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글 쓰는 마음

 


  내가 내놓은 책을 기쁘게 장만해서 즐거이 읽은 누군가 곱게 살아가며 느낌글 하나 살가이 쓸 수 있을까 하고 꿈을 꿉니다. 내가 쓰는 느낌글이 내가 장만해서 읽은 책을 내놓은 누군가한테 좋은 말꽃이 되어 나 또한 새롭게 고운 꿈을 꾸며 서로서로 즐거이 살아가며 나누는 말꽃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내 삶꽃을 책 하나로 갈무리해서 내놓습니다. 내가 느낌글을 쓰도록 이끈 책은 내 아름다운 이웃이 이녁 아름다운 삶을 꽃피우며 내놓았겠지요. (4345.3.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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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 글쓰기

 


  제주섬에서 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 있다. 그러나 제주섬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마음은 있었으나, 제주섬은 바닷가를 빙 둘러 아스팔트길이 깔렸고, 한라산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찻길이 너무 많으며, 무엇보다 해군기지를 새로 만든다며 바닷마을을 통째로 없애려는 모습이 너무 끔찍했다.


  아직 바닷마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군인들은 바닷마을 한 곳을 신나게 없애는 일을 한다. 아마, 밑바닥 병사부터 웃자락 간부까지, 당신들은 평화를 지킨다는 뜻에서 제주섬 바닷마을을 없애려 들겠지. 무기를 가득 싣고 사람들 죽이는 일을 하는 배를 띄울 군부대를 만들지 않고서야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여길 테지.


  전쟁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로지 전쟁만이 평화를 지킨다고 느낀다.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은 오직 평화만이 평화를 지킨다고 느낀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 옆지기와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보금자리는 참말 사랑스러운 터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어린 곳에서 사랑스레 생각하고 살아갈 때에 평화라고 느낀다. 전쟁내음 물씬 풍기는 데에서 사랑을 누릴 수 있을까. 자동차가 시끄러이 춤추는 곳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4345.3.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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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치 빨래거리

 


 읍내마실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푹 퍼졌다. 이 퍼진 몸으로도 얼마든지 빨래를 할 수 있지만, 이래저래 가만히 몸을 쉬기만 한다. 둘째 기저귀야 하루쯤 빨래를 건너뛰더라도 이듬날 잘 빨아서 잘 말리면 되니까. 장마철이 아니라면 하루에 세 차례 하는 빨래를 살짝 건너뛰어도 된다.

 

 아침에 두 아이가 바지까지 흥건히 젖도록 쉬를 누었다. 일찍 잠들지 않고 자꾸 새벽에 깨어 놀려 하는 첫째까지 바지에 몽땅 쉬를 누었다.

 

 둘째 옷가지이며 첫째 옷가지이며 빨래거리 가득 쌓인다. 옆지기 옷가지는 어제 빨았으니 새로 나오지 않는다. 내 옷가지는 내가 안 내놓으면 그만이니 괜찮다. 이제 이 밀린 하루치 빨래들을 맞아들여야지. (4345.3.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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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3-04 21:33   좋아요 0 | URL
요즘 날씨가 계속 흐리고 비가 오곤 하던데 말입니다.
전 비가 오는 날엔 빨래를 하지 않아요.꿉꿉하게 마르는 것도 신경쓰이고,잘못 말리니 냄새가 안좋더라구요.헌데 이삼 일에 한 번씩 해라도 비치면 괜찮을텐데 요즘 줄곧 비가 오네요.
비올때 된장님네 빨래는 어찌 말리나? 여겼더랬습니다.

마눌님은 참 좋으시겠어요.힘센팔로 꼭꼭 짜서 손빨래를 해주니 말이에요.^^

숲노래 2012-03-05 06:14   좋아요 0 | URL
빨래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마다 해야 하니까요.

빨래 하는 사람이 있대서 다른 식구가
꼭 좋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빨래를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아픈 사람은
누군가 해 주는 빨래를 받아들이기만 하니까요..
 


 시를 쓰는 마음

 


 시를 맨 처음 쓰던 때는 고등학교 1학년. 한창 입시지옥에 시달리던 나날이었기에 고달픈 몸을 쉬고 아픈 마음을 달랠 좋은 삶동무 시였다.

 

 다음으로 시를 쓰던 때는 신문배달로 먹고살던 스물, 스물하나, 스물넷, 스물다섯. 하루하루 끼니 잇기로도 벅차던 살림이었기에 배고픈 몸을 달래고 시린 마음을 적실 좋은 길동무 시였다.

 

 이러고 나서 오래도록 시를 잊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으로 종잡지 못하던 삶이었기에.

 

 아이를 하나 낳고, 아이를 둘 낳으며, 비로소 다시 시를 쓴다. 두 아이 뒤치닥거리일는지 두 아이와 살림하기일는지 두 아이 사랑하기일는지 잘 모른다. 두 아이랑 노닥거리기 때문에 시를 쓸 수 있는지 모른다. 두 아이 늘 바라보며 맑은 눈빛에 내가 폭 젖어드는 터라 시를 쓸 수 있는지 모른다.

 

 이제 시골마을 조그마한 보름자리에서 온통 홀가분한 꿈을 꾸며 흙을 밟고 나뭇줄기 쓰다듬으며 풀잎을 어루만질 수 있기에, 또다시 시를 쓴다. 꿈동무 시로구나 싶다. 어쩌면 사랑동무 시일 수 있겠지.

 

 하늘이 좋아 시를 쓴다. 도랑물 소리가 즐거워 시를 쓴다. 새봄 풀벌레 소리를 기다리며 시를 쓴다. 바람에 나부끼는 기저귀 퍼덕 소리와 후박나무 꽃잎 색색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를 쓴다. 아이들 사근사근 잠자는 숨소리를 느끼며 새벽녘 시를 쓴다. (4345.3.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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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3-03 19:43   좋아요 0 | URL
두 아이랑 노닥거리기를 사랑하실 줄 아시기 때문에 시를 쓰실 수 있는 거라고 생각되어요. ㅋ
새봄 풀벌레 소리를 사랑하실 줄 아시기 때문에 시를 쓰실 수 있는 거라고 생각되어요. ㅋ

숲노래 2012-03-04 04:0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 새벽까지 깨어 옆에서 떠들면...
참 고달프답니다... ㅠ.ㅜ
 


 마음으로 쓰는 글

 


 모든 글은 먼저 마음으로 씁니다. 내 마음속으로 가만히 온갖 이야기를 가다듬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을 때에는 아무런 글 한 줄 쓰지 못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저귀를 빨고 밥을 하며 아이들을 씻기고 함께 놀았다, 하는 늘 되풀이하는 모습조차 내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을 때에는 한 줄로도 적바림하지 못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날 때에 즐거이 밥을 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기에 기쁘게 빨래를 합니다. 마음에서 샘솟기 때문에 즐거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그림을 그립니다. 마음에서 샘솟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얼싸안으며 함께 놉니다.

 

 마음이 없이 글을 쓸 수조차 없지만, 마음이 없이 하루하루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마음으로 사랑을 빛냅니다. 마음으로 이야기꽃 피웁니다. 마음으로 씨앗 한 알 심고, 마음으로 열매 한 알 거둡니다. 나는 언제나 내 마음부터 가장 착하고 더없이 참다우며 따사로이 아름다울 수 있는 보금자리를 누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글 한 줄 일구는 좋은 하루를 살아냅니다. (4345.3.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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