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26.


《나의 두 사람》

김달님 글, 어떤책, 2018.4.30.



우리 책숲집으로 마실을 온 분한테 우리 두 아이가 들딸기를 훑어서 건넨다. “자, 드셔요.”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우리 책숲집 뽕나무 곁에 간다. 어느새 오디가 잘 익었네. 오디를 한 줌 훑어 작은아이 손바닥에 붓는다. “자, 모두하고 나누어 먹으렴.” 들바람을 마시며 자라는 뽕나무에 맺은 오디는 더없이 달콤하다. 뽕나무는 이렇게 아름다이 열매를 베푸는구나. 그리고 이 뽕나무에 돋는 잎은 누에밥이 되어 우리한테 실을 베풀지. 글이름인 줄 알았더니 글이름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어 주었다는 ‘달님’이라는 이름을 고이 받고 자란 분이 서른 언저리에 쓴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바치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사랑받고 자란 기쁨’을 수수하게 풀어낸 《나의 두 사람》을 읽었다. 사랑을 물려준 두 어르신도, 사랑을 물려받은 한 사람도, 서로 따사로이 바라보며 어루만지는 손길이 만났기에 이야기가 자라고 자라서 책이라는 열매를 맺었을 테지. 달님을 돌본 할아버지 할머니는 해님하고 별님일까? 해님하고 별님한테서 사랑을 받은 달님은 마음에 깊이 꿈씨를 담아 앞으로 온님을 돌보는 새로운 숨결을 이곳에 살포시 드리울 수 있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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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5.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호리에 아쓰시 글/정문주 옮김, 민음사, 2018.2.2.



마을 이장님이 마늘밭 일을 거들어 달라고 말씀한다. 그렇다고 마늘뽑기를 거들라고 하시지는 않고, 짐차에 싣는 일을 거들어 달라고 하신다. 마늘을 뽑아서 쇠끈으로 묶기까지는 이녁이 하실 만하지만, 마늘꾸러미를 들어서 짐차에 올리기란 허리가 결려 힘들다고 하신다. 2012년부터 어느덧 일곱 해째 이 일을 거드네. 이제는 마늘밭 흐름을 조금은 보았으니, 어떻게 캐고 묶으며 나르고 쟁이는가를 살짝 안다. 지난해보다 훨씬 가볍고 쉽게 일을 거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대구 마을책집을 다녀오며 장만한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를 한 달 넘게 조금조금 읽는다. 줄거리는 볼 만한데, 옮김 말씨가 영 엉성해서 조금조금 읽는다.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면 미국 말씨가,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기면 일본 말씨가 가득한 한국. 이쁜 책을 애써 옮기는데, 줄거리만이 아니라 말에도 좀 마음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출판사에서는 돈이 없어 글손질이 힘들다 한다면, 큰 출판사는 돈이 있을 텐데 글손질에 마음도 돈도 품도 들여서 ‘책 하나를 오래오래 건사하며 아끼는 길’을 여미면 참 좋으리라. 작은 가게가 마을(골목마을)을 바꾸듯이, 작은 손길은 마을(책마을)을 바꿀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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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4.


《토베 얀손, 일과 사랑》

툴라 카르얄라이넨 글/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2017.9.8.



며칠에 몇 쪽씩 읽는데, 토베 얀손이라는 분이 보낸 어린 나날이 애틋하면서 싱숭생숭하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떤 길을 보여주거나 이끌 수 있을까?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어떤 길을 보거나 배울 만할까? 어버이는 아이를 제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없다. 아이는 어버이만 바라볼 수 없다. 둘은 서로 가르칠 뿐 아니라 배우는 사이요, 저마다 새롭게 길을 가는 벗님이라고 느낀다. 《토베 얀손, 일과 사랑》이라는 책을 곁에 두며 무민이 태어난 바탕을 더 깊게 헤아려 본다. 무민은 이렇게 태어났구나. 토베 얀손 님하고 동생은 서로 이렇게 돕고 아끼면서 그림길이며 삶길이며 사랑길을 저마다 기쁘게 지피려 했구나. 책을 한참 읽다가 기다리던 누리글월을 받았다. 오사카에서 온 누리글월을 읽고서 6월 6일에 일본마실을 하자고 생각하며 비행기표를 끊는다. 며칠 안 남은 터라 부산스레 비행기표를 끊는데, 네 사람 몫을 끊자니 품이 많이 드네. 아침에 씻어 불린 쌀로 큰아이더러 밥을 안쳐 달라 말한다. 미리 마련한 반찬을 스스로 꺼내서 먹으라 이른다. 두 시간 남짓 용을 써서 비행기표를 끊으니 기운이 쪽 빠진다. 올해에는 아이들까지 나라밖으로 함께 배움길을 나선다. 고마우면서 기쁘다. 함께 배우기에 나부터 한결 자라는 어른이 되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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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3.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

정경오 글, 양철북, 2018.5.21.



바다를 다녀온다. 아이들이 바다 가자고 노래할 적에는 며칠 미루었는데, 곁님이 바다에 가자고 노래하기에 냉큼 택시를 불러 길을 나선다. 아이들아, 너그러이 헤아려 주렴. 너희 어머니가 집밖으로 마실을 나가자고 하는 날은 한 해에 며칠 없잖니.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큰아이한테 헤엄질을 가르친다. 아직 헤엄질을 못 치는 몸이지만, 지난해부터 바닷물하고 사귀는 길을 깨달았기에, 내가 깨달은 대로 “몸에서 힘을 다 빼고 물살에 네 몸을 맡기렴. 바다는 너를 사랑한단다.” 하고 들려주면서 찬찬히 이끈다. 큰아이는 어느새 엎드려서 힘을 빼고 물에 뜨는 길을 알아챈다. 이 길을 알아채며 짓는 함박웃음이란! 몸을 말리고서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을 읽는데 퍽 숨이 막힌다. ‘배움(공부)’이란 대학입시만 있지 않을 텐데, 글쓴이인 교사는 너무 대학입시에만 눈길을 맞추었다. 내로라하는 대학에 안 가더라도 즐겁게 배우는 길을 함께 다루면 푸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길동무가 될 텐데. 이 책에서 ‘입시 공부’라는 힘을 아예 다 빼고서 ‘푸른 나날을 누리는 벗님’으로서 배우는 기쁨을 가만히 노래하듯이 다룬다면, 어려운 사자성어를 따서 말하기보다는 더 쉽고 상냥한 말씨로 배움길을 노래하는 배움빛이 된다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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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2.


《청춘착란》

박진성 글, 열림원, 2012.8.16.



얼마나 아프고 또 아픈가 하는 이야기가 흐르는 《청춘착란》을 읽다.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읽으며 아픔을 새삼스레 돌아본다. 아픈 이웃은 왜 아픈 이야기를 쓸까? 슬픈 이웃은 왜 슬픈 이야기를 쓸까? 모든 이야기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른다. 아프든 기쁘든, 슬프든 즐겁든, 모든 이야기는 나한테서 비롯해서 둘레로 퍼진다. 우리가 아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아픔은 둘레로 퍼져서 조금씩 수그러든다. 우리가 기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기쁨은 둘레로 번지며 조금씩 자란다. 재미있게도, 말하면 할수록, 밖으로 드러내면 낼수록 아픔은 수그러들고 기쁨은 자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만할까? 우리는 서로 무엇을 나눌 만한가? 아프면서도 기쁜 이야기를 꿈꾸고 그리면서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슬프면서도 즐거움을 찾고 맞아들이면서 이를 하나하나 사랑스레 담아내어 글로 펼 수 있을까? 만만하지 않으리라 여길 수 있지만, 뜻밖에 매우 쉬울 수 있다. 젊음은 어지러울 수 있지만, 어지럽기에 이 어지러운 곳에서 새길을 찾는다. 벼랑끝에 몰려서 악악 소리를 지를 수 있지만, 벼랑끝에 나아갔기에 가볍게 날아올라 바람을 탈 수 있다. 시를 쓰고 싶은 아프며 슬픈 넋은 ‘동사가 모자라다’기보다는 기쁘게 꿈꾸는 그림이 아직 없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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