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허락 2023.4.1.흙.



모레에 무슨 일이 있을는지 모른다고도 하지만, 모를 수가 없지. 왜 그런 줄 알아? 오늘을 살아가는 네가 그리는 모습이 늘 네 앞날로 나타나거든. 너는 너한테 무엇이 있는지 안다면, 너 스스로 빛나는 길을 가게 마련이야. 네가 너 스스로 마음씨를 바라볼 줄 모르니, 너는 날마다 네 마음을 갉고 깎아서 네 목숨을 스스로 갉으면서 깎지. 너한테 힘이 있니? 네가 네 힘을 쓴다면, 넌 하루하루 죽으러 간다는 뜻이야. 너한테 이름이 있니? 네가 네 이름을 앞세운다면, 넌 언제나 사랑을 잊는다는 뜻이야. 너한테 돈이 있니? 네가 네 돈을 뿌린다면, 넌 스스로 눈을 감는 바보가 된다는 뜻이지. 스스로 사람이라면 홀가분하게 날개를 달면서 바람을 마시지. 네가 스스로 사람빛을 잊기에 자꾸 무리를 지으면서 ‘너(나) 스스로’를 잊다가 잃는 수렁으로 잠겨든단다. 팔다리가 있기에 움직이지 않아. ‘인형·허수아비·로봇’한테도 팔다리가 있단다. 머리가 있기에 생각하지 않아. 생각하려면 마음에 꿈이라는 씨앗을 심어서 스스로 사랑이라는 하루를 지으려 한다면 ‘머리라는 모습’을 매달지 않아도 생각을 한단다. 해파리한테는 어디가 머리이니? 풀·나무·돌·모레·물방울·이슬한테는 어디가 머리이니? 바람이나 하늘이나 바다나 땅은 어디가 머리일까? 겉모습이나 몸뚱이를 바라보는 일은 안 나빠. 그저 ‘겉몸’을 자꾸 보느라 ‘속빛’을 자꾸 잊다가 잃을 뿐이야. 사람은 ‘새’하고 다른 머리·팔다리야. 풀벌레는 나무하고 다른 머리·팔다리이지. 다 다른 목숨은 다 다르게 움직이고 말을 하고 마음을 가꾼단다. 넌 네 마음을 보니? ‘허락’이 없이 스스로 마음을 보살피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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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기어서 2023.4.2.해.



기어서도 가고, 걸어서도 가고, 날아서도 가고, 달려서도 가. 멈춰서더라도 가고, 그치더라도 간단다. 눈뜨고도 가고, 눈감고도 가네. 보면서 가고, 안 보면서 가는구나. 알기에 가고, 모르지만 아무튼 가네. 너는 어떻게 가는 마음이고 오늘이니? 너는 네가 가는 모습이나 몸짓이 창피하니? 숨기거나 감추거나 없애고 싶니? 너는 네가 나아가는 모습이나 몸짓이 자랑스럽니? 널리 보이거나 알리거나 밝히고 싶어? 뒷걸음도 앞걸음도 옆걸음도 제자리걸음도 다 다르지만 다 똑같이 나아가는 길이야. 낫거나 나쁜 길이 아닌, 나아가는 길이야. 그래서 너는 ‘나아갈 하루’를 아침마다 그리고 밤마다 되새기면 돼. 곤두박질도 나아감이야. 미끄덩도 나아감이야. 벌렁 자빠지거나 와장창 깨져도 나아감인걸. ‘나아감’이 아닌 길은 없어. 그런데, “길에 들어서다”가 ‘길들’곤 하지. 모든 다 다른 나날과, 모든 다 다른 삶과, 모든 다 다른 마음을 보렴. 네가 ‘다른 나날’을 보고 느낄 적에는 ‘길들지’ 않아. 네가 ‘안 다른 나날’을 스스로 그려서 똑같이 되풀이를 하니 ‘길들’어. ‘길들’면 얼핏 겉모습이 반들반들·반질반질하지. 속에서 샘물처럼 우러나는 ‘살림빛’이 아닌, 겉으로만 매끄러운 시늉을 하는 ‘길듬빛’에 머문다면, 넌 ‘길을 가는 하루’가 아닌 ‘길을 잃는 벼랑’이란다. 반들거리거나 매끄러운 겉빛(겉치레·겉돈·겉옷·겉이름·겉힘)에 언제까지 휘말리겠니? 너는 네 ‘다 다른 길’을 늘 새롭게 가면서 스스로 빛나면 돼. 네 ‘스스로빛’은 안 작고 안 크단다. 오직 네 ‘살림빛’인걸. 오늘도 넌 천천히 기어서 맴돌이를 하는구나. 그러나 맴돌이도 ‘나음길’인 줄 알아차리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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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아픈데 2023.4.3.달.



아픈데 왜 하려고 드는지 모르겠지? 아플 적에는 아프니까 ‘아픈 대로’ 하고, 안 아플 적에는 안 아프니까 ‘안 아픈 대로’ 한단다. 튼튼할 적에만 해야 할까? 튼튼할 적에는 ‘튼튼한 대로’ 하면 되고, 안 튼튼할 적에는 ‘안 튼튼한 대로’ 하면 돼. ‘힘든데 굳이 하는 일’이 아니야. ‘모르는데 자꾸 가는 길’이 아니지. ‘아픈데 또 먹는 일’이지 않아. 얼핏설핏 보다가 스치면 모를 만해. 네가 아파 보기도 하고, 안 아파 보기도 하고, 졸려 보기도 하고, 번쩍 깨어나 보기도 하고, 끙끙거려 보기도 하고, 개운하게 씻어 보기도 하면, 어느새 ‘네(내)가 스스로 왜 그 길을 가는 지음(짓기)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가’를 문득 알 수 있어. 처음부터 알면 좋을까? ‘처음부터 알다’는 처음은 처음대로 보고 느끼고 안다는 뜻이고, 차츰차츰 새로 뻗으면서 ‘새롭게 알다’로 가는 셈이야. ‘처음부터 모르다’는 처음은 처음대로 못 보고 못 느끼고 모른다는 뜻이고, 어쩐지 끝까지 내내 모르다 보니까 ‘나는 그야말로 몽땅 모른다’고 ‘알아차려서 눈뜨는’ 길이란다. 아프니까 아파서 해. 말짱하니까 말짱히 해. 잔뜩 쌓기도 하고, 어지럽히기도 하고, 달아나기도 하고, 춤추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느릿느릿하기도 해. 언제나 새로 눈뜨는 마음으로 가려 하기에, ‘아픈데 하’거나 ‘성가신데 하’거나 ‘싫은데 하’거나 ‘졸린데 하’는 모습일 만해. 다시 바라보렴. 아프기에 아픈몸·아픈마음이 나을 수 있도록 움직인단다. 네 잣대나 눈썰미가 아닌 ‘아픈 그이’ 눈으로 바라보기를 바라. 모든 아픈 빛은 한때이기에, 알을 깨고 나온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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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제비꽃 2023.3.27.달.



스스로 하루를 그리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짓’을 섣불리 안 해. 스스로 하루를 그리는 사람은 ‘스스로 헤아리고서 무엇을 할는지’ 차분히 가누지. 겉으로 보면서 ‘시킨 대로 고분고분한 짓’이랑 ‘스스로 헤아려서 차분히 하는 일’을 가릴 수 있겠니? 네 눈에 비치는 모습은 ‘겉몸짓’이니, 아니면 ‘속빛’이니? 너는 늘 속빛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말할 수 있어. 그리고 너는 늘 겉몸짓에 휩쓸리거나 속으면서 되뇔 수 있어. 어느 모습이어도 언제나 ‘너’일 뿐이야. 스스로 설 줄 모르건 알건, 너는 너야. 이 봄에 피어난 제비꽃을 보겠니? 숲에 피어도 돌틈에 피어도 나무 곁에 피어도 마루 밑에 피어도 제비꽃이야. 밟혀도 꺾여도 제비꽃이야. 벌이 앉아도 나비가 앉아도 제비꽃이지. 흰송이여도 보라송이여도 제비꽃이고, 하나여도 무리지어도 제비꽃이란다. 넌 제비꽃한테서 어떤 숨결을 보고 느끼니? 넌 어떻게 제비꽃을 알아볼 수 있니? 참말을 하건 거짓말을 하건 너는 너야. 참살림을 가꾸건 겉살림에 허덕이건 너는 늘 너란다. 너는 그저 네 몸을 입은 뒤에 다 다른 숱한 삶을 새롭게 맞이하는 꽃 한 송이라고 할 만해. 너는 이 봄에 꽃이 피고 씨앗을 맺을 수 있어. 여름이나 가을에 꽃이 피고 씨앗을 맺을 수 있지. 겨울에 꽃을 피우거나 한동안 꽃을 안 피울 수 있어. 그러나 어떤 너라도, 너는 꼭 너란다. 이제 ‘3월 제비꽃’ 기운을 맡아 봐. 다가오는 새달에는 ‘4월 제비꽃’ 기운을 맡으렴. 해마다 철마다 달마다 날마다 아침저녁마다 다른 제비꽃을 보고 느끼면서, 노상 새로우며 거듭나는 네 숨결을 보고 느끼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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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찍는 2023.3.28.불.



네가 쌀밥을 먹으니, 이웃나라 사람들도 쌀밥을 먹어야 할까? 이웃마을 사람은? 너랑 한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네가 갈비찜이나 피자나 순대나 파스타를 먹으니, 이웃나라 사람들이나 이웃마을 사람들이나 한집 사람들이 다 똑같이 먹어야 할까? 네가 고기밥(육식)을 한다면 네가 할 뿐이야. 네가 풀밥(채식)을 한다면 네가 할 뿐이야. 네가 주전부리(과자)를 한다면 네가 할 뿐이야. 네가 굶는다면 네가 할 뿐이야. 네가 이슬을 머금어도 네가 할 뿐이지. 네가 햇빛이나 별빛으로 배부르면 언제나 네가 할 뿐이란다. 네가 두 그릇을 먹으니 남들도 두 그릇을 먹어야 할까? 네가 한 숟가락도 안 먹으니 남들도 안 건드려야 할까? ‘좋음·나쁨’으로 가르지 마. ‘좋음·나쁨’으로 갈라서 ‘이래야 한다’나 ‘저러니까 나쁘다’ 하고 금긋지 마. 너는 네 몸에 맞으면서 네 마음을 살찌우는 길을 가는 네 뜻을 읽고 느끼고 보고 알면서 즐겁게 얘기하면 돼. ‘네가 아닌 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르게 몸에 맞추어 마음을 살찌우는 길을 가는 다 다른 뜻을 저마다 읽고 느끼고 보고 알면서 즐겁게 얘기하면 돼. ‘네가 보기에 나쁘다’고 하더라도 가로막지 마. 그저 지켜봐. ‘좋음·나쁨’을 섣불리 재거나 따지면서 가르치지 마. 네가 네 몸·마음을 스스로 느끼고 보고 읽고 알면서 배우고서 오늘 이곳에 이르듯, ‘네 둘레 모든 이웃’이 저마다 스스로 느끼고 보고 읽고 알면서 배우는 삶을 네 눈썰미로 느끼기만 하렴.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 숲이 사라져. 그런데 눈으로 보면서 “사진기로 찍으”면 숲이 그대로야. 똑같이 ‘찍다’이지만 삶도 결도 모습도 다르지 않니? ‘죽여서 없애는 도끼찍기’와 같은 가름·금긋기이고, ‘마음에 담아 나누는 사진찍기’와 같은 지켜봄이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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