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12.


《인디고 파워를 깨워라》

도린 버츄·찰스 버츄 글/여연 옮김, 샨티, 2018.3.5.



  곁님이 집피자를 굽는다. 집피자 굽기를 곁님한테서 배웠지만 오랫동안 안 하다 보니 어느새 까맣게 잊었다. 새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 배우더라도 또 오랫동안 안 하면 다시 잊고 말 테지. 야무진 손놀림으로 반죽을 해서 피자를 굽는, 스탠판으로 고소한 냄새를 퍼뜨리는, 이 즐거운 부엌에서 저녁을 누리고서 《인디고 파워를 깨워라》를 읽는다. 지난날 《인디고 아이들》을 읽던 무렵을 떠올린다. 어느새 2003년이었네. 열다섯 해가 흐른 오늘날 돌아보자면 “인디고 아이들”이 아닌 “인디고 어른들”이다. 1970년대에 태어나 자란 나도 이 “인디고 아이들”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뭔가 말로 밝힐 수는 없으나 소름이 돋으면서 되게 싫은 적이 흔했고, 내가 소름이 돋도록 싫다고 할 적에 둘레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다가 몇 해나 열스무 해쯤 지나서야 ‘예전에 네가 소름돋도록 싫어한 일이 떠올랐어’ 하고 알려주는 이웃님이 제법 있다. 우리는 어떤 삶길을 걷는 하루일까. 즐겁게 기운을 북돋아 아름답게 꿈을 짓는가? 아니면 꿈하고 동떨어진 채 자잘한 지식이며 정보를 머리에 가득채우는가? 새 아침을 바라면서 깊은 밤에 차분히 눈을 감고 저 먼 별나라를 마음에 고이 그려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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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1.


《제비의 한 해》

토마스 뮐러 글·그림/한윤진 옮김, 한솔수북, 2017.3.25.



  해마다 삼월이면 떠오르는 한 가지는 바로 제비. 올해에도 우리 집 처마 밑에 제비가 찾아와서 둥지를 손질하겠거니 기다린다. 우리 집뿐 아니라 마을 곳곳에 둥지를 틀거나 손질하며 즐거운 봄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제비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기다리는 새라고 한다. 그림책 《제비의 한 해》를 보면 아프리카를 가로질러서 북유럽으로 찾아가는 제비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에서는 태평양을 가로질러서 중국 남쪽하고 한국을 오가는 제비라면, 북유럽에서는 드넓은 땅이며 사막을 가로지르는 제비로구나. 제비는 먼먼 마실을 즐길까? 한곳에서 내처 눌러앉기에는 따분할까? 어쩌면 이렇게 오랜 마실길을 날아다니면서 날개를 튼튼하게 가다듬을는지 모른다. 멀디먼 길을 힘차게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더욱 매끄럽고 야무진 몸이 될는지 모른다. 사람도 마실을 다니고 몸을 갈고닦듯이 제비는 제비 나름대로 제 삶을 짓는 길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아 기꺼이 그 기나긴 하늘길을 가로지른다고 할 만하리라. 중국이나 일본에서 제비 한살이를 그린다면, 또 아프리카나 미국에서 제비 한살이를 그린다면, 서로 얼마나 다르면서 재미있을까 궁금하다. 새봄에 새로운 이야기씨앗을 물어다 나라는 작은 새 제비.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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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0.


《밥을 지어요》

김혜경 글, 김영사, 2018.2.9.



  다른 이름이 붙었으면 눈이 안 갔을 수 있다. “밥을 지어요”라니, 이 가장 수수하고 투박한 이름이라니. 《밥을 지어요》는 어느덧 스물일곱 해째 밥을 지으며 산다는 아줌마가 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이재명 시장 곁님’이지만, 이런 이름을 떠나 ‘아줌마 스물일곱 해’를 살아낸 밥살림을 보여준다고 해야 걸맞지 싶다. 집에서 밥을 하기에 집밥이고, 사랑하는 사람하고 나눌 밥살림이니 날마다 즐거이 밥을 지을 수 있다. 아이들 밥을 차려 주고서 등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누워서 책을 넘기다가 문득 돌아본다. 2018년 올해로 나는 아저씨 열두 해 살림인데, 앞으로 열다섯 해쯤 아저씨 살림을 더 이으면서 날마다 새로 배우고 하루를 즐기면, 그때에는 나도 “밥을 지어요” 하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겠네 하고. 아저씨 밥살림 열두 해는 아직 소꿉살림이다. 소꿉밥이요 소꿉질이지. 나는 오늘 내 소꿉살림을 사랑한다. 앞으로 한 걸음씩 씩씩하게 디디면서 배우고 살펴서 날개돋이를 할 꽃살림을 마음으로 그린다. 머지않았다. 열다섯 해를 걸어가면 된다. 꽃밥을 짓고 꽃그릇을 부시고 꽃노래를 부를 수 있는 즐거운 보금자리는 새로운 꽃집·꽃숲, 꽃숲집이로구나 싶다.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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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9.


《20만 원으로 즐기는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

오즈 마리코 글·그림/김혜선 옮김, 숨쉬는책공장, 2018.2.12.



  어제 전주를 다녀오면서 〈책방 같이:가치〉에 흰민들레씨를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오월에 훑은 씨앗인데, 요즈막에 심으면 언제 싹이 틀는지 모르나 씩씩하게 잘 크겠지. 흰민들레꽃 몇 송이에서 건사한 씨앗인지 잊었지만, 열 송이쯤에서 건사했지 싶다. 곳곳에 심거나 흩뿌려 주실 테지. 우체국으로 길을 나서는데 읍내에서 고흥청정연대 모임이 있다. 고흥군수가 밀어붙이는 경비행기시험장 계획을 비롯해서 중앙언론에는 드러나지 않는 말썽거리를 놓고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가만히 보면 대통령한테는 중앙언론이며 사람들 눈길이 쏠려서 촛불로 끌어내릴 수 있었는데, 시골 군수한테는 시골언론도 사람들 눈길도 그리 미치지 않는다.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20만 원으로 즐기는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을 읽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틈틈이 읽는다. 한국돈으로 한 달에 20만 원쯤으로 밥살림을 꾸리는 이야기인데, 한 사람 밥살림이라면 20만 원은 푸짐하리라. 내가 혼밥살림을 꾸린다면 한 달 3∼10만 원 사이를 오갈 듯하다. 집에서만 먹으면 3만 원, 가끔 바깥밥을 누리면 10만 원까지. 책쓴이는 다달이 돈금을 세워 밥살림을 꾸리니 매우 넉넉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누린다고 한다. 옳은 말씀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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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8.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

이자벨라 버넬 글·그림/김명남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7.7.7.



  전주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서 서학동을 걷는다. 새벽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아침에는 빗줄기로 바뀌면서 밤새 쌓인 눈이 다 녹는다. 이른아침에 눈 사진 찍으러 나오면 좋았으려나 싶으나 비내리는 길도 좋지. 그림책을 사랑하는 마을책집 〈책방 같이:가치〉에 들러서 등짐이 묵직하도록 그림책을 고른다. 그림책공작소에서 펴낸 그림책을 여럿 고른다. 책상맡에서 셈틀을 켜면 누리책집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책이지만, 마을길을 거닐어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장만하는 책은 다르다. 자가용으로 달리는 길하고 자전거로 달리는 길하고 두 다리로 걷는 길은 같을 수 없다. 손수 짓는 밥하고 밥집에서 사다 먹는 밥도 같을 수 없다. 서울살림을 넘어 마을살림이나 고장살림을 헤아린다면, 사람들이 셈틀을 한동안 끄고서 마을가게에 눈길을 둘 수 있어야지 싶다. 마을책집은 누리책집하고 다르게 책을 건사하고 꽂으며 마을이웃하고 나누는 길을 찾으면 좋을 테고. 더 잘 팔리는 책을 두는 마을책집이 아닌, 즐겁게 사랑할 책을 두는 마을책집으로 거듭나야지 싶다. 그림책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이 땅에서 사라질까 걱정스러운’ 쉰 가지 짐승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사라지고 왜 숨겠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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