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하는 마음 - 김혜리 영화 산문집
김혜리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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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3.18.

읽었습니다 313



  2024년에 열일곱 살을 맞이하는 큰아이는 “박새나 딱새가 겨울에 부르는 노래하고 봄에 부르는 노래가 달라요.” 하고 얘기합니다. 우리 시골집에는 날마다 뭇새가 쉬잖고 날아듭니다. 귀여겨들으면 어느 날 문득 모든 새가 철마다 날마다 어떻게 달리 노래하는지 가눌 수 있습니다. 다만, 억지로 익힐 일이 아닙니다. 살아가고 살림하면 시나브로 젖어듭니다. 글멋이란 따로 없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담아서 말을 펴고 나누고 가꾸는 길에 문득 글결이 서게 마련이요, 글빛은 별빛처럼 천천히 부드러이 퍼집니다. 《묘사하는 마음》은 글쓴이가 본 보임꽃(영화)을 이녁 나름대로 풀어낸 꾸러미입니다. 이 책이 다룬 보임꽃 가운데 〈파이 이야기〉랑 〈스타워즈〉는 아이들하고 보았고, 〈로건〉은 곁님하고 보기는 했으되, 다른 모든 보임꽃은 심드렁합니다. 〈마틸다〉나 〈반지의 제왕〉이나 〈디스크 월드〉나 〈이 세상의 한 구석에〉처럼 아이 곁에서 함께 생각을 지피는 보임꽃을 두고두고 거듭거듭 보며 이야기한다면, 글도 말도 살림도 사랑도 새록새록 지피는 실마리를 누구나 찾으면서 가꿀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묘사하는 마음》(김혜리, 마음산책, 2022.8.5.)


ㅅㄴㄹ


개선되지 않는 글의 속도와 질에 괴로웠던 당시 나에게

→ 나아가지 않는 글쓰기에 괴롭던 예전 나한테

→ 빨리 쓰지도 잘 쓰지도 못해 괴롭던 나한테

9쪽


난데없이 동병산련을 느낀 이후에도 나의 글쓰기는 쉬워지거나 빨라지지 않았다

→ 난데없이 같이 아픈 뒤에도 쉽거나 빠르게 쓰지 않았다

→ 난데없이 함께 앓은 다음에도 쉽게 빨리 쓰지 못 했다

9쪽


기사를 퇴고해 묶는 책으로는 마지막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

→ 고쳐서 묶는 글으로는 마지막이리라고 느껴

→ 다듬어 묶는 글로는 마지막이겠다고 여겨

10쪽


제목을 구사일생이라고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 이름을 가까스로라고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 이름을 죽을고비라고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 이름을 아슬아슬로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11쪽


묘사는 미수에 그칠 수밖에 없지만, 제법 낙천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 시늉처럼 꾸밀 수밖에 없지만, 제법 느긋한 일이기도 하다

→ 손만 대듯 담을 수밖에 없지만, 제법 가볍기도 하다

11쪽


다채로운 배역의 라이브러리를 거론하면서 유의할 점은

→ 여러모로 구실하는 꾸러미를 들면서 살필 곳은

→ 온갖 몫을 한다고 들려주면서 헤아릴 대목은

→ 두루 맡는다고 이야기하면서 눈여겨볼 일은

21쪽


관객에게 인물을 제시하는 방식에 있어서 위페르의 근본 특징은

→ 위페르가 사람을 보여줄 적에는

→ 위페르가 사람을 풀어낼 때에는

→ 위페르가 사람을 밝히는 길은

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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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7.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

 안재인 글·사진, 호미, 2007.4.18.



해날을 잇는다. 작은아이가 손수 빨래한 신은 잘 안 마른다. 해는 나되 빨래가 다 마르지는 않는다. 큰아이는 이제 박새랑 쇠박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다른 줄 가린다. 눈여겨보고 귀담아들을 적에는 문득 번쩍 하듯 마음을 가로지르면서 깨어날 수 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에 ‘낱말 ㄱㄴㄷ’을 붙인다. 퍽 힘이 드는 일이되 곧 마쳐야겠지. 쉬어가며 기운을 내자. 서두르면 놓친다. 얼른 끝내려 하면 어렵다. 바람결을 따르고 빗줄기를 품고 햇살이 퍼지듯 일손을 다스리면 알맞게 매듭을 짓는다.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를 되읽는다. 힘을 빼면서 찰칵 찍는 길은 어렵지 않다. 그저 힘을 빼면 된다. 이 꾸러미에도 힘이 좀 들어갔되, 이만큼이라도 힘을 빼면 빛결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찰칵찰칵 찍는 이들은 하나같이 힘이 잔뜩 들어갔다. 멋있게 안 찍으면 안 된다고 잘못 여기는 이가 수두룩하다. ‘무엇’을 ‘왜’ 찍어서 ‘누구’하고 ‘무슨 마음’을 나누려 하는가는 못 들여다보는구나 싶다. 위에 올라앉아서 내려다보는 마음이랄까. 윗마음도 마음이겠지만, 어깨동무도 살림길도 아니다. 아니온 듯 다녀가기보다는, 살며시 다녀가면 된다. 아닌 척하지 말고, 바람과 해와 비와 별처럼 부드러이 사랑으로 다녀가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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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6.


《생쥐들의 뉴턴 사수 작전》

 박병철 글·한태희 그림, 한솔수복, 2020.2.14.



이레 만에 찾아온 해날을 반긴다. 해를 쬐고 빨래를 널고, 밥을 차리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큰아이가 빚는 그림꽃을 놓고서 그림감을 어떻게 다룰 만한지 이야기한다. 느긋이 바라보며 가면 된다. 막히거나 아리송한 대목을 만나면 쉬엄쉬엄 붓을 놓고서 둘레를 지켜보면서 기다리면 된다. 작은아이가 “왜 ‘참새’라는 이름이에요?” 하고 묻는 말에 ‘참나무·참깨’ 같은 이름이 붙은 밑뜻을 풀어내어 들려준다. 《생쥐들의 뉴턴 사수 작전》을 읽었다. 굳이 뉴턴을 들면서 빛꽃(과학)을 다루지 않아도 되리라 여기는데, 꽤 잘 여민 줄거리라고 느낀다. 어느 모로 보면 ‘뉴턴’하고 얽힌 줄거리는 군더더기 같다. 생쥐 살림길을 바탕으로 ‘사람과 뭇짐승과 숲이 맺는 사이’를 줄거리로 짜서 이야기를 편다면 훨씬 빛날 만하지 싶다. 이렇게 하고서 책끝에 ‘뉴턴이란 누구인가?’를 가볍게 붙이는 쪽이 어울릴 테지. ‘가벼운 위인전’으로 엮더라도 똑같이 위인전이다. 훌륭한 사람을 다루는 글은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아이들 삶하고 매우 멀다. ‘훌륭’이 아닌 ‘살림’을 복판에 놓고서, 어린이도 오늘부터 즐겁게 추스르고 꾸리고 나누고 베풀고 펼 만한 길을 들려주면, 저절로 아름답게 나아갈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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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5.


《부산에 살지만》

 박훈하 글, 비온후, 2022.2.28.



1994년부터 그림꽃(만화) 느낌글을 꾸준히 썼다. 얼추 3000꼭지가 넘을 듯싶다. 이 가운데 82꼭지를 추슬러서 묶어 본다. 오늘은 비가 그칠 동 말 동한다.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 하루이다. 밤이 되자 구름이 걷히고 별이 나온다. 보름달이 온마을을 훤하게 비춘다. 이제부터 해날로 접어들겠구나. 《부산에 살지만》을 지난해에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이른바 ‘역사·문화·건축·예술’로 바라보아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런 이름에 기대면 막상 ‘삶·살림·사랑·숲’하고는 멀다. 부산뿐 아니라, 서울이나 온나라 발자취를 담는 이들 가운데 “어린이가 어떤 노래를 부르면서 무슨 놀이를 누렸는지”를 적거나 밝히는 이가 있는가? 푸름이 나이일 무렵 고장마다 어떤 살림길로 새로 나서는지를 살피거나 담는 이가 있는가? 글이란 까맣게 모르지만, 들숲바다를 밝게 깨우친 수수한 사람들이 짓는 하루를 톺거나 옮기는 이가 있는가? 《부산에 살지만》을 쓰려면, 조그마한 골목집에 삯을 들어서 다섯 해는 너끈히 살아내야지 싶고, 열 해 남짓 두 다리로 걸어다니기만 하면서 일해야지 싶고, 스무 해 즈음 고을꽃과 고을나무와 고을새를 눈여겨보면서 “부산에도 둥지를 트는 제비”가 어느 마을에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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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4.


《나로 살아가는 기쁨》

 아니타 무르자니 글/추미란 옮김, 샨티, 2017.5.31.



해가 나는가 싶더니 다시 비가 듣는다. 조물조물 올라오는 봄꽃을 본다. 꽃망울이 터지려는 봄나무를 쓰다듬는다. 하늘을 가르는 새를 쳐다보고, 우리 마당을 슥 지나가는 새끼 고양이를 바라본다.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모처럼 다시 들추었다. ‘나’라는 낱말에서 ‘낳다·나다·날다’가 뻗고, ‘나무·남다’가 잇는다. ‘기쁘다’는 ‘기운·깊다·기르다’하고 닿는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길이란, 나하고 마주한 너는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하루이다. 서로 누구인지 알 적에는 사람이란 어떻게 사귀는지 읽고, 사람 둘레에 있는 숱한 숨결하고 저마다 어떤 사이로 살림을 일구는지를 찾는 나날로 나아간다. 예부터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글을 안 쉽게 썼다. 누구나 속빛을 알아차리지 못 하도록 가로막은 셈이다. 오늘날에도 숱한 글쟁이는 글을 어렵게 쓰고, 나라에서도 뜬금없는 말씨를 함부로 쓴다. 왜 이처럼 바보스레 글로 굴레를 씌우는지 스스로 읽어내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종살이에 갇힌다. “쉽게 말하고 글쓰기”라기보다는 “어린이하고 말하고 글쓰기”라든지 “숲빛으로 말하고 글쓰기”라고 할 만하다. 아무 낱말이나 쓴다든지, 허울스럽게 치레하는 말을 부릴 적에는, 탈바꿈이 아닌 탈쓰기에 옭매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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