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렴 收斂


 수렴이 심하여 민심이 동요되옵고 → 끔찍히 걷어서 사람들이 싫어하고

 여론 수렴 → 뭇뜻 모으기 / 목소리 듣기

 의견 수렴에 들어가다 → 뜻을 추리려 하다 / 생각을 들으려 하다

 다른 의견들이 하나로 수렴되다 → 다른 길을 하나로 모으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 여러 뜻을 뭉쳐 / 여러 뜻을 받아 / 여러 뜻을 갈무리해


  ‘수렴(收斂)’은 “1. 돈이나 물건 따위를 거두어들임 2. 의견이나 사상 따위가 여럿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하나로 모아 정리함 3. 방탕한 사람이 몸과 마음을 단속함 4. 오그라들게 함 5. 조세 따위를 거두어들임 6. [물리] 광선, 유체, 전류 따위가 한 점에 모이는 일 ≒ 수속(收束) 7. [생물] 동식물의 계통이 다른 군(群)이 같은 환경에 적응한 결과, 닮은 형질을 나타내며 진화하는 일.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유대류(有袋類)의 여러 종류는 다른 대륙의 포유류와 비슷하다 8. [수학] 수열에서, 어떤 일정한 수의 임의의 근방에 유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항이 모여 있는 현상 9. [수학] 함수 f(x)가 있을 때, 어떤 일정한 수의 임의의 근방에 a의 근방에 있는 모든 x의 함숫값이 모여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낱말책에는 여덟 가지 뜻풀이가 나오지만 막상 이처럼 널리 쓰는 낱말은 아니지 싶고, 얼마든지 손볼 만합니다. ‘걷다·거두어들이다·거두다·갈무리’나 ‘모으다·모이다·모둠길·그러모으다’로 손볼 만하고 ‘뭉치다·받다·버무리다·섞다’라든지 ‘나누다·노느다·도리다’로 손볼 수 있어요. ‘가다·가깝다·긷다·되다’나 ‘닿다·담다·맞닿다·잇닿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추스르다·추리다·추렴살피다’나 ‘같이내다·함께내다’로 손보고, ‘듣다·오냐·네·끄덕이다’나 ‘하나되다·한곳보기·외길보기’로도 손봅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수렴’을 넷 더 싣는데, 다 털어내어도 됩니다. ㅅㄴㄹ



수렴(水廉) : [민속] 무덤 안에 물이 괴어 송장이 해를 입음

수렴(水簾) : 물의 발이라는 뜻으로, ‘폭포(瀑布)’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

수렴(垂簾) : 1. 발을 드리움. 또는 그 발 2. [역사] = 수렴청정

수렴(繡簾) : 무늬를 놓아 드리운 발



삶이라는 외길을 나타내기 위하여 작가는 세상의 온갖 것을 다 수렴해야 합니다

→ 삶이라는 외길을 나타내고자 글쓴이는 온누리 온갖 것을 모아야 합니다

→ 삶이라는 외길을 나타내고자 글쓴이는 온누리 온갖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 삶이라는 외길을 나타내려고 글쓴이는 온누리 온갖 것을 거두어야 합니다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박경리, 현대문학, 1995) 303쪽


2부작 장편으로 도저하게 수렴되고 있는 까닭이다

→ 두 자락으로 길게 그러모으는 까닭이다

→ 두 걸음으로 길게 갈무리하는 까닭이다

《이상문학상 21년》(김승옥, 문학사상사, 1997) 297쪽


최근에는 동네도서관으로 명칭이 수렴되었는데

→ 요즘은 마을책숲으로 이름을 모으는데

→ 요새는 마을책터라는 이름을 쓰기로 하는데

→ 요새는 마을책밭으로 삼기로 하는데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이소이 요시미쓰/홍성민 옮김, 펄북스, 2015) 53쪽


대량의 정보를 수렴할 수 있지만

→ 이야기를 잔뜩 모을 수 있지만

→ 살림을 잔뜩 받을 수 있지만

→ 줄거리를 잔뜩 거둘 수 있지만

→ 속내를 잔뜩 갈무리할 수 있지만

《블랙 벨벳》(온다 리쿠/박정임 옮김, 너머, 2018) 49쪽


수렴적 집중이란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한마음으로 초점을 좁혀서 집중하는 것이다

→ 온모으기란 오직 하나에만 마음을 좁혀서 모으기이다

→ 온갈무리란 오직 하나에만 마음을 좁혀서 모으기이다

《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조 디스펜자/추미란 옮김, 샨티, 2019) 160쪽


사회의 모든 구조는 책으로 수렴되고, 수렴된 모든 결과는 결국 삶으로 연결된다

→ 온누리 모든 길은 책으로 가고, 이 모두는 다시 삶으로 온다

→ 둘레 모든 바탕은 책으로 담고, 이 모두를 늘 삶으로 잇는다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이성갑, 스토어하우스, 2020) 265쪽


0에 수렴되던 자전거에 대한 흥미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 0에 가깝던 두바퀴인데 다시 마음이 갔다

→ 두바퀴에 아무 마음이 없다가 새로 생겼다

→ 두바퀴는 안 쳐다보았는데 문득 눈이 갔다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강민영, 자기만의방, 20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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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5 : -의 결혼 감정 갖고 계셔


삐뽀 씨의 결혼에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계셔

→ 삐뽀 씨가 짝을 맺어서 안 좋아하셔

→ 삐뽀 씨네 꽃살림을 못마땅해 하셔

《보노보노 23》(이가라시 미키오/서미경 옮김, 서울문화사, 2004) 110쪽


가까이 있는 사람이 맺은 짝을 안 좋아할 수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꽃살림을 차릴 적에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우리말 ‘마음’이나 ‘느끼다’를 한자로 옮겨 ‘감정’으로 적으려다 보니, “안 좋아하셔”를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계셔”처럼 잔뜩 늘립니다. “-고 있다”로 군더더기를 붙이는데, 올림말까지 잘못 붙이는군요. “-고 있다”를 ‘계시다’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올림말이지 않아요. ‘-시-’는 “안 좋아하셔”나 “못마땅해 하셔”처럼 넣어야 알맞습니다. ㅅㄴㄹ


결혼(結婚) :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

감정(感情)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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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6 : 그 큰 콤플렉스를 -고 있


나는 그 일에 가장 큰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창피했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부끄러웠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아팠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찔렸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들의 장난감 2》(오바나 미호/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4) 257쪽


어느 일이 창피하거나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일이야말로 아프거나 찔릴 수 있어요. 남보다 모자라거나 못한다고 여기니 힘들거나 고단해요. 그렇지만 위나 아래를 따지지 않는다면, 내가 낮거나 네가 높지 않은 줄 알아볼 수 있다면, 이 삶을 사랑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이라면, 말을 더듬든 글씨가 삐뚤거리든, 늘 우리 마음을 고이 펴고 고스란히 나누면서 환하게 웃음을 짓습니다. ㅅㄴㄹ


콤플렉스(complex) : [심리]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 융은 언어 연상 시험을 통하여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 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러운 연상 내용 따위가 이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강박 관념’, ‘열등감’, ‘욕구 불만’으로 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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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7 : 많은 책 가진 독서광


이렇게 많은 책을 가진 사람은 어릴 때부터 독서광이지 않았을까

→ 이렇게 책이 많으면 어릴 때부터 책벌레이지 않을까

→ 이렇게 책이 많으면 어릴 때부터 글사랑이지 않을까

《책이 좀 많습니다》(윤성근, 이매진, 2015) 13쪽


책이 많을 적에는 “책이 많다”라 합니다. “책이 많이 있다”라 하기도 합니다. “많은 책을 가지다”는 잘못 퍼진 옮김말씨입니다. 돈이 많으면 “돈이 많다”라 합니다. “많은 돈을 가지다”도 잘못 쓰는 옮김말씨예요. 오늘날에는 집에 책을 많이 두지만, 어릴 적에는 책을 거의 안 읽거나 모르던 분이 있어요. 어린이 책벌레가 어른 책사랑으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노래하며 놀던 아이가 글사랑에 책사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ㅅㄴㄹ


독서광(讀書狂) : 책에 미친 듯이 책을 많이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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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6.5.

오늘말. 무늬한글


우리가 쓰는 모든 물은 흐르고 흘러서 갯벌에 이른 뒤에 바다로 스며듭니다. 뭍에서 정갈하게 살림을 짓는다면 개펄이 깨끗하고 바다가 맑아요. 뭍부터 어지럽게 뒹굴거나 망가뜨리면 뻘도 몸살을 앓고 바다도 고단합니다. 한쪽만 튼튼하지 않습니다. 몇몇만 나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살짝 앓거나 아프더라도 으레 모든 곳으로 퍼져서 나란히 고단합니다. 우리한테는 한글이 있는데, 어쩐지 무늬한글을 쓰는 분이 많아요. 겉보기로 사람이라는 탈이나 옷을 씌웠기에 사람이 아니듯, 무늬는 한글이되 우리글도 우리말도 아닐 수 있어요. 속살과 얼거리가 모두 알차고 아름답기에 우리글과 우리말입니다. 속빛과 매무새가 모두 참하고 착하기에 사람입니다. 슬쩍 흉내를 낸대서 사람이지 않습니다. 넌지시 이웃나라 말씨를 섞는다면 ‘한글토씨’일 뿐입니다. 이제는 이 땅도 바다도 하늘도 맑게 돌보는 마음으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이제부터 마음도 말도 글도 밝게 가꾸는 길로 깨어나야지 싶습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피와, 구름을 이루는 비와, 이 별을 얼싸안는 바다는, 서로 다르되 하나인 숨빛입니다. 조금씩 손을 뻗어서 하나씩 가다듬어 봐요.


ㅅㄴㄹ


갯벌·개펄·뻘·펄·뻘밭 ← 간석(干潟), 간석지, 조간대(潮間帶)


토씨한글·토씨는 한글·토씨만 한글·힌글토씨·한글은 토씨·무늬한글·무늬는 한글·무늬만 한글·한글무늬·한글은 무늬 ← 국한문(國漢文), 국한문체(國漢文體), 국한문혼용, 국한문혼용체


군데·군데군데·곳·곳곳·샅·사타구니·사타리·조각·조금·몇몇·몇 곳·몇 군데·한곳·한데·한자리·한쪽·한켠·살그머니·살며시·살짝·살살·슬그머니·슬며시·슬쩍·슬슬·넌지시 ← 국부(局部), 국부적, 국소(局所), 국소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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