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3.


《달에 우유 가지러 간 고양이》

 하시키 아키라코 글·다루이시 마코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0.5.5.



비날을 잇는다. 빗줄기가 굵으면 마을이 조용하고, 빗줄기가 가늘면 개구리소리에 새소리가 어우러진다. 눈금자(계량기)를 바꾼다는 사람이 불쑥 들어왔다. 한전 일꾼인지, 일만 받아서 하는 사람인지, 담배를 꼬나물고 갑자기 들어와서 뚝딱거린다. 이렇게 일해도 되나? 시골이라 이 따위일까? 빗길에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에서 “흙 묻은 신”을 손잡이에 척 올리고서 손전화를 들여다보는 어린이가 있다. 대단하구나 싶어 “어린이는 발을 어디에 올려놓나요? 이 버스를 어린이 혼자 타나요? 학교에서 안 배웠나요?” 하고 물어본다. 아이는 대꾸도 없이 쳐다보지도 않고 발을 얼른 내리기는 한다. 《달에 우유 가지러 간 고양이》를 되읽었다. 살뜰히 여민 줄거리이되, 좀 아쉽기도 하다. 그림결은 나쁘지 않고, 줄거리도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다만, 고양이한테 함부로 소젖(우유)을 먹이면 안 될 텐데, 너무 쉽게 이 대목부터 지나쳤다. 들숲바다가 어우러지는 살림길하고, 별빛하고 달빛하고 햇빛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눈길하고, 이웃나라 그림책을 옮길 적에 우리말결을 어떻게 가다듬어야 어울릴는지 짚는 손길, 이렇게 세 가지 손길이 아쉽다. 우리는 “우리말을 쓴다”고 하지만, 참말로 우리말이 맞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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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


《불편한 사실》

 박석순 글, 어문학사, 2021.4.22.



새삼스레 구름날이다. 해날을 더 잇지 않네. 제비 날갯짓에 개구리 외울음을 듣는 아침에 불빛(전기)이 훅 나가다. 마을 샘터에서 물을 긷는다. 불이 나가더라도 마을샘이 있다. 서울에서는 불이 나가면 어찌 될까. 그야말로 불굿으로 휩싸이겠지. 《말밑 꾸러미》를 기리며 여밀 ‘낱말그림’을 넷 꾸린다. ‘나·동무·있다·들’을 추스른다. 늦은낮부터 빗줄기가 듣더니, 저녁에는 시원스레 들이붓는다. 《불편한 사실》을 곱씹는다. 이미 읽었으나 아직 느낌글을 여미지 않았다. 글님이 잘 보는 대목이 있으면서, 놓치는 곳도 있다. 나라(정부)에서 셈값(통계)을 주무르면서 사람들한테 잘못 알리는 대목이 꽤 많고, 숱한 분들은 그만 속는다. 그런데 글님도 곧잘 셈값에 기대면서 ‘푸른길’을 바라보는 눈이 흐르기도 하다. 참으로 그렇겠다고 느꼈다. 이른바 푸른길(환경정책)을 내놓는 이들 가운데 ‘시골에서 나고자라서 시골에서 논밭을 일구는 사람’이 여태 한 사람도 없다. 푸른길만이 아니다. 벼슬길(정치행정)도 매한가지이고, 글길(문학)도 똑같다. 거북하거나 듣고 싶지 않은 말이란 무엇일는지 곱새긴다. 나누거나 서로 들려주면서 생각을 가꿀 말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는지 곰곰이 짚어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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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31.


《스티나의 허풍쟁이 할아버지를 찾아서》

 레나 안데르손 글·그림/김동재 옮김, 청어람아이, 2015.8.31.



해가 나오다가 구름이 덮는 하루이다. 해가 지고 나서는 구름이 걷히고 별이 나온다. 별이 제법 많지만 쏟아지지는 않는다. 낮하늘과 밤하늘이 어디로 갔을까. 볕바른 곳은 딸기꽃이 하얗고, 그늘진 곳은 딸기꽃망울이 여문다. 제비꽃은 그늘이 지건 볕이 바르건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보랏빛을 밝힌다. 비릿나물도 떡잎이 나오고 조금씩 벌어진다. 《스티나의 허풍쟁이 할아버지를 찾아서》는 아이가 두 할아버지 사이에서 어떻게 사랑받는지를 부드럽게 들려준다. 아이는 두 할아버지 사이에서뿐 아니라 바다하고 숲 사이에서 온하루를 노래하고 놀면서 사랑받는다. 할아버지도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도 할아버지를 사랑한다. 바다하고 숲도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도 바다하고 숲을 사랑한다. 아름답게 하루살림을 담아낸 그림책을 덮고서 돌아본다.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어느 만큼 짚거나 알거나 살필까? 허울로는 ‘사랑’이라는 낱말을 내세우지만, 정작 ‘사랑 척’이나 ‘사랑 시늉’이지는 않을까? 해와 바람과 비와 별이 우리를 사랑하는 줄 알아보는 이웃을 그린다. 해와 바람과 비와 별을 사랑하면서 온누리에 사랑씨앗을 심는 이웃을 그린다. 서울(도시)에서 살더라도 해사랑과 별사랑을 하는 이웃은 틀림없이 있으리라.


#Stinaochstortruten #LenaAnderso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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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


《백조 액추얼리》

 코다마 유키 글·그림/천강원 옮김, 애니북스, 2008.12.20.



해날이다. 해가 가득해서 ‘해날’이라고 적다가, 일본말 ‘일요일’을 ‘해날’로 풀어낼 적에 겹칠 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레 가운데 하루를 가리킬 적에도, 해가 넘실거릴 적에도, 소리가 같은 ‘해날’을 쓰면서 해사하게 웃어도 어울리겠다고 느낀다. 뜨끈뜨끈 즐거운 하루이다. 딸기꽃은 늘어나고, 앵두꽃은 지고, 모과꽃이 벌어지고, 흰민들레도 하나둘 늘고, 텃노랑민들레도 죽죽 오르고, 쑥도 곧 뜯을 만하다. 〈책숲 1009〉를 글자루에 넣어서 읍내 나래터로 짊어지고 가서 부친다. 날이 확 풀리고 맑은데다가 바람까지 잔잔하니, 읍내로 마실을 나온 할매할배가 많다. 《백조 액추얼리》를 되읽었다. 꽤 잘 나온 그림꽃이다. ‘날개옷’ 이야기를 마음으로 읽고 느껴서 담아냈다. 그림꽃님이 선보인 다른 그림꽃을 뒤늦게 알아보면서 예전 그림꽃도 추슬러서 새로 읽는다. 우리가 오늘 짓는 말과 살림은 몇 해를 이을 만한 손길을 담을는지 어림해 본다. 두고두고 이을 사랑이 흐르는 말과 살림인가? 조금 반짝하다가 버려도 될 말과 살림인가? 나는 뜬말(유행어)을 아예 안 쓴다. 막말(욕)도 할 까닭이 없다고 본다. 모든 말은 누구나 스스로 마음에 대고서 심는 말이니, 늘 살림말과 사랑말과 숲말을 가려서 쓸 뿐이다.


#羽衣ミシン #小玉ユキ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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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 냄새의 언어로 나무를 알아가기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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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책살림 2024.5.13.

까칠읽기 4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4.4.24.



나무 내음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이 스며 있다

→ 나무 내음은 우리 삶에 스민다

→ 우리 삶은 나무 내음이 깊다

8쪽

: ‘스미다’는 ‘깊이’ 있다는 뜻이다. 깊이 들어가기에 ‘스미다’이니, “깊이 스며”는 겹말이고, “스며 있다”는 옮김말씨이다. ‘우리의’에서 ‘-의’는 군더더기이다. ‘일상생활’은 일본말이다.



과수원과 숲의 냄새를 우리 집에 가져다준다

→ 과일밭과 숲냄새를 우리 집에 퍼뜨린다

8쪽

: 냄새는 ‘퍼지’거나 ‘퍼뜨린’다. 과일밭과 숲에서 냄새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얄궂은 옮김말씨이다.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의 사촌인 나무와의 감각적 관계 속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라

→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와 이웃인 나무와 만나자

→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 이웃인 나무를 만나자

9쪽

“나무와의 감각적 관계 속으로 +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라”를 돌아본다. 나무와 만날 적에는 느껴(감각)야겠지. “느끼는 사이를 이루도록 여행 준비”를 하자고 글멋을 부릴 수 있겠지. 그런데 “코를 킁킁거리며”라는 말에 이미 “감각적 관계 속”이라는 뜻이 스민다. “코를 킁킁거리”면서 “우리 이웃”인 “나무를 만나자”고 하면 된다.



향기 분자 수십 가지, 어쩌면 수백 가지의 찰나적 인상을 묘사하기 위해 형용사와 비유가 동원되지만

→ 향기알 가지가지, 어쩌면 온갖 가지로 이 한때를 그림씨로 담아내고 빗대지만

→ 향기씨앗 갖가지, 어쩌면 숱하게 이 댓바람을 그려내고 견주지만

15쪽

: 옮긴이는 ‘내음’과 ‘향기’를 섞어서 쓴다. 우리말은 ‘내·내음·냄새’이고, 맡기에 즐거운 내음을 ‘향긋하다’로 나타낸다. 우리말 ‘향긋하다’하고 한자말 ‘향기’는 소리 ‘향’이 같지만, 뿌리는 다르다. 나무 한 그루를 알아가려고 하듯이, 우리말 한 마디를 알아보려고 마음을 기울인다면, 문득문득 어느 한때를 알맞게 그리고 빗대어 볼 만하다.



친구들과 유쾌하게 어울리던 기억을 소환한다

→ 동무와 즐겁게 어울리던 일이 떠오른다

16쪽

: ‘소환’은 일본말이라고 여길 만하다. 일본말이기에 안 써야 할 까닭은 없다. 그저 이 글월에서는 어릴 적에 동무하고 즐겁게 어울리던 일을 ‘떠오른다’나 ‘떠올린다’로 적을 적에 ‘어울릴’ 뿐이다.



이 연결은 또한 생태적이고 역사적이다

→ 이 또한 숲빛으로 오래 이어왔다

→ 이 또한 푸르게 여태 이어왔다

18쪽

: 일본말씨인 ‘-적’을 붙이고 싶다면 어쩔 길이 없지만,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헤아리자는 책이라면, 좀 푸른말과 푸른길을 생각해야지 싶다.



여름의 온기가 찾아오면

→ 여름이면

→ 여름에 더우면

→ 여름이 오면

23쪽

: 더운 철이라서 ‘여름’이다. 일본말씨에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차라리 “여름의 열기”가 맞을 텐데, 이 자리에서는 “여름이 오면”이나 “여름이면”으로 적으면 된다.



미국피나무의 향기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벌을 비롯한 곤충을 위한 것이다

→ 미국피나무는 사람이 아니라 벌과 풀벌레한테 향긋하다

→ 미국피나무는 사람보다는 벌과 풀벌레한테 향긋하다

27쪽

: 어느 나무이건 사람한테도 이바지하고 벌한테도 이바지한다. 꼭 누구를 콕 집어서 이바지하는 나무이지 않다.



인도와 교외 주택 사이의 좁고 긴 풀밭에서 신선한 목재 칩 더미 앞에 무릎을 꿇는다

→ 거님길과 모퉁이집 사이 좁고 긴 풀밭에 있는 나무조각더미 곁에서 무릎을 꿇는다

31쪽

: 일본말 ‘인도’는 ‘거님길’로 바로잡아야 알맞다고 퍽 예전부터 숱한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손질했다.



세 그루가 더 벌목되었다

→ 세 그루가 더 잘렸다

→ 세 그루를 더 베었다

32쪽

: 나무 자리에서 보면 ‘잘리다’이다. 사람 자리에서 보면 ‘베다’이다. ‘-되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 가운데 하나이다.



이제 생태적으로 더 협소한 토대 위에 지어져야 한다

→ 이제 더 줄어든 풀숲에서 지어야 한다

→ 이제 더 졸아든 풀빛으로 지어야 한다

35쪽

: 풀숲이 줄어든다. 푸른 터전이 사라진다. 무엇을 지을 적에는 ‘터전’에서 짓는다. “터전 위”에서 안 짓는다. “협소한 토대 위에”는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가 섞인 슬픈말씨이다.



전 세계의 나무들이 우리 삶에서 어우러진다는 사실을 우리의 코와 혀에 일깨운다

→ 온누리 나무가 우리 삶에서 어우러지는 줄 코와 혀로 느낀다

47쪽

: 말짜임이 어긋난다. 이 글은 ‘사실을’을 임자말로 삼는데, ‘나무가’로 임자말을 바로잡아야 알맞다. “사실을 … 일깨운다” 같은 옮김말씨를 “나무가 …을 하는 줄 (사람이) 느낀다”로 손보아야, 이 글 앞뒤 이야기하고 어울린다.



나무들이 하늘로 뿜어내는 거대한 날숨은 비의 단초가 된다

→ 나무가 하늘로 날숨을 잔뜩 뿜어내기에 비구름이 모인다

67쪽

: 우리말씨로는 ‘-들’을 안 붙이기 일쑤이다. “비가 온다”라 한다. “비들이 온다”라 안 한다. “나무가 우거진 숲”일 뿐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라 안 한다. “잎이 푸르다”일 뿐, “잎들이 푸르다”가 아니다. “-의 단초가 된다”는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섞였다.



백미러에 매달린

→ 뒷거울에 매달린

71쪽

: 일본말 ‘백미러’를 섣불리 쓰지 말자. 이미 ‘뒷거울’로 고쳐써야 알맞다고 서른 해쯤 앞서부터 둘레에서 이야기한다.



…… …… 손볼 곳이 수두룩하다. 두 손을 들었다. 나무하고 풀하고 꽃이 사람 곁에서 어떻게 푸르게 우거지는지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기를 빈다. 어느 나무도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어느 풀도 일본말씨를 안 쓴다. 어느 꽃도 옮김말씨를 안 섞는다. 이웃말은 이웃말결대로 살피면서, 우리말은 우리말결대로 살리는 손길로 나아갈 적에 비로소 나무내음도 풀내음도 꽃내음도 온누리를 포근하게 어루만지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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