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11.


《10대와 통하는 과학 이야기》

손석춘·신나미 글, 철수와영희, 2018.4.11.



  우리 삶을 이루는 모든 일이 과학이다. 이를 잊으면 과학을 못 배운다. 이를 바라보기에 과학을 배운다. 걸을 수 있는 다리가 과학이다. 들을 수 있는 귀, 볼 수 있는 눈, 맛을 보는 혀, 느끼는 살갗 모두 과학이다. 살점을 받치는 뼈뿐 아니라, 몸을 이끄는 마음도 과학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과학을 매우 좁게 다룬다. 부엌에 얽힌 과학조차 못 다루기 일쑤이고, 옷이나 집하고 얽힌 과학도 으레 서양 발자취로 짚는다. 《10대와 통하는 과학 이야기》는 과학을 얼마나 넓거나 깊게 바라보거나 다룰 수 있을까. 오늘날 푸름이는 과학이 먼먼 별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맞이하는 하루하고 얽힌 모든 이야기라는 대목을 얼마나 헤아릴 만할까. 삶이 과학이고, 살림이 과학이며, 사람이 과학이다. 외계인도 과학이요, 유에프오나 하늘하고 바람도 과학이다. 물이 과학이고, 잎하고 씨앗하고 나무가 과학이다. 아이가 자라는 흐름이 과학이고, 말을 익힌 아이가 조잘조잘 노래하는 몸짓이 과학이다. 참말 과학 아닌 곳이 없으니, 인문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 같은 말도 즐겁게 쓰지 싶다. 어젯밤 고흥 시골에서 쏟아질 듯한 별잔치를 새삼스레 바라보며 봄밤도 참 곱다고 느꼈다. 과학놀이를 즐기며 과학살림을 짓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4.10.


《동심언어사전》

이정록 글, 문학동네, 2018.3.12.



  316가지 낱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은 《동심언어사전》을 읽는다. 생각이 좋구나 싶으면서도, ‘동심언어’라는 이름에서 걸린다. ‘동심언어’라는 이름을 붙인 사전이라면 시집이라면, 이 책은 어린이가 읽을 사전이나 시집은 아닌 셈이다. 어린이가 안 쓰는 말로 이름을 붙였으니까. 어린이한테 읽힐 사전이나 시집이라면 ‘마음 읽기 사전’쯤으로, 또는 ‘마음말 사전’쯤으로 이름을 붙이면서 이야기를 풀어내어야 어울리지 싶다. 책을 읽어 보아도 이 시집을 아이한테 읽히기는 어렵다. 시에 쓴 낱말도 아이하고 안 맞고, 줄거리도 어른 삶터를 보여준다. ‘어린이 마음’이란 무엇일까?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언제나 홀가분하며, 서로 아낄 줄 알고, 늘 사랑을 바탕으로 삼는 숨결이지 싶다. 즐겁게 놀이하듯 심부름을 하고, 어른 곁에서 어깨너머로 일손을 배우다가도, 야무진 손놀림으로 멋지게 하루를 지을 줄 아는 넋이 바로 어린이 마음이라고 느낀다. 어린이는 나이가 적을 뿐, 고스란히 하느님이다. 어른은 나이가 많을 뿐, 어린이가 자란 사람이다. 시를 쓰거나 말을 다루어 사전을 엮는 분들이 이 대목을 곰곰이 살펴 주면 좋겠다. 시에서 일본 말씨나 일본 한자말이 드문드문 나오는데 요즘 다른 시집하고 대면 퍽 점잖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4.9.


《뿌리 요정들의 세상 나들이》

시빌 폰 올페즈 글·그림/신현승 옮김, 책찌, 2017.3.20.



  봄날에 봄밥을 먹는다. 쑥을 뜯어 부침개를 하고, 이 쑥을 말려서 차로 덖으려 한다. 우리 집 뒤꼍에 슬쩍 들어와서 쑥을 캐려는 마을 할머니한테 이제 그러시면 안 된다고 이르고, 한 그루에 꽃을 거의 서른 송이 매다는 흰민들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씨앗이 널리 퍼지기를 빈다. 바로 이맘때는 그림책 《뿌리 요정들의 세상 나들이》를 읽기에 좋은 날. 아이들하고 낮꿈을 꾸려고 자리에 누워서 그림책을 편다. 작은아이하고 나란히 누워서 읽는 동안 큰아이는 스스로 즐거운 놀이를 찾아서 누리다가 자꾸 기웃기웃한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너도 슬그머니 옆에 끼렴. 겨우내 늘어지게 자던 뿌리 요정은 저마다 옷을 한 벌씩 아롱다롱 지어서 입고는, 저마다 사랑하는 풀포기를 하나씩 그리며 바깥으로 나온단다. 이 풀을 돋우고 저 꽃을 피우려 한단다. 뿌리 요정은 봄부터 가을까지 온누리 풀꽃한테 새 기운을 북돋우면서 신나게 놀이살림을 편단다. 이러고는 겨울을 앞두고 다시 땅속으로 깃든다고 하네. 참말 이와 같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 우리는 뿌리 요정도 나비 요정도 못 알아채기 일쑤이지만, 온누리 모든 풀꽃이며 나무에 어여쁜 숨결이 깃들면서 아름다이 피어나고 우리 삶터도 환하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4.8.


《책벌레의 하극상 1부 1》

카즈키 미야 글·스즈카·시이나 유우 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2.28.



  책을 좋아해서 온통 책을 쌓아 놓고 살던 아가씨가, 그만 지진으로 책이 무너지는 바람에 책에 깔려서 죽었다고 한다. 이러고서 다른 어느 곳에서 다섯 살 아이 몸으로 태어나는데, 마음은 ‘일본에서 어른으로 살다가 책에 깔려 죽은’ 그대로라고 한다. 마음하고 다른 몸을 움직이느라, 또 책이란 너무 드문 곳에서 살아가느라, 이래저래 고단한 하루이지만 ‘책이 집에도 마을에도 없다면 스스로 지어서 읽어야지’ 하고 여긴다고 한다. 언뜻 보면 터무니없지만, 곰곰이 보면 내 얘기로구나 싶다. 곁님한테서 늘 듣는 말처럼 ‘종이책보다 살림짓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길로 좀처럼 못 가는 모습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 만화책에 나오는 ‘다섯 살 몸을 입은 아가씨’는 스스로 새롭게 지으려고 애쓴다. 책을 덮고서 생각에 잠긴다. 이 몸을 입고 살아갈 적에 책을 즐기고프면 즐기되, 아이들하고 곁님이랑 짓는 살림살이에 제대로 마음을 기울일 노릇이라고. 먼저 무엇을 보고, 어느 길에 서며, 하루를 어떤 기쁨이 되도록 가꿀 적에 웃음이 피어나는가를 헤아린다. 내 걸음이 너무 더디지 않도록 하자. 내 몸짓이 사뿐사뿐 가벼워서 나비 날갯짓처럼 고이 바람을 탈 수 있도록 나아가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4.7.


《아홉 살 함께 사전》

박성우 글·김효은 그림, 창비, 2018.2.20.



  집단무지를 하려고 무를 장만해서 손질하여 말린다. 집단무지를 하는 분이 제법 많을 텐데, 고맙게 얻은 치자가 있고, 쌀겨랑 소금이랑 사탕수수랑 식초가 있으니, 스텐냄비에 한 달을 삭여 보려 한다. 가게에 가면 바로 사먹을 수 있지만, 아이들하고 함께 마련해서 한 달을 기다리는 길을 간다. 《아홉 살 함께 사전》을 읽으니 예전 《아홉 살 마음 사전》처럼 ‘겹말풀이·돌림풀이’가 가득하다. “흐뭇하고 즐겁게 여기다 : 고마워하다”라든지 ‘만나다·마주치다’ 뜻풀이가 엉성하다든지 ‘다투다 ↔ 겨루다’, ‘기대하다 ↔ 바라다’, ‘삐치다 ↔ 토라지다’, ‘숨기다 ↔ 감추다’, ‘참다 ↔ 견디다’, ‘함께 ↔ 더불어’ 들을 섞어서 쓴다. 어린이한테 ‘관계와 소통 사전’으로 엮었다고 하지만, “함께 사전”이라지만, 다투거나 미워하거나 샘내는 보기글이 너무 많다. 함께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하기보다는 떼쓰거나 골을 내는 보기글이 넘친다. “함께 사전”에 굳이 다툼질·미움질·시샘질·떼질을 안 다뤄야 하지 않으나 애써 다투거나 미워하거나 시샘하거나 떼써야 할 까닭은 없겠지. 국립국어원 뜻풀이에서 틀린 곳이 많은데 이를 그냥 쓰는데다 보기글마저 사랑스럽지 않다. 다음 판에서는 손질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