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0.


《AI의 유전자 1》

 야마다 큐리 글·그림/구자용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8.7.26.



비오는 아침에 동광동 〈문우당〉을 찾아간다. 마을 한켠에 깃든 책집은 조용하다. 사람도 쇳덩이도 뜸한 골목에 깃든 책집이기에, 시끄런 소리가 책집으로 안 스민다. 북적거리는 곳에 책집이 있어도 안 나쁘되, 조용한 마을 기스락에 책집이 깃들면 아늑하다. 거제동으로 건너간다. 〈책과 아이들〉에 닿아서 네 시간 동안 ‘이오덕 읽기 모임’을 놓고서 이야기밭을 함께 일군다. 세 사람이 여러 마음과 생각을 주고받느라 이만큼 훅 지나간 줄 몰랐다. 살짝 등허리를 펴고서 〈카프카의 밤〉으로 갔고, 20시부터 23시까지 ‘이응모임’을 꾸린다. ‘잇고 읽고 익히고 있는’ 숨빛도 들려주었지만, 함께하는 분이 모두 저마다 ‘오늘 하루’를 쪽글로 남기는 글살림도 누린다. 이러고서 〈책과 아이들〉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튿날 03시까지 또 수다밭을 이룬다. 《AI의 유전자 1》는 퍽 잘 나왔다고 여겼으나, 두걸음 석걸음 읽는 동안 “테즈카 오사무 《불랙잭》”을 흉내내다가 그쳤다고 느꼈다. 더 놀랍게 그려야 하지 않고, 서울살림(도시문명)을 굳이 나무라야 하지 않는다. 어느 줄거리로 애써 못박으려 하면서 그림결하고 얼거리가 모두 흔들리는구나 싶더라. 《블랙잭》은 바탕이 ‘사랑’인데, 《AI의 유전자》는 바탕이 ‘싫어’더라.


#AIの遺電子 #山田胡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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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9.


《백만 마리 고양이》

 완다 가그 글·그림/강무환 옮김, 시공주니어, 1994.6.20.



새벽에 옆마을로 걸으며 새소리를 마음에 담는다. 고흥읍으로 나가고, 순천으로 옮긴 뒤,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노래를 쓴다. 버스에 앉아서 그림종이에 노래를 옮겨적는다. 사상나루에서 내려 부산버스로 갈아타는데 손님이 빽빽하다. 선 채로 글꾸러미를 꺼낸다. 손님이 타고내릴 적에 한 줄씩 글을 쓴다. 보수동책골목에 닿아서 〈대영서점〉에 들른다. 책을 한 꾸러미 장만한다. 저녁에 〈곳간〉에서 ‘살림씨앗’ 모임을 이끌면서 ‘꾼’하고 ‘나’라는 낱말을 새로 풀이하면서 이야기를 편다. 《백만 마리 고양이》를 꽤 오랜만에 새로 읽었다. 1999년에 처음 읽던 때에는 미처 못 보거나 못 느낀 대목을 곱씹는다. 완다 가그 님은 1928년에 왜 이런 그림책을 선보였는지 돌아본다. 1994년 한글판 그림책이 아닌, 1928년 미국판 그림책으로 바라보아야 줄거리도 속뜻도 고갱이도 제대로 헤아릴 수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스스로 어떤 마음과 손길인가? 나는 오늘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림을 짓는가? 너는 이제까지 무슨 마음으로 어떤 뜻을 편 나날인가? 우리는 서로 어떤 눈빛으로 마주할 적에 스스럼없이 사랑을 꽃피우고 심어서 가꾸는 오늘을 지을 만한가? 꿈씨를 사랑으로 심어야 비로소 꿈이 깨어난다.


#WandaGag #MillionsofCats

192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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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8.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글·그림, 북로그컴퍼니, 2021.5.4.



곁님은 마당을 치운다. 나는 집일을 한다. 호미랑 낫을 숫돌로 갈고서,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저녁에는 “두 가지 배움터”가 ‘길들이기’하고 ‘길찾기’로 갈린다는 대목을 들려준다. 앞에 붙이는 말은 ‘길’이되,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 갈린다고 얘기한다. 비가 실컷 뿌렸어도, 뿌연 먼지하고 꽃가루가 섞인 하늘이다. 먼지는 늘 날리게 마련이고, 꽃가루는 철마다 떠다니는데, 둘 다 내려앉을 흙땅이 없어서 그만 하늘에 머물고 만다. 먼지가 나쁠 일이 없다. 이제 어느 몸에서 가볍게 떨어져나오고서 흙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알갱이가 먼지이다. 흙한테 내려앉아서 빗물에 가만히 녹아들면 까무잡잡한 빛으로 거듭날 먼지이지만, 갈수록 온나라에 잿빛(시멘트)과 깜빛(아스팔트)이 넘쳐서 흙빛이 사라지니 언제나 매캐하면서 어지럽다.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를 이제 치운다. 김두엽 할머니 그림은 어쩐지 와닿지 않더라. ‘박정희 할머니’ 그림은 훅 스몄기에 무엇이 다른지 이태 남짓 돌아보았다. ‘모지스 할머니’ 그림도 안 와닿는다. 이 대목도 나란히 헤아렸다. 다 다른 붓결이라고도 하겠으나, ‘살림하는 사랑’이라는 자리가 너무 다르지 싶다. 돋보이게 그려야 할 까닭이 하나도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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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7.


《뷰티풀 네임》

 사기사와 메구무 글/조양욱 옮김, 북폴리오, 2006.5.1.



해가 비춘다. 구름이 짙다. 제비는 우리 집을 바라보면서 한참 노래하다가 떠나고, 곁님은 마당 한켠을 씩씩하게 치운다. 솎은 부추하고 흰민들레를 옮겨심는다. 켜켜이 묵은 깜흙을 한쪽에 수북히 쌓는다. 낫하고 호미를 벼린다. 시골살이 열네 해란, 숫돌살림 열네 해란 뜻이기도 하다. 딱히 누구한테서 숫돌질을 배운 적이 없다. 그저 숫돌로 날을 벼려야 하는 줄 어깨너머로 보았을 뿐이고,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하셨는지 떠올리고, 먼 옛날 논밭지기가 어떻게 했을는지 어림한다. 아직 손에 안 익었을 무렵 칼 한 자루하고 가위 하나를 잘못 벼린 적이 있기에, 그때 일을 거울로 삼아서 차근차근 석석 달랜다. 《뷰티풀 네임》을 오래오래 아끼려다가 비로소 읽는다. 사기사와 메구무 님은 2004년 4월 11일 뒤로 더는 글을 쓸 수 없던 터라, 책은 일찌감치 곁에 두었어도 살살 쓰다듬기만 했다. 이 나라하고 저 나라 사이에서 그저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고, ‘사이’란 늘 새로운 굴레였기에, 어느 쪽 말에도 마음을 둘 수 없어서 터져나오는 이름이 “뷰티풀 네임”일 테지. 2004년부터 2024년 사이에 이 나라에서 이만 한 글꽃을 선보인 분이 있을까? ‘문학상’은 많고 ‘한국문학’이란 허울은 깊지만, 글꽃을 등진 글꾼이 넘친다.


#さぎさわめぐむ, #鷺澤萌 #ビュ-ティフルネ-ム

https://www.amazon.co.jp/s?k=%E3%81%95%E3%81%8E%E3%81%95%E3%82%8F%E3%82%81%E3%81%90%E3%82%80&i=stripbooks&crid=2ICUIKV106DY8&sprefix=%E3%81%95%E3%81%8E%E3%81%95%E3%82%8F%E3%82%81%E3%81%90%E3%82%80%2Cstripbooks%2C167&ref=nb_sb_noss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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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6.


《철학자의 음악서재》

 최대환 글, 책밥상, 2020.10.23.



해가 환하다. 비는 엊저녁에 그쳤고, 천천히 개면서 물기운을 말린다. 오늘만큼은 하늘이 새파랗다. 곁님하고 두 아이가 마당을 치운다. 후박나무 둘레에 쌓인 까만흙을 한켠으로 옮기고, 덩굴을 솎고, 잔뜩 퍼진 노란붓꽃도 좀 파낸다. 저녁에는 〈쿵후팬더 4〉을 함께 본다. 큰나무는 늘 씨앗을 떨구는데, 바로 곁에서 싹틔우기보다는, 알맞게 떨어진 곳에서 새싹이 돋으며 우람하게 크기를 바란다. 모든 씨앗은 어미(어버이) 품에서 홀가분히 나오고서 새길을 열면서 스스로 새빛(어른)으로 자란다. 《철학자의 음악서재》를 진작 읽었다. 뜻도 줄거리도 짜임새도 ‘안 나쁘다’고 느끼면서도, ‘붕뜬 글’이라고도 느낀다. ‘철학자·음악·서재’를 한묶음으로 놓으니 어쩐지 멋스럽거나 깊거나 넓은 듯 꾸미는구나 싶다. 이런 책을 읽을 적마다 늘 생각해 보는데, 누가 읽으라고 쓰는 글일까? 어린이는 못 읽을 글이다. 어른 가운데에서도 ‘한자 인문지식’이 꽤 있어야만 좀 읽을 만하다. 아이들하고 〈쿵후팬더〉를 200벌을 넘게 보기는 했으나, 〈쿵후팬더〉에 나오는 노래는 따로 안 듣는다. 〈포카혼타스〉나 〈울프워커스〉나 〈뮬란〉에 나오는 노래는 늘 듣는다. 바람과 나무와 바다와 숲과 새가 들려주는 가락이 바로 노래이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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