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8.

오늘말. 해롱


왜 이렇게 엉터리 같느냐고 핀잔을 하면 고개를 넙죽 숙입니다. 받아들여야지요. 엉클어진 모습을 뉘우치고, 어그러진 자리를 되새깁니다. 자꾸 엇가락이라며 나무라면 꾸벅 절을 합니다. 해롱거리건 메롱거리건 우리 몸짓입니다. 아직 앞뒤가 안 맞아 어설픈데다가 저지레가 잇달더라도 차근차근 보듬습니다. 새로 여미고 다시 끌러서 하나씩 건사합니다. 일을 그르칠 적마다 옛날 옛적을 떠올립니다. 목을 가누던 아기 무렵을 그리고, 아장아장 걸음을 떼던 하루를 곱씹어요. 넘어지기에 울기보다는, 넘어지니까 다릿심을 기르려고 용쓰던 어린 나날을 생각해요. 맞지 않으니 고칩니다. 알맞지 않으니 손봅니다. 헛발을 일삼은 나를 끌어안습니다. 허탕을 치는 너를 보살핍니다. 어제까지만 사달이 아닌, 오늘도 영 말썽이라면, 남들보다 우리 스스로 섭섭하고 아파요. 다시금 꿈을 그려서 품고, 거듭거듭 별빛을 모시면서, 이튿날부터 펼칠 이야기를 가다듬습니다. 또 틀린다면 또 쓰다듬어야지요. 자꾸 틀어지면 지며리 어루만져요. 솜씨가 모자라서 일을 맡기 어렵다고 하니, 더욱 갈닦습니다. 한 손에는 땀방울을 놓습니다. 다른 손에는 노래를 둡니다.


ㅅㄴㄹ


놓다·두다·품다·모시다·보듬다·보살피다·받다·받아들이다·받아주다·맡다·건사하다·맞다·맞아들이다·묶다·가두다·여미다·끌다·끌어가다·끌어내다·끌어안다·끌어오다·끌어들이다 ← 유치(留置)


곱새기다·넘겨짚다·스스럽다·그르치다·그릇·그릇되다·그릇하다·글잘못·말잘못·말썽·말썽거리·사달·잘못·저지레·맞지 않다·안 맞다 1·알맞지 않다·올바르지 않다·앞뒤 안 맞다·앞뒤 다르다·앞뒤 어긋나다·옳지 않다·안 옳다·잘못 알다·잘못 보다·어그러지다·어긋나다·메롱·메롱거리다·해롱·해롱거리다·엇가락·엇나가다·엇가다·엇말·엉클다·엉뚱하다·엉터리·헝클다·틀리다·틀어지다·허방·허튼·헛것·헛발·헛물·헛속·여기다 ← 오해(誤解)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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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8.

오늘말. 처지다


이미 무너졌으면 손쓸 길이 없습니다. 벌써 떠내려갔지만 주저앉기보다는 다시 일어섭니다. 가라앉은 마음을 추스릅니다. 기운이 풀리고 다리가 떨리지만, 흐물거릴 수만은 없어요. 흔들릴수록 기운을 차리고, 힘을 잃을 만하구나 싶기에 다부지게 섭니다. 어느 하루는 훅 처집니다. 나뒹구는구나 싶고, 벼랑에 몰린 셈입니다. 사위는 불꽃을 물끄러미 보면서 생각합니다. 바닥까지 우르르 쓸리니까 더 깊이 들어가고, 밑부터 다시 쌓을 수 있어요. 꼼짝없이 내려앉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빚잔치는 머잖아 빛잔치로 피어나게 마련이고, 휘청이는 다리는 천천히 일으키면 됩니다. 스물스물 끌려가는 늪일 수 있어요. 기우뚱하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고비를 못 넘고 사그라든다든지, 털썩 자빠질 만하지요. 어디로 가야 할는지 몰라 헤매고, 또 헷갈리기까지 하는데, 바다밑에서 헤엄치는 숱한 이웃을 떠올려 봅니다. 땅바닥에서 잎을 내놓으며 새봄을 그리는 풀꽃을 헤아립니다. 겨우내 수그러들기에 땅심을 북돋았어요. 톡톡 떨어지는 빗물이 온누리를 싱그럽게 살립니다. 낮은 곳에 있으니 하늘을 바라봅니다. 새삼스레 첫걸음을 떼면서 바람을 쐽니다.


ㅅㄴㄹ


가라앉다·갈앉다·가파르다·강파르다·고비·구렁·수렁·진구렁·진창·늪·기운없다·기운꺾다·기운잃다·기운빠지다·기운풀리다·힘없다·힘잃다·힘겹다·힘빠지다·기울다·기우뚱·깎아지르다·꺾이다·뒤뚱·나뒹굴다·뒹굴다·낮다·헤매다·헷갈리다·내려가다·내려앉다·내려오다·떠내려가다·떨어지다·떨구다·떨어뜨리다·한물가다·무너지다·밑지다·벼랑·벼랑끝·빚·빚잔치·빚지다·처지다·축·사그라들다·수그러들다·사위다·어렵다·손쓸 길 없다·어쩔 길 없다·꼼짝없다·꼼짝 못하다·와르르·우르르·폭삭·잠기다·주저앉다·털썩·털푸덕·휘청·후달·후덜덜·흐물거리다·흔들리다 ← 저하(低下), 의욕저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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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46 : 두서없고 뜬금없이



물론 두서없고 뜬금없이

→ 뭐 뜬금없이

→ 아무튼


두서(頭緖) : 일의 차례나 갈피

두서없다(頭緖-) : 일의 차례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뜬금없다 : 갑작스럽고도 엉뚱하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인 ‘두서없다’라는데, “두서없고 뜬금없이”는 겹말입니다. ‘뜬금없이’ 한 마디만 하면 되어요. 그런데 보기글은 앞머리를 ‘물론’으로 열기에, “뭐 뜬금없이”나 “뭐”나 “아무튼”으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물론 두서없고 뜬금없이, 생각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쓰겠지

→ 뭐 뜬금없이, 생각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쓰겠지

→ 아무튼 생각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쓰겠지

《버티고 있습니다》(신현훈, 책과이음, 202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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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45 : 곡선으로 휘어질



곡선으로 휘어질

→ 휠


곡선(曲線) : 1. 모나지 아니하고 부드럽게 굽은 선 2. [수학] 점이 평면 위나 공간 안을 연속적으로 움직일 때 생기는 선. 좁은 뜻으로는 그 가운데에서 직선이 아닌 것을 이른다

휘다 : 1. 꼿꼿하던 물체가 구부러지다. 또는 그 물체를 구부리다 2. 남의 의지를 꺾어 뜻을 굽히게 하다



  한자말 ‘곡선’을 ‘굽은’ 금이라고 풀이하고, ‘휘다’를 ‘구부러지다·구부리다·굽히다’로 풀이하는군요. 뜬금없는 낱말풀이라 할 텐데, 이 보기글도 얄궂습니다. “곡선으로 휘어질”은 무슨 소리일까요? 우리말로 단출히 “휠”이라고만 하면 됩니다. ㅅㄴㄹ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를 상상한다

→ 언젠가 반드시 휠 곧은 길이를 그린다

→ 언젠가 반드시 휠 바른 길이를 떠올린다

《수학자의 아침》(김소연, 문학과지성사, 20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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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43 : 윤문潤文, 즉 글 다듬기



윤문潤文, 즉 글 다듬기

→ 글다듬기


윤문(潤文) : 글을 윤색함

윤색(潤色) : 1. 윤이 나도록 매만져 곱게 함 ≒ 윤식 2. 사실을 과장하거나 미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북한어] 윤택한 빛

다듬다 : 1.  맵시를 내거나 고르게 손질하여 매만지다 2. 필요 없는 부분을 떼고 깎아 쓸모 있게 만들다 3. 거친 바닥이나 거죽 따위를 고르고 곱게 하다 4. 글 따위를 매끄럽고 짜임새 있게 고치다 5. 고르지 아니한 소리를 바로 다잡다 6. 다듬이질을 하다



  한자말을 앞세우고서 우리말로 풀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더구나 보기글은 ‘윤문潤文’처럼 적으면서 한자를 자랑하는데, ‘글다듬기’라고 적으면 그만입니다. 또는 ‘글손질’이라 할 수 있어요. ㅅㄴㄹ



내가 정열을 쏟은 또 한 가지는 윤문潤文, 즉 글 다듬기였다

→ 내가 땀을 쏟은 또 한 가지는 글다듬기였다

→ 나는 또 글다듬기에 온힘을 쏟았다

→ 나는 글다듬기에도 온마음을 바쳤다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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