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는 달리고 달려



  통통통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린다. 산들보라가 앞장서서 달리는 길을 느긋하게 뒤따라 걷는다. 산들보라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산들보라가 먼저 달리면서 사뿐사뿐 밟아 놓은 길을 기쁘게 따라서 걷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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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길고양이를 만나서



  사름벼리는 길을 가다가 길고양이를 만난다. 이곳저곳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만난다. 곰곰이 돌아보면 나도 예전에는 사름벼리처럼 둘레를 살피면서 길고양이를 쉽게 만나곤 했는데, 요새는 웬만해서는 둘레를 안 살피고 걷는다. 아직 퍽 어려 보이는 길고양이는 처음에는 마주보다가 돌담에 올라서 마주보다가 천천히 제 갈 길을 간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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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75. 2016.7.13. 손질해서 썰기



  두 달째 알타리무김치를 먹는다. 석 달쯤 앞서 알타리무김치를 담갔기 때문이다. 머잖아 이 알타리무김치는 다 떨어질 텐데, 손질하고 헹구고 썰고 재우고 버무리는 손길은 길면서도 길지 않다. 이 예쁜 알타리무가 처음에 씨앗으로 고요히 잠들어 지내다가 흙에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던 나날을 떠올린다면 사람이 열매를 손으로 만져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빚는 일이란 대단히 수월하다고 느낀다. 날이 잘 서도록 칼을 갈고서 무를 썰다가 살짝 숨을 돌릴 적마다 생각한다. 참말 이쁘고 사랑스러운 알타리무여.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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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361. 2016.9.19. 책 좀 보려고



  책방마실을 나온다. 작은아이도 스스로 책을 보겠다면서 만화책, 그러나 학습만화가 잔뜩 쌓인 곳에 쪼그려앉는다. 집에 학습만화가 한 권도 없어도 아이들 눈에는 학습만화 그림이 먼저 눈에 뜨일까. 그럴 수도 있을 테지. 이야기와 줄거리와 생각과 기쁨을 떠나서 ‘눈을 끄는 데’에서는 학습만화가 뛰어날는지 모른다. 아무튼 책돌이는 책방에 퍽 조그맣게 폭 파묻힌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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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360. 2016.9.19. 책밭에서



  아이들이 오랜만에 순천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갔다. 집하고 서재에서와는 다른 책밭을 누리고 책내음을 맡는다. 이 책밭을 누비면서 마음에 담을 새로운 이야기를 헤아린다. 조용히, 가만히, 얌전히. 책을 손에 쥐는 사람은 더없이 부드럽고 차분하게 거듭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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