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5.


《히노코 4》

츠다 마사미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6.8.25.



  우체국에 가서 책을 부친다. 빗길을 걸어 즐겁게 다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골버스 일꾼이 구시렁댄다. 시골 할매나 할배한테도, 시골 어린이나 푸름이한테도, 게다가 조용히 단추를 눌러 짐을 꾸려서 내리는 나한테도, 참말 이 시골버스에 탄 모든 사람한테 구시렁댄다. 이이 참말 삶이 힘든가 보네. 얼마나 시골버스 일꾼 노릇이 힘들면 이 시골버스에 타고 내리는 모든 사람한테 구시렁대는 말을 끝없이 늘어놓을까. 집으로 돌아오니 곁님이 케익을 굽는다! 곁님한테서 케익굽기를 배웠으나 어느새 잊었다. 오랫동안 안 하면 다 잊네. 다시 배울 노릇이다. 따끈따끈한 케익이 더 맛있는 줄 알지만 그리 배고프지 않아 나중에 먹기로 한다. 아이들은 신난다. 집케익을 먹으면 바깥케익은 너무 달고 기름져서 도무지 못 먹는다. 느긋이 쉬며 만화책 《히노코》 2∼4권을 읽는다. 1권도 주문했으나 안 오네. 5권은 언제 나올는지 까마득하네. 글씨에 힘을 불어넣어 새 숨결로 태어나도록 한다는 히노코. 거짓말이 아니라고 느낀다. 우리가 쓰는 글에도 우리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리고 《히노코》를 읽으며 일본 역사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일본에서 ‘본토’라는 말을 으레 쓰는데, 일본에서도 이웃 고장은 모두 ‘식민지’였지. 그렇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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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4.


《노견 만세》

진 웨인가튼 글·마이클 윌리엄슨 사진/이보미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2.25.



  우리 집 두 아이는 가끔 마을개 한 마리를 떠올린다. 어떤 마을개인가 하면, 이 시골마을에 버려진 개이다. 무척 나이가 많아 보이던 개로,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마을에 나타났다. 아마 다른 도시에서 사랑받으며 살던 개이지 싶은데, 나이가 든 뒤로 버려졌구나 싶었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 마을에서도 복슬복슬 귀염개를 아무도 안 기르니까 말이다. 이 버려진 늙은 개는 먹이를 얻지 못한 채 며칠을 떠돌다가 우리 마을까지 왔지 싶은데, 식은밥에 된장국을 따뜻하게 말아서 내주니 한 점을 안 남기고 비웠다. 이렇게 얼마쯤 함께 살았을까. 떠돌이개는 우리 집에서 먹이를 얻은 뒤에는 마을을 휘 둘러보며 놀았는데 어느 날 ‘떠돌이짐승을 잡아서 보신탕집에 파는 짐차’에 붙들려 사라졌다. “염소 삽니다 ……” 하고 방송하는 짐차가 우리 마을을 지나갈 적에 떠돌이개가 안 보여서 두리번거렸으나 이미 늦은 터. 사진책 《노견 만세》를 받아서 펼치니 마을개, 떠돌이개, 버림개, 귀염개, 늙은개, 복슬복슬 커다란 흰개가 떠오른다. 그 흰둥이는 틀림없이 고운 봄꽃으로 새롭게 태어나서 이 땅 어느 한켠을 환하게 비추면서 조용히 노래하리라. 《노견 만세》에 흐르는 사진 하나하나가 이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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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3.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

이오덕 글, 양철북, 2018.2.2.



  아이들은 앞으로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면 좋을까? 아이들은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면 좋을까, 아니면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잘 벌면 좋을까? 어버이 된 사람으로서 아이들 앞날을 어떻게 그릴 만한가? 이오덕 어른이 멧골 아이 글을 갈무리한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는 1979년에 처음 나왔으나, 그때 이 책을 펴낸 청년사는 《일하는 아이들》이 불티나게 팔리자 팔림새를 속였고, 이를 둘레에서 알려주어 이오덕 어른이 출판사에 몇 차례 따지다가 도무지 안 되어 그곳 모든 책을 그만 내도록 했다. 그 뒤 2005년에는 보리 출판사에서 유족 허락을 안 받고 이 책을 다시 내놓았다. 다들 왜 그랬을까? 돈을 많이 거머쥐고 싶기 때문에? 출판사 이름을 높이고 싶기 때문에? 이오덕 어른은 1979년에는 ‘농부’라는 낡은 이름을 미처 못 느낀 바람에 그냥 냈으나 나중에는 ‘농사꾼’으로 고치기를 바랐다. 2001년에 써낸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를 보면 잘 알 만하다. 2018년에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가 새로 나오는데 ‘농부’를 ‘농사꾼’으로 바로잡지 못했네. 그래도 이 책이 다시 나오니 반갑다. 애틋하고 그리운 시골지기 아이들, 두멧골 노래를 가만히 되읽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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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


《마들린느와 쥬네비브》

루드비히 베멀먼즈 글·그림, 시공주니어, 1994.3.17.



  시공주니어에서 1990년대부터 나라밖 손꼽히는 그림책을 한국말로 잔뜩 옮겨 주었다. 시공주니어가 아니어도 아름답고 훌륭한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손길이 있었지만, 큰돈을 들여 잔뜩 옮기면서 이제껏 없던 새로운 책바람이 불 수 있기도 했다. 시공주니어에서 내는 책을 보면 간기에 언제나 ‘전재국’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 이름을 어떻게 바라볼는지는 아직 섣부를 수 있겠으나, 1951년에 나온 《마들린느와 쥬네비브》 같은 그림책을 비롯해서 수수한 이야기가 흐르는 숨결을 오늘날에도 새삼스레 마신다. 마들린느는 얼마나 씩씩한가. 쥬네비브는 얼마나 똑똑한가. 이러면서도 모두 개구쟁이요 장난꾸러기이다. 아이다움을 한껏 느끼면서 책을 넘긴다. 아이다움을 담는 아이스러운 붓끝을 느끼면서 앞으로도 흐르고 흘러 즐겁고 상냥한 웃음이 노래가 될 터전하고 마을을 그린다. 들개는 들개로되 얼마든지 동무요 놀이벗으로 삼을 줄 아는 마음이 곱다. 누가 벗인가. 누가 이웃인가. 벗은 어떠한 넋인가. 이웃은 어떠한 살림인가. 이런저런 곳에서 상을 받는 그림책도 멋지다고 여기지만, 더 놀라운 붓끝보다는 한결 수수하거나 수더분한 붓놀림으로 아이랑 함께 노는 그림책이 한국에서도 새록새록 태어나기를 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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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

야마모토 소이치로 글·그림, 대원씨아이, 2016.8.31.



  달이 바뀌어 3월 1일인데다가 국경일인 줄 어제 알았다. 그런데 오늘 우리 집에 택배가 온다. 이런 날에도 일하는 분이 고맙다. 따지면 나도 한 해 내내 쉬는 날이 없이 일한다. 집안일도 날마다 하고, 사전짓기도 날마다 한다. 오늘 받은 택배는 ‘물잣틀’이라고 할까, 영어로 펌프이다. 면소재지 수도집에서는 우리더러 와서 사서 들고 가라는데, 자전거로 짊어지고 오기에는 버거운 터라 누리저자로 살피니 물잣틀도 택배가 되네. 게다가 면소재지 수도집보다 3만 원 눅어 14만 원. 예전에 한 번 떼어내어 손질을 맡긴 적 있으니, 새 물잣틀도 얼마든지 손수 달 수 있겠지. 저녁을 지으며 만화책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첫째 권을 읽는다. 마음에 있는 짝꿍을 놀려먹는 재미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언제나 즐겁게 골탕을 먹인다. 짓궂은 골탕이 아닌 상냥하면서 사랑스러운 골탕인 셈인데, 골탕을 먹는 아이는 매우 무디어 왜 이렇게 저를 골탕 먹이는가를 모른다. 곰곰이 보면 웬만한 사내는 으레 무딘 채 삶을 따분하게 보내지 않을까? 즐거운 놀이를, 재미난 살림을, 신나는 하루를 어떻게 지어서 나눌 적에 아름다울는지 잊거나 놓치는 사내가 많다. 나도 이 같은 사내가 아닌가 돌아보면서 어느새 둘째 권까지 읽어치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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