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10.


《밥을 지어요》

김혜경 글, 김영사, 2018.2.9.



  다른 이름이 붙었으면 눈이 안 갔을 수 있다. “밥을 지어요”라니, 이 가장 수수하고 투박한 이름이라니. 《밥을 지어요》는 어느덧 스물일곱 해째 밥을 지으며 산다는 아줌마가 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이재명 시장 곁님’이지만, 이런 이름을 떠나 ‘아줌마 스물일곱 해’를 살아낸 밥살림을 보여준다고 해야 걸맞지 싶다. 집에서 밥을 하기에 집밥이고, 사랑하는 사람하고 나눌 밥살림이니 날마다 즐거이 밥을 지을 수 있다. 아이들 밥을 차려 주고서 등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누워서 책을 넘기다가 문득 돌아본다. 2018년 올해로 나는 아저씨 열두 해 살림인데, 앞으로 열다섯 해쯤 아저씨 살림을 더 이으면서 날마다 새로 배우고 하루를 즐기면, 그때에는 나도 “밥을 지어요” 하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겠네 하고. 아저씨 밥살림 열두 해는 아직 소꿉살림이다. 소꿉밥이요 소꿉질이지. 나는 오늘 내 소꿉살림을 사랑한다. 앞으로 한 걸음씩 씩씩하게 디디면서 배우고 살펴서 날개돋이를 할 꽃살림을 마음으로 그린다. 머지않았다. 열다섯 해를 걸어가면 된다. 꽃밥을 짓고 꽃그릇을 부시고 꽃노래를 부를 수 있는 즐거운 보금자리는 새로운 꽃집·꽃숲, 꽃숲집이로구나 싶다.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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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9.


《20만 원으로 즐기는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

오즈 마리코 글·그림/김혜선 옮김, 숨쉬는책공장, 2018.2.12.



  어제 전주를 다녀오면서 〈책방 같이:가치〉에 흰민들레씨를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오월에 훑은 씨앗인데, 요즈막에 심으면 언제 싹이 틀는지 모르나 씩씩하게 잘 크겠지. 흰민들레꽃 몇 송이에서 건사한 씨앗인지 잊었지만, 열 송이쯤에서 건사했지 싶다. 곳곳에 심거나 흩뿌려 주실 테지. 우체국으로 길을 나서는데 읍내에서 고흥청정연대 모임이 있다. 고흥군수가 밀어붙이는 경비행기시험장 계획을 비롯해서 중앙언론에는 드러나지 않는 말썽거리를 놓고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가만히 보면 대통령한테는 중앙언론이며 사람들 눈길이 쏠려서 촛불로 끌어내릴 수 있었는데, 시골 군수한테는 시골언론도 사람들 눈길도 그리 미치지 않는다.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20만 원으로 즐기는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을 읽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틈틈이 읽는다. 한국돈으로 한 달에 20만 원쯤으로 밥살림을 꾸리는 이야기인데, 한 사람 밥살림이라면 20만 원은 푸짐하리라. 내가 혼밥살림을 꾸린다면 한 달 3∼10만 원 사이를 오갈 듯하다. 집에서만 먹으면 3만 원, 가끔 바깥밥을 누리면 10만 원까지. 책쓴이는 다달이 돈금을 세워 밥살림을 꾸리니 매우 넉넉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누린다고 한다. 옳은 말씀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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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8.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

이자벨라 버넬 글·그림/김명남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7.7.7.



  전주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서 서학동을 걷는다. 새벽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아침에는 빗줄기로 바뀌면서 밤새 쌓인 눈이 다 녹는다. 이른아침에 눈 사진 찍으러 나오면 좋았으려나 싶으나 비내리는 길도 좋지. 그림책을 사랑하는 마을책집 〈책방 같이:가치〉에 들러서 등짐이 묵직하도록 그림책을 고른다. 그림책공작소에서 펴낸 그림책을 여럿 고른다. 책상맡에서 셈틀을 켜면 누리책집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책이지만, 마을길을 거닐어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장만하는 책은 다르다. 자가용으로 달리는 길하고 자전거로 달리는 길하고 두 다리로 걷는 길은 같을 수 없다. 손수 짓는 밥하고 밥집에서 사다 먹는 밥도 같을 수 없다. 서울살림을 넘어 마을살림이나 고장살림을 헤아린다면, 사람들이 셈틀을 한동안 끄고서 마을가게에 눈길을 둘 수 있어야지 싶다. 마을책집은 누리책집하고 다르게 책을 건사하고 꽂으며 마을이웃하고 나누는 길을 찾으면 좋을 테고. 더 잘 팔리는 책을 두는 마을책집이 아닌, 즐겁게 사랑할 책을 두는 마을책집으로 거듭나야지 싶다. 그림책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이 땅에서 사라질까 걱정스러운’ 쉰 가지 짐승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사라지고 왜 숨겠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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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7.


《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

김해화 글, 실천문학사, 2000.8.1.



  완주군 삼례면에서 사는 이웃님이 마실을 오셨다. 책숲집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팔영산에 함께 오른다. 언제나처럼 고무신차림으로 간다. 북한산 인왕산 한라산도 맨발 고무신으로 올랐던 터라 팔영산도 고무신으로 신나게 오른다. 재미있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다 같이 멧골타기를 누리겠구나 싶다. 엊저녁에 한달음에 시집 《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를 읽었고, 어느새 판이 끊어지고 만 이 시집을 쓴 김해화 님을 돌아본다. 요즈막에 말밥에 오르는 En시인을 떠올리면 참 멋진 김해화 시인이 아닌가 싶다. 교과서에서 En시인 글을 덜어내기로 했다면 김해화 시인이 쓴 글을 실으면 무척 좋겠다고 생각한다. 땀방울마다 꽃같은 사랑을 실어서 삶을 노래한 글이 아프면서 아름답다. 사랑노래란 말 그대로 사랑으로 부르는 노래이다. 다른 성별을 갖고 놀거나 주무르거나 깎아내리는 몸짓이란 바보나 얼간이요, 이를 문학이나 예술이라 할 수 없다. 참사랑으로 슬기롭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을 때라야 비로소 문학이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삼례 이웃님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자동차를 얻어타고서 전주마실까지 한다. 저녁에는 전주 마을책방 〈조지 오웰의 혜안〉에 들른다. 이곳이 서학동에 있었네. 서학동이란 대단하네. 밤에는 눈이 온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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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6.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

오건호·남재욱·김종명·최창우·홍순탁 글, 철수와영희, 2018.2.28.



  한국은 아직 아름나라가 아니다. 아름나라가 되려면 한참 멀지만, 천천히 아름나라로 나아가지 싶다. 요 한 달 남짓 여러모로 불거진 ‘권력자 막짓’을 돌아보면 잘 느낄 만하다. 이제는 모든 권력자 막짓을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때에 이른다. 지난날에는 “저 사람이 막짓을 끔찍하게 저질렀어요.” 하고 털어놓을 적에 으레 “저 사람이 저렇게 민주와 평화와 진보에 앞장서는데 왜 함부로 깎아내리려고 하나요?” 하고 대꾸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막짓에 생채기를 입은 이들은 입을 꾹 다물며 속울음을 삼켜야 했다. 이제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입 진보·글 좌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이들은 민주나 평화나 평등하고도 동떨어진다. 입이나 글로만 떠벌이는 이는 몰아낼 때가 되었다.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를 읽으며 내내 이 생각이 든다. 그래, 이 나라는 가난하지 않다. 이 나라는 돈이 없지 않다. 중앙정부도 지역정부도 엉뚱한 데에 돈을 들이붓거나 빼돌리니 복지가 엉성하다. 대통령이나 군수 아닌 우리 스스로 나라지기가 되어 우리 살림을 우리가 스스로 가꾸도록 목소리를 내고 움직일 줄 알아야지 싶다. 우리 스스로 슬기롭지 않으면 온갖 갈래 권력자가 우리를 짓누르면서 구워삶고 말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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