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88] Noodle Menu

 요즈음 한국땅에서는 분식집에서조차 영어사랑이 아주 마땅한 노릇이기 때문에 ‘Noodle Menu’ 같은 글월이야 아무 거리낌이 없을 뿐 아니라 몹시 귀엽게 보이기까지 한다. (4344.4.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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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87] 새봄맞이 균일가전

 편의점에서 쓰는 말이 아름답거나 싱그럽거나 깨끗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편의점 이름치고 아름답거나 싱그럽거나 깨끗하다 싶은 이름이란 찾아볼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알파벳으로 적는 서양 이름을 붙이는 편의점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편의점에서 봄을 맞이해서 뭔가를 벌이며 “새봄맞이 균일가전”이라고 이야기한다. 참으로 뜻밖이면서 참으로 놀랍다. 그렇지만 모르는 노릇이지. 올 한 해에만 이렇게 ‘새봄맞이’를 말하고, 이듬해부턴 다시금 영어사랑으로 돌아갈는지 모르리라. (4344.4.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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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63] 북스, 신간, 도서, 책

 누리신문에서 ‘책’을 다루는 자리를 보면 ‘책’이라 말하는 곳보다 영어로 ‘북’이나 ‘북스’라 쓰기 일쑤입니다. 그러면, ‘문화’라고도 적지 말고 영어로 ‘컬쳐’라 적고, ‘문화인물’이라 하지 말고 ‘컬쳐피플’이라고 할 노릇입니다. ‘언론’이라 안 하고 ‘미디어’라 적었으니까요. 그런데 ‘북스’라는 자리에 들어가면, ‘북스뉴스’부터 ‘이주의 신간’이나 ‘추천도서’나 ‘집중분석 이책’이라는 이름이 보입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차림판일까요.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쓰면서 말놀이를 하겠다는 뜻일까요. 책은 책이 아니라는 소리인가요. 뒤죽박죽 얼기설기 얼렁뚱땅입니다. (4344.4.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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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52] 긴치마

 아이 어머니가 뜨개질로 아이 입을 치마를 떠 줍니다. 길다 싶은 치마로 뜨지 않았을 테지만 아직 아이한테는 퍽 깁니다. 아이는 긴치마를 입고는 즐겁게 뜁니다. 할머니·할아버지가 한복을 사 줄 때에 치맛자락이 자꾸 발에 밟히니 손으로 치맛자락을 살짝 잡고 걷거나 뛰라 말했더니, 아이는 이 말을 곧바로 알아듣고는 긴치마를 입고 다닐 때에는 으레 치맛자락을 잡고 움직입니다. 치마라면 다 좋으니까 긴치마이며 짧은치마이며 깡똥치마이며 다 좋아합니다. 아버지가 웃도리를 입으면 웃도리를 보고도 치마라 말하며 두 손으로 꼭 잡고는 밑으로 죽 내리려고 합니다. 아침에 문득 어느 한국어사전 하나를 펼치다가 ‘롱스커트’라는 낱말이 실렸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해 봅니다. 한국어사전이라 하지만 ‘롱스커트’와 ‘미니스커트’ 같은 영어는 실으면서 막상 ‘짧은치마’ 같은 한국말은 안 싣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면서 아이가 입은 치마가 길면 ‘긴치마’라 말하고, 아이가 입은 치마가 짧으면 ‘짧은치마’라 말하지만, 이런 치마 하나조차 한국말로 옳게 밝히며 적기가 힘들구나 싶습니다. 바지도 그래요. 아니, 바지는 아예 ‘긴바지’도 ‘짧은바지’도 한국어사전에 못 실립니다. (4344.4.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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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51] 흙일꾼

 집에서 살림을 하기에 살림꾼입니다. 살림꾼은 집일만 하는 사람을 일컫지 않습니다. 집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집일꾼이에요. 살림을 하기에 살림꾼이라고 따로 일컫습니다. 흙을 만지면서 일을 한다면 흙일꾼입니다. 아직 어설프면서 어리숙하게 텃밭을 돌보는 저 같은 사람은 흙일꾼이라는 이름조차 부끄럽기에, 섣불리 흙일꾼이라 밝히지는 못하고 흙놀이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덧 스무 해 즈음 글을 쓰며 일을 했기에 글일꾼이라 할 만한데, 사진으로도 일을 하니까 사진일꾼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일을 한대서 일꾼이지만, 일만 한다면 나 또한 기계와 마찬가지로 맥알이 없거나 따스함 없는 목숨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집일꾼에서 집살림꾼으로 거듭나는 한 사람이 되고자 힘쓰려 합니다. 흙놀이에서 흙일꾼으로 거듭난다면 나중에는 흙살림꾼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집일꾼에서 집살림꾼이 되고, 책일꾼에서 책살림꾼으로 다시 태어난다든지, 글일꾼에서 글살림꾼으로 거듭 꽃피운다면, 나한테 고운 목숨을 베풀어 준 우리 어버이한테 기쁨과 사랑을 갚는 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4344.4.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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