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나란히 빨래놀이

 


  아버지를 거들어 빨래를 너는 첫째 아이 곁으로 둘째 아이가 기어서 다가간다. 빨래대 앞에서 빨래대를 붙잡고 일어서서는 둘째도 누나처럼 빨래집게를 쥐어 한 번 집어 보고 싶다. 아직 손아귀 힘이 모자라 마음껏 쥐어 집기는 힘들다. 날마다 조금씩 빨래놀이를 하다 보면 천천히 손힘이 늘어 둘이 나란히 아버지를 거든다며 꼼지락꿈지럭 하겠지.


  빨래대 언저리에서 노는 양을 한참 지켜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두 아이가 빨래대에 빨래 널며 놀기에는 아직 빨래대가 많이 높다. 키 작은 빨래대 하나 마련해서 마당에 놓을까. 빨래줄을 낮게 드리울 수는 없으니, 두 아이 빨래놀이 하라고 무언가 하나 마련해야겠구나 싶다. (4345.5.2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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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22 14:18   좋아요 0 | URL
와, 산들보라의 옷차림! '청바지' 입고, '구두' 신었어요. 그리고 두발로 섰네요!^^

숲노래 2012-05-22 20:58   좋아요 0 | URL
네, 잘 설 수 있는데
조금만 서고 바로 기려고 하더라구요.
에궁~
 

 

 손가락 짚는 마음

 


  둘째 아이는 어머니 품에 안겨 그림책을 보다가 콕콕 손가락으로 짚습니다. 둘째 아이는 꽃잎을 앞에 두고 만질 때에도 손가락을 하나 내밀어 짚습니다. 돌떡을 맞추어 둘째 앞에 놓을 때에도 손가락 하나 쏘옥 내밀어 꾸욱 누릅니다.


  손가락만 짚어도 알 만하니까 손가락을 짚을까요. 손바닥으로 쓰다듬을 때에 알 만하면 손바닥으로 살살 쓰다듬을까요.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알 만할 때에는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까요. 마음으로 느껴 알 만하다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을까요.


  둘째는 손가락을 입에 물곤 합니다. 손가락 하나 입에 물며 무언가 깊이 생각합니다. 맛을 보고 냄새를 맡이며 느낌을 맞아들입니다. 손끝으로 온누리 별과 빛과 꿈이 스며듭니다.


  나는 빨래를 하며 옷가지와 비누와 물을 만질 때에 손끝으로 모든 삶을 느낍니다. 나는 밥을 차리며 칼을 쥐어 푸성귀를 썰거나 국거리를 다질 때에 손끝으로 모든 삶을 헤아립니다. 아이들을 품에 안으며, 글을 쓴다고 자판을 또닥이며, 책을 읽는다며 종잇장 만지며, 물건값 치른다며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며, 밭에 물을 주고는 흙을 토닥이며, 풀잎 꽃잎 나뭇잎 살살 어루만지며, 언제나 솥끝으로 온 하루를 가만히 아로새깁니다. (4345.5.2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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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nine님의 "책 한권에 담을 수 있는 얘기인가"

 

이 책을 쓴 사람이 저한테 낯익은 이름이라 누군가 했더니,

제 장학퀴즈 동기로군요 @.@

 

여러 회사를 거치고 여러 회사에서 강의를 한다고

해적이에 되게 길게 적혔는데,

저나 hnine 님 같은 사람한테는

굳이 이 같은 책을 읽는대서

무언가 더 느끼거나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느끼기

힘드리라 봅니다.

 

아마, 대기업과 방송사에서 '지식 정보' 바라는 이들 머리를

살살 건드리는 이야기는 잔뜩 들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 개인으로 생각해 보면,

이 책을 낸 제 장학퀴즈 동기야말로

집에서 '1시간' 아주 조용히 오붓하게

'지식 정보'하고는 동떨어진 놀이와 얘기와 꿈으로

즐거이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

 

글쓴이 스스로 이 같은 삶을 누리지 못하면서

이러한 책을 내놓은 셈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글쓴이 스스로 '하루 1시간'만

식구들하고 보내며 이러한 책을 썼다 싶기도 해요.

 

저는 네 식구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함께 살아요.

아이들하고든 옆지기하고든

하루 1시간 떨어져 따로 지내는 일조차 생각하기 힘들고,

이렇게 따로 제 할 일을 하면

마음이 그닥 홀가분하지 못해요.

 

'집착'이 아닌 '삶'이고,

삶이 무엇인가를 살핀다면,

식구들이 모두 가장 좋아하고

가장 아끼며 가장 즐길 만한

가장 아름다운 터전에서

하루 1시간 아닌 하루 24시간을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함께 쉬고 함께 밥먹으며 살아야

사랑이요 기쁨이 되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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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쫑을 뽑은 손으로

 


  마늘쫑을 뽑는다. 마늘쫑은 마늘잎 사이에 굵게 비죽 솟은 줄기이다. 나는 아직 마늘을 심어 기르지 않았으니 모르지만, 마늘쫑을 안 뽑으면, 이 끝에서 꽃봉우리가 피어나지 않으랴 싶다. 배추도 배추포기 한복판에 굵다랗고 길게 줄기가 올라오며 꽃이 핀다.


  이웃 할머니가 마늘밭을 돌며 마늘쫑을 뽑는다. 당신 드실 만큼만 뽑으며 우리더러 얼마든지 뽑아 가라 말씀한다. 아마 다른 마늘밭에서도 이와 비슷비슷하리라 느낀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 일이 많고 힘들며 손이 모자라니, 마늘쫑을 하나하나 다 뽑지 못한다. 마늘쫑이 남은 채 밭뙈기로 마늘을 팔 테고, 마늘쫑이 뽑히든 안 뽑히든, 마늘을 밭째 사들이는 이들은 마늘을 주렁주렁 엮어 다시 내다 팔겠지.


  그런데, 나는 마늘을 심은 적이 없을 뿐더러 마늘쫑을 뽑아 본 일이 없다. 어떡해야 할까. 이웃 할머니가 밭 사이 누비며 한손으로 톡톡 잰 손놀림으로 마늘쫑 잡아빼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늘쫑이 어떤 줄기인가 곰곰이 들여다본다. 이 녀석인가. 한손으로 잡는다. 얼마나 세게 잡아당겨야 할까. 마늘이 뽑히지는 않을까. 자칫 마늘쫑이 끊어지지는 않을까.


  살며시 그러쥐어 살짝 당긴다. 뽕 뽕 아주 조그맣게 소리 난다. 천천히 천천히 뽑는다. 마늘쫑을 뽑을 때마다 마늘내음과 풀내음과 물내음이 얼크러져 퍼진다. 마늘밭에서 김을 매고, 마늘쫑을 뽑으며, 마늘을 캐는 할머니들은 어떤 마음이 될까 헤아려 본다. 할머니들은 마늘밭에 폭 주저앉아 두 손으로 척척 마늘을 잡아뽑는다. 따로 호미로 ‘캔다’기보다, 그냥 손으로 ‘뽑는다’고 해야 옳은데, 모두들 ‘마늘을 캔다’고 말씀하신다. 마늘을 밭에서 뽑노라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플 테니까, 모두들 밭자락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잡아뽑으시는구나 싶다. 이렇게 주저앉아 마늘을 잡아뽑더라도 허리는 끊어질듯 아프겠지.


  “힘들어서 이걸 어떻게 도와?” 하고 말씀하시는데, 할머니들 스스로 힘들다 여기는 밭일을 예순 해이고 일흔 해이고 여든 해이고 내처 하셨다. 이른새벽부터 늦은저녁까지, 밭자락에서 흙이랑 뒹굴며 기나긴 나날이 흘렀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해마다 감꽃은 새로 피고 감알은 새로 맺는다. 제비는 새봄에 다시 찾아들고, 재비집은 봄이 되면 다시금 튼튼하게 빛난다.


  내가 처음으로 뽑은 마늘쫑을 한손에 쥔다. 가게에서 파는 마늘쫑 값은 되게 싸다. 저잣거리에서도 마늘쫑 값은 참 싸다. 마늘쫑을 날로 먹든 삶아 먹든 데쳐 먹든, 아주 금세 훌러덩 먹을 수 있다. 마늘쫑을 먹는 이들이 스스로 씨마늘을 흙에 심고 김을 매다가는 마늘쫑을 뽑고 마늘을 하나하나 캐며 풀벌레랑 들새랑 하루 내내 어우러진다면, 지구별은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마늘쫑을 뽑은 손으로 아이들 머리칼을 쓸어넘기고, 기저귀를 빨며, 연필을 쥐어 글을 끄적인다. (4345.5.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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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한사람님의 "...인간다운 생각은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사람들은 '배운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바보짓을 해요.

 

사람들은 '느낀 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길들어져요.

 

아이들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 까닭은, 아이들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 아닌 '몸과 마음이 느끼는 결'을 고스란히 따르며 살아가기 때문이에요.

 

사랑이든 믿음이든 늘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데, 사랑이라면 이렇게 되야 하거나 믿음이라면 저렇게 되야 하는 듯 자꾸 한쪽으로 내모는 '교육을 제도권에서 주입'시키고 '책으로 읽히'며 '지식으로 가두'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배울수록 바보가 돼'요. 사람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말'고, 스스로 손에 호미를 쥐어 들판에서 몸을 놀리며 풀내음 흙내음 햇살내음 바람내음 물내음을 받아들이며 '삶을 익혀'야, 비로소 '마음을 슬기롭게 쓰며 착하고 참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길'을 스스로 깨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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