따뜻한 손님에 따뜻한 날씨로구나. 기저귀야, 좋은 날 좋은 바람을 쐬며 좋은 기운 듬뿍 받아먹으렴. (4345.2.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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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13 13:56   좋아요 0 | URL
저라면 오늘은 기저귀 일곱 장 밖에 없네 하고 얼씨구나 하겠는데,
그걸 또, 아이를 생각하시며 미안해하시네요... 아유 참.

숲노래 2012-02-15 07:52   좋아요 0 | URL
아이들 옷가지 빨래는 날마다 끝없이 나와야 맞으니까요 ^^;;;;

기억의집 2012-02-14 22:53   좋아요 0 | URL
전 후박나무 향기를 좋아해요. 후박나무가 이름이 후덕해서 그렇지 5월에 뿜어나오는 후박나무의 향기는 늦봄과 초여름의 상징이죠. 5,6월에 후박 나무 향기와 함께 하얀 기저귀 빨래 너른 모습이 연상됩니다.

숲노래 2012-02-15 07:51   좋아요 0 | URL
아직 꽃이 피지 않고 봉오리만 맺혔지만,
지난 늦가을부터 맺힌 봉오리를 올려다보면서
날마다 즐거이 빨래를 널어요.
새봄을 기쁘게 기다려요~
 


 빨래잔치

 


 여러 날 빨래잔치를 했다. 신나게 빨래잔치를 했다. 옆지기 두툼한 옷가지가 빨래로 나오는 날은 신나게 빨래잔치를 이룬다. 겨울날인 터라 두툼한 겉옷이 여러 벌 나온다. 아이들 옷을 빨래하다가 옆지기 옷을 빨래하면 꽤 버겁군, 하고 느끼지만, 이러다가 내 옷을 빨래하면, 참 벅차군, 하고 느낀다. 그러나, 이렇게 빨래를 하면서 피식 웃는다. 뭐냐, 아이들 옷가지는 아직까지 아주아주 작잖니. 이 빨래란, 참 아무것 아니지 않니,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이 좋은 나날, 나는 얼마나 아이들을 곱게 사랑하는 길을 잊거나 잃은 채 이맛살을 찌푸리며 사느냐, 주절주절 생각에 잠긴다.

 

 빨래잔치를 여러 날 잇달아 하면서 오래오래 생각에 잠긴다. 왜 나는 이맛살을 찡그리는가 생각한다. 어이하여 찌푸린 이맛을 예쁘게 풀지 못하는가 생각에 젖는다.

 

 슬프다 여기면 슬픈 삶이 되고, 기쁘다 여기면 기쁜 삶이 되는 줄 뻔히 알면서, 안다 하지만 몸으로 살아내지 못하면 무엇이 될까.

 

 다 마친 빨래를 마당에 넌다. 바람이 모진 날은 씻는방에 걸어 물방울 떨군 다음 웬만큼 마르면 방으로 들인다. 다 마른 빨래는 하나씩 갠다. 되도록 첫째 아이가 보는 자리에서 말없이 갠다. 첫째 아이는 저도 함께 개겠다며 나서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빨래를 개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기도 한다. 아이를 부르며 빨래를 개자고 하면 금세 달라붙는다. 아이는 저를 불러 주기를 기다리며 일부러 모르는 척했을까.

 

 오늘 아침에도 다 마른 빨래들이 방안 가득 널린다. 아이가 깨면 이 빨래를 개야겠지. 아이가 깨면 새 빨래를 또 신나게 해야겠지.

 

 빨래기계를 장만하기로 한 지 달포쯤 지나지만, 빨래기계 들일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아직 미적미적 미룬다. 빨래기계 들이면 이불 빨래를 먼저 맡기고 싶다. 날이 좀 폭하고 아이가 조금 더 클 때에는 바깥에 큰 통을 놓고 아이랑 이불을 밟으며 빨래하고 싶다.

 

 왜인지 잘 모르겠으나, 내 아주 어린 날, 어머니한테서 발밟기 이불빨래를 처음 배울 무렵, 나도 어머니처럼 크면 내 아이한테 발밟기 이불빨래를 물려주어야지, 함께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4345.2.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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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2-11 11:52   좋아요 0 | URL
저도 집안일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꺼리가 바로 빨래인데요.
아~ 겨울날에 하는 손빨래는 정말 손가락이 얼얼해서 힘들던데 말입니다.
손수~~ 대단하십니다.
그러다 주부습진생깁니다.조심하세요.제경험입니다.ㅎㅎ

숲노래 2012-02-11 13:50   좋아요 0 | URL
겨울에는 물을 따숩게 덥혀서 써요 ^^;;;
똥기저귀를 빨아야 하니까요~

제 손은 열 손가락과 손마디 모두
주부 습진에 걸려
글을 쓰면서도 꽤나 아프답니다 ^^;;;;;

진주 2012-02-11 14:15   좋아요 0 | URL
허걱...주부습진!

진주 2012-02-11 14:27   좋아요 0 | URL
된장님, 혹시 짤순이-요런 건 없으신가요?
저는 10킬로 넘는 세탁기는 큰 빨래 모아서 빨고
매일 나오는 작은 빨래는 손빨래하는데 '짤순이'이 애가 참 효녀예요.
자꾸 비틀어 짜다보면 손목도 상하고 그러는데(하긴 된장님은 남자니까 손힘이 좀 세겠죠)또, 헹구는 사이 사이에 탈수기로 짜주면 땟물과 세제물이 쪽쪽 빠져주니까 빨래도 훨 수월해요. 제 경험으론 이것 정말 좋은 기계인데!

갓난쟁이 빨래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일일이 다 손빨래 하자면 된장님 시간이 너무 빼앗길 것 같아요. 손가락마다 습진 걸렸단 말씀 들으니까 안타까워요. 된장님은 시간 더 생기면 좋은 글 많이 생산해낼텐데...빨래 때문에 너무 지치진 않으실지 걱정되어서 그래요....

세탁기를 들여놓으시더라도, 짤순이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기들 빨래거리가 작고 손빨래를 해야하는게 많아서 세탁기를 장만하더라도 어차피 손빨래는 계속 해야할거예요.

책읽는나무 2012-02-12 10:21   좋아요 0 | URL
맞아요.세탁기에도 탈수기능을 누르면 되긴 하겠지만 세탁기까지 빨래를 일일이 옮겨 다니기도 그렇고,빨래하는 곳 가까이에 짤순이를 두고 바로 바로 한다면 시간도 절약되고 힘도 좀 덜 들고 하겠어요.

저도 사실 애 셋 키우면서 돌 때까지는 천기저귀를 사용하였거든요.
내가 해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하고 했었는데...둥이들이 벗어내는 기저귀양이 딱 두 배다보니 그걸 빠느라 죽는 줄 알았슴돠.
그래서 주부습진이 바로 생겨버리던데...기저귀를 빠는 것은 그때 잠깐 힘든 것 뿐이지만 주부습진은 몇 년을 두고 두고 힘들게 하더라구요.
정말 물에 손을 넣기가 무서웠다는~~~
특히 겨울에 너무 따갑고 아프던데...
빨래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지금 쌍둥이 키웠던 옛시절 기억해보면
전 정말 기저귀 빨던 생각밖에 안날정도네요.ㅋ

짤순이 한 대 들이시고,
아가 한 번 더 안아주시고,
글도 좀 더 써주세요.^^

숲노래 2012-02-12 10:42   좋아요 0 | URL
빨래기계를 들이려 하기는 하는데,
씻는방 뒤쪽을 늘려서 터야 하기에
시간이 좀 걸려요 ^^;;;

나중에 제가 집을 비우고 혼자 돌아다녀야 할 때에
옆지기가 홀로 집일을 수월하게 하도록
빨래기계를 들이려구요 ^^;;

빨래기계 들어와도 저는 손빨래를 할 생각이랍니다~~~ ^^;;;

숲노래 2012-02-12 10:42   좋아요 0 | URL
저희는 종이기저귀나 이것저것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안 좋은 것들은
안 쓰려고 해여ㅛ ^^ㅣㅣㅣ

진주 2012-02-12 19:43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 저도 애 둘 키우면서 끝까지 천기저귀 사용한 사람이랍니다.(뿐만 아니라 저는 피자매연대이기도 하구요^^*) 지금 생각하면 외출할 때 기저귀 한 가방 메고 어떻게 다녔나 싶네요. 둘째 때는 승용차라도 있었지만 큰애때는 버스 타고 다니면서... 돌아올 땐 오줌싼 기저귀라 더 무거웠어요...@@
짤순이는 손빨래를 돕는거니까 생각해보세요. 물 절약도 많이 되고요, 어깨 팔이 덜 상해요. 시간도 많이 나고,,,, 그리고 짤순이는 자리도 적게 차지하고 전기도 적게 먹어요. 옷 모양 변형도 적어요. 손빨래하면 비틀면서 변형되고, 물기 가득한 걸 널어말리다가도 변형되기 싶거든요. 암튼, 된장님의 소신을 잘 알지만, 저역시 된장님과 비슷한 소신을 가진 사람이란거 알아주세요. 안타까워 죽겠어용..^^;;무엇보다 가사일엔 우리가 대선배란거 아시죠?ㅎㅎㅎㅎ

마녀고양이 2012-02-13 13: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빨래기계.
매번 그리 쓰시는걸 알면서도, 오늘은 어쩐지 확 눈에 들어오는걸요.
기계도 한자 아닌가요? ^^ 그래도, 빨래기계라고 쓰시니 확실히 정겹습니다.

그리고, 전 아이 어른 안 좋고, 환경 어쩌고 잘 모르겠구요,
자칫하면 된장님 골병들 것만 보이니 빨랑 세탁기 사세요!

숲노래 2012-02-15 08:21   좋아요 0 | URL
들이기는 들여야지요 ^^;;;

기억의집 2012-02-14 23:19   좋아요 0 | URL
언젠가 마고님 덧글로 세탁기 사라고 하시던데,,오늘도 마고님 세탁기 사라고 또 하시네요. 된장님 진짜 제발 사세요. 자리가 왜 없겠어요, 다 만들면 나와요. 된장님, 알라딘 아줌마들의 아우성 소리 안 들리시나요~

숲노래 2012-02-15 08:21   좋아요 0 | URL
에고고 ㅠ.ㅜ
 


 드러나는 글쓰기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글에 이녁 마음을 담는다. 즐거이 누린 날은 즐거움을 담고, 슬프게 보낸 날은 슬픔을 담는다. 힘겨이 꾸리는 삶이라면 힘겨운 한숨을 담고, 홀가분히 일구는 살림이라면 홀가분한 웃음을 담는다.

 

 얼굴빛에 마음이 그려진다. 손끝에 생각이 나타난다. 밥알에, 국물에, 반찬에, 넋과 얼이 고루 묻어난다. 어떠한 사랑으로 하루를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가 낱낱이 드러난다.

 

 사람은 앞을 바라볼 뿐 내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다고들 한다만, 사람은 스스로 바라보는 앞이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바라보면서 내 얼굴이 어떠한가 하고 깨닫는다. 곧, 내 앞에 마주하는 사람 얼굴이 거울이 되어 내 얼굴을 보여준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낯빛이란 바로 내 낯빛이 된다.

 

 무엇이든 감추지 못하는 삶이기에 무엇이든 감추지 못하는 글이다. 처음부터 모두 드러나지 않는다지만, 언젠가 찬찬히 드러나는 글이 된다. 시나브로 드러나는 삶이요 글이며 넋이라고 느낀다. 그러니까, 내 앞날을 헤아린다면 오늘 내 하루부터 예쁘게 돌봐야겠지. 머잖아 내 모습이 오롯이 드러나는 글이라 한다면 바로 오늘 이곳부터 곱게 건사해야겠지.

 

 하루하루 쌓여서 삶을 이룬다. 티끌을 모아 큰메를 이룬다기보다, 온갖 웃음과 눈물을 영글어 삶이 되고 사랑이 되며 사람이 된다. 궂은 모습 좋은 모습 서툰 모습 예쁜 모습 골고루 얼크러지면서 내 꿈이 되고 마음이 되며 생각이 된다. (4345.2.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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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11 14:24   좋아요 0 | URL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여기 다 있네요!

숲노래 2012-02-16 03:01   좋아요 0 | URL
에고고~~
 


 손님 맞는 마음

 


 내가 손님이 되어 어느 집을 찾아간다 할 때면, 나를 맞이할 사람들은 집안을 어떻게 추스를까 생각합니다. 네 식구 살아가는 우리 집에 누군가 손님으로 찾아온다면, 나는 우리 보금자리를 어떻게 추스를까 헤아립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앞서 글을 읽는 사람입니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기 앞서 사진을 읽는 사람입니다.

 

 나는 아이들 돌보는 사람이기 앞서 내 어버이가 돌본 어여쁜 아이였어요. 내가 아끼고 사랑할 옆지기가 있는 만큼, 나 또한 옆지기한테서 아낌과 사랑을 받을 사람입니다.

 

 내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기에 내 아이한테 사랑을 듬뿍 물려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내가 사랑을 제대로 못 받으며 살았으면 내 아이한테 사랑을 하나도 안 물려주어도 될까 궁금합니다.

 

 내가 읽은 글이 따분하거나 재미없거나 어이없다고 느꼈으면 나도 따분하거나 재미없거나 어이없다고 느낄 글을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내가 읽은 사진이 틀에 박히거나 밋밋하거나 뒤틀렸다고 느꼈으면 나도 이렇게 내 마음에 안 내키는 사진을 찍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사랑받으며 살았으니 사랑을 물려줍니다. 사랑을 못 받으며 살았으니 사랑을 물려줍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랑을 받았으나 사랑을 물려주지 못하거나 사랑을 못 받은 만큼 사랑을 못 물려주기도 하겠지요.

 

 내가 고이 맞아들이는 손님이기에, 이들이 나를 손님으로 맞아들일 때에 꼭 고이 모시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를 달갑잖은 손님이라 여긴 이를 내가 손님으로 맞아들인다 해서, 나 또한 이이를 달갑잖이 맞아들일 까닭이 없습니다.

 

 집 안팎을 치웁니다. 오늘 하루 먹을거리를 챙깁니다. 어디에서 잠을 자야 따스할까 어림합니다. 우리 집으로 찾아올 손님 세 사람을 어디에 누이고 나는 어디에서 자면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다 함께 기쁘게 누릴 하루를 생각합니다. 모두 즐거이 웃으며 떠들 하루를 돌아봅니다. 아무쪼록, 아침부터 저녁까지 웃음꽃 피우면서 서로서로 복닥이는 보금자리로 꾸리고 싶습니다. (4345.2.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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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11 09:08   좋아요 0 | URL
어떤 손님이 오실까 궁금하네요,
저는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지는 않았는데요
제가 아이 낳고 키우다보니 이쁘더라구요.
아이에게는 된장님 말씀대로 내가 받은 사랑만큼이 아니고
무조건 주어야하지요.
저는 예전에 생활 환경이 열악한 곳에 살았었는데, 부모한테 소외당한 아이들을
보면 미칠 것 같았어요. 무엇인가를 해 주고 싶은데 해 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저는 폭력이나 사랑이 꼭 대물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걸 극복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손님 맍이 잘 하세요. 된장님 책 샀는데 tt도 갔을 거에요. 책 읽다보니 약간 저는 된장님하고 다른 생각도 가지고 있네요.

숲노래 2012-02-11 09:28   좋아요 0 | URL
장인 어른하고 처남하고 처제가 놀러와요.

사람은 저마다 다르니까
누구나 생각이 다를밖에 없어요.
생각이 같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느껴요.

그러나 한 가지,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할 때에는
더없이 아름다우면서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그 책은 다 다른 사람들 다 다른 삶이
예쁘게 어우러지는 길을
저마다 어떻게 찾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다루려 했어요.

즐거이 맞아들여 주시면서
즐거운 '기억의집' 님 삶과 넋과 말을
돌봐 주시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