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44 : 그것 한 장의 종이 시작되



장(張) : 1. 종이나 유리 따위의 얇고 넓적한 물건을 세는 단위 2. 활, 쇠뇌, 금슬(琴瑟)을 세는 단위 3. 얇은 구름의 덩이를 세는 단위 4. [북한어] 누에의 씨를 세는 단위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영어라면 첫머리를 ‘그것은’으로도 열지만, 우리말씨라면 ‘그것은’도 ‘이것은’도 안 씁니다. “한 장의 종이”라는 옮김말씨는 “종이 하나”나 “종이 한 자락”으로 바로잡습니다. ‘시작되었습니다’라는 일본말씨는 ‘열었습니다’나 ‘-부터입니다’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그것은 한 장의 종이로 시작되었습니다

→ 종이 한 자락으로 열었습니다

→ 종이 한 자락부터입니다

→ 종이 하나에서 비롯합니다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쿄 매클리어·줄리 모스태드/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202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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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43 : 진도의 차이 동시다발적 -있다 사실



진도(進度) : 1. 일이 진행되는 속도나 정도 2. [교육] 학과의 진행 속도나 정도

차이(差異) :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동시다발적(同時多發的) : 같은 시기에 여러 가지가 발생하는 것

사실(事實) : 1.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일을 솔직하게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이 옳다고 강조할 때 쓰는 말



나아가는 길은 다릅니다. 먼저 갈 수 있고, 더디 갈 만합니다. 우리말로는 ‘다르다’인데, 굳이 “차이가 있다”처럼 한자말을 넣어 늘어뜨려야 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나기도 하고, 나란히 일어나기도 합니다. 같이 일어나거나 함께 일어나기도 합니다. “-고 있다”는 군더더기인 옮김말씨요, “-는 사실이다”는 군더더기인 일본말씨입니다. 글머리 “진도의 차이가”도 일본말씨예요. ㅅㄴㄹ



진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 길이 다를지 몰라도, 한꺼번에 일어난다

→ 달리 나아갈지 몰라도, 나란히 일어난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김진아, 바다출판사, 201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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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091 : 이별 고하다 한 남자



이별(離別) : 서로 갈리어 떨어짐

고하다(告-) : 1.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말하다 2. 중요한 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알리다 3. 주로 웃어른이나 신령에게 어떤 사실을 알리다

남자(男子) : 1.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 ≒ 남 2. 사내다운 사내 3. 한 여자의 남편이나 애인을 이르는 말



일본말씨인 “이별을 고하다”입니다. 우리말로는 “헤어지자는”이나 “갈라서자 하는”이나 “떠나려 하는”이나 “멀어지려 하는”으로 손질합니다. 영어라면 ‘a·an’을 꼬박꼬박 붙이지만, 우리말이라면 “한 남자”나 “한 여자”라 하지 않아요. ‘한’은 군더더기인 옮김말씨입니다. ㅅㄴㄹ



이별을 고하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 헤어지자는 사내를 만났습니다

→ 손을 흔드는 이를 만났습니다

→ 갈라서자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이근화, 창비, 2016)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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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092 : 이것 각성시킬 좋은 기회



각성(覺醒) : 1. 깨어 정신을 차림 ≒ 성각 2. 깨달아 앎 3. 정신을 차리고 주의 깊게 살피어 경계하는 태도 = 경각성

기회(機會) : 1.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 2. 겨를이나 짬



우리말은 앞말을 ‘이것·그것’으로 안 받습니다. 보기글은 “이것은 기회일지도”인 얼개인데, “이 일은 -ㄹ지도”로 손보거나 “일일지도”나 “있을지도”로 손봅니다. 한자말 뒤에 ‘-시키다’를 붙일 적에도 안 어울립니다. ‘해방시키다’가 아닌 ‘풀다·풀리다·풀려나다’로 적어야 맞고, ‘각성시키다’가 아닌 ‘깨다·깨우다·깨어나다’나 ‘눈뜨다·일어서다’로 적어야 맞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 글월처럼 “좋은 무엇” 같은 옮김말씨가 번집니다만, ‘좋은’은 그저 덜면 됩니다. ‘기회’란 “좋다고 여길 틈”이나 “알맞다고 여길 때”이기에 “좋은 기회”는 겹말이기도 합니다.



이건 오반을 각성시킬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 오반을 깨울 일일지도 몰라

→ 오반이 일어설 틈일지도 몰라

→ 오반을 틔울 수 있을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눈뜰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철들는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느낄는지도 몰라

《드래곤볼 슈퍼 22》(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4)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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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체계적


 체계적인 이론 → 알찬 길 / 틀선 이야기 / 살뜰한 말

 체계적 책읽기 → 알뜰히 책읽기 / 찬찬히 책읽기

 체계적인 평가 → 곰곰이 따짐 / 가만히 다룸

 체계적인 학습 → 하나씩 배우기 / 차근차근 익힘

 체계적 사고 → 단단 생각 / 탄탄 생각 / 틀잡힌 생각 / 야무진 생각

 체계적 연구를 통하여 얻어진 → 차근차근 짚어서 얻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 차곡차곡 갈무리했다 / 차근차근 놓았다


  ‘체계적(體系的)’은 “일정한 원리에 따라서 낱낱의 부분이 짜임새 있게 조직되어 통일된 전체를 이루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말뜻처럼 “짜임새 있게”로 손볼 만한데, ‘짜임새있다’를 한 낱말로 삼아 보아도 어울립니다. 또는 ‘틀잡다·틀짓다·틀서다’를 새롭게 쓸 수 있고, ‘차근차근·차곡차곡·찬찬히·하나씩’이나 ‘단단하다·든든하다·탄탄하다·튼튼하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땋다·깁다·꿰맞추다·뭉치다’나 ‘길·골·곬·대·뼈대’나 ‘낱낱·가만히’로 손볼 수 있고, ‘살뜰히·알뜰히·알차다·빈틈없이’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다부지다·야멸차다·야무지다’로 손보거나 ‘얼개·얼거리·틀·틀거리’로 손보고, ‘줄거리·줄기·자리·판’이나 ‘여미다·엮다·가다듬다·추스르다’로 손볼 만합니다. ㅅㄴㄹ



일반적으로 음양오행설은 전통 중국에서 자연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고 인정되는 데 반하여

→ 으레 고루거리는 옛 중국에서 숲살림을 차근차근 풀이해 왔다고 여기지만

→ 흔히 두루거리는 오랜 중국에서 숲빛을 알뜰히 밝혀 왔다고 보지만

《동·서문명과 자연과학》(김필년, 까치, 1992) 51쪽


이원수 동화를 체계적으로 읽으면

→ 이원수 꽃글을 차근차근 읽으면

→ 이원수 글을 가만히 읽으면

→ 이원수 이야기를 하나둘 읽으면

→ 이원수 얘기를 찬찬히 읽으면

《우리 동화 바로 읽기》(이재복, 소년한길, 1995) 255쪽


체계적인 운영이 될 수 있었다

→ 알뜰히 꾸릴 수 있다

→ 차곡차곡 이끌 수 있다

→ 틀을 잡아 다스릴 수 있다

→ 찬찬히 여밀 수 있다

→ 하나하나 돌볼 수 있다

《마이 브라더스 팜》(더그 존스/이진혁·박여라 옮김, 시금치, 2005) 35쪽


슈타이너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잘 배웠다는 게 아니라

→ 슈타이너 넋을 잘 배웠다기보다

→ 슈타이너 마음을 탄탄하게 배웠다기보다

→ 슈타이너 빛살을 차근차근 배웠다기보다

《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 샨티, 2005) 32쪽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제거했습니다

→ 벼슬꾼을 차근차근 죽였습니다

→ 감투꾼을 하나하나 죽였습니다

→ 벼슬잡이를 한 사람씩 죽였습니다

→ 감투잡이를 하나씩 죽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아룬다티 로이/정병선 옮김, 시울, 2005) 50쪽


그러면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인식하기 전에 ‘똑같지 않은 놈이 한 놈 정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

→ 그러면 알맞게 바르게 차근차근 헤아리기 앞서 ‘똑같지 않은 놈이 한 놈은 있다’고 보여주는 일이

→ 그러면 반듯하게 찬찬히 하나하나 생각하기 앞서 ‘똑같지 않은 놈이 한 놈쯤은 있다’고 보여주기가

《후퇴하는 민주주의》(손석춘과 일곱 사람, 철수와영희, 2009) 207쪽


아예 체계적인 훼손에 앞장서는 후안무치의 행태?

→ 아예 앞장서서 차근차근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짓?

→ 아예 앞장서서 하나하나 망가뜨리는 뻔뻔한 모습?

→ 아예 앞장서서 자근자근 망가뜨리는 부라퀴?

→ 아예 앞장서서 착착 망가뜨리는 볼썽사나운 모습?

→ 아예 앞장서서 골고루 망가뜨리는 괘씸한 모습?

《나쁜 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래피 1996-2009》(마르타 쿠를랏/조영학 옮김, 가쎄, 2009) 79쪽


한 단계씩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 한 걸음씩 배우기로 했다

→ 하나씩 배우려 했다

→ 차근차근 배웠다

→ 하나하나 배웠다

《문숙의 자연 치유》(문숙, 샨티, 2015) 65쪽


누군가가 체계적으로 훈련하며 운동하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 누가 짜임새있게 배우며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 누가 틀에 맞춰 땀흘리며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 누가 틀을 세워 갈닦으며 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 누가 틀을 잡고 다스리며 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 누가 차근차근 갈고닦으며 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아직 끝이 아니다》(김연경, 가연, 2017)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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