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1.


《할망은 희망》

정신지 글, 가르스연구소, 2018.4.3.



책이름을 재미나게 지었네 싶어 문득 들여다본 《할망은 희망》. 할머니 이야기치고 재미없는 책은 없다고 여겨 가만히 집어들었다. 글쓴이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단다. 일본에서 열두 해를 지내며 배움길을 걸었다지. 이러고서 제주로 돌아와 ‘제주말로 제주 할망’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면서 이를 찬찬히 갈무리했다지. 나는 가끔 “저는 인천말을 할 줄 압니다. 그리고 인천말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부천이나 부평이나 주안 쪽 사람들이 하는 말하고, 수원에 사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가릴 수 있습니다.” 하고 말하는데, 이런 말을 하면 둘레에서는 으레 시큰둥해 한다. 그들이 보기에 인천이나 부천이나 부평이나 주안이나 수원이나 거기서 거기인 똑같은 말이란다. 그렇지만 참말 다른걸. 고흥말하고 벌교말하고 보성말이 다르고, 읍내하고 면소재지 말이 다르며, 마을마다 말이 다른데. 아무튼 《할망은 희망》을 쓴 분은 제주말을 자랑스러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자랑이며 보람이며 기쁨을 물씬 느낀다. 글쓴이는 자기소개를 할 적에 ‘제주말을 할 줄 안다’고 당차게 적는단다. 아무렴, 맞다. 우리는 누구나 ‘이중 한국말’을 쓴다고 할 수 있다. 글쓴이가 앞으로 “하르방은 꽃방”을 곱다시 선보일 수 있기를 기다린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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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30.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인권연대 기획, 철수와영희, 2018.5.8.



순천으로 마실을 간다. 큰아이는 집에 있겠노라 하고, 작은아이는 버스 타는 마실이 좋다고 한다. 순천으로 저잣마실을 가며 내 민소매옷을 장만할까 하다가 짧은소매옷 두 벌을 장만한다. 스무 해쯤 입은 웃옷이 하나같이 낡고 닳아 요새 옷갈이를 한다. 스무 해 넘게 입은 옷은 모두 치우기로 한다. 꽤 오래 입은 옷이 고맙고, 새로 입을 옷이 반갑다. 능금 열 알까지 장만하니 등짐이 묵직하다. 마을책집 〈책방 심다〉에 들러 이야기책을 둘 장만하고, 스토리닷 대표님을 뵌다. 집에 늦지 않도록 버스역으로 가는데 고흥 돌아가는 버스를 코앞에서 놓친다. 그래도 다음 버스로 고흥읍에 닿으니 마을로 돌아가는 막버스는 탈 수 있네. 오늘 마실길에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를 읽었다. 나라, 벼슬아치, 지식인, 덧붙여 수수한 사람들이 왜 막힘을 휘두르는가를 찬찬히 짚는다. 그래, 막힘이다. 마구 휘두르니 막힘이다. 싸움이나 따돌림은 우두머리만 일삼지 않는다. 허수아비도 싸우며 따돌린다. 우두머리 곁에서 조아리거나 고물을 얻으려는 심부름꾼까지 이웃을 괴롭히거나 따돌리지. 같이 나누려는 마음을 잃으니 싸운다. 삶을 짓는 사랑을 배우지 않으니 따돌린다. 수구기득권뿐 아니라 진보집단도 이 대목에서 홀가분하지 않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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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29.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

자나 프라일론 글/홍은혜 옮김, 라임, 2018.4.5.



청소년문학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을 읽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느라 며칠 동안 애먹었다. 더구나 이 책을 옮긴 분이 선물로 보내 주셨다. 외국문학을 한국말로 옮기시면서 내 글하고 책이 여러모로 도움벗이 되었다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새삼스레 고마우며 반가웠다. 옮기신 분은 내 글이랑 책으로 고마우면서 반가우셨다면, 나로서는 말 한 마디에 새롭게 생각을 싣는 이야기꽃씨를 살며시 건넬 수 있었구나 싶어 더없이 기쁘다. 그나저나 ‘로힝야’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누리그물에서 바로 살필 수 있지만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안 찾기로 했다. 1/10을 지날 무렵 줄거리가 보이고, 1/3을 지날 무렵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렵다. 큰아이하고 뜯어서 말린 감잎을 덖어서 감잎차를 마련하고서 자리에 드러누워 끙끙 허리를 펴면서 읽는다. 책을 덮고 일어나 저녁을 짓고는 다시 자리에 드러누워 골골 앓으면서 더 읽는다.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 얼굴하고 몸짓을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린다. 옷차림도 맨발도 눈물도 핏물도 낱낱이 그림으로 그리며 읽는다. 영국은 어떤 나라일까? 축구를 그렇게 사랑하며 엄청난 돈을 퍼붓는 영국은 무슨 일을 하는 나라일까? 영국은 로힝야 겨레하고 버마 겨레를 찢어 놓고 아무 말이 없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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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28.


《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전아현 옮김, 계수나무, 2007.11.19.



아침에 읍내로 가는 길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코》를 챙긴다. 찬찬히 읽어 보니 모두 예전에 읽은 글이다. 언제 어디에서 읽었는지는 안 떠오른다. 이야기에 사로잡혀서 시골버스를 내린 뒤 고흥교육청으로 걸어가는 길에 마저 읽었다. 볕이 좋으니 한길을 걸으며 책을 읽기에도 좋다. 큰아이더러 읽어 보라고 건넬까 생각해 보는데, 그냥 읽히기보다는 함께 읽고서 “너는 이럴 때에 어떻게 할 생각이니?” 하고 물으면서 이야기를 해야지 싶다. 사람마다 길이 달라 누구는 이 길을 가고 저 길을 갈 텐데, 우리는 숲집이라는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삶을 읽고 살림을 지으면서 즐거운 오늘 이곳을 가꾸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흔들릴 일이 없다고 여긴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릴까? 아마 누구는 흔들린다고 여길 테지만, 나뭇잎으로서는 그저 춤춘다고 여길 수 있다. 바람 따라 춤을 추는 잎처럼 우리 삶도 가볍게 춤을 추고 기쁘게 노래하는 몸짓일 만하다. 책을 다 읽고 고흥교육청에서 ‘유월 선거 고흥군 예비 후보자’한테 교육 정책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여러 교육 정책을 하나하나 밝히는 자리를 함께 편다. 바빠서 이날 안 온다거나 한창 이야기하는데 나가는 후보자는 무슨 교육 정책을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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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27.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

김창생 글/양순주 옮김, 전망, 2018.4.3.



어제 마을 할머니가 빨래터 물이끼를 살짝 걷어내셨지 싶은데 빨래터 바닥은 긁지 않으셨다. 겉으로 보기에 물이끼만 걷으면 안 지저분해 보이니 이렇게 하셨구나 싶다. 이러면서 빨래터에 돋은 풀꽃을 모조리 뽑으셨네. 수세미로 바닥을 박박 문지르고 물갈이를 한다. 오늘은 이만큼 해 놓고 이튿날 아이들 신을 챙겨서 빨자고 생각한다. 발을 말리려고 담벼락에 타고 앉아 볕바라기를 하며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을 읽는다. 발이 다 마른 뒤 집으로 돌아와서 평상에 모로 누워 더 읽는다. 마당에 이불을 널었기에, 책을 읽는 틈틈이 뒤집어 준다. 요즈막에는 유채꽃가루가 잔뜩 날린다. 솔꽃가루도 함께 날린다지. 바깥에서 조금만 일하거나 움직여도 팔뚝이 노랗다. 우리가 마시는 바람에 이 꽃가루가 듬뿍 묻어나리라. 봄이란 꽃가루를 마시면서 새롭게 피어나는 철이라고 할 수 있다. 곰곰이 돌아보면 오늘날 서울에서는 매캐한 먼지가루를 마시며 몸이 닳는 셈이다. 숨을 쉰다고 할 적에는 바람뿐 아니라 바람에 실리는 모든 기운을 받아들이지 싶다. 일본 오사카에서 살아가다가 제주로 터전을 옮겨 삶 막바지를 갈무리한다는 김창생 님은 이녁 뿌리를 되읽고 되새기며 되돌아본다고 한다. 어느덧 4월이 저문다. 5월도 6월도 아름답기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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