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미국말 34 : 감성(heart)

.. 자신을 야성에, 에로스에 활짝 열어 두면 감성(heart)이 있는 길에 접어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데릭 젠슨/이한중 옮김-작고 위대한 소리들》(실천문학사,2010) 191쪽

 ‘자신(自身)’이나 ‘자기(自己)’ 같은 낱말은 한자말 아닌 한국말이라 여길 만합니다. 다만, ‘나’나 ‘스스로’를 알맞게 넣어서 쓰면 한결 낫습니다. ‘야성(野性)’은 ‘들기운’이나 ‘들사람 넋’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에로스(eros)’는 영어인데 이 자리에서는 어떻게 풀어 적어야 올바를까요. 영어로 된 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이 영어를 영어 그대로 둔다면, 이러한 영어로 적힌 글을 읽는 한국사람은 골치가 아픕니다. ‘에로스’를 알맞게 풀 한국말이 없기에 이렇게 적었을까요. ‘에로스’는 한국말로 풀어서는 안 되는 낱말이라 이처럼 적어야 하나요.

 “자신을 발견(發見)하게 될 겁니다”는 “나를 볼 수 있습니다”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로 손질합니다.

 heart
  1. 심장, 가슴
  2. (감정, 특히 사랑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마음
  3. 핵심
  4. 심장[중심]부
  5. (배추, 상추 등의) 속잎

 감성(heart)이 있는 길에
→ 가슴이 있는 길에
→ 따순 가슴이 있는 길에
→ 사랑이 있는 길에
→ 포근한 사랑이 있는 길에
 …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감성(感性)’이라는 한자말을 적으면서 묶음표를 치고는 알파벳 ‘heart’를 적어 넣습니다. 한자말 ‘감성’으로 옮기기는 했어도 어딘가 아쉽다고 여겼으니 이렇게 영어 ‘heart’를 덧달아야 한다고 느꼈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에로스’라 적은 앞 대목처럼 이곳도 ‘하트’라 적을 노릇이 아닐까 궁금합니다. 어차피 번역다운 번역을 못하는 눈높이라면, ‘에로스’라 적든 ‘하트’라 적든,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으며 뜬구름을 잡도록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영어사전을 뒤적입니다. ‘하트’는 ‘심장’을 뜻하기도 하지만 ‘가슴’이나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고 나옵니다. 그래요. 이 보기글에 나오는 ‘감성(heart)’이란 바로 ‘가슴’이겠지요. ‘마음’일 테지요. 이렇게 적을 때에 뜻이나 느낌이 살짝 얕다면 ‘따순 가슴’이나 ‘따순 마음’ 또는 ‘열린 가슴’이나 ‘열린 마음’ 또는 ‘살가운 가슴’이나 ‘포근한 마음’처럼 적을 수 있어요.

 ‘사랑’이라 적어도 좋습니다. ‘따순 사랑’이나 ‘따사로운 사랑’이라 적어도 좋아요.

 저마다 마음을 열어 말삶을 북돋우면 됩니다. 저마다 사랑을 쏟아 글삶을 일구면 돼요.

 사랑이 어리는 말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마음을 따사로이 기울이며 적바림한 글일 때에 즐겁습니다. 사랑을 포근히 싣는 말일 때에 참답습니다. 마음을 너그러이 다스리면서 나누는 글일 때에 흐뭇합니다. (4344.11.25.쇠.ㅎㄲㅅㄱ)
 



 묶음표 미국말 35 : 랜드마크(landmark)


.. 호남슈퍼는 중요한 랜드마크(landmark)로, 비교적 깊숙한 동네의 분기점에서 길을 안내한다 ..  《임석재-서울, 골목길 풍경》(북하우스,2006) 32쪽

 ‘중요(重要)한’은 ‘눈에 띄는’이나 ‘빼놓을 수 없는’이나 ‘도드라진’이나 ‘모든 길과 이어지는’으로 다듬습니다. ‘비교적(比較的)’은 ‘퍽’이나 ‘매우’나 ‘제법’으로 손보고, “동네의 분기점(分岐點)에서”는 “동네 갈림길에서”나 “동네가 갈라지는 자리에서”로 손봅니다. “길을 안내(案內)한다”는 “길을 이끈다”로 손질합니다.

 landmark
  1. 주요 지형지물, 랜드마크(멀리서 보고 위치 파악에 도움이 되는 대형 건물 같은 것)
  2. 획기적 사건[발견/발명품 등]
  3. (특히 美) (반드시 보존해야 할) 역사적인 건물[장소]

 중요한 랜드마크(landmark)
→ 눈에 띄는 길잡이/길라잡이
→ 빼놓을 수 없는 길돌
→ 도드라진 길상징
→ 모든 길과 이어지는 알림자리
 …

 건축을 하는 분들이 퍼뜨렸을는지 그냥저냥 숱한 지식인이 퍼뜨렸을는지 아리송한 영어 ‘랜드마크’입니다. 영어사전에서 이 낱말을 찾으면 ‘지형지물’이라고 뜻을 밝히면서 ‘랜드마크’라고도 적습니다. “landmark = 랜드마크”라니, 영어사전 뜻풀이 하나 달기 참 수월하구나 싶습니다. “bus = 버스”일 수밖에 없다지만, “landmark = 랜드마크”로 풀이하는 한국 영어사전이라면,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한국땅에서 쓰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한국사람은 왜 이웃 한국사람이랑 한국땅에서 한국말을 주고받는가요.

 사진을 하는 사람은 ‘영어로 된 사진말’을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한국사진을 즐기는 길잡이가 되도록 알맞게 풀거나 옮겨야 합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은 ‘영어로 된 과학말’을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한국과학을 나누는 길돌이나 징검돌이 되게끔 알맞춤하게 풀거나 옮겨야 해요. 건축을 하는 사람은 ‘영어로 된 건축말’을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한국건축을 펼치는 아름다운 이음고리가 될 수 있게 알뜰살뜰 풀거나 옮겨야 합니다.

 새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새말을 빚는 말틀을 일굴 수 있습니다. 새말을 나누는 말사랑이나 말넋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낱말 하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친다면, 낱말 하나뿐 아니라 모든 삶과 꿈과 이야기마저 하찮게 여기는 매무새가 됩니다. 말투 하나 가벼이 여기며 지나친다면, 말투 하나를 비롯해 모든 사랑과 넋과 일놀이까지 보잘것없이 여기는 몸짓이 돼요.

 우리는 서로서로 좋은 이슬떨이가 되어야지요. 우리는 서로한테 반가운 이끎이가 되어야지요. 우리는 서로 슬기로운 빛줄기 비추는 씩씩한 길동무가 되어야지요. (4344.11.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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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1-26 06:54   좋아요 0 | URL
heart를 글쎄요, 우리말로 뭐라고 옮기면 좋을까 저도 생각해봅니다.
'머리가 하는 말이 아니라 가슴이 하는 말을 들어라' 이럴 때 '가슴'에 해당하는 말이 heart 이니, 한자어 '감성'보다 차라리 '가슴'이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감성'에 해당하는 영어는 따로 있으니 그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이슬떨이'란 무엇일까요?

숲노래 2011-11-26 08:05   좋아요 0 | URL
'이슬떨이'는 국어사전에 나오는 말뜻 그대로 "= 이슬받이 4", '이슬이 내린 길을 맨 앞에서 가는 사람', 곧 어렵거나 힘들거나 아직 없는 길을 맨 먼저 씩씩하게 나아가는 사람을 가리켜요.

한자말로 하면 '개척자'가 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좋은 뜻이 많이 담겼답니다~

사람들이 생각을 기울여 주면, 우리 말이며 글은 잘 살아날 텐데, 참 힘듭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44) 회한의 1 : 회한의 이 능선 동편


.. 남북으로 이어진 회한의 이 능선 동편 깎아지른 계곡 속에도 DMZ를 관통하며 강 하나가 숨어 있다 ..  《함광복-DMZ는 국경이 아니다》(문학동네,1995) 34쪽

 ‘능선(稜線)’은 ‘멧등성이’나 ­‘산등성이’로 고쳐씁니다. ‘계곡(溪谷)’은 ‘골짜기’로 다듬고 “계곡 속에도”는 ‘골짜기에도’로 다듬습니다. ‘관통(貫通)하며’는 ‘가로지르며’나 ‘꿰뚫며’로 손질합니다.

 회한(悔恨) : 뉘우치고 한탄함
   - 회한이 서린 목소리 / 그는 회한의 눈물을 남몰래 흘리었다

 회한의 이 능선
→ 아쉬움 서린 이 멧등성이
→ 아픔 서린 멧등성이
→ 아픔 맺힌 멧등성이
→ 한숨 섞인 이 멧등성이
→ 응어리진 멧등성이
→ 구슬픈 멧등성이
 …


 한자말 ‘한탄(恨歎)’은 “원망을 하거나 뉘우침이 있을 때에 한숨을 쉬며 탄식함”을 뜻한다고 해요. 한자말 ‘탄식(歎息)’은 “한숨을 쉬며 한탄함”을 뜻한다고 하는군요. 한자말 ‘회한’을 쓰는 분들이 이 낱말뜻을 옳게 헤아리려고 국어사전을 들출 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자말 ‘회한’ 낱말뜻을 찾아본 분들이 ‘탄식’과 ‘한탄’ 낱말뜻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말씀씀이를 돌아볼는지 궁금해요.

 말뜻을 곰곰이 생각하면, “회한이 서린 목소리”란 “뉘우치면서 아파하는 마음이 서린 목소리”입니다. “회한의 눈물”은 “뉘우치면서 슬퍼하는 눈물”이에요. 그런데, “뉘우치면서”라는 대목을 따로 넣지 않고 “아파하는”이나 “슬퍼하는”이라 적어도 뉘우치는 느낌이 담겨요.

 회한이 서린 목소리 → 아쉬움 서린 목소리 / 슬픔 서린 목소리
 회한의 눈물을 → 아쉬운 눈물을 / 아픈 눈물을 / 가슴 찢는 눈물을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나눌 줄 알면 좋겠어요.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땅에 두 발을 디디면서 한국말을 사랑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으면 기쁘겠어요.

 국어학자부터 국어사전을 알차게 엮지 못합니다만, 날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우리들 여느 사람부터 스스로 이 나라 말글을 어여삐 돌보면 좋겠어요. 학자나 지식인이 한겨레 말글을 옳게 사랑하지 못한다지만, 우리들 여느 사람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이 겨레 말글을 알차게 북돋우면 기쁘겠어요.

 착한 삶이 서리는 착한 말이 되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맑은 꿈이 담기는 맑은 말이 되도록 애쓰고 싶어요. 예쁜 빛이 감도는 예쁜 말이 되도록 마음쓰고 싶답니다. (4339.9.26.불./4344.10.13.나무.ㅎㄲㅅㄱ)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21) 회한의 2 : 회한의 언어


.. 부당한 이 상처들, 이 맹목의 총탄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입밖에 내뱉어야 할 것은 회한의 언어가 아니라 희망의 언어, 인간들의 몸서리쳐지는 희망의 언어인 것이다 ..  《알베르 카뮈/김화영 옮김-시사평론》(책세상,2009) 27쪽

 “부당(不當)한 이 상처(傷處)들”은 “옳지 않은 이 생채기들”이나 “올바르지 않은 이 아픔들”로 다듬고, “이 맹목(盲目)의 총탄(銃彈)들에도 불구(不拘)하고”는 “이 눈먼 총알들이 있지만”으로 다듬습니다. “내뱉어야 할 것”은 “내뱉어야 할 말”이나 “내뱉어야 할 얘기”로 손질하고, “희망(希望)의 언어(言語)”는 “희망어린 말”이나 “꿈꾸는 말”이나 “꿈이 담긴 말”로 손질합니다. “인간(人間)들의 몸서리쳐지는 희망의 언어인 것이다”는 “사람들이 몸서리치도록 바라는 꿈이 담긴 말이다”나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꿈이 담긴 말이다”로 고쳐씁니다.

 회한의 말
→ 안타까운 말
→ 한숨 섞인 말
→ 한숨 쉬는 말
→ 한숨에 젖은 말
→ 슬픈 말
→ 눈물 젖은 말
 …


 좋은 말 한 마디로 좋은 넋을 주고받습니다. 좋은 꿈 담은 말 한 마디로 좋은 사랑 실은 삶을 살찌웁니다. 귀에 달콤하게만 들리는 좋은 말은 없습니다. 좋은 말은 아름다운 삶에서 시나브로 샘솟습니다. 귀에 달콤하게만 들리는 말은 그저 달콤한 말이요, 달짝지근한 말이며, 달달한 말입니다.

 좋은 말은 달콤할 수 있지만, 달콤하대서 좋은 말이 되지는 않아요. 좋은 삶 또한 달콤할 때가 있으나, 달콤하대서 좋은 삶이 되지 않습니다. 좋게 살아가는 몸가짐으로 좋은 넋을 보듬으면서 좋은 말이 태어납니다. 좋은 말이 태어나면서 좋은 기운 솔솔 퍼뜨리는 좋은 이야기가 조곤조곤 꽃을 피웁니다.

 좋은 삶이지 못할 때에 한숨이 나옵니다. 한숨이 터집니다. 한숨이 섞이거나 한숨에 젖습니다.

 한숨에 젖으니 슬퍼요. 슬프면서 눈물에 젖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눈물바람이 됩니다.

 눈물바람 삶은 얼마나 아플까 싶습니다. 아픈 삶이란 얼마나 고달프랴 싶습니다. 고달픈 삶은 얼마나 괴로울는지요. 부디 사람들 누구나 눈물바람 아닌 웃음바람 삶이기를 꿈꿉니다. 한숨이 아닌 맑고 기쁜 숨을 쉬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나날을 누리면 반갑겠어요. (4344.10.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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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18) 있다 5 :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것처럼 뿌리를 내렸는데, 그 사이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  《호시노 미치오/김창원 옮김-숲으로》(진선출판사,2005) 15쪽

 ‘도대체(都大體)’는 ‘참으로’나 ‘참말’로 다듬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이게’나 ‘아니’를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 구멍이 뚫렸습니다
→ 구멍이 있습니다
→ 구멍이 났습니다
 …


 구멍은 뚫렸다고 말하면 됩니다. “뚫려 있는” 구멍이 아니라 “뚫린” 구멍입니다. 또는 구멍이 “났다”고 하거나 구멍이 “있다”고 하면 돼요. 구멍이 “생겼다”고 해도 됩니다. 구멍이 “보인다”고 할 수 있어요.

 어느 낱말을 넣으면서 느낌을 살릴 만한가를 헤아립니다. 어느 낱말로 내 생각을 잘 밝힐 만한가 돌아봅니다.

 찬찬히 헤아리면 빛나는 말구슬을 엮을 수 있습니다. 곰곰이 되씹으면 알뜰하다 싶은 말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만큼 빛나는 말구슬이 되고, 사랑하는 만큼 알찬 말열매가 돼요.

 땅을 딛고 서 있는 것처럼
→ 땅을 딛은 듯이
→ 땅을 딛고 선 듯이
 …


 한국사람이면서 정작 한국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못 빛내곤 해요. 한국사람이니 한국말을 슬기로이 배워야 하는데, 막상 한국사람은 한국말은 안 배우곤 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 눈높이에서 한국말을 알맞게 배울 노릇이요, 어른은 어른 삶자리에서 한국말을 알뜰살뜰 배울 노릇입니다.

 나이든 사람은 나어린 사람 앞에서 바르며 웅숭깊은 말마디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나어린 사람은 나이든 사람 앞에서 싱그러우며 따사로운 말마디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바르면서 깊은 말입니다. 옳으면서 사랑스러운 말입니다. 참다우면서 어여쁜 말입니다. 착하면서 따스한 말입니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
 

 우리 말도 익혀야지
 (919) 있다 6 : 앉아 있는데


.. 논 가운데를 지나가는 전깃줄 위에 / 물총새 한 마리 / 구경꾼처럼 앉아 있는데 ..  《임길택-나 혼자 자라겠어요》(창비,2007) 72쪽

 아이 어머니가 아이 앞에서 “하고 있는데” 같은 말투를 곧잘 씁니다. 네 살 아이는 어머니 말투를 고스란히 따라하면서 “하고 있는데”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네 살부터 이 말투를 쓴다면 앞으로 말버릇을 고치기 힘들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이러한 말버릇뿐 아니라 제 어버이가 하는 모든 삶버릇을 따라해요. 이를테면, 아이 어머니는 이녁 스스로 못 느끼는 얄궂은 말투 몇 가지가 있다지만, 아이 아버지는 나 스스로 못 느끼며 잘못 하는 몸짓이나 매무새나 일이 있습니다. 어버이로서 내가 착하게 살아갈 때에 아이 또한 착하게 살아갑니다. 어버이로서 내가 참다운 길을 걸을 때에 아이 또한 참다운 길을 걸어요.

 옳은 일과 바른 꿈과 착한 넋을 건사하는 어버이는 못 되면서 말투 하나만 번듯하게 가꿀 수 없습니다. 맑은 삶과 밝은 사랑과 고운 뜻을 돌보는 어버이는 아니면서 말마디 하나만 예쁘장하게 꾸밀 수 없어요.

 구경꾼처럼 앉아 있는데
→ 구경꾼처럼 앉았는데
→ 구경꾼처럼 앉아 노래하는데
→ 구경꾼처럼 앉아 지켜보는데
 …

 일과 놀이를 가다듬으면서 말과 글을 함께 가다듬어야 아름답습니다. 꿈과 사랑을 추스르면서 말과 글을 나란히 추슬러야 빛납니다. 넋과 뜻을 보살피면서 말과 글을 함께 보살필 때에 즐겁습니다.

 말부터 옳게 쓰자며 애쓸 수 있을 테지만, 삶부터 옳게 다스리고 삶버릇부터 참다이 다독인다면, 내 말이며 글은 시나브로 옳게 거듭나리라 생각합니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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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74) -화化 174 : 법제화하다


.. 요새는 여러 나라 정부에서 유전공학으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특별히 표기를 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어 ..  《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우리는 누구?》(한글샘,2008) 109쪽

 “유전공학으로 생산(生産)한 농산물(農産物)에 대(對)해”는 “유전공학으로 만든 곡식에”나 “유전공학으로 거둔 곡식에”나 “유전자를 건드려 거둔 곡식과 푸성귀에”로 다듬습니다. “특별(特別)히 표기(表記)를 하도록”은 “따로 알리도록”이나 “따로 적도록”이나 “따로 적어서 알리도록”으로 손봅니다.

 법제화(法制化) : 법률로 정하여 놓음
   - 법제화가 시급한 안건 /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하다 /
     이 내용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법제화하고 있어
→ 법률로 세워 놓았어
→ 법률로 못박았어
→ 법률로 밝혀
→ 법으로 밝혀
 …


 ‘법제화’ 같은 낱말은 한국말이 아닌 중국말입니다. 이른바 한문입니다. 우리가 두루 쓰는 말 “법으로 만들어 놓다”나 “법으로 세워 두다”를 한자로 엮어 일군 낱말이 ‘法(법으로) 制(만들어/세워) 化(놓다/두다)’예요.

 오늘날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쓰면서 생각을 주고받지 않습니다. 한국말보다 중국말이나 미국말이나 일본말을 두루 씁니다. 한국말 아닌 미국말인 줄 느끼지 못한다거나 한국말 아닌 일본말인 줄 깨닫지 못합니다. 한국말 아닌 중국말이지만, 그저 한국말인 듯 여기곤 합니다.

 법으로 세우다
 법으로 만들다
 법으로 두다
 법으로 놓다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법세우기’라는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법만들기’나 ‘법짓기’나 ‘법두기’나 ‘법놓기’ 같은 낱말을 일굴 수 있어요. ‘법빚기’ 같은 낱말도 살갑습니다.

 밥을 지어 밥짓기이듯, 법을 지으니 법짓기예요. 옷을 지어 옷짓기이듯 법을 지어 법짓기입니다. 꿈을 지어 꿈짓기요, 삶을 지어 삶짓기이며, 노래를 지어 노래짓기입니다.

 짓는 사람을 일컬어 ‘지이’나 ‘지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으니, ‘법지이’나 ‘법지기’라는 이름으로 법을 새로 세우는 사람을 가리킬 만해요.

 생각을 하면서 말을 엽니다. 생각을 하며 말을 여는 동안 삶을 북돋웁니다. 생각을 하며 말을 여는 동안 삶을 북돋우는 한편 꿈과 사랑을 꽃피워요. 따사로우면서 넉넉하게 함께 어깨동무하는 말이고 넋이면서 삶입니다. (4344.11.2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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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58) 네잎토끼풀


.. 이제 곧 베어질 풀이지만 그래도 조심조심 뜯어서 꽃팔찌도 만들고, 꽃잎 바람개비도 만들었다. 엮어서 안경도 만들고 꽃머리띠도 만들었다. 네잎토끼풀 찾기도 했다 ..  《강우근-동네 숲은 깊다》(철수와영희,2011) 56쪽

 어릴 적부터 토끼풀을 보았습니다. 토끼풀을 바라보며 ‘클로버(clover)’라 일컫는 동네 어른이나 학교 교사가 있었기에 중학교에 들어 영어를 배우기 앞서부터 ‘토끼풀 = 클로버’인 줄 알았습니다. 다만, 두 가지 이름이 한 가지 풀을 가리키는 줄 알면서 으레 ‘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라고만 말했어요. 그러니까, 동무들끼리 “와, 토끼풀이다!” 해 놓고는 “네잎클로버 찾아야지!” 하고 말한 셈이요, “토끼풀로 반지를 만들자.”고 하면서도 “넌 네잎클로버 찾았니?” 하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이른바 어른이라는 자리에 선 다음, 고향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여러 해 지냈습니다. 이동안 만난 다른 어른이나 이웃이나 동무들하고 토끼풀 이야기가 나올 때에 거의 모두 ‘토끼풀 = 클로버’인 줄 알아듣지 못합니다. 국어사전이든 영어사전이든 찾아보면 금세 알 텐데, 식물도감을 들여다보면 뻔히 알 텐데, 참 많은 사람들이 토끼풀이랑 클로버는 다른 풀이라고 여깁니다. 더군다나 ‘네잎토끼풀’ 같은 말은 안 쓰고, 어쩌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 도무지 못 알아듣습니다.

 세잎토끼풀
 네잎토끼풀
 닷잎토끼풀


 좋은 일을 불러들인다면서 네 잎 달린 토끼풀을 찾아 책 사이에 곱게 끼워서 말립니다. 어느 날에는 다섯 잎 달린 토끼풀을 만납니다. 흔히 마주하는 토끼풀은 세 잎인데, 세잎토끼풀도 네잎토끼풀 못지않게 예쁩니다. 잎사귀를 만지작거리는 느낌이 좋고, 꽃송이 쓰다듬는 결이 좋아요. 아침에 손가락에 반지를 걸고는 저녁에는 풀숲에 곱다시 내려놓습니다. 내 손가락과 함께 있어 주어 고맙다고 절을 합니다.

 꽃으로 만들어 꽃반지입니다. 꽃으로 엮어 꽃머리띠입니다. 꽃으로 짜기에 꽃팔찌예요. 토끼풀꽃반지입니다. 토끼풀꽃머리띠예요. 토끼풀꽃팔찌입니다.

 남녘땅 고흥 들판을 아이하고 거닐며 때때로 토끼풀을 만납니다. 네 살 아이는 토끼풀을 바라보며 “어, 이거 반지 하는 풀이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4344.1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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