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위로 2023.4.18.불.



살아남아도 안 나쁘고, 살지 못 해도 안 나빠. 살아남기로 했기에 웃으며 즐거이 노래하는 하루를 지으면서 사랑을 꿈꾸자는 마음씨앗을 심으 수 있어. 살지 못 하는구나 싶기에, 하늘을 훨훨 날면서 온누리를 푸르게 보듬는 바람이 되고 별빛이 되자는 꿈을 곧장 마음씨앗으로 심을 수 있지. 너를 달랠 사람은 늘 너야. 그런데 네가 너 스스로 달래는 길을 바라보지 않거나 느끼지 않기에 짝꿍이 찾아오거나 아이를 낳는단다. 네 짝꿍이나 아이는 널 달랠 수 없어. 그러나 네 짝꿍이랑 아이는 ‘네가 너를 스스로 달래어 사랑할 뿐’인 줄 ‘다 다르게 깨우쳐’ 주고 보여주고 알려준단다. 이른바 ‘위로·위안·치유·힐링’ 같은 말을 너희가 곧잘 쓰는 듯한데, 어떤 말을 누가 들려주어도 달래거나 씻을 수 없어. 늘 네가 네 손으로 낯을 씻고 몸을 씻든, 네 넋이라는 빛살로 네 마음을 씻는단다. 네 짝꿍은 네 짝꿍 마음을 스스로 씻고, 네 아이도 네 아이 마음을 스스로 씻지. 다들 스스로 달래고 씻는단다. 보렴! 네 피는 네 몸에 돌아. 네 똥오줌은 네 몸에서 나와. 네가 네 튼튼한 몸을 늘 눈부시게 가꾸는 밑기운도 네가 스스로 일으키지. 네가 네 여리고 아픈 몸을 늘 여리거나 아픈 채 두며 밑기운을 안 일으키는 하루도 네가 스스로 짓는단다. 뭘 하고 싶니? 다 네가 스스로 할 뿐이니까, 스스로 마음에 씨앗을 심고서 지켜보고 사랑하렴. 네가 너를 스스로 사랑하려는 눈을 뜨면 그때 바로 네 손으로 네 눈물을 털어내면서 네 몸은 하늘빛으로 깨어난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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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지네 2022.8.20.흙.



개미도 지네도 잠자리도 이따금 너희를 물지. 너희가 너희 몸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숨구멍을 톡(또는 꽉) 틔워 준단다. 잘 보렴. 개미나 지네는 무척 높은 데에서 떨어져도 다치는 일이 없어. 멀쩡하지. 이와 달리 너희 사람은 어떠니? 조금만 높은 데라면 목숨을 잃더구나. 그리 안 높아도 쉽게 다치네. 맨땅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기도 하지. 몸을 입었되 몸을 영 못 다루는 사람들이야. 몸이 새롭게 깨어나거나 튼튼히 일어서도록 다스리는 길을 모르는 사람들이고. 너희가 몸을 몸으로 제대로 못 돌보거나 못 다스린다면, 마음을 마음으로 제대로 못 돌보거나 못 다스린다는 뜻이겠지. 몸만 못 돌볼 수 없어. 몸돌봄이 엉성하면 마음돌봄도 엉성해. 마음돌봄이 서툴면 몸돌봄도 서툴고. ‘하나라도’ 잘 하기를 바라지 마. 모든 길은 나란히 흐르는 삶이야. ‘하나부터’ 모든 곳으로 잇는단다. 어느 하나부터 제대로 돌보든 다 훌륭해. 그저 ‘어느 하나부터’ 돌보려 하든 ‘하나는 늘 모두’인 줄 느낄 노릇이야. ‘하나만’ 잘 할 수 없어. ‘하나를’ 하듯 모든 길을 나아가고 모든 일·놀이를 한단다. ‘한 마디’ 말부터 삶을 열고, ‘한 톨’ 씨앗으로 숲을 이루지. ‘하나씩’ 해보기에 어느덧 한꺼번에 연단다. 지네나 개미나 잠자리가 너희 몸 곳곳을 잔뜩 물는지 모르는데, 아마 거의 ‘한’ 곳만 물겠지. 바로 이 ‘한’ 곳이 첫길이 되어 모든 곳을 부드러이 틔울 테니까. 곧, 너희는 ‘머나먼길’을 가는 삶이 아닌, 늘 첫걸음부터 한 발짝씩 내딛으면서 새롭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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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한테서 2022.8.19.쇠.



누구한테서 이야기를 듣든, 네가 삭일 노릇이야. 네 마음이 껄끄럽거나 답답하거나 아프거나 슬프면, 넌 누구한테서 무슨 이야기를 듣든 하나도 못 받아들이고 못 배울 뿐 아니라, 싫거나 지겹겠지. 아무한테서나 이야기를 들을 일은 아니야. 아무나 찾는다면, 넌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아무 데나 휩쓸리겠지. ‘누구’이든 네가 스스로 찾아갈 노릇이야. ‘꼭 누구’라고 안 짚더라도 ‘마음이 흐르고 사랑이 빛나는 숨결’을 그리면 돼. 싫어하거나 미워하거나 꺼리거나 멀리하거나 등지지 마. 그저 바라봐. 네가 그리려는 꿈으로 반짝이는 마음으로 바라봐. 너는 잘못한 적이 없고 잘 한 적이 없어. 너는 그저 모두 해보았어. 너는 늘 새로 배우는 삶이었어. 너한테서 샘솟는 빛줄기가 온누리를 포근하게 덮는 모습을 보렴. 여태까지 네가 ‘너한테서 샘솟는 빛줄기’를 못 느끼거나 못 봤다면, 넌 여태까지 네 꿈을 스스로 사랑으로 그린 적이 없다는 이야기야. 이제부터 알면 돼. 여태 안 그린 사랑이었다면, 바로 오늘 이곳에서 그리면 돼. 남이 좋게 보아줄 모습은 꿈이나 사랑일 수 없어. 네가 스스로 실컷 울고 나서 신나게 웃을 수 있는 마음빛이 비로소 사랑이지. 누구나 스스로 배울 뿐이야. 남이 가르치지 않고, 남을 가르칠 수 없어. 다만, 모든 아기는 ‘마음이 굳어버린 어른’을 깨워서 ‘이제 나를 스스로 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꿈길을 가라’고 알려준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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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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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다녀오다 2022.8.12.쇠.



하루는 어느 때에 열까? 새벽이라는 3시? 4시? 5시? 또는 아침이라는 6시? 7시? 8시? 네 하루는 어느 때부터 여니? 너는 하루를 여는 때에 무슨 그림을 담니? 네 하루는 어떤 마음과 말과 생각과 그림과 꿈으로 여니? 밤마다 꿈길을 다녀온다면, 낮마다 삶길을 다녀온단다. 밤마다 네 넋이 홀로 가볍게 꿈길을 다녀오기에 몸이 쉬고, 낮마다 네 몸이 새롭게 삶길을 다녀오기에 넋이 쉴 만하지. 밤낮으로 네 몸하고 넋이 갈마들면서 네 마음을 가꾼단다. 너는 늘 네 마음을 새록새록 들여다보면서 네 눈길·손길·발길을 가다듬지. 오늘은 밤에 어느 꿈길을 다녀왔니? 오늘은 낮에 어느 삶길을 다녀오려고 하니? 바람이 흐르면서 네 몸을 어루만지는구나. 별빛이 흐르면서 네 넋을 쓰다듬네. 언제나 바람결을 느끼니? 늘 빛줄기가 퍼지는 줄 알아차리니?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든 네 그림을 노상 머리에 띄우기를 바라.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다녀오든, 후박나무 곁에 서다가 무화과알을 따러 다녀오든, 구름을 타고서 이웃나라 바다를 누비고 오든, 네 말씨를 하나하나 돌아보렴. 네가 터뜨리는 말은 네가 너를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이 흐르는 햇빛과 같니? 네가 하는 말은 네가 너를 스스로 사랑하듯 모두를 사랑으로 품으려는 햇살과 같니? 네 몸과 같이 네 마음을 이루고, 다시 네 마음은 네 몸과 넋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자란단다. 서두르면 바쁘고, 바쁘면 서두르지. 느긋하면 즐겁고, 즐거우면 느긋해. 네 몸짓하고 말은 언제나 네 얼굴이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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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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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범나비 2023.3.31.쇠.



흰나비를 보았니? 어쩜 눈송이처럼 새하얄까? 노랑나비를 보았니? 어쩜 노을처럼 열매처럼 샛노랄까? 범나비를 보았니? 어쩜 알록달록 범무늬를 담고서 기운차고 의젓하게 날아다닐까? 봄이 한껏 무르익어 벌도 나비도 풀벌레도 거미도 깨어나는구나. 모두 제철을 읽고 느끼고 알아서 저마다 제 몸빛을 밝히네. 너는 네 몸빛을 어떻게 읽거나 느껴서 아니? 거울을 보니? 누가 들려주는 말을 듣니? 너는 네 마음빛을 어떻게 보거나 살피거나 깨닫니? 몸뚱이는 볼 수 있는데 마음속은 못 보니? 네가 마음속을 못 본다고 여기면, 네가 읊는 ‘말’은 뭘까? 모든 ‘말’은 ‘마음’을 그대로 옮긴단다. 기쁘건 슬프건 새롭건 낡건 놀랍건 수수하건 크건 작건, 모든 마음은 언제나 말로 태어나. 마음이란 뭘까? 마음은 네가 누리는 삶을 맞아들이면서 흐르고 움직이고 바뀌지. 네 삶이란, 네가 짓거나 가꾸는 살림에 따라서 흐르고 움직이고 바뀌어. 네 살림살이는 네가 스스로 일으키거나 지피거나 나누는 사랑에 따라서 흐르고 움직이고 바뀌어. 누구나 넋이 있어. 넋을 잊거나 놓으면 ‘빈 살가죽 몸뚱이에 뼈다귀’만 덜거덕거리겠지. 넋을 아로새기기에 스스로 빛난단다. 넋을 이루는 빛은 씨앗이 싹트고 깨어나고 뿌리내릴 적에 퍼져. 씨앗은 네가 스스로 꿈을 그릴 적에 얻어. 이 씨앗은 네가 고요하고 곱게 그윽히 잠든 밤에 ‘나로서 낳는 나로 나아가는 날에 날아오르듯 나타나면서 낫는 낟알’이라고 여길 만해. ‘나’를 느끼고 보고 생각하기에 ‘너’를 느끼고 보고 생각하면서 ‘나·너’를 아우르는 ‘우리’이자 ‘하늘’을 ‘하나’로 알아차리면서 ‘너머’로 나아가는 ‘님’으로 서지. 다시 범나비를 보렴. 이 봄을 봐. 봄에 봄빛인 범나비를 볼 때에, 너(나)는 너(나)를 보고 사랑할 수 있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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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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