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16.


《내가 태어날 때까지》

 난다 글·그림, 애니북스, 2014.8.27.



작은아이가 한창 똥을 가릴 즈음 나온 《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오늘에서야 읽는다. 한동안 ‘아이키우기’를 다룬 책을 긁어모으듯이 사서 읽곤 했으나 요새는 거의 안 읽는다. 다들 어쩐지 한결같이 안 새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살림하고 책이나 만화를 쓴 분들 살림이 매우 다르다. 우리는 아이를 낳을 적에 병원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항생제를 먹지 않으며 예방주사가 무엇인지 알기에 안 맞힌다. 딱히 유기농을 챙기지 않으나 모든 밥을 기쁘게 먹자고 여기면서, 아이들하고 손수 밥살림을 짓는 길을 걷는다. 사내인 내가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아이들 똥오줌 천기저귀를 날마다 신나게 빨아서 대던 살림이고, 빨래기계를 쓴 지 몇 해쯤 되지만 아이들 옷가지나 기저귀도 으레 손빨래를 했지. 그러면 굳이 《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왜 읽었을까? 아이를 바라보는 사랑으로 스스로 짓는 사랑을 언제 어떻게 어느 만큼 그려내려나 하고 눈여겨보고 싶어서 읽었다. 202쪽에 꼭 한 자리 나오네. 바깥일을 하고픈 그린이로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삶으로 살림을 새롭게’ 걷는 길보다는 ‘아기를 낳고도 바깥일을 언제 예전처럼 할 수 있나?’ 하고 생각하기에, 참 아쉽네 하고 느끼면서 덮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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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15.


《요츠바랑! 14》

 아즈마 키요히코 글·그림/김동욱 엮음, 대원씨아이, 2018.4.30.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알아내어 보리라 여기지만, 만화책 《요츠바랑! 14》은 아무래도 어린이가 볼 만하지는 않다고 느낀다. 다섯 살 어린이를 너무 어른 틀에 맞추어 길들이는구나 싶다.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어버이나 상냥한 어른 곁에서 무엇이든 빨아먹고 받아들이면서 자란다. 그러면 이 만화책 《요츠바랑!》에 나오는 어버이하고 둘레 어른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 요츠바는 어떤 몸짓을 선보이는가? 아이는 누구나 맑다. 어른도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살았으니, 이 마음결을 고이 건사한다면 모든 어른도 맑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살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맑은 길을 스스로 하나둘 내려놓으면 으레 틀에 박히고 만다. 요츠바는 아직 틀에 박히지 않았되, 하나하나 틀에 박히는 길을 간다. 어쩌면, 틀에 박히는 길이라기보다 공주님도 되어 보고 집에서 라면을 매우 자주 먹는 하루가 좋을 수도 있다. 더 헤아리면 아이는 저마다 스스로 온갖 삶을 치르고 복닥이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달리면서 싱그러이 자란다. 좋고 나쁜 것을 굳이 가리지 않으면서 모두 배우면서 새롭게 삭인다. 그러니까 아이들한테 《요츠바랑!》을 읽히자면, 아이들하고 나란히 앉아 찬찬히 새기며 꼭지마다 낱낱이 이야기를 할 노릇이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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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14.


《괜찮아, 나도 그래》

 순천 신흥중학교 북적북적동아리 글·황왕용 엮음, 학교도서관저널, 2017.11.30.



곧 새로 낼 책을 놓고서 한창 글마감에 글손질을 한다. 5월 끝자락이나 6월부터 10월이나 11월까지 줄줄이 나올 테니 일거리가 참 많다. 그렇지만 아무리 바빠도 밥을 짓고 살림을 하며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한다. 바깥살림으로 책쓰기를 한다면, 집살림으로 배움길을 걷는다. 자라는 아이들에 맞추어 집을 넓게 고쳐야 할 텐데, 방에 쌓은 내 책부터 치우기로 한다. 보름이나 달포쯤 들이면 제법 치울 만할까. 지난해에 장만하고서 여태 한 쪽도 못 읽은 《괜찮아, 나도 그래》를 편다. 일손을 쉬며 등허리를 토닥거리면서 읽는다. 중학교 푸름이가 사서교사하고 글쓰기 놀이를 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학교에서는 수업일 테지만, 푸름이가 즐겁게 맞이하는 배움자리라면 놀이라 해도 되겠지. 글쓰기 놀이, 이른바 글놀이를 하는 푸름이는 저희 하루를 사서교사 곁에서 수수하게 적는다. 어른 눈으로는 ‘고작 중1∼중3’이라지만 벌써 입시에 치이는 나이로 보면 바쁘고 고단할 푸름이를 이끌고 글놀이를 한다니, 대견하면서 반갑다. 교과서를 덮고서 책을 읽는다든지, 교과진도를 잊고서 삶을 돌아볼 적에 푸름이가 참말로 푸른 숨결로 자라는 틈을 누리겠지. 중학교에서 글틈을 누린 어린 벗님이 앞으로 무럭무럭 크기를 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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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13.


《나는 봉지》

 노인경 글·그림, 웅진주니어, 2017.6.20.



일요일에는 도시로 놀러가지 말자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다. 그런데 큰아이는 일요일 마실길이었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게다가 꽤 오래 걸었고, 볕이 제법 뜨거웠는데, 잘 걸었고 즐거운 하루였다고 말한다. 아이들이란 늘 대단하다고 느끼지만, 고흥서 순천 꽃마당(순천만정원)으로 마실을 다녀오며 더더욱 짙게 느낀다. 꽃을 보며 걸으니 즐겁고, 나무를 보다가 새를 보다가 물고기를 보다가 동물원을 구경하며 재미있다고 한다. 아이 눈길로는 모두 좋으니 참말로 신나는 하루였구나 싶다. 아마 나도 어릴 적에 이와 같았으리라. 그저 좋으니 몸이 힘들지 않고 마음도 지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순천 꽃마당에 일요일 마실손이 너무 많고 쉴 데가 만만하지 않아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오는데, 일요일이라고 우리가 찾는 밥집마다 닫았다. 겨우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먹고 큰아이가 바라는 책집마실까지 하려는데 두 곳은 쉬고 한 곳만 열었네. 책집에서 다리를 쉬며 《나는 봉지》를 읽었다. 아이가 무엇을 보고 느끼며 사랑하는가를 찬찬히 담았다. 이 그림책이 서울 아이를 넘어 시골 아이까지 다루었으면 더 재미있었겠다고 느낀다. 어쩌면 다음 이야기로 “노란 비닐자루”가 시골에서 겪는 일을 그려 볼 수 있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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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12.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호리에 아쓰시 글/정문주 옮김, 민음사, 2018.2.2.



작은 가게가 거리를 바꾼다. 틀림없다. 작은 가게는 작은 몸짓과 빛깔로 거리를 찬찬히 바꾼다. 큰 가게는? 큰 가게는 큰 몸짓하고 빛깔로 거리를 갑자기 바꾸지. 크든 작은 아름다운 가게는 아름답기 마련이요, 안 아름다운 가게는 안 아름답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마을에는 어떤 가게가 있으면 좋을까? 시골 군청은 어떤 건물일 적에 어울릴까? 요즈음 시골 군청은 엄청나게 크다. 시골마다 어린이도 젊은이도 팍팍 줄어드는데 군청 공무원은 꾸준히 늘어날 뿐 아니라 군청 건물 덩치가 크다. 더욱이 이런 흐름을 다스리는 길이 잘 안 보인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를 읽으면서 한국에 숱하게 있던 마을책집을 떠올린다. 요즈음 독립서점이란 이름으로 작은 책집이 늘어나는데, 지난날에는 헌책방이란 이름으로 그야말로 엄청나게 많은 마을책집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할 노릇인데 한국에 헌책방이 잔뜩 있었다면 새책방도 참 많았을 테고, 마을마다 있던 헌책방·새책방뿐 아니라, 온갖 마을가게가 앙증맞게 모여서 사이좋게 어우러졌겠지. 지난 스무 해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방이 사라졌지만, 이제 새로 여는 마을책집은 작은 손길로 찬찬히 마을을 새로 일구려는 푼더분한 몸짓이요 빛깔이 되리라 생각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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