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61. 풀 뜯다가 민들레씨 후우 (2014.4.20.)



  풀을 뜯다가 민들레씨를 본 사름벼리는, 풀뜯기를 멈추고는 민들레씨 멀리멀리 날아가라면서 후우 하고 분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 민들레씨를 날리는데, 다 날아가지는 않는다. 꽃대에서 안 떨어지는 씨앗은 손으로 콕콕 집어서 떼어서 날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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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4. 우리 집 후박꽃 2014.4.20.



  겨울나기를 마치고 봄부터 천천히 꽃대를 올리면서 살그마니 벌어지는 후박꽃은 퍽 오랫동안 봉오리를 벌린다. 후박꽃은 옅고 여린 내음을 바람결에 실어 살살 퍼뜨린다. 벌과 나비는 후박꽃이 피어난 줄 일찌감치 알아채고 잔뜩 몰려서 노래한다. 꽃이 먼저 피고 새잎이 돋으려고 잎망울이 벌어진다. 후박꽃이 피면 벌나비가 즐겁고, 후박꽃이 지며 후박알이 맺히면 새들이 즐겁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며 잎이 푸르면, 후박나무와 살아가는 사람이 즐겁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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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5. 들바람과 숲바람



  군내버스가 제때에 들어오는 일은 없다. 으레 몇 분씩 늦고, 어느 때에는 이십 분 가까이 늦게 들어오기도 한다. 왜 늦을까. 알 수 없다.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늦는 일은 없다. 손님이 많이 타고 내리니 늦을까. 어쩌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버스를 타는 분이 거의 늙은 할매나 할배이다 보니 일부러 늦게 다닐는지 모른다.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 마을에서나 들바람과 숲바람을 쐰다. 시골이니까. 멧비탈까지 빼곡하게 밭을 일구었다 하더라도 아직 숲이 있다. 가을걷이를 마쳤어도 빈들이 아니라 풀빛이 누렇게 날리는 들이다. 고즈넉한 바람과 소리를 맞아들이면서 버스가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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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4. 버스 시간 바뀜



  시골에서 다니는 버스는 몇 시 몇 분에 지나간다는 표가 있다. 하루에 몇 대 안 지나가니 때에 맞추어 버스가 다니고, 마을사람은 이때를 살펴 버스를 탄다. 그런데, 마을 어귀 버스터에 버스시간표를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 붙여 주는 일이 없다. 군청 일꾼이나 면사무소 일꾼 스스로 시골버스를 타는 일이 없기 때문일까. 공무원은 거의 모두 자가용을 타니까 시골버스가 언제 지나가는지조차 모르지는 않을까. 답답한 마을사람이 스스로 ‘바뀐 버스 시간’을 알아내어 마을 어귀 버스터에 종이에 써서 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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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60. 골짝물에 두 발 담가 (2013.7.30.)



  골짝물에 두 발을 담그면 골짝물에서 살아가는 자그마한 물고기가 살살 헤엄을 치면서 발끝을 간질인다. 얼마나 귀여운 물고기인지 모른다. 이 물고기들을 생각한다면 골짜기에 함부로 시멘트를 들이붓지 못할 텐데, 어른들은 참 생각이 없고 눈이 없으며 마음이 없다. 시골아이는 작은 물고기를 바라보면서 예쁜 고기야, 예쁜 고기야, 하고 자꾸자꾸 노래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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