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하는 마음

 


 뜨개질은 오직 한 사람이 입을 옷을 뜨는 일입니다. 오직 한 사람 몸크기를 살피며 찬찬히 뜨는 일입니다. 이 뜨개옷을 나중에 누군가 물려받아 입을 수 있겠지요. 실옷인 만큼 몸크기하고 꼭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헐렁하게 입거나 실올이 늘어날 수 있겠지요.

 

 뜨개옷은 오로지 한 사람을 생각하며 짓는 옷입니다. 오로지 한 사람이 이 옷을 입으며 즐거웁기 바라는 마음을 담습니다. 웃옷이건 치마이건 목도리이건 장갑이건 양말이건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한 땀 두 땀 사랑을 담아 짓는 옷에는 온 꿈과 빛이 어우러져 어여쁜 이야기가 스며듭니다.

 

 아이 어머니가 아이한테 양말 한 켤레 떠 주려 합니다. 한창 뜨다가 아이 발에 대더니 아무래도 좀 크게 될 듯하다고 걱정합니다. 그대로 끝까지 뜰는지, 실을 다 풀고 다시 뜰는지 생각하다가, 뜨던 품은 그대로 살리며 새롭게 마무리합니다. 아이 양말로 끝내지 않고, 대머리 인형 모자로 끝냅니다. 식구들이 다 함께 즐거이 읽는 만화책 《불새》 위에 모자 쓴 인형을 올려놓습니다. (4345.3.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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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3-03 14:12   좋아요 0 | URL
아기가 발 대 주는 모습도 귀여워요^^

숲노래 2012-03-04 04:06   좋아요 0 | URL
다시 새 양말을 한창 부지런히 뜬답니다~
 


 내가 쓰는 글이란

 


 나는 내가 살아가는 대로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글을 씁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대로 내 넋과 삶과 꿈과 사랑에 걸맞을 책을 살피며 찾아 읽습니다. 누가 써 달라 시킨대서 글을 쓰지 않습니다. 돈을 받고 글을 써 주지 못합니다. 눈감거나 눈가리는 이야기를 쓰지 못합니다. 언제나 모든 속살을 드러내어 온삶을 밝히는 글을 쓸 뿐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글줄에 이녁 모든 속살을 드러낸다고 느낍니다. 어떤 이는 속내를 숨기며 글을 쓴다고 하지만, 속내를 숨기는 삶을 누리기에 글 또한 속내를 숨기는 모양새가 되겠지요. 글치레에 눈길을 두는 이라면 삶치레를 하는 나날이니, 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겠지요.

 

 글은 글쓴이 얼굴입니다. 글쓴이 얼굴은 글쓴이 삶입니다. 더도 아니요 덜도 아닌 모든 꿈과 사랑과 넋이 깃드는 삶입니다.

 

 더 좋은 글은 없습니다. 더 나쁜 글은 없습니다. 스스로 삶을 즐거이 누리면 즐겁게 읽는 글입니다. 스스로 삶을 힘겨이 들볶으면 읽기에 힘겨운 글입니다. (4345.2.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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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죽은 글쓰기

 


 산 목숨이 아닌 죽은 목숨을 먹으면서 내 넋을 죽은 넋 아닌 산 넋으로 얼마나 알뜰히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참말, 죽은 목숨을 날마다 먹으면서도 산 넋으로 내 하루를 지킬 수 있을까.

 

 죽은 목숨을 먹더라도 나 스스로 씩씩하고 튼튼하게 내 줏대를 다스릴 줄 안다면, 내 넋은 늘 산 넋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죽은 목숨에 고운 숨결 불어넣으면서 내 몸을 살찌울 수 있으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나날을 누리리라 생각한다.

 

 산 목숨을 먹는다지만 나 스스로 흔들리거나 넘어지면서 내 줏대를 잃거나 잊는다면, 내 넋은 노상 죽은 넋이 되고 말겠지. 산 목숨을 싱그러이 빛나는 숨결로 받아들이지 못하니, 내 몸은 아름다운 하루를 기쁘게 누리지 못하겠지.

 

 내 지난 사흘을 돌이킨다. 사흘 동안 죽은 목숨을 먹으니 몸이 무겁고 마음을 쉬 가다듬지 못한다. 방귀가 너무 자주 나올 뿐 아니라 방귀 냄새까지 구리다. 무거운 몸과 지친 마음이 될 때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거운 몸으로 집안을 얼마나 알뜰히 건사할 수 있는가. 지친 마음으로 집식구를 얼마나 따스히 아낄 수 있는가. 무거운 몸일 때에 어떤 책을 손에 쥐어 마음밭 야무지게 살찌울 만한가. 지친 마음일 때에 내 눈은 어떤 아름다운 빛을 깨달으며 사진을 찍는가. 어수선한 몸과 마음이면서 글 한 줄 곱게 여밀 수 있는가.

 

 몸이 죽으면 마음이 죽고, 마음이 죽기에 생각이 죽어, 죽은 생각으로는 죽은 글을 빚는다.

 

 죽은 글을 남길 때에는 사람 넋이 죽으면 이렇게 슬프며 괴롭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 송두리째 죽음수렁에 빠질 때에는 이렇게 갑갑하며 아프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일까. 온통 죽음에 휩싸인 수렁이기에, 이 수렁에서 헤쳐나와 빛줄기 곱게 누리고픈 꿈을 꾸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햇살을 먹으며 햇살을 느끼고 싶다. 햇살을 느끼며 햇살을 사랑하고 싶다. 햇살을 사랑하며 이 햇살을 내 옆지기와 아이들이랑 나누고 싶다. (4345.2.2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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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2.24.
 : 너도 사진 찍니

 


- 우체국에 다녀올 일이 있다. 부칠 편지를 여러 통 싼다. 이제 옷을 갈아입으려 하는데, 첫째 아이는 아버지 옷 갈아입는 모습을 보더니, “나도, 나도, 나도 아버지 따라 갈래.” 하고 외친다. 날이 따뜻하다며 옷을 여기저기 내팽개친 첫째 아이는 그동안 내팽개친 옷을 찾느라 바쁘다. 모르는 척하다가 하나씩 찾아서 건넨다. 아이는 참말 재빨래 옷을 꿰입는다.

 

- 우체국만 들러 집으로 돌아오려 하다가 면사무소에 들른다. 면사무소 일꾼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시골신문은 펼쳐 본들 딱히 달라지거나 새롭다 싶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나는 면사무소에 들러 ‘늘 똑같아 보이는’ 이야기만 담긴 시골신문을 몇 부 얻는다.

 

- 면사무소에서 자전거를 몰아 집으로 달리려 하는데, 아이가 “나 이제 걸을래.” 하면서 앞장서서 걷는다. 그래, 걷고 싶으면 걸으렴. 면을 벗어날 때까지는 걷자. 아이가 걷는 모습을 뒤에서 사진으로 담자니, 어느새 뒤를 돌아본 아이가 저도 아버지를 찍어 주겠다고 모양을 잡는다. 아이는 손가락 사진을 찍는다.

 

- 늘 돌아오던 길로 돌아오지 않고, 살짝 에돌아 본다. 이제 날이 폭해지는 만큼, 네 식구가 함께 면까지 걸어서 다녀올 때에 다른 길로 어디를 걸으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자전거로 오갈 만한 길은 시멘트로 닦은 길이니, 걷기에는 썩 좋지는 않다. 걷기에 좋은 길이라면, 마을 뒤쪽 멧길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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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끼는 글쓰기

 


 봄에 새로 돋는 잎사귀는 아주 반딱반딱합니다. 얼마나 반드르르한지 빗물 한 방울 톡 떨어지면 또르르 굴러 땅으로 떨어질 만합니다. 아주 조그마한 물방울 하나 새 잎사귀에 남지 않을 만합니다.

 

 아이들 볼을 만지면 내 손이 부끄럽습니다. 거칠고 투박하며 못생긴 내 손이 이 곱고 보드라운 아이들 볼을 만지다니, 하며 내 나이와 삶을 헤아립니다. 아이들은 사랑어린 말 한 마디에 사랑을 느끼며 자라고, 아이들은 미움박힌 말 한 마디에 미움을 느끼며 웁니다.

 

 겨울을 견디는 잎사귀를 가리켜 ‘늘푸른잎’이라 할 텐데, 늘푸른잎도 푸른 빛깔이지만, 새봄에 돋는 잎사귀처럼 싱그러이 옅은 풀빛이 아닙니다. 추위와 눈과 바람을 견딘 거칠고 투박한 풀빛이에요.

 

 요즈음 도시 아이들한테 읽히려고 나오는 자연 그림책을 장만해서 읽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자연 그림책을 굳이 들추지 않아도 되지만, 자연 그림책을 읽을 도시 아이들이 자연을 얼마나 잘 사귈 수 있도록 만드는가 궁금해서 꾸준히 장만합니다.

 

 요즈음 자연 그림책은 그야말로 번쩍번쩍 무지개 같습니다. 빛깔이 초롱초롱합니다. 그림 그리는 솜씨가 빼어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오는 자연 그림책을 우리 아이들한테 읽히고 싶다는 생각은 좀처럼 안 듭니다. 나라밖 자연 그림책도 그리 다르지는 않아요. 나 혼자 넘기다가는 조용히 덮고 아이한테 안 보여주기 일쑤입니다. 이웃한 일본에서 나오는 몇 가지 자연 그림책은 아주 훌륭해서 늘 곁에 두기는 하지만, 일본 자연 그림책이라 하더라도 어딘가 어설프거나 서글픈 모습이 있기는 비슷비슷합니다.

 

 봄잎은 여름잎이랑 다릅니다. 여름잎은 가을잎이랑 다릅니다. 가을잎은 겨울잎이랑 다릅니다. 이 다 다른 잎빛과 잎결과 잎무늬는 눈으로 바라본대서 그림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이 다 다른 잎빛이랑 잎결이랑 잎무늬는 눈으로 쳐다본대서 사진으로 찍지 못합니다.

 

 손으로 만지며 느껴야 합니다. 입으로 씹으며 냄새를 느껴야 합니다. 늘 곁에서 지켜보며 느껴야 합니다. 가만히 볼따구니로 쓰다듬으며 느껴야 합니다.

 

 반딱반딱한 봄잎을 봄잎대로 그리는 한국 그림쟁이로 누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린 겨울 이긴 겨울잎을 겨울잎대로 그리는 한국 그림쟁이로 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잎마다 다 다른 빠르기로 다 달리 물들며 가랑잎으로 바뀌는 잎사귀를 찬찬히 살펴 가을잎 빛깔을 살릴 줄 아는 한국 그림쟁이로 누가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눈이 부시게 푸른 여름잎을 눈이 부실 뿐 아니라 마음을 환히 틔우도록 담을 줄 아는 한국 그림쟁이로 누가 있으려나 궁금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림으로뿐 아니라, 사진으로도, 글로도, 잎사귀 한삶 고이 그려 이야기꽃 피우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요. (4345.2.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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