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31.


《천국으로의 계단 4》

무츠 토시유키 글·그림/이영신 옮김, 학산문화사, 2003.10.25.



아침에 일찌감치 시골버스에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순천에 닿는다. 순천버스역에 앉아서 글손질을 한다. 도서관일기를 올해에 낼 텐데 열두 해치 일기이다 보니 글이 넘쳐서 덜고 더느라 바쁘다. 엊그제 네벌 읽으며 줄였고, 버스역에서 두벌 읽으며 줄인 뒤, 밤에 다시 두벌 읽고 더 줄였다. 어찌 더 줄이나 싶다가도 자꾸 되읽으니 ‘이 대목은 덜어도 되겠네’ 싶네. 새삼스럽지만 모든 책은 글쓴이가 얼마나 되읽으며 손질하느냐에 따라 짜임새가 달라지겠지. 글손질 일거리도 많지만 광양고 푸름이하고 이야기꽃을 펴야 하기에 시골버스랑 시외버스에서 부리나케 책을 읽었다. 《천국으로의 계단》은 여섯 권까지 나오고 더는 못 나온 듯싶다. 이야기를 마무리 못 지었다고 할까. 땅나라하고 하늘나라 사이를 오가는 젊은이가 삶을 새롭게 깨달으면서 사랑에 천천히 눈을 뜨는 줄거리를 다루는데, 여러모로 뜻깊으면서 아름답다. 부디 일곱째 이야기도 그려 줄 수 있기를. 비록 여섯째 책을 2004년에 그리고 더는 못 그린 듯하지만. 넷째 책을 보면 네 사람 이야기가 흐르는데, 저마다 오래도록 가슴에 맺은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는지 모르는 채 헤매다가 끝끝내 ‘사랑’으로 간다. 고빗사위를 헤치는 사람들 이야기가 애틋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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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30.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

로브 레이들로 글/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5.10.



드문드문 자전거를 탄다. 두 아이를 샛자전거랑 자전거수레에 태우는 나들이는 오늘로 끝이라고 여긴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더 탈 수 없을 만큼 키가 자랐다. 큰아이가 탈 자전거를 더 미루지 말고 얼른 장만해야겠다!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을 읽는데 숨이 막힌다. 이 책에 흐르는 괴로운 들짐승 이야기가 쿡쿡 쑤신다. 사람은 참말로 사람일까? 우리는 사람이라는 탈을 쓴 괴물은 아닐까? 한국에도 동물보호구역이 있으려나 하고 헤아려 본다. 고흥처럼 깊은 시골자락에 동물보호구역을 둔다면, 깊은 시골자락에 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나 골프장이 아니라 길도 집도 어미도 잃은 가녀린 목숨이 쉴 터를 마련한다면, 지자체 행정이 참으로 이쁘리라 생각한다. 서로 이웃으로 바라보기에 아름답고, 서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걷기에 착하다. 저녁을 지어 함께 먹고, 달이 이쁘장하게 뜬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른다. 어느덧 봄이 저물려 한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개구리도 풀벌레도 밤새도 신나게 노래한다. 노래를 듣는 밤은 노래로 읽는 책일 테지. 밤바람이 상긋하네. 이 바람을 마시며 아이들 곁에 누워야지. 아이들은 먼저 꿈나라로 날아갔다. 자, 나도 날아 볼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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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9.


《도쿄 셔터 걸 2》

켄이치 키리키 글·그림/주원일 옮김, 미우, 2015.8.30.



첫걸음을 읽은 지 세 해가 지나서야 두걸음을 읽는 《도쿄 셔터 걸》. 뒷그림에 몹시 마음을 쓴 줄 아는데, 여느 그림은 엉성한 대목이 많아 여러모로 아쉬웠다. 이를테면 얼굴을 네모칸 가득 그릴 적이 아닌, 작게 담을 적에는 팔다리하고 몸이 엉성하다든지, 목에 건 사진기를 어느 때에는 꼼꼼히 그리지만 어느 때에는 네모덩이로 뭉그러뜨리기 일쑤이다. 이 때문에 두걸음은 내키지 않았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세 해 만에 두걸음을 장만해서 읽어 본다. 아무래도 올 삼월에 도쿄를 다녀온 탓이지 싶다. 도쿄 간다 책집골목부터 신주쿠까지 걷기도 했고, 도쿄역에서 간다 책집골목까지 걷기도 했으며, 하치오지까지 전철로 다녀오기도 한 터라, 더욱이 유월에 오사카를 다녀오기로 해서 이름이며 눈에 익은 골목이나 길이 보이니,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열여덟 살 푸름이 마음을 새삼스레 헤아릴 만했다. 익숙한 듯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마을을 사진으로 담고, 사진기에 담기 앞서 눈하고 발걸음으로 먼저 담는다.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이 기쁘기에 기꺼이 사진기를 쥐는데, 이 삶을 담고 싶어 여러 달 씩씩하게 일해서 돈을 모아 사진기를 장만한다. 그림결을 조금 더 살핀다면, 이른바 작은 곳을 살핀다면, 사진눈도 트이기 마련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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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8.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

변영호 글·사진, 자연과생태, 2018.6.4.



일본돈을 찾으러 순천에 다녀오기로 한다. 고흥에서는 외국돈을 찾을 수 없어 먼걸음을 한다. 비오는 마실길에 두 아이는 씩씩하다. 다만 작은아이가 교통카드를 어디에서 잃었다. 아무래도 시골버스에서 놓고 내린 듯하다. 버스를 타며 찍으면 바로 등짐 주머니라든지 바지 주머니에 넣어야 하는데, 손에 쥐다가 자리에 놓다가 그냥 내렸을 테지. 아이들이 교통카드를 잃으면 목돈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다시 살 곳을 찾느라 품이 든다. 세 군데를 들른 끝에 겨우 다시 산다. 먼걸음을 하는 버스길에서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를 읽는다. 아이들하고 고흥에서 틀림없이 이 긴꼬리투구새우를 보았을 수 있으나 이름을 헤아린 적은 없다. 논물이나 흙웅덩이에 동글동글 물무늬가 지면 긴꼬리투구새우가 있을 수 있단다. 3억 5000만 해에 이르는 화석에 남은 모습대로 오늘날에도 살아간다는데, 이 민물새우를 눈여겨본 한국사람은 어린이였다고 한다. 경상도 어느 시골 어린이가 눈여겨보지 않았으면 한국 학계에서는 이 작고 멋진 새우를 파고들 일이 없었을 수 있었단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야말로 ‘오래된 앞날’이 아닌가.  오랜 옛날부터 먼먼 앞날까지 싱그럽고 다부지며 신나게 뛰어놀며 훨훨 날아오르는 사랑이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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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7.


《너에게만 알려줄게》

피터 레이놀즈 글·그림/서정민 옮김, 문학동네, 2017.8.21.



보름 앞서 큰아이하고 순천마실을 했다. 그때에 큰아이가 그림책을 두 권을 장만했고 며칠쯤 즐겁게 읽고는 내려놓더니 더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러려니 하고 여겼는데 낮나절에 큰아이가 손수 빚은 그림책이라면서 내 책상맡에 놓아 준다. 큰아이가 피터 레이놀즈 그림책을 보고서 ‘큰아이 그림책’을 빚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틀도 줄거리도 이야기도 다르다. 무엇보다 큰아이가 손수 빚은 그림책에는 ‘어른들이 아이한테 자질구레하게 떠드는 말’이 한 마디도 없다. 아이 스스로 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북돋우고 가꾸는 줄거리하고 결로 흐른다. 《너에게만 알려줄게》를 비롯해서 피터 레이놀즈 그림책을 보면 여러모로 뜻있고 재미있구나 싶은데, 늘 아쉽다고 여기는 대목이 이렇다. 굳이 어른 목소리를 집어넣어야 할까? 그림책을 지은 이가 어른이라지만 애써 안 넣어도 된다. 어린이하고 함께 읽는 그림책이라면, 어린이부터 생각을 새롭게 키우는 줄거리를 다룬 그림책이라면, 그저 어린이 마음이 흐르는 숨결을 살펴서 즐겁게 담아도 넉넉하리라 본다. 큰아이가 ‘아버지한테만 먼저 보여준’ 그림책을 책상맡에 고이 놓는다. 스캐너로 긁어 놓아야지. 그래서 나중에 큰아이한테 남겨 주어야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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