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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8 좋지도 나쁘지도



  말은 그저 말입니다. 좋을 까닭도 나쁠 일도 없습니다. 말에는 이 말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느냐를 고스란히 담아요. 말을 들을 적에는 “아, 저이는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구나” 하고 깨닫고, 말을 할 적에는 “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구나” 하고 밝히는 셈입니다. 좋은말·나쁜말이 없다면 어떤 말을 써야 하느냐 헷갈리거나 헤맬 수 있겠는데, 길은 늘 하나예요. ‘스스로 사랑하는 말’을 가려서 쓰면 됩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말’을 살피거나 헤아리거나 생각하지 않고서 말을 하기에 이야기로 잇지 않기 일쑤입니다. ‘좋은말·나쁜말’을 따지려 들기에 이야기(의사소통)가 아닌 싸움(갈등·불화·전쟁)으로 불거집니다. 저이가 저 말을 쓰는 까닭은 저이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으로는 저이 삶이 바보스럽더라도 저이한테는 하나도 안 바보스럽습니다. 우리 눈으로는 우리 삶이 훌륭하더라도 저이한테는 하나도 안 훌륭합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갈라 놓지 말고, 서로 생각을 나눌 말을 살펴서 쓸 일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지을 하루를 그리면서 말을 한다면 싸움도 다툼도 없어요. 꾸미려는 말이기에 뜻이 오락가락하고, 허울이 가득하고, 싸움으로 번집니다. 말에서 힘을 빼 보셔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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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2.7.27.

나는 말꽃이다 97 씨앗



  우리가 ‘글’을 누리며 산 지는 아주 짧습니다.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글을 아예 모르는 채 ‘말’로 살림을 짓고 사랑을 나누며 삶을 가꾸었습니다. 말이란, 마음에 담을 생각을 옮긴 소리입니다. “마음에 담을 생각을 옮긴 소리인 말”을 주고받기에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란 “서로 마음에 담을 생각을 이으면서 삶을 짓는 하루를 나누는 일”입니다. 글을 모르던 옛사람은 스스로 살림을 짓듯 스스로 말을 지었으니, ‘사투리’는 저마다 다른 고장에서 모두 다르게 피어났어요. 살림·삶·사랑을 스스로 지은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 그대로 말을 가꾸는 나날”이었어요. 그런데 소리가 같고 뜻이 다른 ‘말’이 셋이니, “말 ㄱ : 생각을 담은 소리”이고, “말 ㄴ : 들을 달리는 숨결”이고, “말(마을) ㄷ : 사람이 모여 이룬 터”입니다. 삶말(입말)은 들말(들짐승)처럼 바람을 타고 홀가분히 퍼지는 하늘빛 기운입니다. 살림말(사랑말)은 마을(고을)처럼 널리 아우르고 품으면서 아늑하고 오붓한 숨결을 들려줍니다. 어느덧 말살림이 저물고 글살림으로 넘어서는 오늘날은, 이런 말결·말씨(말씨앗)를 그만 잊다가 잃습니다. “마음에 담는 말”처럼 “마음에 담는 말을 그린” ‘글’이 아닐 적에는 생각을 잊다가 잃어 헤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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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2.7.27.

나는 말꽃이다 96 풀



  풀밥(채식·비건)을 누리려는 사람이 새롭게 느는데, 풀을 먹으면서 ‘풀’이란 낱말을 혀에 안 올리기 일쑤입니다. 풀을 먹기에 ‘풀사람’이요, 서로 ‘풀님·풀벗’일 텐데, 풀을 ‘풀’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일까요? 흙을 짓고 살림을 가꾸던 사람들은 예부터 풀을 함부로 베거나 뽑지 않았습니다. 나물로 삼을 때에 풀을 조금 솎고, 집을 지을 적에 억새나 수수깡을 조금 모았습니다. 우리말은 그저 ‘풀’일 뿐이에요. ‘잡초(雜草)’는 우리말이 아닌, 중국스럽거나 일본스러운 바깥말(외국말)입니다. 풀사람(시골사람·숲사람)한테는 ‘못 쓸 풀·나쁘거나 사나운 풀(잡초)’이란 없습니다. 나물로 삼지 않을 적에는 보금자리를 푸르게 빛내면서 상큼한 바람을 맑게 일으키는 풀입니다. 풀밭에 풀벌레랑 개구리랑 뱀이랑 거미랑 지네랑 온갖 숨결이 어우러지면서 숲빛이 아름답습니다. 풀벌레랑 거미가 있기에 새가 찾아들어 알맞게 솎아내고 노래하지요. 또한 지난날 시골사람·흙사람은 풀줄기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었으니, 풀을 함부로 안 베었어요. 외려 풀을 돌보고 아꼈지요. 거름에 얹을 적에 조금 벨 뿐입니다. ‘먹는 풀’만 이름을 알고, ‘아직 안 먹는 풀’은 이름을 몰라 ‘잡초’로 여겨 죽이려 든다면, 풀밥 아닌 막밥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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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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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5 새말 새글 새넋



  말은 늘 새로 태어납니다. 우리가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살림을 새롭게 누리거든요. 글은 언제나 새로 씁니다. 우리가 하루를 새롭게 열고 닫으면서 삶을 지으면, 이 삶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흐드러지니, 소복소복 태어나는 글감을 문득문득 옮겨요. 웃음으로도 살고 눈물로도 사니, 웃음말과 눈물말이 태어나고, 웃음글에 눈물글을 씁니다. 생채기나 멍울이나 흉허물을 드러낼 새말이 자라고, 이 모두를 담아낼 새글을 씁니다. 허물벗기를 마친 나비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벅찬 나날을 누리니, 굳이 애벌레일 적을 떠올리지 않아요. 나비살림을 오롯이 맞아들입니다. 나비가 숨을 다해 흙으로 돌아가면 헌몸을 내려놓고 새빛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느끼고 보고 생각하며 짓는 마음이 피어나요. 새삶길로 가는 동안 새이야기가 자라나고, 새말과 새글로 드러납니다. 그런데 모든 새말은 모든 옛말에서 비롯합니다. 새몸도 옛몸에서 비롯하고, 새잎도 옛잎에서 비롯해요. 오늘 여민 낱말책은 모레에 새로 낱말을 지을 적에 밑거름이 되고, 모레 새로 태어난 낱말은 새삼스레 추스를 낱말책에 깃들어 다시금 새로 지을 살림을 나타낼 새말을 이루는 밑바탕이 돼요. 새말·새글·새넋은 늘 한동아리가 되어 옛말·옛글·옛넋을 먹고자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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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94 봐주다



  우리말 ‘봐주다’는 한자말로 치자면 ‘용서 + 조력’입니다. 잘못이나 허물을 너그러이 토닥이거나 감싸고,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끼기에 돕거나 알려줍니다. 이 ‘봐주다’는 ‘보아주다’를 줄인 말씨요, ‘보다 + 주다’입니다. “보면서 주다”인 셈이에요. ‘보다’는 ‘돌보다·돌아보다’하고 맞물리고, ‘주다’는 ‘내주다·해주다’하고 맞닿으니, ‘봐주다·보아주다’는 어마어마한 숨빛을 품었다고 할 만합니다. 남이 나를 보아줄 수 있습니다만,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보아줄 노릇이에요. 우리 넋이 어떠한가를 스스로 보고, 우리 마음·꿈·사랑이 어떠한지를 스스로 알아보아야지요. 낱말 하나를 가만히 보기에 문득 뜻이며 쓰임이며 빛을 시나브로 깨닫습니다. 외워서는 뜻도 쓰임도 빛을 못 깨달아요. 언제나 물끄러미 보면서 익힙니다. 늘 차분히 보다가 차근차근 맞아들입니다. 봐주는 마음이란, 사랑으로 품겠다는 눈빛이지 싶습니다. 보아주는 손길이란, 사랑스레 토닥이거나 달래면서 함께하겠다는 몸빛이지 싶어요. 늘 쓰는 수수한 낱말부터 보아주기를 바라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할 말씨부터 봐주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사랑씨앗을 심는 낱말을 가만히 보고, 서로 이야기꽃을 지필 말씨를 즐겁게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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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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