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38. 2014.4.15. 등꽃아이



  등꽃이 피었다. 늦여름부터 가으내 등나무 줄기가 얽혀 도서관 창문을 다 가린다 싶더니, 봄에는 등꽃이 찰랑찰랑 빛난다. 등꽃을 보면 등나무 줄기가 휘휘 뻗는 일을 미워하지 못한다. 치렁치렁 고운 등꽃을 한 줄기 따서 큰아이한테 건넨다. 예쁘장한 등꽃줄기를 들고는 좋아서 노래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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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20. 바람을 먹으며 (2014.4.16.)



  자전거를 달리며 바람을 먹는다. 휭휭 부는 바람을 온몸으로 먹는다. 두 아이를 뒤에 샛자전거와 수레를 붙여 태우니, 바람을 먹을 적마다 나는 끙끙 소리를 내지만, 아이들은 뒤에서 바람이 좋다며 깔깔 웃고 노래한다. 허벅지와 등허리가 뻐근하지만, 바람을 먹는 아이들 웃음과 노래를 들으면서 기운을 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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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1. 버스는 이야기터


  하루에 몇 대만 지나가는 군내버스이기에, 볼일을 보는 분들은 다 다른 마을에서 살아도 으레 비슷한 때에 버스를 탄다. 따로 자가용이 없어 서로 오가지 않다가 군내버스에서 만나면 괜히 반갑고, 반가운 나머지 읍내에 닿을 때까지 할매끼리 할배끼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수수하고 작은 이야기터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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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0. 저 먼 모퉁이에서



  저 먼 모퉁이에서 버스가 들어선다. 군내버스는 여러 마을을 구비구비 돌며 우리 마을까지 달려온다. 고개를 넘고 들길을 거쳐 바닷가를 누비면서 한 사람 두 사람 내려 주고 태워 준다. 자동차 몹시 뜸한 시골길을 차근차근 달리면서 살그마니 바람을 일으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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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3. 후박잎이 빚은 그림 2014.4.15.



  풀을 뜯다가 놀란다. 아니, 풀을 뜯다가 빙그레 웃는다. 아니, 풀을 뜯다가 찡하다. 네 철 푸른 후박나무가 떨군 나뭇잎 하나가 돌나물밭에서 멋스러운 가랑잎이 되었다. 어쩜 너는 이렇게 노랗게 물들면서 알록달록 무늬가 새겨지도록 있었니. 너는 어느 가지에서 이렇게 멋진 잎빛이 되도록 지냈니. 큰아이가 부엌에서 “아버지, 밥이 끓어요!” 하고 부르는데 하염없이 후박잎 빛깔과 무늬를 들여다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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