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쓰고 싶은 글

 


  가장 누리고 싶은 삶으로 하루를 누립니다. 가장 먹고 싶은 밥으로 목숨을 잇습니다. 가장 빛나는 사랑으로 생각을 밝힙니다. 가장 읽고 싶은 책으로 마음을 살찌웁니다. 가장 쓰고 싶은 글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말로 꿈을 빚습니다. 가장 살고 싶은 집에서 살림을 일굽니다. 가장 걷고 싶은 길에서 바람을 마십니다. 가장 즐기고 싶은 일과 놀이로 살붙이하고 얼크러집니다. (4345.5.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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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들이 빨래

 


  식구들 함께 움직이는 나들이를 할 때에는 언제나 빨래비누 한 장 챙긴다. 어디에 묵든 어디로 움직이든 늘 빨래를 한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며 하루치 옷가지를 몽땅 빨래하기도 하지만, 갓난쟁이가 내놓는 기저귀를 틈틈이 빨래한다. 비누를 꺼낼 겨를이 되면 비누로 빨고, 비누를 꺼낼 겨를이 안 되면 물로만 헹구어 빨래한다. 빨래한 옷가지는 비닐봉지에 담기도 하고, 가방에 걸치기도 한다. 자동차를 타고 움직일 때에는 눈치껏 옷걸이에 꿰에 손잡이에 걸기도 한다. 순천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길에는 짐받이 아래쪽에 빨래를 잔뜩 널기도 했다.


  둘째 아이가 아침마다 똥을 푸지게 눈다. 아주 고맙다. 집에서는 하루에 너덧 차례 똥을 누더니, 마실길에는 하루에 한 차례 아침에 몽땅 내놓는다. 아이도 집이 아니라 길에서 움직이는 줄 알기 때문일까. 아이 몸이 느끼고 아이 마음이 생각하면서 이렇게 될 테지.


  새벽바람으로 둘째 아이 똥기저귀와 똥바지를 빨래하는 김에 내 머리도 감는다. 시골집에서는 여러 날에 한 번 감지만, 도시에서는 먼지를 많이 먹는 만큼 날마다 감아야 한다고 느낀다. 아이들도 옷을 자주 갈아입히며 틈틈이 빨래한다. 시골집은 한결 따스한 날씨이지만 후덥지근하지는 않다. 시골집에서는 아이들한테 긴소매옷을 입혔는데, 도시로 오니 푹푹 찌는 날씨인 터라 몽땅 반소매옷으로 입힌다. 아침에 입힌 옷은 낮에 갈아입혀 빨고, 낮에 입던 옷은 저녁에 다시 갈아입히며 빤다. 푹푹 찌는 날씨인 만큼 빨래는 참 금세 마른다. (4345.5.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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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발가락 글쓰기

 


  새끼발가락이 아프다. 찡 하면서 온몸을 울린다. 망치로 맞거나 누가 밟아서 아프지 않다. 나 스스로 몸에 기운이 많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걸음을 잘못 디디다가 책상 한쪽에 콩 하고 찧어서 아프다. 내 몸에 기운이 남았으면 새끼발가락을 안 찧었겠구나 생각한다. 내 몸에 기운이 많이 빠져나갔다 하더라도 마음을 즐거이 다스리면서 예쁘게 건사했다면 발가락을 찧으면서도 살그머니 웃으며 내 바보스러움을 누릴 수 있었겠다고 느낀다.


  첫째 아이를 또 나무라고 말았다. 시골집을 떠나 경기도 파주 책도시에 볼일을 본다며 자그마치 여섯 시간 넘는 힘든 길을 아이들하고 함께 왔으니 아이들이 다 지칠 만하다. 이 지친 아이들이 잘 견디면서 놀아 주는데, 놀기는 놀되 아이들 또한 마음속으로 힘든 몸을 참으면서 노는데, 어버이로서 이 마음을 슬기롭게 읽지 않고는 여관 침대에서 자꾸 뛰고 방바닥에서 뛴다고 다그치고 말았다. 우리 자는 데 아래층에는 다른 사람들이 묵으니, 우리 때문에 시끄러울까 걱정스러워 아이를 다그쳤다.


  울먹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또 내가 얼마나 모자란 짓을 했는가 하고 뉘우친다. 예쁜 말로 일깨우거나 고운 눈빛으로 달래지 않고, 왜 자꾸 모질게 다그치려고만 할까. 모질게 다그치려 하면 누가 듣고 싶어 하겠나. 남들이 나한테 모질게 다그칠 때에 나부터 듣기 안 좋다 여기면서, 똑같은 짓을 아이한테 퍼부으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내 마음을 갉아먹으면 내 삶이 아프고 슬프다. 내가 내 마음을 어루만지면 내 삶이 고맙고 좋다. 내가 내 마음을 사랑할 때에 천천히 내 꿈을 헤아리면서 내 아이들 예쁜 꿈을 사랑하는 길을 걷겠지. 새끼발가락이 웃으면 나도 늘 웃는다. 새끼발가락이 울면 나도 늘 운다. (4345.5.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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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박꽃을 쓰다

 


  후박꽃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지난가을부터 후박나무 후박꽃 몽우리를 들여다보았다. 언제 피려나 하고 손꼽아 기다렸다. 아이들하고 마당에 서면, 아침 낮 저녁으로 저기 후박나무야, 저기 발갛게 몽우리가 맺혔어, 언제 피어날까, 하고 얘기했다. 둘째 아이를 하늘로 휙휙 던지며 후박꽃 몽우리를 느끼라고 해 보기도 했다.


  이제부터 후박나무 모든 몽우리가 한꺼번에 터진다. 둘째 아이를 번쩍 안아 눈이랑 코가 후박꽃 앞에 놓이도록 해 준다. 첫째 아이도 번쩍 들어 후박꽃 내음과 빛깔을 느껴 보라 한다.


  푸른 잎사귀도 싱그럽고, 옅으며 푸르스름한 꽃잎도 싱그럽다. 암술과 수술 노랗고 바알간 빛깔이 앙증맞게 잘 어울린다. 높다란 가지에 피어 높다라니 해바라기 즐기는 후박꽃은 앞으로 어떤 열매를 맺을까.


  싯푸른 잎사귀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무르익는 봄날이 좋다. (4345.4.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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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기계 한 달

 


  빨래기계를 쓴 지 한 달이 지난다. 빨래기계 안 쓰던 때에는 하루에 세 차례씩 빨래를 했지만, 이제 하루에 한 차례만 한다. 빨래기계로 하루에 세 차례 하자니 물이랑 전기가 아깝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하기로 한다. 한꺼번에 몰아서 빨래를 하자면, 비오는 날에는 꽤 애먹는다. 그러나 이제 둘째가 제법 자랐으니 기저귀 빨래가 몇 장 줄어 이럭저럭 비오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도 하다.


  기계를 빌지만 빨래는 언제나 내 몫이다. 기계를 쓰면 일손을 덜어 다른 데에 더 마음을 기울일 만하지 않겠느냐고 흔히들 말한다. 참말 이와 같은지 나는 하나도 모르겠다. 기계를 쓰기에 내 일손이 더 줄어드는지 안 줄어드는지 외려 느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기계를 빌어 빨래를 하니, 내 손발가락 트는 일이 많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집일을 하며 물을 적게 만지지 않는다. 힘들거나 고되거나 졸립거나 벅찬 날에는 몇 시간 내리 물을 만지며 집일을 하자니 손끝부터 발끝까지 지릿지릿 저린다. 손가락에 물이 마를 새 없으니, 젖은 손으로 책을 쥘 수도 없다.


  그러면 내 손은 왜 물이 마를 새 없을까. 참 마땅하지만, 사람이 빨래만 하며 살겠는가.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한다. 한 아이는 똥을 누고 한 아이는 무어가 엎지른다. 한 아이를 밥먹이고 한 아이하고 논다. 둘째가 기저귀에 똥을 누든 첫째가 오줌그릇에 똥을 누든 물을 만진다. 개구지게 먹어 옷이며 입이 지저분해진 아이들 입을 씻긴다. 설거지를 한다. 죽을 끓인다. 죽 그릇을 설거지한다. 개수대와 밥상을 닦는다. 밭일을 마치고 손을 씻는다. 이래저래 물을 만진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땀을 훔치려 낯을 씻는다.


  빨래기계 한 달을 지내며 생각한다. 기계가 있대서 더 느긋하거나 홀가분하지는 않다. 그러나, 마음은 좀 가볍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온갖 일거리로 짓누를 때에는 내가 아무리 빨래를 좋아하거나 즐긴다 하더라도 고단한 굴레가 될밖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 죽 먹이기도 즐기고, 아이를 무릎에 누여 재우기도 즐기며, 아이하고 노래부르거나 그림그리는 나날을 즐겨야지. 아이하고 걷는 들길을 즐기고, 옆지기가 나무라는 말을 즐기며, 뻑적지근한 등허리와 팔다리를 즐겨야지. (4345.4.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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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4-29 07:32   좋아요 0 | URL
기계 결국 들이셨군요.^^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기계 들인다고 결코 일감이 수월해진 것은 아닌게 맞습니다.
전기세 아끼느라 몰아서 빨래를 돌리다보면 빨랫줄에 빨래 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개키는 시간도 길어지고,입어야 할 옷들의 가지수가 옷장에 확 늘어나 입을땐 좋은데,차츰 빨랫통에 빨랫감이 차오름과 동시에 옷장속에 입어야할 옷감들이 줄어들어 급할땐 정말 낭패되기 일쑤이지요.ㅋㅋ
전 속옷이랑 수건은 꼭 삶아서 널거든요.그래서 샤워 많은 계절엔 혼자서 수건이 매번 모자라 허둥지둥거려요.때론 심적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기계 종료되어야 빨래를 널 수 있기때문에 기다리는 시간도 꽤나 애매하여 외출할일이 있을땐 은근 신경을 써야하구요.ㅠ
또한 기계를 돌려도 며칠에 한 번씩은 손빨래를 해야 할 빨랫감도 분명 있어요.그래서 주부들은 손에 물이 마를날이 없는 것같아요.아~ 대한민국 남자들이 된장님같은 마음 같았으면 주부들의 손은 좀 덜 거칠어질 수 있을 것같은데 말입니다.^^
전 손이 선천적으로 예쁜손이 아니거든요.헌데 결혼 12년차가 되니 못난 손에다 거칠기까지 하여 참~ 남들앞에 내놓기가 좀 민망합니다.

암튼,기계를 써도 불편한 것들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래도 기계를 환영하는 것은 기계돌아가는 그시간에 조금이라도 몸이 편하다는 것! 몸이 편하니 그시간에 더 생산적인일(?)을 할 수 있다는 것!...그맛 아니겠습니까!ㅎㅎ
널려 있는 빨래를 보니 좀 여유있어 보여 좋으네요.^^
저 많은 빨래를 손으로 다 하셨다면 어쩔뻔 했어요?
요즘엔 햇볕이 좋아 빨래가 금방 말라서 정말 행복하시겠어요?ㅋㅋ
게으른 저도 빨래가 잘 말라 행복하답니다.^^

숲노래 2012-04-29 09:2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제껏 겨울이고 장마철이고 저 빨래들을 늘 손으로 했는걸요~

그나저나 오늘 비가 올까 말까 꾸물거리네요.
얼른 뒷밭 골라 감자를 심어야 하는디... 이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