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한사람님의 "...알라딘 서재에서 논쟁의 진짜 이유..."

그냥 잠을 잔대서 잘못을 줄이지는 않아요. 곰곰이 생각하며 좋은 꿈을 품어야 비로소 내 삶이 좋아지면서 잘못이 차츰 사라져요. 얼키고 설킨 마음인 채 잠들면 되레 더 뒤숭숭해지고 말아요. .. 제가 살아가며 느끼기로는, 진보나 보수 논쟁이란 참 덧없을 뿐 아니라 쓸데없구나 싶어요. 논에 자라는 벼나, 벼를 심기 앞서 자라는 숱한 풀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거든요. 들꽃은 진보한테만 향긋한 내음을 퍼뜨리지 않아요. 나무열매는 보수한테만 맛나지 않아요. 무지개는 진보만 알아보지 않아요. 흰구름 파란하늘은 보수만 올려다보지 않아요. 진보도 보수도 다 논자락에서 거둔 나락을 밥으로 지어 먹어요. 예부터 어머님들은 나그네가 진보인가 보수인가 따위를 가리지 않고 누구한테나 밥 한 그릇 나누어 주었어요. 왜냐하면 이 편 저 편에 앞서 '모두 사랑스러운 목숨을 건사하는 사람'이니까요. 왼날개와 오른날개가 고르게 있어야 날갯짓하는 새는 아니에요. 그저 '날개'가 있을 뿐이고, 몸이 홀가분하게 가벼울 때에 바람처럼 날아다니는 새예요. 글이란, 누구나 이녁 삶을 담는 만큼, 비판을 하든 비난을 칭찬을 하든 펌질을 하든, 모두 이녁이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낼 뿐이에요. 그러니까, 논쟁이란 하나도 없는 셈이에요. 드러나는 말과 글이 모두 그 사람 생각이자 마음이고 삶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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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렁이 글쓰기

 


  괭이로 땅을 판다. 크고 단단한 돌이 나온다. 흙땅에 이렇게 큰 돌이 있으면 무얼 심어도 제대로 자라기 힘들겠다. 이런 곳에서는 지렁이도 굴을 파고 깃들기 어렵겠다. 괭이날이 폭폭 들어가는 곳은 흙이 보드랍다. 지렁이를 만난다. 흙빛이 싱그러우면서 짙다. 흙빛이 좋다고 느낄 때에는 지렁이가 즐거이 보금자리를 틀겠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내 괭이질에 몸뚱이가 토막나는 지렁이를 본다. 지렁이는 몸이 토막나더라도 두 토막이 서로 다른 목숨이 되어 살아날 수 있단다. 부디 서로 잘 살아 주기를 빌며 흙을 덮는다. 그런데, 괭이질로도 지렁이가 다친다면, 트랙터나 경운기에 커다란 날을 달아 윙윙 하고 지나가며 밭을 갈 때에 지렁이는 어떻게 될까. 이때에도 지렁이가 토막나는 줄 느낄 수 있을까. 오늘날 흙일은 지렁이와 함께 건사하는 흙일이 아닌, 비료를 더 챙겨 흙심을 북돋우는 쪽에만 눈길을 두고 마는 흙일이 되는데, 여느 논밭에 지렁이는 얼마나 살아갈까. 비닐을 씌우는 밭에서 지렁이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함께 뒷밭에서 일하던 아이가 지렁이를 보고는 “여기 지렁이 있어.” 하고 말한다. “그래, 그러면 네가 흙을 잘 덮어 줘.” “아니, 아버지가 덮어.” 아이는 흙밭에서 나와 풀밭에서 논다. 풀씨를 날리며 놀다가 묻는다. “지렁이 흙 덮어 줬어?” “응, 잘 덮어 줬어.” (4345.4.2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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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4.17∼19.
 : 비오는 밤에 아이와 자전거

 


- 어쩌다 보니 사흘 내리 밤자전거를 탄다. 게다가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밤자전거를 탄다. 시골은 길을 비추는 등불이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 해도 틀리지 않다. 우리 시골마을은 더 외지고 고즈넉하다. 등불을 달지 않은 자전거가 달리면 좀 아슬아슬하다 여길 수 있다. 내 자전거 등불은 건전지가 다 닳아 쓰지 못한다. 그래도 굳이 밤자전거를 달린다. 우리 시골마을 둘레를 다니는 자동차는 거의 없으니 걱정하지 않는다. 또, 나는 밤길 달리기를 퍽 좋아한다.

 

- 4월 19일은 어떤 날일까. 시골에서 살아가니 4월 19일이 되든 5월 16일이 되든 그닥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4월 5일이라 해서 딱히 어떤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4월 5일을 나무 심는 날로 여기는 사람들은, 4월 5일이라는 기림날을 5월 16일이 기림날이 되도록 한 사람이 이 나라 시골마을을 온통 뒤집고 망가뜨리면서 만든 날인 줄 모른다. 게다가, 숲을 지키려면 ‘나무 심기’ 아닌 ‘씨앗 심기’를 해야 옳다. 씨앗을 심고, 씨앗이 흙 품에서 곱게 살아가도록 북돋아야 올바르다.

 

- 아이와 함께 밤자전거를 타며 밤을 누린다. 깜깜한 밤을 누린다. 아이더러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보라 이야기한다. 끝없이 조잘거리는 아이한테 조금은 입을 다물어 보라고, 조용히 귀를 기울여 물 가둔 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어 보라 이야기한다. 물 있는 논에서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지만, 물 없고 들꽃만 가득 핀 논에서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이가 한참 조용히 있더니, “아버지, 개구리 어디서 우는데요?” 하고 묻는다.

 

- 저녁 일고여덟 시 무렵에 면으로 밤자전거를 타고 다녀온다. 시골 면소재지는 조용하다. 가게는 일찍 닫고, 길에 오가는 사람이 뜸하다. 볼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 하나 걸어서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본다. 깜깜한 밤길을 홀로 걸어서 집으로 가는 고등학생 사내아이는 날마다 어떤 마음이 될까.

 

- 사흘 내리 밤자전거를 타는 오늘은 빗방울이 듣는다. 비가 그친다 싶어 자전거를 몰았더니 면에 닿을 무렵 빗줄기가 굵어진다. 그래도 아이는 좋다고 한다. 돌이키면, 지난여름에는 태풍이 몰아치며 막비가 퍼붓던 날에도 아이랑 자전거를 탄 적 있다. 막비에다가 모진 바람이 칼날처럼 휘몰아칠 때에도 아이는 수레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더운 날에는 아버지랑 아이가 더위를 느끼며 자전거를 탔고, 추운 날에는 서로 꽁꽁 얼어붙으며 자전거를 탔다. 꼭 날이 좋을 때에만 자전거를 타란 법이 없다. 늘 타고 언제나 함께할 수 있어야 자전거마실이라고 느낀다.

 

- 빗물에 적은 깜깜한 길을 천천히 달린다. 옷이 젖는다. 아이가 뒤에서 조잘조잘한다. “응? 뭐라고?” “아버지 옷 다 젖는다구요.” “아, 그래? 비가 오니 하는 수 없어.” “네.” 수레 덮개를 내렸기에 아이는 비를 안 맞는다. 수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아버지를 걱정해 주는구나. 고마운 아이 예쁜 아이와 자전거 나들이를 마친다. 이제 날이 개고 꽃바람 일렁일 때에 네 식구 다 함께 자전거 나들이를 할 수 있기를 빈다. 읍내 자전거집에 들러 옆지기 자전거 튜브랑 연장 몇 가지 사서 손질해 놓아야겠다.

 

(밤자전거 마실이라 사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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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논둑 들고양이

 


 고양이도 개도 돼지도 사람도 모두 들에서 살던 목숨이었다. 그러나 도시가 생기고, 집안에만 모시는 집짐승이 생기며, 사람 또한 들을 잊으면서, 따로 들고양이와 들개와 멧돼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러면, 사람한테도 도시사람하고 가르는 들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까. 너른 들에서 살아가는 들고양이처럼, 너른 들에서 살아가는 들사람. 깊은 멧자락에서 살아가는 멧돼지처럼, 깊은 메에서 살아가는 멧사람. 파란 바다에서 살아가는 바닷고기처럼, 파란 바다를 껴안는 바닷사람. (4345.4.1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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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글쓰기

 


  첫째 아이가 그림을 그리며 머리카락을 함께 그려 넣는다. 아이는 이제 치마도 그림에 그린다고 말한다. 그래? 치마도 그렸니? 그렇지만 치마는 아직 잘 드러나지 않는걸. 아이 제 모습을 그리고, 어머니를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고, 동생을 그린다. 그러고 나서 이모랑 삼촌이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그린다. 아이 스스로 마음에 품는 좋은 사람들과 둘레 사람들을 하나하나 그린다. 아이 마음에 담기지 못한 사람을 굳이 그리지 않는다. 아이 마음에 담길 만하지 않은 사람을 따로 그리지 않는다.


  가장 사랑스러울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좋아할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즐겁게 누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빛나는 삶이 그림으로 드러난다. 가장 맑은 이야기가 그림으로 태어난다. 가장 애틋한 꿈이 그림으로 피어난다. (4345.4.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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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15 11:33   좋아요 0 | URL
아이의 그림 하나하나 발전 모습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고 사진 찍는 아빠 정말 멋져요.

숲노래 2012-04-16 07:23   좋아요 0 | URL
예쁘게 잘 노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