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16.


《친구 되기》

살리냐 윤/최용은 옮김, 키즈엠, 2016.9.23.



  조용히 하루를 연다. 책상맡에 ‘배움숲집’이라는 꿈글씨를 새로 적어서 놓는다. 곁님하고 아이하고 함께 나아갈 살림이 ‘배움길’이기를 바라는 뜻을 새기려고 한다. 마음이 흔들릴 적마다, 뭔가 오늘 하루도 어긋났구나 싶을 적마다, 살림을 어떻게 돌아볼 적에 즐거울까를 생각하면서 꿈글씨를 바라본다. 그림책 《친구 되기》를 새삼스레 편다. 몸짓으로 말하는 아이가 나온다. 이 아이가 몸짓으로 말하는 까닭은 안 밝히기에 알 수 없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다. 몸짓을 쓰고 싶으니 몸짓으로 말할 뿐이다.  이 몸짓말을 듣는 동무가 있을까? 몸짓으로 말하는 아이는 다른 아이가 몸짓으로 말할 적에 얼마나 알아들을까? 온누리 모든 숨결이 책이듯, 보금자리에서 마주하는 모든 몸짓이 말이다. 아이들하고 함께 읽으려고 그림책을 손에 쥐지만, 곰곰이 보면 누구보다 나부터 삶을 다시 생각하고 거듭 돌아보도록 이끌지 싶다. 스스로 새로 배우려고, 스스로 어린이하고 같이 배우려고 그림책을 곁에 두지 싶다. 큰아이가 심은 방울토마토는 잘 자란다. 아이들하고 해마다 신나게 심은 들딸기도 올해에는 밭자락 한켠에서 잘 자란다. 참말로 심으니까 자란다. 심고 바라보고 돌보면 아름다이 큰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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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15.


《브레드 위너 4 소녀 파수꾼》

데보라 엘리스 글/권혁정 옮김, 나무처럼, 2017.9.15.



  대구로 이야기꽃마실을 다녀오며 생각해 보았다. 다른 고장 이웃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적에 우리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하고 곁님이랑 살림을 어떻게 한결 즐거이 가꾸는 생각을 슬기롭게 지피는 마음을 얻는가 하고. 대단히 마땅한 소리일 텐데, 강의나 강연이든, 이를 부드럽게 손질한 이야기꽃이란 말이든, 훌륭한 한 사람이 안 훌륭한 뭇사람한테 혼자 떠드는 자리일 수 없다. 이제껏 배운 만큼 들려줄 뿐 아니라, 서로 앞으로 배울 이야기를 찾는 자리가 바로 강의요 이야기꽃이다. 늘 새로 배우려는 사이가 아니라면, 말을 섞을 수 없다. 가르쳐 주기만 할 수 없다. 《브레드 위너》 넷째 권은 ‘소녀 파수꾼’이란 이름이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와 삶자리를 무척 잘 보여주는 작품일 수 있는데, 꼭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라고만 느끼지는 않는다. 총을 들든 안 들든 함께 배우며 어깨동무하려 하지 않을 적에는 서로 못 믿는 사이일 수밖에 없다. 남자냐 여자냐가 아닌, 스스로 어떤 사람이냐를 보아야 비로소 말길을 트고 마음을 마주할 수 있다. 배우려 하기에 새롭고, 배우는 대로 삶을 지으려 하기에 사랑을 깨닫고, 사랑을 깨닫기에 새로 배우려 한다. 배우려는 사람은 늘 지켜보고 가꾸며 씩씩하게 일어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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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14.


《50대 청년, 대한민국을 걷다》

김종건 글·사진, 청미래, 2018.3.3.



  나이란 언제나 나이일 뿐. 나이는 늙음이나 젊음이나 어림을 나타내지 않는다. 나이는 그저 몸을 입고 살아온 발자국이다. 누구는 몸을 입고 얼마 안 살았어도 숱한 삶을 치렀다. 누구는 몸을 입고 오래 살았으나 슬기를 가꾸지 못했다. 나이값이란 삶값이요 살림값이며 사랑값이다. 나이값을 못한다고 할 적에는, 이 땅에서 이 몸을 입고 산 지 제법 되었으나 슬기로운 사람으로 자라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나이를 따지며 살아야 할 까닭이 없다. 스스로 얼마나 사랑스러우면서 슬기롭게 삶을 짓느냐 한 가지를 바라보고 생각할 노릇이다. 《50대 청년, 대한민국을 걷다》를 읽는다. 2017년 여름에 10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걸으셨지 싶은데, 나는 2006년에 20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한 해 내내 자전거로만 어떤 날씨에도 달린 적이 있다. 바퀴·사슬·띠를 비롯한 갖은 부품을 숱하게 갈았고 자전거 한 대는 그 뒤로 고요히 잠들었다. “왜 달리나?”를 생각하고 생각하는 동안 스스로 마음밭이 자랄 수 있었다고 돌아본다. 쉰 줄 끝자락인 이웃님은 “왜 걷나?”를 생각하고 거듭 생각하면서 ‘나이를 잊’고 ‘삶을 사랑으로 생각하려는 길’을 나아가려 했지 싶다. ‘남 눈치’ 아닌 ‘내 눈’을 찾으려는 길이었으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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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13.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루이지 피란델로 글/김효정 옮김, 최측의농간, 2018.3.30.

  새벽 네 시 무렵 일어나서 하루를 연다. 오늘은 대구 불로어울림도서관으로 이야기꽃을 펴러 마실길을 나선다. 부엌일을 하고, 마당을 돌아보고, 방을 살핀 뒤에 등짐을 꾸린다. 아침 일곱 시에 집을 나섰고, 순천하고 진주를 거쳐 대구에 닿으니 열두 시. 제법 일찍 닿는구나. 이튿날 돌아갈 적에는 기차를 탈까 싶다.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움직이면서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를 읽어낸다. 조금씩 읽고 눈을 붙이다가, 대구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면서 마지막 쪽을 덮었다. 참 재미나면서 멋진 책이라고 느낀다. 내가 나 아닌 어떤 숨결인가를 찾고 싶은 사람이, 내가 나이면서 끝없이 많은 새로운 너이기도 할 수 있는 줄 깨달으면서 이 땅에 오늘 이 몸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뜻을 캐고 싶은 줄거리가 상냥하다. 최측의농간 출판사는 이런 책을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이런 놀라운 책을 한국말로 옮길 생각을 했을까? 참으로 신나게 읽은 책이라, 다 읽고 지하철에서 내린 뒤에 출판사 지기님한테 ‘이런 멋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힘써 주셔서 고맙다’는 뜻을 보냈다. 참말 그렇다. 스스로 찾고 살펴서 알아낸 이야기를 찬찬히 적바림하여 펴내는 책 하나란 이웃이 다른 이웃한테 베푸는 엄청난 선물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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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12.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강미정 글, 문학의전당, 2008.3.31.

  체그릇을 장만하러 아이들하고 읍내를 다녀온다. 어제 아이들하고 쑥을 신나게 뜯어서 말린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쯤 아홉 덖기를 할 생각인데, 나무로 짠 체그릇이 넉넉히 있어야겠다고 여겨 저녁에 길을 나선다. 빨래말림틀도 둘 장만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추방울토마토도 장만한다. 읍내를 걷다가 대추방울토마토 어린싹도 팔기에 큰아이가 제 지갑에서 5000원을 꺼내어 다섯 그루를 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큰아이는 제 돈으로 장만한 대추방울토마토 어린싹을 알뜰히 심었다. 이쁜 아이들이로구나 하고 여기면서 버스길에서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를 읽었다. 그 사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사이란, 사람이 하루를 짓는 살림을 헤아리는 사이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길을 돌아보는 사이란, 참말 서로 말을 섞고 생각을 주고받는 사이란 무엇인가 하고 찬찬히 짚는다. 시 한 줄은 짧은 글로 새롭게 생각을 지펴 주기에 고마운 이야기이지 싶다. 이웃님이 쓴 시도 읽고, 내 나름대로 살림을 갈무리하면서 손수 글을 지어 아이들하고 함께 읽는다. 우리 아이들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도 모두 노래가 되니, 이 노래를 종이에 옮겨적으면 고스란히 시가 될 테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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