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쉬면서 2023.4.28.쇠.



몸이 튼튼하다면, 네가 들이마시는 바람이 어떤 기운인지 바로 느끼면서 코로 거르고, 이윽고 허파로 빨아들여서 머리랑 온몸으로 쭉쭉 보내지. 들숨이 있으면 날숨이 있겠지? 네 숨결은 마치 바람씨앗 한 톨처럼 네 몸 곳곳에 깃들면서 반짝반짝 깨운단다. 숨을 몇 섬씩 마셔야 네 몸이 빛날 수 있지 않단다. 자그마한 바람씨앗 한 톨을 들이마셔서 네 몸을 통째로 깨운단다. 너는 숨을 한 모금 마시는 동안 새몸으로 태어나. 그러니 숨결에 네 뜻을 착착 실어 주면 돼. 몸 어느 곳이 곪거나 아프거나 결리거나 쑤시다면, 바람씨앗에 ‘끙끙 앓는 기운’을 얹어서 날숨으로 내보내지. 튼튼한 몸이 늘 튼튼하기를 바라면, ‘튼튼기운’을 날숨으로 밝혀서 내보내면 되고. 네가 내보낸 ‘아픔빛’은 둘레 바람이 느낀단다. 둘레 풀꽃나무도 느껴. 그래서 네가 튼튼빛으로 바뀔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희(바람·풀꽃나무)’ 튼튼기운을 뿜어 준단다. 너희가 스스로 튼튼해서 튼튼기운을 내쉬면, 너희 둘레 풀꽃나무는 이 튼튼기운을 받아들여 기쁘게 자라. 바람은 너희 튼튼기운을 먼곳으로 실어날라서 아픈빛을 달랠 곳으로 보내지. 너희가 아픈빛을 털 수 있도록 풀꽃나무가 튼튼기운을 내뿜는데, 너희가 스스로 튼튼빛으로 거듭나려 하지 않으면, 풀꽃나무도 차츰 튼튼빛을 잃어갈 수 있어. 아플 적에는 걱정 말고 내쉬고 마시면서 온몸을 가다듬으렴. 튼튼히 돌보아서 밝힌 너희 몸이라면 포근하고 아늑히 숨을 쉬면서 너희 보금자리랑 둘레랑 마을을 북돋우렴. 숨 한 줄기가 모두 바꾸어 준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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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보면서 2023.4.29.흙.



네 마음으로 들어오는 빛은 어디에서 올까? 기쁜 빛이나 슬픈 빛이나 싫은 빛이나 껄끄러운 빛은 어디에서 올까? 저 멀리 높은 데에서 해가 비추지. 네가 디디는 바닥은 흙으로 이루고 푸나무 씨앗이 싹트는 자리야. 가만히 보렴. 너는 느끼고 보는데 네 옆에서는 못 느끼고 못 보곤 해. 네 옆에서는 느끼고 보는데 너는 못 느끼고 못 보곤 하지. 서로 다르게 볼 뿐 아니라, 서로 다른 곳을 봐. 그런데 ‘다르게 보고 다른 곳을 보던 눈’이 똑같은 것을 알아보는구나. 다만 ‘똑같은 것을 알아보’더라도 똑같이 안 느끼고 다르게 느끼지. 때로는 ‘똑같은 것을 알아보면서 똑같이 느끼곤’ 하는데, 느끼고서 받아들이는 결은 달라. 다 다른 줄 참으로 안다면, 네가 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새롭게 가는 길은 오직 네 삶일 뿐인 줄 알 만할까? 남들이 너한테 따라와야 할까? 네가 남을 따라가야 할까? 무엇이든 보고 다시 보고 새로 보면서 너한테 차츰 스며들어서 빛난단다. 너는 너를 새롭게 알려고 둘레를 보다가 “아, 이제는 눈을 고요히 감고서 밤빛에 나를 놓아야겠구나.” 하고 느끼지. 밤마다 잠이 들어 꿈을 이루면서, 낮에도 숨을 돌리고서 몸을 가만히 내려놓으면서, 너는 너를 보는 길을 다시 느끼고 찾는단다. 보렴. 다르고 다른 너를 봐. 때로는 같으나 끝내 다른 너를 보렴. 찾아보렴. 숱하게 이곳저곳을 떠도는 네 숨빛을. 살펴보렴. 조용히 머물면서 너를 기다리는 속빛을. 빛줄기마다 기운이 흘러. 다 다른 빛줄기가 다 다른 곳으로 퍼지면서 네 마음이 문득 눈뜨는구나. 보려고, 알아보면서 처음으로 해보려 하는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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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구두쇠 2023.4.19.물.



‘구두쇠’는 “굳은 쇠 = 굳은 사람”을 가리켜. ‘굳은’은 “돈을 굳히려 하다가 마음이 굳어버린 모습”이지. 돈을 안 쓴다면 ‘굳’어. ‘굳다 = 그대로 있다 = 메마르거나 딱딱하게 있다’란다. 놀라서 넋이 나가기에 “돌처럼 굳는다”고 한단다. 꼭 지키려고 하는 말을 ‘다짐’이라 하는데, ‘다짐 = 다지는 일’이야. 땅을 단단히 디디는 발짓이 ‘다지기·다짐’이지. “꼭 있거나 그대로”이도록 하는 ‘굳다’야. 비바람이 몰아쳐도 꿈쩍을 않거나 안 흔들리기에 ‘굳다·굳세다’라 한단다. 거칠거나 우둘투둘한 데에서도 걷기 좋도록 바닥을 단단히 댄 신을 ‘구두’라고 해. 어떤 일을 오래 하면서 손에 익숙할 무렵 ‘굳은살’이 배겨. 나무가 더는 물빛을 품지 않고서 말라붙을 적에도 ‘굳다’라 하지. ‘굳다’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언제까지나 “제결을 그대로 두고픈 마음”을 나타내는 말일 뿐이야. 돈을 함부로 안 쓰거나 아끼는 사람은 나쁠까 좋을까?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겠지? 그런데 돈을 못 빌리거나 못 얻으면 그만 그이를 ‘구두쇠’라고 일컬으면서 싫어하더구나. 돈을 빌리거나 얻어야 할 때가 있기도 할 텐데, 안 빌려주는 그 사람은 나쁜놈일까? 안 빌려주는 뜻이나 까닭이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돈을 빌리거나 얻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얼마나 ‘사랑으로 풀고 녹이는 마음이자 눈길’인가를 돌아볼 노릇이야. “구두쇠를 녹일 수 있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담은 말”을 나긋나긋 사근사근 들려준다면, 너도 구두쇠도 눈부시게 거듭나겠지. 그이는 돈을 안 써서 ‘굳은 쇠’라면, 넌 사랑으로 녹이지 않아서 ‘굳은 쇠’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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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정의구현 2023.4.20.나무.



사람이 줄기나 가지를 안 건드리면, 나무는 곧고 반듯하게 자란다고 여길 만해. 그러나 곰곰이 보면, 나무는 ‘곧바르게’ 자라기보다는 ‘해바라기’로 자라.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해를 고스란히 바라보고 받아들이다 보니, 너희 눈에는 얼핏 ‘곧고·바르게’ 보일 뿐이야. 나무도 풀꽃도 ‘해바라기로’ 자란단다. 해를 ‘바라는’ 마음에, 해를 ‘보는’ 눈빛에, 해를 ‘그리는’ 품에, 해를 ‘사랑하는’ 하루로 자라다가, 별빛을 그득 ‘품는’ 밤잠을 이루지. 너희 사람들은 으레 ‘바른말’에 ‘바른길’에 ‘바른일’을 말하더구나. 나쁘거나 그르거나 틀린 길·말·일을 하지 말자는 뜻이겠지. 구태여 나쁜말을 해야 하지 않고, 애써 나쁜일을 해야 할 까닭이 없지. 일부러 나쁜길로 접어들 까닭은 없어. 그런데 ‘바르게 살기’란 뭘까? 무엇이 ‘틀리거나 그릇되거나 말썽이거나 나쁜’ 길·말·일이지? ‘바르게 하기(정의구현)’라고 하는 말을 곰곰이 뜯으면, ‘사랑·꿈·살림을 바라보는 곳’하고 오히려 먼 듯하더라. 겉으로는 ‘바르게’라 읊지만, 속으로는 ‘우리 쪽하고 하나로 있지 않으면 다 나쁘거나 틀리다’고 여기더군. ‘사랑으로 돌보고 다스리기’가 아닌, 주먹으로 두들겨패거나 발길질로 밟는 사나운 몸짓을 ‘바르게(정의구현)’라고 허울을 씌우지 않니? 너희랑 한마음이 아니면 ‘안 바른길’이라고 여겨 괴롭히지 않니? 해바라기·꽃바라기·별바라기랑 등진 힘바라기·돈바라기·이름바라기에 얽매ㅇ니 수렁이지 않아? 어느 곳을 보든 사랑으로 보면, 다 녹이고 풀어서 담을 수 있어. 사랑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치고받고 싸울 뿐이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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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잎망울 2023.4.21.쇠.



4월로 접어들 즈음 너희 삶터로 제비·꾀꼬리·소쩍새·휘파람새·범지빠귀에 숱한 봄맞이새가 날아가지. 너는 뭍에 살고 바다에서 살지는 않으니, 너희 삶터가 봄을 맞이하여 한껏 무르익을 적에 바다가 얼마나 왁자지껄 대단한 줄 모르고 못 볼 테지. 너희 집이나 마을이나 둘레에서 봄맞이새를 몇몇 보더라도, 이 봄맞이새는 어마어마하게 무리지어 바다를 건넌단다. 새무리는 가을겨울에도 바다를 가로지르지. 봄맞이새는 가을 무렵 떠나고, 겨울맞이새는 겨울을 앞두고 찾아오니까. 더구나 봄을 앞두고 겨울맞이새가 무리지어 떠나니, 봄·여름·가을·겨울 내내 바다에서는 새무리 날갯짓소리가 가득하단다. 여름가을에는 가랑잎이 지고 봄에는 새잎이 돋아. 새꽃도 피고, 천천히 열매를 맺어. 해마다 모든 푸나무에 잎빛이 번지고 잎내음이 퍼지는데, 넌 얼마나 보고 느끼니? 꽃망울을 눈여겨보니? 잎망울을 들여다보니? 꽃빛을 온마음으로 담니? 잎빛을 춤사위로 반기니? 네가 있는 둘레는 온통 잿더미(시멘트)라서 잎도 꽃도 알도 안 보인다고 여길 수 있어. 그러면 생각해 봐. 넌 잎·꽃·알을 늘 못 보는 그곳을 집이나 마을로 삼을 수 있니? 잎·꽃·알을 늘 보고 누리는 터전으로 옮기겠니? 잎·꽃·알을 늘 보고 누리는 터전으로 너 스스로 일구어서 바꾸겠니? 어느 풀이나 나무라도 망울은 맑고 보드랍단다. 이 망울을 바라보고 품듯 모든 어린이는 맑고 보드라운 숨결로 태어나고 자라는데, 잎망울이 해바람비를 머금어 짙푸르게 거듭나듯, 모든 어린이가 슬기롭고 의젓하고 다부지게 피어날 만한 터전인지 살펴보기를 바라. 넌 푸나무를 이웃으로 두기에 푸르고, 새를 동무로 삼기에 새롭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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