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57] HOME, BACK, TOP

 오늘날 ‘HOME’, ‘BACK’, ‘TOP’ 세 가지 영어를 못 알아들을 어린이나 푸름이나 젊은이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이든 어른 가운데에는 이 손쉽다 할 만한 영어를 모를 분이 있겠지요. 컴퓨터이니 인터넷이니 낯익지 않은 어른한테도 이 손쉬운 영어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고요. 그러나, 인터넷에 마련하는 집인 누리집을 만드는 사람은 모두 젊은 사람이며, 누리집을 만드는 사람은 영어를 웬만큼 할 줄 알며, 한글보다 알파벳으로 꾸미는 누리집이 한결 어여쁘거나 멋스럽다고 여깁니다. 누리집을 꾸미는 일을 ‘꾸민다’ 하지 않고 ‘디자인한다’ 하고 말합니다. 우리 말 “처음으로, 뒤로, 위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누리집에 이 같은 우리 말 세 마디를 찬찬히 적어 넣는 모습은 찾아보기 몹시 어렵습니다. (4344.3.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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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46] 손잡기

 아이하고 빨래하러 가는 길입니다. 아버지는 빨래를 하고, 아이는 신나게 뛰어놉니다. 아이하고 빨래를 하러 간다기보다 아버지는 빨래를 하러 가고, 아이는 놀러 갑니다. 아이하고 집에서 길을 나설 때에 아이는 아버지를 보며 “손!” 하고 외칩니다. 손 하나를 저한테 내놓으라는 뜻입니다. 아버지는 두 손에 빨래짐과 설거지거리를 가득 들었으니 내줄 손이 없습니다. 새끼손가락 하나를 펼쳐서 달랑달랑 흔듭니다. 아이는 새끼손가락 하나로도 넉넉합니다. 아이 조그마한 손은 아버지 새끼손가락 하나를 잡아도 걱정없습니다. 멧자락 멧길을 아이하고 손을 잡으며 천천히 걸어 오릅니다. 웃마을 집에서 돌보는 짐승우리 둘레에 까마귀가 내려앉습니다. 짐승한테 주는 밥을 얻어먹으려는가 봅니다. 아이도 고개를 들어 까마귀를 바라봅니다. “까마귀야.” “까막이?” “응, 까마귀.” 새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멧길을 거닐며 아침바람을 쐽니다. 아이는 새소리를 듣고 까마귀 까만 빛깔을 바라보며 차츰 밝으며 파란 빛깔 짙게 물드는 시골하늘을 느끼겠지요. 여기에, 아버지하고 손잡고 걷는 오늘 이 길을 마음으로 받아안을 테고요. 무럭무럭 자라면 아버지하고 어깨동무도 해 줄까요. (4344.3.2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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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56] 어린이 청소년 코너

 요사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나 ‘어린이’라 말하지 않는 어른이 꽤나 많습니다. 으레 ‘키즈’나 ‘주니어’라 말합니다. 때로는 ‘영’이라고도 말할 테지요. 어린이책이든 푸름이책이든 내놓는 출판사를 살피면 ‘무슨무슨 키즈’라든지 ‘무슨무슨 주니어’라 이름을 붙이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차일드 어쩌고’를 붙이는 곳도 있어요. 왜 어린이한테 어린이라 말하지 못할까요. 왜 푸름이한테 푸름이라 말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조차 ‘코너’라든지 ‘섹션’이라든지 하는 말을 뒤에 달랑달랑 답니다. 그냥 ‘어린이책·청소년책’이라고만 해도 될 텐데요. ‘어린이·청소년 마당’이라 하든지요. (4344.3.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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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45] 개수대

 부엌에서 밥그릇이나 수저를 씻는 물을 일컬어 ‘개수’라 합니다. 부엌에서 쓴 물이 흘러 나가도록 마련한 곳을 ‘수채’라 합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이와 같은 말을 들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언제나 ‘씽크대(sink臺)’와 ‘하수도(下水道)’라는 낱말만 들었습니다. 어린 날부터 ‘싱크대’조차 아닌 ‘씽크대’와 ‘하수도’라는 낱말만 들었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으레 ‘씽크대’와 ‘하수도’라고만 말할 뿐, 달리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를 알지 못했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스물을 넘어 내 어버이 집에서 나와 홀로 살림하며 살아가던 때에 비로소 다른 사람들 입에서 ‘개수대’와 ‘수채구멍’이라는 낱말을 듣습니다. 처음으로 듣는 낱말이니 낯설었지만, 낯설다고 느끼기 앞서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온 사람인지 뿌리부터 궁금했습니다. 이제 나는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한테 ‘개수대’와 ‘수채구멍’이라는 말을 씁니다. 아이는 제 아버지 말을 귀담아들으며 “응, 개수대.”나 “응, 수채구멍.” 하고 되뇝니다. 오늘날에는 어릴 적부터 ‘개수대’나 ‘수채구멍’이라는 말을 들을 또래는 없을 테지만, 애 아버지인 나는 설거지를 개수대에서 하고 수채구멍에 개수를 쏟는걸요. (4344.3.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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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55] BookDaily

 날마다 책을 읽으며 살아갑니다. 날마다 종이로 된 책을 몇 권씩 읽고, 날마다 사람 책을 여러 권씩 읽습니다. 종이로 된 책도 책이고, 사람들 누구나 책이며, 우리 멧골집 텃밭이든 멧길이든 풀과 나무이든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저로서는 ‘날마다책읽기’나 ‘날마다책’이나 ‘늘책’으로 살아가는 셈입니다. 날마다 책이야기를 몇 꼭지씩 쓰면서 생각합니다. 대단한 글이나 대단할 글이란 없고, 살가이 나눌 글이나 따스히 나눌 글만 있다고 느낍니다. 나 스스로 대단하다 싶은 글을 쓸 수도 없을 뿐더러, 쓰려고 생각할 일 또한 없으며, 나 스스로 내가 되읽을 때에 살갑거나 따스하다 싶은 글이 되도록 힘을 써야 즐거우리라 느낍니다. 저처럼 날마다 책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꾸리는 누리신문으로 ‘BookDaily’가 있습니다. 정치 이야기를 다루는 누리신문으로 ‘Ohmynews’가 있듯이, 이곳은 ‘BookDaily’입니다. 그러나 ‘Ohmynews’라 하더라도 여느 때에는 누리신문 이름을 한글로 ‘오마이뉴스’라 적습니다. 여느 기사에 알파벳으로 이름을 쓰면 사람들이 잘 못 읽거나 걸리적거리기 때문입니다. 대문에는 큼지막한 알파벳을 씁니다. ‘북데일리’도 여느 때에는 한글로 누리신문 이름을 씁니다. 그리고 대문에는 커다란 알파벳을 씁니다. 누리신문 이름부터 영어이기 때문에 ‘북 밴’이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BookDaily’라는 이름 밑에 “매일매일 재미있는 책뉴스”가 적습니다. 뜻밖에 ‘북뉴스’라 적지 않습니다. 책을 읽어 조금이나마 생각을 깨우쳤다면 ‘책소식’이라 했겠지만, 또 ‘책행사’라는 게시판 이름을 볼 때면 ‘책뉴스’ 아닌 ‘책소식’이어야 했을 텐데, 누리신문 틀을 짜면서 알맞거나 바른 이름을 도무지 못 느끼는구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엠리치’ 같은 게시판(또는 다른 방) 이름이란 무엇을 나타낼까요. ‘아이엠리치’란 무엇일까요. 차라리 알파벳으로 적든지, 옳고 바른 우리 말로 옮겨적든지 해야지요. (4344.3.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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