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펴냄, 2015.5.8.



  마루야마 겐지라는 분이 쓰는 글은 무척 차분한 듯싶지만, 가만히 보면 ‘차분함’이라고 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러면 무엇인가 하면, 마루야마 겐지라는 분은 오직 ‘마루야마 겐지다운 글’을 쓴다. 아무 흉내도 내지 않는다. 어떤 글흐름(문예사조)도 따르지 않는다. 그저 마루야마 겐지로서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글로 빚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라는 책도 오직 마루야마 겐지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을 묶었다고 느낀다. 다만,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은 어떤 마음이거나 몸짓이거나 삶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살며 도시살이가 익숙한 분이 옮길밖에 없었을는지 모르나, 시골에서 곁님하고 둘이 살면서 흙을 만지고 글을 쓰는 마루야마 겐지다운 숨결이나 목소리가 잘 드러났다고는 느끼지 못한다. ‘번역이니까’ 읽는다고 할까? 마루야마 겐지를 한국말로 옮겨 주었으니 고맙게 느낀다고 할까?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이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다른 바람맛을 누릴 수 있었다면, 이 책은 사뭇 다른 번역이 되었으리라 느낀다. 고마우면서 아쉬운 책이다. 4348.5.1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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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이영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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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양념 고추 (바람하늘지기·노정임·안경자) 철수와영희 펴냄, 2015.5.15.



  그림책 《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양념 고추》를 가만히 살펴보며 생각한다. 고추가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면서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먹는 아이들이 많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오늘 우리 사회는 도시문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돈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도시에서는 텃밭이나 논이나 뒷마당을 누리기 어렵다. 몇 억 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어버이가 장만해서 이런 집에서 지내더라도, 나무 한 그루를 ‘내 나무’로 누릴 수 없는 아이들이 대단히 많다. 자가용을 거느리고, 자가용을 댈 땅뙈기는 있어도, 고추 한 포기를 심어서 돌볼 만한 밭자락은 없는 사람이 대단히 많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게다가 고추를 몇 포기 심어서 기르더라도, 고추를 햇볕에 말릴 만한 마당이나 지붕이 있는 집은 도시에 얼마나 될까? 골목집이어도 다세대주택이라면 지붕이나 마당이 없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값비싼 아파트라 하더라도 고추를 널 옥상이나 마당이 없기 일쑤이다. 그림책을 펼치기보다는 손수 고추를 심어서 돌보고 거두어 말리기까지 할 때에 고추가 무엇인지를 훨씬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밭도 마당도 넉넉히 누리지 못하거나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삶이라 한다면, 아이들이 예쁜 그림책을 곁에 두면서 생각을 북돋울 수 있을 테고, 머잖아 스스로 ‘내 땅’을 누리는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이 ‘두 발로 디디고, 두 손으로 가꾸는 땅’을 꿈꿀 수 있기를 빈다. 4348.5.12.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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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양념 고추
노정임 지음, 안경자 그림, 이정모 감수, 바람하늘지기 / 철수와영희 / 2015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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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남자 시코쿠 (황병승)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2.11.30.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시집을 두 권 챙긴다.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한 권을 살짝 읽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한 시간 반 즈음 또 한 권을 살짝 읽는다. 시골서 살며 읍내마실 다녀오는 길에 읽기에 《여장남자 시코쿠》는 안 어울릴까? 시를 읽다가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다시 시를 읽다가 아이들과 놀다가, 또 시를 읽다가 이제 책은 가방에 집어넣고 아이들과 군내버스에 오른다. 시라고 하는 글에서 글투나 글결이나 글씨는 대수롭지 않다. 실험시이든 서정시이든 무엇이 대수로울까. 어떤 시이든 삶을 노래하기 마련이다. 어떤 삶이든 시로 노래할 수 있다. 이를 알 수 있다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고, 이를 사랑할 수 있으면 누구나 시를 읽을 수 있다. 오늘 문득 새롭게 하나를 깨달았다. 두멧시골에는 아직 제비가 찾아오는데, 여느 마을은 워낙 농약을 많이 뿌리니 제비가 살아남지 못하는데, 읍내에는 자동차가 시끄럽거나 배기가스로 매캐하더라도 농약이 없으니 제비가 온통 읍내로 몰려들어서 사는구나 싶기도 하다. 마을보다 읍내에 외려 제비가 더 많다. 4348.5.10.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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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남자 시코쿠
황병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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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봐요 호오포노포노 (타이라 아이린) 판미동 펴냄, 2015.4.23.


  ‘호오포노포노’를 다룬 책이 새로 나온다. 요즈막에 새로 나온 책은 일본사람이 쓴다. 일본에서는 호오포노포노가 퍽 많은 이들 눈길을 사로잡는 듯하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여러모로 재미있다고 느낀다. 어느 대목에서는 무디고, 어느 대목에서는 또렷하다. 아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는 나도 어느 대목에서는 무디며, 어느 대목에서는 또렷할 테지. 저마다 삶이 다르고, 바람과 흙과 숲과 구름이 다르기에 이야기도 다르리라 느낀다. 그나저나, 일본사람도 호오포노포노 이야기를 책으로 써내는데, 한국사람은 이 이야기를 책으로 쓸 수 있을까? 이 같은 이야기를 책 하나로 꾸릴 만큼 기쁜 마음으로 호오포노포노를 배워서 이웃과 널리 나누려는 한국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면서 이 대목을 짚어 본다. 고마움과 사랑스러움을 느끼면서 기쁘게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잘도 잘못도 없이 아름다운 숲길이 열리리라 생각한다. 4348.5.9.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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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봐요, 호오포노포노- 부와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하와이언들의 말
타이라 아이린 지음, 김남미 옮김, 이하레아카라 휴 렌 감수 / 판미동 / 2015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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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부끄럼쟁이 (오장환) 실천문학사 펴냄, 2014.9.15.



  1918년에 태어나서 문학 한길을 걷다가 한국전쟁 언저리에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오장환 님이 있다. 이분이 쓴 동시를 남녘에서 200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보일 수 있었고, 2014년에 새옷을 입혀 다시 펴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한국 어린이를 헤아리면서 쓴 동시가 아주 뒤늦게 책으로 나온 셈이다. 《부엉이는 부끄럼쟁이》를 차근차근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 동시집이 남북 분단 때문에 아주 늦게 남녘에서 나왔는데, 분단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히지 말고 일찌감치 남녘에서도 나올 수 있었으면 남녘 어린이문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다. 북녘에서도 남녘 어린이문학을 마음껏 펴내어 남북녘 어린이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살가운 이야기꽃을 누릴 수 있었으면, 남북녘 어린이는 어떤 마음으로 자랄 만했을까 궁금하다. 아이들이 입시나 학원이나 시험이 아닌, 삶을 밝히는 노래인 이야기(시이든 동화이든 소설이든 수필이든)를 마음껏 누리도록 해야 하리라 느낀다. 요즈음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한 시골 이야기라든지 예전 문화 이야기가 섞인 동시를 읽으면서, 권태응 님 동시집도 오장환 님 동시집도 너무 늦게 책으로 나와서 아쉽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한다. 4348.5.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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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부끄럼쟁이
오장환 지음, 도종환 엮음, 곽명주 그림 / 실천문학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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