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17.


《눈인간》

에르빈 모저 글·그림, 온누리, 2001.2.15.



  눈밭에서 사는 눈사람은 눈더미를 옴팡 뒤집어쓰면서 살아간단다. 생쥐 마누엘과 디디는 한겨울에 눈사람한테 찾아간단다. 능금 한 알씩 선물로 가져다주고 싶어서. 눈사람은 매서운 눈바람을 맞으며 저한테 찾아오는 생쥐 두 마리가 반갑다. 참벗이라면, 살가운 마음동무라면 어떤 모습인가 하고 그려 본다. 단출한 어린이책 《눈인간》은 겨울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겨울에 어떤 놀이살림을 누리는가를 부드러우면서 재미나게 밝힌다. 아침으로 저녁으로 두 아이하고 갈마들면서 배드민턴을 한다. 지난해 겨울부터 했던가. 한겨울에도 손이 얼면서 마당에서 톡톡 튕기며 놀던 두 아이는 이제 제법 공을 채에 잘 맞춘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하루가 다르게 손놀림이 나아진다. 이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배드민턴을 하는 나까지 몸놀림이 나아진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이들하고 함께 배우거나 놀다 보면, 아이뿐 아니라 어버이인 나도 함께 자라는구나 싶다.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라면 함께 배우면서 자란다는 하루일 테지. 곰곰이 돌아보면 나는 이 대목, ‘한 집에 있다’하고 ‘배움 한길을 간다’를 제대로 맞물려 놓지 못했다. 조금씩 나아지는 몸놀림처럼 차츰차츰 눈을 뜨는 배움길을 걷는 살림이 되기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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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6.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허은미 글·김진화 그림, 여유당, 2018.1.25.



  우체국도 들르고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하러 읍내로 두 아이랑 함께 간다. 요즈음 시골버스는 제법 왁자하다. 삼월로 접어들면서 도화면이나 포두면에서 학교를 새로 다니는 아이들이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중학생이라면 예전에 초등학생 모습을 보았고, 초등학생이라면 예전에 갓난쟁이 모습을 보던 아이들이다. 해마다 학생 수가 부쩍 줄어드는데, 얼마 앞서 벼락처럼 새로 지었다는 고흥군청 건물은 몹시 으리으리하다. 아이도 젊은이도 어르신도 엄청나게 줄어드는데 군청 공무원은 외려 늘어나지 싶다. 뭔가 뒤집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물 반찬을 하고서 그림책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를 새삼스레 읽는다. 열흘쯤 앞서 전주 마을책집 〈책방 같이:가치〉에서 장만했고, 책집지기님이 매우 좋아하신다고 했다. 아이가 궁금해하는 ‘불곰 같은 엄마’ 어린 날 얘기를 할머니한테서 가만히 듣고서 새삼스레 ‘불곰스러운 엄마’도 저처럼 앳된 아이인 적이 있고 상냥한 아가씨였던 적이 있다고 느끼면서, 어머니랑 아버지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이 아이는 커서 어머니처럼 ‘불곰이 되어’ 착하고 멋스러운 사내를 곁님으로 삼거나 이웃으로 지낼 수 있겠지.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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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5.


《어쨌든 노르웨이로 가자》

카트리나 데이비스 글, 필로소픽, 2015.8.7.



  부산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 오르려고 보수동에서 택시를 잡는다. 새벽부터 퍼붓는 비는 낮에도 잦아들지 않는다. 우산은 ‘산복도로북살롱’에 놓고 나왔다. 택시에 타려고 우산을 접었는데, 접은 채로 책집에 놓았네. 어쩜 이리 알뜰한가. 택시를 모는 일꾼은 할아버지. 가시아버지처럼 차를 매우 잘 모신다. 오랜 나날 손잡이를 돌린 숨결을 느낀다. 어둑해지는 하늘을 느끼며 시외버스에 오르고, 《어쨌든 노르웨이로 가자》를 편다.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찬찬히 읽는데, 글쓴이가 어릴 적부터 얼마나 쓸쓸하면서 따분한 나날을 보내다가 홀로 첼로를 짊어지고 머나먼 마실길을 떠났는가를 느낀다. 그런데 그 외롭고 어둡던 가시밭길을 걸었기에 첼로를 곁에 둘 수 있었고, 어설픈 가락을 타면서도 눈물을 흘릴 수 있었으며, 이 눈물을 보며 노랫가락에 귀를 기울이는 이웃이 있었기에 노르웨이 끝자락 북극에서 저녁해를 볼 수 있었겠지. 삶은 때로는 어둡고 불가마 같으나, 이 삶은 때때로 환하며 춤마당 같다. 아슬아슬하기에 외려 기운을 낼 만하고, 지쳐서 쓰러지고 싶기에 다시 어깨에 짐을 얹고서 한 걸음을 뚜벅뚜벅 내딛는다. 어쨌든 나는 고흥 보금자리로 간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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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4.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태준 글, 문학동네, 2018.2.10.



  곁님이 나무란다. 우리가 이 터에서 스스로 지을 일이 수두룩한데 자꾸 바깥일에 눈을 돌린다고. 꾸중을 듣고서 하루 내내 생각한다. 밤 열두 시에 일어나 부산마실을 헤아리며 짐을 꾸렸고, 부엌일을 마무리해 놓았고, 빨래까지 마치고, 쌀은 새벽 세 시 무렵에 씻어서 불린다. 삼월로 접어든 뒤로는 읍내마실을 할 적에도 반바지차림이라 안개가 뿌연 오늘도 반바지로 나서려 하다가 긴바지 한 벌을 마저 챙긴다. 마루문을 열 즈음 두 아이가 잠에서 깬다. 너희는 아버지 배웅하는구나. 큰아이더러 빨래틀에서 옷가지를 꺼낼 만큼 꺼내서 널어 보라고 이르고는, 파란물병을 햇볕에 잘 내놓으라고 덧붙인다. 즐겁게 놀며 새 하루를 배우렴. 마을 할매는 이제 3월 14일이나 맨발에 반바지로 다니는 나를 흘깃거리시면서도 군말이 없으시다. 벌써 여덟 해나 보셨으니. 시외버스를 타고 나가며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를 읽는다. 문태준 님은 시에 영어를 안 섞으나 한자를 섞는다. 나이든 시인하고 젊은 시인은 이 대목이 다르다고 느끼다가 마지막 시까지 다 읽는데, 밑줄을 그은 시가 고작 셋. 어라, 이렇게 밋밋하게 끝까지 넘기다니. 다시 처음부터 훑지만, 시가 퍽 얇다. 이야기를 좀 읽나 싶더니 허전하게 끝난다. 어라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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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3.


《드래곤볼 슈퍼 4》

토리야마 아키라 글·토요타로 그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8.3.15.



  오늘은 마을 빨래터에 낀 물이끼를 걷으러 가야겠다고 아침에 생각하다가, 우리 집안부터 치우고 가야 할 노릇이라고 느낀다. 고운 봄볕을 누리도록 잠자리 나무깔개하고 이불을 마당에 내놓는다. 피아노방 나무깔개도 걷어서 내놓고 쓸고 닦는다. 두 아이 모두 야무진 살림이가 되어 준다. 쓸고 닦다가 새삼스레 깨닫는다. 이 아이들은 어버이가 바라는 대로 얼마든지 눈부시게 거듭난다. 그리고 어버이인 나도 스스로 꿈꾸는 대로 얼마든지 새롭게 피어난다. “자, 자, 내가 얼마나 쓸고 닦기를 잘하는지 보라구” 하는 마음이 된다. 이 마음대로 “자, 자, 내가 얼마나 밥을 잘 짓는지 보라구” 하는 마음이 되는데, 머잖아 “자, 자, 내가 얼마나 집을 잘 짓는지 보라구”로 거듭나고 싶다. 집안이며 빨래터를 다 치우고, 아이들하고 놀고, 무청시래기나물하고 무말랭이나물을 마친다. 아침부터 기나긴 하루를 마무르며 비로소 《드래곤볼 슈퍼》 넷째 권을 손에 쥔다. 저녁밥상을 물리고서야 홀가분히 만화책을 두 번쯤 읽는다. 한 번 읽고 아쉬워 처음부터 다시 보는데, 한 번 더, 그러니까 앉은자리서 세 번 읽는다. 우주를 우주스럽게 그리는 이 만화에 깃든 뜻을 우리 아이들한테 어떻게 걸러서 들려주면 좋을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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