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화化] 단순화



 제조 공정의 단순화 → 쉽게 짓기 / 쉽게 빚기

 구조가 단순화되어 생산된 → 단출한 짜임새로 만든 / 단출하게 만든

 복잡한 결재 절차를 단순화하여 → 까다로운 마감을 줄여 / 많던 마침꽃을 줄여


단순화(單純化) : 단순하게 됨. 또는 그렇게 되게 함



  낱말책을 살피면, “단순(單純) : 복잡하지 않고 간단함”으로 풀이합니다. 그리고 “간단하다(簡單-) : 1. 단순하고 간략하다 2. 간편하고 단출하다 3. 단순하고 손쉽다”로 풀이하고, “간략하다(簡略-) : 간단하고 짤막하다”로 풀이하고, “간편하다(簡便-) : 간단하고 편리하다”로 풀이합니다. 이 모든 뜻풀이는 겹말풀이·돌림풀이일 뿐 아니라, 말장난입니다. 아니, 말을 모르기에 아무렇게나 욱여놓은 꼴입니다. 우리말로는 ‘그저·그대로·그냥·마냥·이냥’이나 ‘한낱·흔한·아무·아무렇게나·함부로’나 ‘쉽다·수월하다·가볍다·수수하다’로 손질합니다. ‘홑·낱·낱낱·하나’나 ‘단출하다·깔끔하다·굵고짧다’로 손질하고, ‘추리다·간추리다·솎다’나 ‘작다·줄다·줄줄이·짧다’로 손질해요. ‘어설프다·어수룩하다·섣부르다·어정쩡하다’로 손질할 수 있고, ‘너끈하다·넉넉잡다·넉넉하다’로 손질하지요. ‘넋나가다·어줍다·얼간이·얼나가다·얼뜨기·얼치기’나 ‘덮어놓고·무턱대고·다짜고짜·들이밀다’로 손질해도 어울리고, ‘달려들다·답치기·덤비다·들이대다·치닫다’나 ‘마구·망탕·막하다·비리다’로 손질합니다. ‘바보·멍청하다·모르다’나 ‘생각없다·설렁설렁·쑥·우격다짐’으로 손질하면 되고, ‘턱·탁·톡·툭·투박하다’나 ‘졸때기·좀스럽다·쪼르르·코흘리개’나 ‘처음·철없다·허술하다’로 손질해 줍니다. ㅅㄴㄹ



굳이 단순화해서 말하면, 아데나워의 국가는 반공주의이므로 친나치스 국가였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지 않듯이, 반공주의이므로 반나치스 국가였다고 단정 짓는 것도 옳지 않다

→ 굳이 단출히 말하면, 아데나워는 거꿀두레이므로 나치스에 붙었다고 보면 옳지 않듯이, 거꿀두레이므로 나치스를 멀리했다고 여겨도 옳지 않다

→ 굳이 줄여서 말하면, 아데나워는 두레길이 싫었으므로 나치스 쪽이라고 보면 옳지 않듯이, 두레길이므로 나치스를 등졌다고 여겨도 옳지 않다

《역사교과서의 대화》(곤도 다카히로/박경희 옮김, 역사비평사, 2006) 62쪽


문화는 점점 획일화·표준화되며 최소 공통분모의 하나로 지나치게 단순화된다

→ 삶은 자꾸 틀에 박히며 아주 엇비슷하게 투박하다

→ 삶터는 차츰 틀에 맞춰 아주 비슷비슷하다

→ 삶길은 어느새 틀에 따라 거의 똑같은 모습이다

→ 살림살이는 어느덧 틀에 박히거나 맞추어 지나치게 닮는다

→ 삶은 차츰 판에 박히거나 맞추어 지나치게 똑같다

《지금 다시 생태마을을 읽는다》(조나단 도슨/이소영 옮김, 그물코, 2011) 61쪽


자연을 담은 가장 인상적인 사진은 자칫 의례적이고 거칠고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는 것을 단순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 숲을 담은 가장 눈에 띄는 빛꽃은 자칫 뻔하고 거칠고 여러모로 어지러울 수 있는 모습을 단출히 보여준다

→ 수풀을 담은 가장 돋보이는 그림은 자칫 흔하고 거칠고 겉보기에 어지러울 수 있는 모습을 가볍게 보여준다

《내가 제일 아끼는 사진》(셔터 시스터스 엮음/윤영삼·김성순 옮김, 이봄, 2012) 29쪽


오키나와에 대한 무지의 단순화는 의식적인 회피와 냉혹한 일본인의 행태를 보여준다

→ 철없을 만큼 오키나와를 모르는 일본사람은 짐짓 등돌리면서 차갑다

→ 멍청할 만큼 오키나와를 모르는 일본사람은 아주 등지면서 매몰차다

《오키나와 노트》(오에 겐자부로/이애숙 옮김, 삼천리, 2012) 171쪽


이 모든 감각은 외부 세계의 성질을 단순화시켜 내면화하는 과정이었다

→ 이 모든 결은 바깥빛을 추려서 담는 길이다

→ 이 모든 늧은 바깥살림을 솎아서 담는 흐름이다

《과학을 읽다》(정인경, 여문책, 2016)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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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동명이인



 확인해 보니 동명이인이었다 → 알고 보니 남이었다

 동명이인을 착각하였다 → 다른이를 잘못 봤다

 두 사람은 동명이인이었다 → 두 사람은 이름은 같다


동명이인(同名異人) : 같은 이름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



  이름이 같되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낱말책을 펴면 ‘동명이인’을 “같은 이름을 가진”으로 풀이하는데, 틀린 풀이입니다. “이름을 가진”은 옮김말씨입니다. “이름인”으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아무튼 “이름만 같다·이름은 같다”라 하면 됩니다. ‘남·남남’이고, ‘다르다·다른별·다른꽃’입니다. ‘다른이·다른사람·다른놈·다른짝·다른짝꿍’이나 ‘딴·딴사람·딴놈·딴아이·딴님’이라 할 수 있어요. ‘멀다·멀디멀다·머나멀다’나 ‘뜬금없다·엉뚱하다’라 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동명이인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을까

→ 이름만 같다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까

→ 남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까

→ 다르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까

《안으며 업힌》(이정임·박솔뫼·김비·박서련·한정현, 곳간, 2022)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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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4.

오늘말. 여리다


아이는 어느 누구한테도 굽신굽신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낮추지 않고, 둘레를 떠받들지 않아요. 아이는 모든 사람과 숨결과 목숨과 살림을 고르게 바라보면서 포근하게 품습니다. 나이가 적기에 낮춤말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나이가 많기에 받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마주하니 서로 섬기면서 큰절을 올려요. 반갑게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사이라서 사근사근 구순하게 어울립니다. 조아려야 할 사람하고는 수다를 못 떱니다. 마음을 틔우고 살가운 사람이니 수다꽃을 피웁니다. 누구하고나 얘기꽃을 피운다면 온누리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누구한테느 부드러이 다가섭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보드랍게 눈길을 뻗고 손길을 내밀면서 여린 꽃잎을 쓰다듬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삶내음이 삶넋으로 번져요. 삶길을 삶글로 옮겨요. 삶결을 북돋우니 스스로 깨어나요. 대단한 나라나 사람을 우러르려 하지 말아요. 아무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아니, 대나무라면 대수롭습니다. 곧게 뻗는 대나무처럼, 꽃대가 곧고 장대가 길고 바지랑대가 튼튼합니다. 붓대를 쥐고서 우대로 글월을 띄워요. 아래대 이웃을 만나러 가요.


ㅅㄴㄹ


하루·살다·살아가다·삶·삶결·삶글·삶넋·삶얼·삶내음·삶빛·수다·수다꽃·얘기·얘기꽃·나날살이·날·일·일살림·부드럽다·보드랍다·여리다·구수하다·구성지다·구순하다·조용하다·따뜻하다·따사롭다·포근하다·아늑하다 ← 서정적(抒情的/敍情的)


굽신굽신·굽실굽실·깎음말·낮추다·낮춤말·떠받들다·받들다·모시다·모심길·모심손·섬기다·섬김길·섬김손·올리다·올려주다·올림질·올림길·우러르다·우러러보다·조아리다·작은절·절·큰절 ← 사대(事大), 사대주의, 사대사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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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4.

오늘말. 일곱빛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볼 적에 일곱빛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지개는 일곱빛으로만 이루지 않아요. 고루고루 보노라면 흰빛이 곳곳에 있고, 테두리로도 감쌉니다. 뭇빛을 아우르는 흰빛이 흐르니, 곰곰이 짚자면 여덟빛이라 해야 어울릴 수 있습니다. 더 따지면 어느 곳에나 고요히 감는 검정(감장)이 서리게 마련이라, 아홉빛일 만해요. 또한 물빛처럼 속을 환하게 비추거나 담는 맑빛(맑은빛)이 있으니, 열빛이라 해도 될 테지요. 이래저래 보면 모든 숨빛은 온빛이자 너른빛이자 푸른빛입니다. 푸르게 우거진 숲도 푸른빛이요, 우리 목숨도 풀꽃빛입니다. 낭떠러지에 치닫는 듯한 고단한 하루도, 고빗사위를 넘어선 후련한 하루도, 길을 잃고 떠내려가는 하루도, 헷갈리고 헝클어지면서 휩쓸리는 하루도, 저마다 알록달록 곱게 반짝이는 하루빛입니다. 지쳐서 쓰러질 적에도 살림빛이에요. 곯아떨어지지요. 꿈나라를 헤매요. 마치 벼랑 같지만, 아니 벼락을 맞고서 자빠졌지만, 푹 쉬고서 새삼스레 일어나서 하늘꽃을 헤아리는 길을 나섭니다. 재주꾼은 아니고 솜씨꾼도 아니지만, 훌륭히 하지는 못 하지만, 아직 눈부시지 않지만, 하나씩 다독입니다.


ㅅㄴㄹ


헤매다·헝클다·헷갈리다·휩쓸리다·휩싸이다·길잃다·길을 잃다·잃다·떠내려가다·벼락·벼랑·고비·고빗길·고빗사위·고비앓이·낭떠러지·벼랑·벼랑끝·벼랑길 ← 조난


고루빛·고루숲·두루빛·두루숲·너른빛·너른숲·뭇목숨·뭇숨결·뭇빛·온빛·온숲·푸른빛·푸른숲 ← 생물다양성, 종다양성, 다양성


무지개새·알록새·온빛·온빛새·무지개·일곱빛·일곱빛깔·반짝이다·빛나다·눈부시다·아름답다·곱다·알록달록·잘하다·솜씨꾼·재주꾼·좋다·훌륭하다·하늘꽃·한꽃·고운꽃 ← 팔색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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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4.

오늘말. 횃불


크고작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아침을 알리는 빛줄기가 마당으로 드리우고 마루로 퍼져서 칸칸이 스밉니다. 아침빛을 길잡이로 삼아서 하루를 엽니다. 부엌일을 하고, 여러 살림을 건사합니다. 오늘은 다들 밥을 얼마나 먹으려나 얼추 헤아리면서 쌀을 일어서 불립니다. 넉넉히 먹을 듯싶으면 부피를 늘립니다. 모두 일어나서 오늘을 누리면 찬찬히 밥을 지어서 그릇에 담아요. 모든 나라는 고개를 넘습니다. 마을도 집도 고갯길을 넘습니다. 갈림길에 선다면 횃불을 찾을 만하고, 잿길을 넘기에 버거우면 가까이 풀밭에 앉아서 다리를 쉽니다. 어느 무렵까지 닿아도 될 테지만, 좀 쉴 수 있습니다. 길눈을 밝혀 느긋이 걸어요. 둘레를 보며 천천히 누립니다. 따로 믿거나 거룩하게 모시지 않습니다. 주제를 알면 되고, 알맞게 지으면 넉넉해요. 하늬녘에서 부는 바람을 맞이하고, 새녘으로 오르는 별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저마다 저대로 살림을 추스르면서 느낌을 담고 생각을 가다듬어 글을 써요. 이 글을 모으면 보금책을 이루는데, 사랑을 펴는 길꽃이기에 으뜸책으로 삼아요. 자, 기운을 차렸으면 다시 걸어요. 이제 거의 다 온 듯싶습니다.


ㅅㄴㄹ


만큼·만한·-짜리·가까이·거의·즈음·쯤·-뻘·새·둘레·-대로·언저리·맞다·알맞다·주제·바·녘·딴·느낌·제길·남짓·나문·무렵·안팎·앞뒤·어찌·얼마·얼마나·얼추·그릇·주머니·폭·부피·크기·크고작다·한 ← 정도(程度)


거룩글·거룩책·거룩하다·믿음글·믿음책·길잡이·길님·길잡이불·꼭두책·으뜸책·불빛·불빛줄기·횃불·빛·빛살·빛발·빛줄기 ← 바이블, 성서, 성경, 경전


나라·나라흐름·고개·고비·재·고갯길·고빗길·잿길·둘레·마당·판·누리·길·길눈·길꽃 ← 시국(時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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