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83] 우리교육On, 콘서트, 인문학 캠프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 이 나라 지식인은 한자를 드러내어 적었습니다. 한자를 드러내어 적는 일이 ‘글을 쓸 때에 멋과 맛을 한결 살리는 길’이라 여겼습니다. 입으로 말을 할 때에는 어떤 한자를 쓰는지 알 길이 없을 뿐 아니라, 한자를 쓰는지 안 쓰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우비’면 우비이지, 이 우비가 ‘우비’인지 ‘雨備’인지를 딱히 모르면서, 굳이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서로서로 쉽고 살가이 말을 주고받으려 한다면 ‘비옷’처럼 토박이말을 쓸 테지요. 이제 삶터가 달라지고 온누리가 뒤바뀌면서, 이 나라 지식인이 쓰는 글과 말 또한 차츰 달라지거나 뒤바뀝니다. 이제 이 나라 지식인은 한자보다 알파벳을 드러내어 적습니다. 한글로 알맞고 쉽게 글을 쓰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 말을 올바르고 살가이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콘서트’는 영어라기보다 들온말이라 할 만큼 사람들 입에 익은 낱말이지만, 곰곰이 따지면 ‘노래잔치’나 ‘노래마당’이나 ‘노래놀이판’으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캠프’라는 영어 또한 온갖 곳에 두루 쓰면서 ‘인문학 캠프’라고까지 일컫지만, ‘인문학 모임’이나 ‘인문학 얘기마당’이나 ‘인문학 말잔치’나 ‘인문학 잔치’나 ‘인문학 슬기잔치’나 ‘인문학 열린터’처럼 새롭게 이야기할 만합니다. 생각을 열 때에 삶을 열고, 삶을 열 때에 생각을 열면서, 말과 글을 함께 아름다이 열 수 있습니다. (4344.7.3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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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82] 새로고침, 날짜, 크기

 ‘인터넷 홈페이지’는 ‘누리집’으로 고쳐쓰도록 하고, ‘블로그’는 ‘누리사랑방’으로 고쳐쓰도록 하자고들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처럼 고쳐쓰는 사람은 몹시 드뭅니다. 그저 쉽게 영어를 쓰기만 합니다. 이제는 아주 뿌리를 내린 ‘블로그’이지만, 이러한 자리가 처음 생기던 무렵에는 이 영어를 그대로 써야 하는가, 마땅하다 싶은 한국말을 찾아야 하는가를 놓고 적잖이 말이 오갔습니다. 이제 와 돌이키자면 ‘누리사랑방’이라는 이름은 그다지 걸맞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마디를 아끼면서 이대로 쓸 수 있고, 새 말마디를 슬기롭게 빚어 사랑스레 쓸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하는 무언가를 가리킬 때에 ‘누리-’를 잘 살린다면, ‘인터넷 까페’는 ‘누리모임’이나 ‘누리동아리’로 손질할 만합니다. ‘인터넷 메일’은 ‘누리편지’가 되고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도 사람들이 슬기를 모은다면 알맞게 붙일 이름을 찾을 테지만, 사람들은 한국말을 빛내려는 슬기를 그닥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포털 사이트 누리편지’ 자리를 살피면, ‘새로고침’이나 ‘날짜’나 ‘크기’ 같은 말마디가 눈에 뜨입니다. ‘찾기’라 하지 않고 ‘검색’이라 한 대목은 아쉽지만, ‘다음’이라는 말마디는 반갑습니다. 조금 더 마음을 쏟는다면 ‘이전’을 ‘앞으로’나 ‘앞쪽’으로 적바림할 수 있었겠지요. (4344.7.2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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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81] 삭제, 보낸사람

 아직 꽤 여러 곳에서 제법 쓰기는 하지만, 나날이 ‘수신’과 ‘송신’이라는 한자말 쓰임새가 줄어듭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곳에 ‘보내다’와 ‘받다’라는 토박이말을 쓰는구나 싶어요. 누리편지를 ‘보내고 받’는 자리에도 으레 ‘보낸사람’처럼 적습니다. 편지봉투에 알파벳으로 ‘from’과 ‘to’를 적기도 하지만, 거의 모두 ‘보낸사람’과 ‘받는사람’으로 적습니다. 다만, 이 말마디 ‘보낸사람-보낸이’하고 ‘받는사람-받는이’가 국어사전에는 아직 안 실려요. 앞으로는 마땅히 실려야 할 테지요. 한 가지를 더 살피면, 편지가 쌓이면 편지함이 가득 차니까 때때로 지우거나 다른 곳에 갈무리해야 합니다. 누리편지를 지우려면 ‘지우기’를 눌러야 합니다. 아쉽게, 아직 어느 곳에서도 ‘지움’이나 ‘지우기’라는 말은 안 쓰고 ‘삭제’와 ‘완전삭제’라는 말만 쓰는데,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를 더 살아내면 이 말마디도 한결 쉬우면서 알맞게 거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4344.7.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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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80] 처음으로, Home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이 있습니다. 이곳 누리집에 들어갔다가 ‘처음으로’라는 이름을 봅니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home’이나 ‘HOME’이나 ‘Home’이나 ‘홈’을 쓰는데, 이곳에서는 ‘처음으로’를 쓰니 무척 놀랍습니다. 그러나, 같은 누리집 다른 자리에는 ‘Home’이라는 이름이 함께 나와요. 참으로 잘 쓴 이름 하나를 더 잘 살피면 좋을 텐데, 퍽 아쉽습니다. 그러나, 한 군데라도 알맞고 바르게 쓸 줄 알았으니, 이러한 말씀씀이를 고이 돌아보면서 사랑할 수 있으면 고맙겠어요. (4344.7.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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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65] 노을빛

 길디긴 장마가 끝났습니다. 아이 하나랑 살아가던 지난 몇 해 동안 장마철이 퍽 고단하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둘째를 낳아 이 둘째 갓난쟁이가 내놓는 오줌기저귀를 들여다보니, 참말 장마철이란 이렇구나 하고 다시금 깊이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 장마철이 끝나 무더위가 찾아올 때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끔찍한 더위라 하면서 걱정하지만, 기저귀 빨래로 죽어나던 어버이로서, 이제 눅눅한 기저귀 말리느라 한 달 가까이 고달프던 일에서 벗어나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보송보송 바싹 마르는 기저귀를 걷을 수 있는 무더위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래, 이 고마운 무더위 첫날을 지나면서 밤하늘 달과 별을 아주 오랜만에 올려다본다고 느끼며, 첫째 아이랑 함께, 야 달이 참 곱구나 여름별은 이렇게 반짝이는구나, 하고 얘기합니다. 무더위 둘쨋날에는 이야 노을빛이 저리도 예뻤구나, 구름이 붉게 물들었네, 하고 이야기합니다. 무더위 셋쨋날에는 파랗디파란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읍내를 다녀오느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리도 파랗고 어여쁜 하늘을 언제 보았니, 하고 말을 섞습니다. 흉내낼 수 없는 별빛이고, 시늉할 수 없는 햇빛이며, 따라할 수 없는 노을빛입니다. 꼭 하나 있을 착하며 따스한 사랑을 아이랑 살포시 나누자고 새삼스레 다짐합니다. (4344.7.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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