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79] 마당, 게시판, 센터, 코너

 어느덧 ‘열린마당’ 같은 이름이 퍽 널리 쓰입니다. 이와 함께 ‘열린게시판’ 같은 이름도 쓰이는데, 그냥 영어로 ‘오픈캐스트’를 쓰기도 합니다. 영어 쓰기 좋아하는 버릇은 동사무소를 ‘동주민센터’처럼 바꾸고, 파출소를 ‘치안센터’로 바꾸는 데에서 엿보는데, 닭집을 일컬어 ‘치킨센터’라 하는 데도 있습니다. 이리하여 부정부패처럼 지저분한 일을 밝히자 하는 자리를 가리키는 이름을 ‘클린신고센터’처럼 붙입니다. ‘열린신고마당’이라든지 ‘맑은신고마당’처럼 이름을 붙이지 못해요. 한편, ‘센터’ 못지않게 ‘코너’라는 영어를 곳곳에 씁니다. 방송에서도 무슨 코너 요 코너라 할 뿐입니다. ‘생활공감정책코너’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이곳은 ‘게시판’이라 해도 될 텐데요. 게시판을 가르는 큰 이름이 ‘열린마당’이니까 ‘생활공감정책마당’이라 해도 됩니다. (4344.6.2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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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78] ‘사이트맵’과 ‘둘러보기’

 누리집을 죽 돌아보거나 한눈에 알아보도록 하는 자리를 일컬어 으레 영어로 ‘사이트맵’이라 이름을 붙이거나 ‘sitemap’처럼 아예 알파벳으로 적바림하곤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누리집 지도’라는 말을 쓰고, 한글학회에서는 ‘누리집 얼개’라는 말을 씁니다. 둘 모두 ‘맵(map)’을 어떻게 풀어서 쓸까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쓰는 말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느끼지만, 조금 더 헤아린다면, ‘사이트맵’이란 누리집을 한눈에 살피도록 돕는 곳인 만큼 ‘누리집 길잡이’나 ‘누리집 한눈보기’라 할 수 있고, ‘누리집 둘러보기’처럼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디지털 도서관이라는 디브러리 누리집에서는 ‘사이트맵’이라는 데에 들어가면 ‘도서관둘러보기’라는 곳이 새로 나옵니다. 여기에 붙인 말마디 ‘둘러보기’를 ‘누리집 둘러보기’처럼 쓰면 돼요. 스스로 알맞게 잘 쓰는 말이 무엇인가를 알뜰히 느끼면 좋겠습니다. (4344.6.2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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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를 사랑하는 배두나 씨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배두나 씨는 2006년에 《두나's 런던놀이》라는 책을 내놓습니다. 이윽고 2007년에는 《두나's 도쿄놀이》라는 책을 내놓고, 이듬해인 2008년에는 《두나's 서울놀이》라는 책을 내놓습니다.

 배두나 씨를 좋아하는 분이건 배두나 씨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건, 세 가지 책을 가만히 살펴본 분은 잘 알아차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배두나 씨는 ‘놀이’라는 한국말을 쓰지, ‘play’라는 영어를 쓰지 않습니다. 다만, 배두나 씨는 ‘play’를 쓰지 않으나 ‘두나's’라고 하면서 영어 말투를 씁니다.

 더 들여다보면, 배두나 씨는 여느 지식쟁이처럼 ‘-의’를 붙이지 않습니다. “두나의 런던놀이”가 아니라 “두나's 런던놀이”예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얄궂겠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오늘날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줄 뿐입니다. 가게이름은 ‘Kim's club’이지, ‘김씨의 가게’나 ‘김씨 가게’가 아니에요. 그러나, ‘김가네 김밥’이요, ‘김가의 김밥’이나 ‘김가's 김밥’이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살아가며 주고받을 한국말을 옳게 살피면서 쓸 줄 아는 곳에서는 ‘김가의 김밥’이나 ‘김가's 김밥’이 아닌 ‘김가네 김밥’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니까, 차라리 “두나's 런던play”라고 이름을 붙여야 알맞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duna's London play”처럼 모조리 알파벳으로 적든지요. 《두나's 런던놀이》를 사서 읽거나 즐기는 분 가운데 이 책에 붙은 이름을 얄궂다고 느낀다거나 잘못됐다고 여긴다거나 알맞지 않다고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책을 내놓은 출판사부터 그래요. 책마을 일꾼 스스로 가슴으로 우리 말글을 느끼지 않습니다.

 《두나's 서울놀이》를 들여다봅니다. “배두나의 취미는 베이킹과 꽃꽂이다(21쪽).” 하는 글월이 있습니다. 배두나 씨는 ‘베이킹’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나하나 따진다면, ‘빵굽기’ 아닌 ‘베이킹’을 좋아한다면 ‘꽃꽂이’ 아닌 ‘플라워잉’을 좋아해야 걸맞지 않으랴 싶습니다. “배두나는 타고난 패셔니스타다(21쪽).”라고도 하는데, 한 마디로 하자면, 배두나 씨는 ‘옷을 잘 입는 사람’이거나 ‘옷을 멋있게 입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배두나 씨는 “최근 미술에 관심이 생겼다. 친구가 스케치북에 드로잉하는 것을 보았는데(52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무가 ‘그림을 그리’지 않고 ‘드로잉’을 하기 때문에 배두나 씨가 ‘드로잉’을 좋아하겠지요. 그런데, 드로잉을 하지만 ‘미술’에 눈길을 둔다고 말합니다. 드로잉을 한다면 ‘아트’나 ‘페인텅’에 눈길을 두어야 알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헤아린다면, 사람들 누구나 그림을 그리는 종이를 묶은 것을 가리킬 때에 ‘스케치북’이라고 합니다. ‘그림책’이나 ‘그림종이책’이나 ‘그림그리기책’이라 하지 않아요.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기 모으기 또한 좋아한다는 배두나 씨는 “취미이기 때문에 하드웨어의 재미를 더욱 다양하고 느끼고(78쪽)” 싶어 한답니다. ‘하드웨어의 재미’란 ‘사진기 모으는 재미’라는 소리일 테지요.

 배두나 씨한테는 ‘절친’과 함께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131,133쪽)고 하는데, 베스트 프렌드 가운데에는 ‘넘버원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고 해요. ‘친구’와 ‘동무’와 ‘너나들이’ 같은 낱말이 있으니, 이런 낱말을 알뜰살뜰 잘 써야 한다 이야기할 수 있고, ‘사랑동무’나 ‘으뜸동무’나 ‘참동무’처럼 말할 수 있는데, 연기하는 사람들 말씨가 참 얄궂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기하는 사람에 앞서, 이 나라 행정을 다스리는 분들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같은 영어를 아무렇지 않게 읊어요. 누구를 탓한다거나 아무개를 더 나무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상 & 연우(130쪽)”처럼 쓰는 글월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and)’는 우리 말이 아닌 줄 느끼지 않거든요. 우리 말로 옳게 하자면 “원상과 연우”나 “원상이랑 연우”나 “원상하고 연우”라 해야 하는 줄 생각하지 않아요.

 “그외의 FAVORITE LIST(121쪽)” 같은 글월 또한 무어라 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인터넷창에는 ‘FAVORITE’ 아닌 ‘즐겨찾기’라는 말마디만 적히지만, 영어로 이야기하고 영어로 들으며 영어로 생각하는 멋을 찾는 사람들한테 영어를 아무 데나 쓰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삶자락이니까요.

 “엄마가 자갈로 박아 놓은 아버지의 이니셜 J.D.BAE(203쪽)” 같은 글월을 곱씹습니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교사이든 학생이든, 지식인이든 여느 사람이든, 제 이름을 ‘한글 머릿글’을 따서 쓰는 분이 몹시 드뭅니다. ‘ㅊㅈㄱ’처럼 쓰는 사람은 참으로 적어요. 그저 ‘CJG’처럼 적습니다. 책등에 적는 이름이든 공책이나 수첩에 적는 이름이든, 으레 알파벳이에요. 한글이 아닙니다. 한글이 아닌 알파벳을 적으니 ‘이니셜’이 되겠지요. ‘머릿글’이 아닙니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한테 밥을 먹기 앞서나 밥을 먹고 나서 ‘입가심’이나 ‘주전부리’를 줄 때가 있어요.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말을 하니까요. 배두나 씨로서는 “두나's 서울놀이”라 말하는 삶이기 때문에 “디저트로 마신 핫초코의 맛(227쪽)”이라고 말할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여느 사람들로서는 그저 ‘디저트’예요. 한자말로 ‘후식’이라고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배두나 씨는 “난 이곳의 브런치를 좋아한다(227쪽).”고 말하면서 무엇이 어떻게 흔들리거나 무너지는가를 헤아리거나 살필 수 없습니다.

 먹는 이야기를 덧붙이면 “산마 얹은 참치를 애피타이저로 먹은 후, 메인 메뉴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265쪽).”에서 ‘애피타이저’라는 낱말을 읽습니다. 그러니까, 먹기 앞서 애피타이저요, 먹은 다음 디저트예요. 이럴 때에는 먹기 앞서 입씻이라 하거나 먹고 나서 입가심이라 할 수 있겠지요. 먹고 나서 주전부리라 할 수 있을 테고요. 그런데, 한국사람 스스로 ‘메인 메뉴’와 ‘사이드 메뉴’를 생각하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이러한 밥차림을 가리켜야 좋을는지를 알 길이 없어요.

 이렁저렁 책을 마무리지으면서, 배두나 씨는 ‘EPILOGUE’를 쓰고 ‘THANKS TO’를 붙입니다. ‘맺음말’이나 ‘끝말’이나 ‘마무리말’이 아닙니다. ‘고마운 분’이나 ‘고마운 이름’이나 ‘고마운 사람들’ 또한 아니에요. 책 맨 마지막에는 “Written by Hooney”가 붙습니다. “since ○○○○”처럼 간판 옆에 적바림하는 글씀씀이하고 같습니다. “아무개 적음”이나 “아무개 씀”이 아닌 “Written by 아무개”예요.

 영어를 사랑하는 배두나 씨라 할 만하지만, 오늘날 사람들 말매무새를 톺아본다면 딱히 영어를 사랑한다기보다 ‘누구나 흔히 쓰는 말을 배두나 씨도 똑같이 쓸 뿐’이라 할 수 있어요. 배두나 씨 책을 내놓은 출판사 이름은 ‘중앙books’입니다. (4344.6.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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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60] 가위

 네 살 아이는 둘레 사람들 말투를 쏙쏙 빨아들입니다. 둘레 사람들이 예쁘게 말하든 밉게 말하든 아이 귀가 쫑긋할 만한 말을 하면, 이 말이 입에 찰싹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바이바이’라 하면 아이도 ‘바이바이’라 하고, 어른들이 ‘안녕’이라 하면 아이도 ‘안녕’이라 하며, 어른들이 ‘잘 가’라 하면 아이도 ‘잘 가’라 합니다. 아이가 두 살이 될 무렵부터 〈감자에 싹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 손놀이를 보여줍니다. 아이는 이내 이 노래와 손놀이를 좋아해 주었고, 툭하면 “감자에.” 하면서 함께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자고 불렀습니다. 이제 네 살이 되면서 “감자에.” 하고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자고 부르지는 않는데, 이 노래와 손놀이를 즐길 무렵, 둘레 언니나 오빠가 사진에 찍힐 때, 또 어른들이 사진을 찍으며 ‘브이’를 만드는 모습을 익히 보았습니다. 이리하여 아이는 아버지가 사진을 찍을 때에 저도 ‘브이’를 따라한다고 시늉을 해서 되게 싫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손가락으로 ‘브이’ 모양을 하면서 입으로는 ‘가위’라 말합니다. 두 살부터 세 살을 거쳐 네 살에 이르기까지, 아이는 “가아위!” 하면서 손가락 둘을 쪽 펼쳐서 얼굴에 댑니다. 그래 그래 가위야, 그렇지만 가위 좀 치워 주겠니? (4344.6.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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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77] 블로그 돌잔치 이벤트

 정부에서는 ‘블로그(blog)’를 ‘누리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고쳐쓰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름을 고쳐쓰려는 정부기관부터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무튼, 정부 어느 기관에서 꾸리는 ‘블로그’가 한 해가 된 날을 기리면서 ‘돌잔치 이벤트’를 벌인다는군요. 좋습니다. 한 해를 맞이했으니 돌잔치를 할 만합니다. 그런데, 왜 돌잔치가 돌잔치 아닌 ‘돌잔치 이벤트’여야 할까요. 차라리 ‘일주년 이벤트’라 이름을 붙이시지요. (4344.6.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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