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6.10.


《민들레 버스》

어인선, 봄봄, 2018.5.5.



일본 오사카마실을 마치고 부산 김해공항에 닿아 기차를 갈아타고 순천에 내린 뒤에 저녁 먹을 곳을 찾기 앞서 〈책방 심다〉에 들렀다. 짐이 많아 책집지기님한테 말씀을 여쭙고 무거운 짐을 책집 한쪽에 내려놓는다. 가벼운 몸으로 걸어서 밥을 먹고 책집으로 돌아와 네 사람이 찬찬히 둘러본다. 넷이서 책집마실을 해 보기는 아주 오랜만이다. 작은아이가 눈여겨본 그림책 《민들레 버스》를 장만한다. 민들레가 씨앗을 하나둘 흩날리는 모습을 버스에 빗대어 보여준다. 그리 놀라운 생각은 아니지만 귀여우면서 상냥한 붓질하고 줄거리가 아이 눈을 사로잡는구나 싶다. 마지막에 민들레 버스가 가만히 흙 품에 안기는 모습까지 잘 그려낸다. 그러고 보니 이 그림책이 태어난 5월 5일 무렵은 한창 민들레씨가 날리는 철이다. 아니, 민들레씨가 막바지로 날리는 철이라고 해야 할 테지. 5월이 저물고 6월로 접어들면 민들레는 감쪽같이 풀밭에서 사라진다. 다른 풀이 기운차게 오르면서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리기만 할 뿐, 조용히 흙 품에 안긴다. 새로운 해를 꿈꾸며 흙한테 안기는 민들레는 가을 지나고 겨울바람을 머금으면서 머잖아 씩씩하게 피어날 즐거운 나날을 그리겠지. “민들레 배”나 “민들레 비행기”도 그려 본다면 재미있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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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9.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문익환, 사계절, 2018.5.18.



짐을 꾸린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촛불보기를 하고는 이것저것 챙기고서 몸을 씻는다. 일본 오사카에서 나흘째 지내며 전철은 어느 만큼 익숙하다. 택시도 잘 잡을 수 있다. 사카이역에서 칸사이공항으로 가는 특급열차도 표를 따로 끊어서 쓰는 길을 찾았고, 공항에서도 술술 결대로 흐른다. 고작 한 시간 하늘길이지만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를 편다. 문익환 어른 시집은 모두 읽었기에 낯익다. 다만 내가 아끼는 문익환 어른 시가 많이 빠졌다. 문익환 어른 백 돌을 맞아서 새로 엮은 시집을 누가 어떻게 엮었을까? 이 시집을 엮은 틀이나 잣대는 뭘까? 엮은이 말이 한 마디도 없으니 왜 이 시를 이 부피로, 또 이러한 흐름으로 엮었는지 알쏭하다. 1부 2부 3부 …… 같은 차가운 갈래가 아닌, 문익환 님이 시집마다 달리 붙인 이름을 알맞게 붙이는 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책끝에 네 사람이 군말을 붙이는데, 군말은 그저 군말 같다. 군말 아닌 새말을, 노랫말을, 꿈말을, 삶말을 붙여야 어울릴 텐데. 늦봄 어른은 꿈을 노래하는 길을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덩실덩실 춤추며 걸어가는 개구쟁이 같다고 본다. 이분 시가 얼마나 개구지면서 고운데, 이러한 결을 평론가도 소설가도 시인도 편집자도 잘 모르는 듯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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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8.


《のびたの南極カチコチ大冒險》

藤子·F·不二雄, 小學館, 2017.9.3.



일본 칸사이공항에 내렸다. 히라바야시역 둘레에서 사흘을 묵으면서, 스미요시코엔을 아이들하고 걷고 놀고는, 스미요시타이샤에 있는 blu room R에서 이틀에 걸쳐 파란방에 들어가며 몸씻기를 했다. 즐겁게 파란방마실을 마치고, 낮에 코하마저자를 걷다가 곁님하고 나는 나막신을 발에 맞추어서 한 켤레씩 장만한다. 마을가게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를 공원 걸상에 앉아서 먹고는, 코하마역으로 전철을 타고 가서 우체국에 들르고 저녁거리를 새로 장만하고 나오는데, 마침 마을책집이 보여서 슥 둘러보다가 《のびたの南極カチコチ大冒險》을 고른다. 마을책집 앞에 헌책도 제법 내놓았지만 살필 틈은 없다. 중앙아시아 문화를 다룬 책을 380엔 값에 내놓아서 집어들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이끌고 길손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길손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큰아이는 도라에몽 만화책에 빠져든다. 큰아이로서는 사흘 만에 손에 쥐는 종이책이네. 일본글로 된 책이니 그림만 들여다보는데, 이웃나라 말이며 글을 몰라서 돌아다니기 만만하지 않은 줄 처음으로 느끼는 마음은 어떠할까? 이제 아이들은 이웃나라 말도 즐겁게 배우자는 생각을 해 볼 만할까? 나도 그렇지.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쓰는 길을 찾았다면, 이제부터는 이웃말을 익히는 길을 가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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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7.


《평양의 여름휴가》

유미리/이영화 옮김, 도서출판 615, 2012.10.4.



글을 쓰는 유미리 님이 사는 나라에 온다. 유미리 님은 올 2018년에 일본 후쿠시마에서 책집을 열었다고 한다. 후쿠시마에 사는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제 고장을 사랑하면서 아늑하게 지낼 수 있도록 쉼터 구실을 할 책집으로 가꾸려 한다는데, 참말로 굳은 마음에 씩씩한 발걸음이지 싶다. 글이란 무엇이고 책이란 무엇이며, 글하고 책이 모이는 집이 어떤 보금자리를 맡는지 잘 아는구나 싶기도 하다. 또한 글하고 책이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어떻게 마음밥이 되어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슬기로운 실마리 노릇을 하는지도 찬찬히 읽는구나 싶다. 《평양의 여름휴가》를 읽는다. 처음에는 혼자서, 나중에는 아이를 데리고 북녘을 찾아가 보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요즈음은 달라졌을는지 모르나, 아직 여러모로 꽉 막힌 북녘 삶터 모습을 엿볼 만한 이야기가 줄줄이 흐른다. 그렇다고 글쓴이 유미리 님은 북녘을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북녘이 오늘날 이 같은 모습일 뿐인 줄 지켜보되, 앞으로 넉넉하고 따사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오사카에서 스미요시타이샤, 히야바야시, 스미노에코엔을 걷고 쉰다. 파란 물결로 일렁이는 바람을 먹고, 해오라기하고 참새를 곁에서 지켜보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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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6.


《람타 화이트북》

제이지 나이트/유리타 옮김, 아이커넥, 2011.12.1.



올 3월 혼자 도쿄마실을 하면서 진보초 〈책거리〉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이때에 하치오지에 있는 blu room(rising blu)에 가서 몸을 새로 바라보는 길을 배웠다. 올 6월에는 네 사람이 함께 오사카마실을 하면서 스미요시히카시에 있는 blu room(blu room R)에 가서 몸을 다스리는 마음을 새로 돌아보는 길을 배운다. 나는 언젠가부터 ‘여행’이라는 말을 안 쓴다. 한자말이라서 안 쓴다기보다 우리 삶하고 안 어울려서 안 쓴다. 우리 집 네 사람은 언제나 배우면서 살려 하고, 서로 가르치면서 즐겁게 살림을 짓고 싶다. 사회 관습이나 지식이 아닌, 살림살이하고 사랑을 나누는 길을 배우면서 가르칠 줄 알 적에 즐거운 사람(어버이요 아이)으로 고요히 서서 참하게 어우러진다고 느낀다. 짐꾸러미에 파란 물병을 챙겨서 어디에서나 바람 같고 하늘다운 물을 마신다. 디디는 걸음마다 배움길이 되도록 마실하는 마음이 되려고 한다. 살아오며 참 온갖 책을 읽었는데 《람타 화이트북》을 2014년부터 책상맡에 놓고서 꾸준히 들여다본다. 한벌 읽고 덮는다면 책이 아니지 싶다. 열벌 온벌 즈믄벌 읽다가, 어느새 몇 벌 읽었는지 잊으면서 즐거이 웃음짓는 하루를 읽는 길을 시나브로 헤아릴 적에 비로소 책이 될 만하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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