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6.15.


《10대와 통하는 음식 이야기》

박성규 글, 철수와영희, 2018.6.18.



고흥에서 서울로 시외버스를 달렸고, 하루를 묵은 뒤 영등포에서 수원으로 기차를 달렸다. 수원에서 이야기꽃을 편 뒤에 순천으로 기차를 달리고서, 순천서 고흥으로 시외버스를, 마지막으로 읍내에서 택시를 갈아타고 집으로 달리는데, 길에서는 물을 빼고는 거의 안 먹는다. 하룻밤 사이에 열 몇 시간 차에서 보내기에 안 먹으려 하지만, 집을 떠나 움직일 적에는 빈속이 홀가분하다. 먼길을 가며 오며 《10대와 통하는 음식 이야기》를 읽는데, 밥 한 그릇을 둘러싼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어른 눈높이가 아닌 푸름이 눈높이로 밥살림을 들려주기에 더욱 새롭다. 아무래도 어른 눈높이 인문책은 자잘한 지식이나 정보를 너무 많이 다룬다면, 푸름이 눈높이 인문책은 사람으로서 앞으로 살아가는 길에 ‘지식이나 정보를 어떤 마음으로 다스리면서 몸을 어떻게 가꿀 적에 아름다운가’를 찬찬히 짚는다. 어른 인문책은 이런 얼거리가 얕기 일쑤라 퍽 따분하다. 지식이나 정보야 인터넷에 넘치잖은가? 밥 한 그릇을 둘러싼 손길이며 숨결이며 뜻이며 사랑이며 꿈을 짚어 주어야 밥살림을 한결 깊거나 넓거나 새롭게 바라보면서 배울 만하겠지. 우리 몸이 되는 밥이란, 우리 마음이 펼쳐지는 몸을 살리는 기운이다. 밝은 바람을 마시고 맑은 물을 먹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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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14.


《스트레칭 1》

아키리 글·그림/문기업 옮김, 미우, 2016.2.29.



서울이다. 이튿날 수원에서 이야기꽃을 펴기에 하루 일찍 서울에 온다. 고흥청소년우주센터에서 쓰는 공문서 하나를 쉽게 손질해 주는 일을 거들기로 해서, 합정역 알라딘중고서점에 들어가서 무릎셈틀을 꺼낸다. 초코라떼를 시켜서 틈틈이 홀짝이며 글손질을 해 주는데, 왜 공문서나 보고서는 하나같이 겉치레로 어렵게 글을 써야 한다고 여기는지 살짝 갑갑하다. 말하듯이 부드럽게 쓰면 될 텐데. 그러나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일하는 분들은 말하는 자리도 안 부드럽다. 말씨부터 딱딱하고 치레를 해야 하다 보니 이분들이 글을 쓰는 때에도 으레 딱딱하게 치레를 할밖에 없지 싶다. 말만 바꿀 수 없다. 삶과 넋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한다. 글손질을 마치고서 만화책을 돌아본다. 살림집 가까이 책집이 있으면 주루룩 훑고서 살는지 말는지 고를 수 있어 좋다. 시골에 책집이 없으니 으레 누리책집에서 미리보기로 살필밖에 없는데, 모처럼 서울마실을 해서 책집에 들르면 신나게 훑고서 기쁘게 장만한다. 2016년에 처음 나왔을 적에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속을 훑을 수 없어 미뤘던 만화책 《스트레칭》 첫걸음을 집는다. 네걸음까지 있기에 빠르게 훑었고, 네걸음 모두 장만했다. 차분하면서 부드러이 몸이며 마음을 풀어 주는 줄거리가 착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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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나 2018-06-15 09:15   좋아요 0 | URL
오늘은 무슨 책을 읽으셨을까?
궁금해서 날마다 살피게 됩니다.
덕분에 사고 싶은 책들이 늘어납니다.
고맙습니다.

숲노래 2018-06-16 08:00   좋아요 0 | URL
하루하루 즐거운 마음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지피실 수 있기를 바라요.
고맙습니다.
 

오늘 읽기 2018.6.13.


《인월 1》

김혜린 글·그림, 대원씨아이, 2017.6.30.



선거를 하러 가는 날. 마을 앞으로 시골버스를 타러 나가는데, 어라 대문을 열 즈음 버스가 부르릉 마을 앞을 벌써 지나간다. 오늘 따라 시골버스가 1분조차 안 늦고 이렇게 빨리 지나가네. 여느 날에는 10분도 15분도 20분도 늦던 버스가.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본다. 꼭 면소재지 투표소로 가야 하느냐고, 읍내 투표소에 가면 안 되느냐고. 두 시간에 한 번 지나가는 버스를 놓쳐서 면에 가는 버스로는 투표를 못 한다고. 선관위에서는 사전투표가 아니면 꼭 지정투표소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이 말을 듣고는 “그럼 우리 택시 타자! 내가 택시삯 낼게!” 한다. 우리는 면소재지로, 또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택시를 타고 움직인다. 뭐 가며 오며 5000원씩 내니 네 사람 타는 삯으로는 안 나쁘다. 고흥군은 투표율이 80퍼센트를 넘었다니 군수 물갈이를 이룰 테지. 저녁나절 만화책 《인월》 첫걸음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김혜린 님 새로운 만화가 나오는구나! 얼마나 멋진가! 곧 두걸음 세걸음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시골 군수가 토호세력 아닌 심부름꾼 되기를 빌면서, 《인월》에 나오는 양반네나 권력자 들이 부디 이녁 바보스러운 짓을 깨닫기를 바라면서 고요히 밤꿈을 꾼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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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12.


《내 친구의 그림일기 2》

 아비코 미와 글·그림/최미애 옮김, 대원씨아이, 2001.9.11.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를 달린다.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가는 날이다. 굳이 이맘때에 초등학교에 다시 가서 ‘입학 유예’ 서류를 써야 한다. 졸업장 학교 아닌 ‘우리 집 학교’를 다니는 길에, 해마다 또는 학기마다 이런 서류를 써야 한단다. 즐겁게 쓰기로 하면서도 살짝 갑갑하다. 서류를 써 주면 나라나 교육부에서는 ‘우리 집 학교 어린이·푸름이’한테 어떤 이바지를 할까? 철물점에 들러 전깃줄을 장만한다. 보일러를 손봐야 한다. 책숲집에서 쓸 갈대비를 둘 장만하고 집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작은아이는 가며 오며 샛자전거에 앉을 수 있어서 신난다.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란 재미있지? 만화책 《내 친구의 그림일기》 두걸음으로 나아간다. 두걸음에는 ‘말하는 고양이’하고 멀리 바다를 보러 나들이를 다녀오는 줄거리가 흐른다. 고양이를 데리고 먼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이 드물 무렵, 세 식구는 어떻게든 머리를 짜내어 ‘한식구인 고양이’한테도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함께 보고 함께 느끼며 함께 배우는 길을 가려 한다. 이야기가 예쁘다. 살림이란, 배움이란, 사랑이란, 나눔이란 참으로 수수하다. 아주 작은 곳을 눈여겨보고, 아주 작은 자리를 함께 가꾸면서 돌보려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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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11.


《말은 말이 없다》

박찬원 글·사진, 고려원북스, 2018.5.24.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이제부터 즐겁게 반찬을 해야지. 일본마실을 하기 앞서 냉장고를 비웠으니, 하루에 한두 가지씩 새롭게 반찬을 해 놓을 생각이다. 작은아이하고 함께 시골버스에 오른다. 우리는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길에서도 여러 가지를 마주하면서 삶을 배운다. 크게 지어 놓은 건물이 있는 학교에서만 배울 일이란 없다. 짜맞춘 때에 따라서 교과목을 익히도록 하기보다는, 스스로 삶때를 헤아려 스스로 익히기를 바란다. 버스길에서 《말은 말이 없다》를 편다. 제주에서 제주말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사람들이 어떤 말을 주고받으면서 삶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곰곰이 새기자는 뜻이 흐른다. 말은 말이 없다고 하는데, 말한테 낱말이나 말씨가 없다기보다는, 말은 사람하고 다른 결이나 숨으로 이야기를 하지 싶다. 목소리를 터뜨릴 적에만 이루는 말이 아닌, 눈빛으로도 몸짓으로도 얼마든지 말을 터뜨릴 수 있고, 마음으로도 조용히 말이 흐를 수 있다. 얌전하면서 부드럽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란 짐승을 사귈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 더 많은 말마디보다는 더 넓게 마음을 펴면서 따사로이 하루를 지을 만하리라 본다. 말은 군말·겹말·덧말이 될 수 있지만, 새말·꿈말·사랑말·슬기말·숲말도 될 수 있다. 사진이 아늑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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