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빛깔은 2023.4.30.해.



흔히들 말하는데, 눈을 감으면 아무 빛을 못 보고, 아무 빛깔을 못 느낄까? 빛이며 빛깔을 모른다면 섣불리 말을 하겠지. 빛을 안다면, 눈을 감거나 뜨거나 늘 빛을 봐. 빛을 모르기에 ‘뜬눈’인 듯 보이지만, 막상 ‘뜬시늉눈’이곤 해. 네 마음을 보렴. 넌 마음을 무슨 빛으로 감싸니? 넌 마음에 무슨 빛깔을 입히니? 빛을 알기에 눈을 감을 적에 속뿐 아니라 숨을 깊게 본단다. 빛·빛깔을 못 보거나 못 느낀다면, 이 삶에 스스로 기쁨이라는 마음씨(마음씨앗)를 아직 안 심었다는 뜻이야. 네가 기쁨씨를 심는 하루일 적에는 너부터 스스로 빛나고, 네 빛살은 하얗거나 노랗거나 파랗거나 푸르거나 붉기도 하지만, 온갖 빛깔이 어우러지기도 해. 네가 보는 빛·빛깔이란 네가 스스로 지어서 누리려는 숨결인 셈이야. 너는 어떤 너를 바라니? 너는 어떤 너를 그리니? 너는 어떤 너로 서는 네 넋을 사랑하니? 고요히 비운 마음에 곱게 비추는 숨줄기는 별빗방울(비처럼 쏟아지는 별방울, 또는 별처럼 내리는 빗방울)로 드리운단다. 별빗방울이 빈마음을 고스란히 씻고 나면 별빛줄기가 비추고, 이 별빛줄기가 닿아서 퍼지는 사이에 네 눈을 새롭게 뜨고 열지. 보겠니? 네가 그리고 짓고 가꾸고 나누는 빛·빛깔을 봐. 네 빛·빛깔은 남들보다 높지 않지만, 낮지 않아. 온누리 어떤 빛·빛깔도 다른 빛·빛깔보다 높거나 낮을 수 없어. 그저 빛·빛깔로 있어. 감은눈에는 가득히, 뜬눈에는 든든히 비추는데, 넌 어떻게 보니? 네 빛·빛깔을 가멸게 여ㄴ기니? 가난히 여기니? 늘 가득 흐르는 빛·빛살을 가두니? 가꾸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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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벽화 2023.4.24.달.



너희는 머리가 있니? ‘머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겠니? 그러나 물어볼 수밖에 없구나. 너희는 참으로 ‘머리 있는’ 사람이 맞아? 몸통에 대롱대롱 달린 동그란 털조각이 있을 뿐 아닐까? ‘머리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생각을 하고, 스스로 어제·오늘·모레를 바라보고, 스스로 살림짓기를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겠지. 그러나 너희는 어쩐지 ‘머리 시늉’을 몸에 매단 듯해. ‘가슴 시늉’을 몸에 붙여서 ‘느끼거나 나누는 마음’조차 없는 듯하고. 너희가 짓는 집을 살펴보자. 너희는 담벼락에 그림을 넣니? 예부터 살림집에는 바람을 알맞게 긋고 가릴 흙담이나 돌담을 쌓았어. 바람이 부드러운 데라면 담이 없어도 되겠지만, 담을 가볍게 둘러서 비바람이나 돌개바람을 가리려 했지. 그런데 흙담·돌담에는 으레 덩굴꽃이나 덩굴나무가 뻗지. 담쟁이가 뻗기도 하고, 담을 따라 꽃대가 오르거나 나무가 서기도 해. 굳이 담이 없어도 풀꽃나무가 가리개 노릇을 할 텐데, 담을 세운 뒤에는 사람이 심기도 하고 새가 심기도 하면서 풀꽃나무가 우거진단다. 그러니까 담그림(벽화)을 따로 새길 일이 없어. 덩굴이 뻗고, 나무가 오르고, 빨랫대를 받치기도 하는 담에 뭣하러 큰돈을 들여 그림을 담니? 가만 보면 서울(도시)에 높게 박은 잿더미(아파트)를 따라서 ‘바깥담’에 그림을 넣을 수는 있겠더라. 풀꽃나무를 밀어내고 들숲을 파헤친 탓에 푸른기운이 없는 ‘잿집’은 죄다 똑같이 생겨서 매캐하니까 그림이라도 붙여야겠지. 이와 달리, ‘살림집’으로 이룬 골목집이 마주붙은 골목담에 왜 돈들여 담그림을 새기니? 나무를 심거나 꽃씨를 심으렴. 철마다 새로 자라는 그림을 보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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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새 곁에 2023.4.25.불.



‘새’는 하늘과 땅을 이으면서 노래하고 나무씨를 심는 숨결이야. ‘새’는 날면서 바람한테서 하늘 이야기를 듣고, 나무에 내려앉아 나무한테서 숲 이야기를 듣지. 새는 하늘·땅에서 듣고 익힌 이야기를 노래로 둘레에 알리다가 이곳저곳에 나무씨를 톡 떨어뜨려서 심어. 천천히 숲을 넓힌단다. 풀씨는 풀벌레가 옮겨. 풀벌레가 옮긴 풀씨가 땅을 푸르게 덮으니, 비바람이 땅을 씻을 적에 흙이 안 쓸리거나 덜 쓸린단다. 풀벌레는 ‘풀씨심기’로 땅을 기름지게 북돋우는 일을 맡아. 풀벌레는 온갖 풀이랑 흙이랑 모래랑 이슬한테서 듣고 익힌 이야기를 노래로 둘레에 알려. 물뭍을 오가다가 겨울잠에 드는 개구리는 물뭍에서 익히고 겨우내 꿈꾼 이야기를 노래하지. 매미도 오래도록 나무뿌리 곁에서 잠들며 꿈꾼 이야기를 노래한단다. 너희 ‘사람’은 ‘사이’에서 ‘사랑’으로 ‘살림’을 하면서 ‘삶’을 짓고 누리는 숨결이지. 그래서 ‘숲을 천천히 늘리며 노래하는’ 새를 곁에 두면서 집·마을을 가꿔. 집에 새가 깃들도록 처마를 내고, 마당에 나무를 심지. 마을숲(숲정이)은 땔감만 얻는 곳이 아니라, 뭇새·풀벌레·개구리·매미도 어우러지며 지내는 터전이란다. 새 곁에서 살아가기에 사람다워. 새를 곁에 안 두기에 사람빛을 잊다가 잃어. 새는 늘 사람 곁으로 찾아와서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벌레를 조금 잡고 열매·낟알을 조금 얻는단다. 너는 곁에 누가 있니? 너는 곁에 무엇·누구를 두니? 네 곁에 있는 어떤 숨결이 너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니? 새 곁에서 살기에 푸르고 맑아. 새를 멀리하기에 메마르고 죽어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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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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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기다림 2023.4.26.물.



빠듯하거나 바쁘니 못 기다리지. 누가 기다릴까? 한갓지니 기다릴까? 아니야. ‘길게(오래)’ 바라보고, 길게 살아가고, 길게 누릴 줄 알기에 기다려. 기다리는 틈을 아깝다고 여기는 이들을 보렴. ‘짧은 틈’이 아깝다면서 막상 ‘길에 흘리’거나 ‘헤프게 버리는 나날’이 꽤 길지 않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을 꿈으로 다스려서 스스로 사랑하는 길로 넉넉하면서 느긋하게 간단다.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은 마음에 꿈을 그려서 담을 틈이 없다 보니, 돈·힘·이름은 거머쥔 듯해도 삶·살림·사랑은 모르는 채 헤매지. 기다리지 못 하는 사람은 봄맞이를 못 해.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열매가 익는 철을 못 봐. 기다리지 않으려는 사람은 스스로 무럭무럭 자라서 하늘숨을 마시고 별빛을 품는 하루를 맞이하지 못 해.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을 하지. 기다리지 못 하는 사람은 ‘따지’거나 ‘재’면서 길미(이익)가 된다고 여기는 쪽으로 빨리 갈아타지. 기다리는 사람도 이따금 갈아타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갈아타는 길을 즐기’려는 마음이란다. 길게(오래) 보고 다스리는 동안 다사로이(따사로이) 바람이 불어.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사이에 멧새가 어깨에 내려앉아 노래를 부르네. 기다리며 살펴보는 동안에 풀꽃나무가 한들한들 춤추면서 향긋이 푸른내음을 퍼뜨리는 줄 느끼네. 마음을 기울여서 기다려 보렴. 오늘 돋은 별을 알아보겠니? 오늘 흐르는 구름을 만나겠니? 오늘 피는 꽃한테 다가가서 네 손등에 나비가 내려앉을 틈을 내겠니? 기다리면서 바라보는 마음에 씨앗 한 톨이 싹터서 나무로 자라 숲을 이루는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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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정 2023.4.27.나무.



어느 자리에 어느 낱말을 꼭 써야 한다고 여길 수 있어. 이 같은 마음은 틀리거나 나쁘지 않아. 다만, 하나는 헤아려 보겠니? 네가 쓰려는 낱말은 ‘그 결을 나타내는 하나뿐인 말’이니? 아니면 ‘그 결을 그 말로 나타내야 한다고 여기는 마음’이니? 아니면 ‘그 결을 나타낼 숱한 말을 모조리 안 듣고 안 받아들이겠다’고 닫아거는 셈이니? 아니면 ‘그 결을 나타낼 말로 새롭게 찾거나 지을 마음이 없다’는 셈이니? 한자를 쓰는 중국사람은 ‘情’이라는 글씨를 쓰면서 그들 마음을 나타내겠지. 한자를 쓰는 중국사람을 섬기거나 만나려는 한국사람도 ‘정情’이라는 한자를 나란히 쓸 테고. 그런데 중국에도 한자를 모르거나 안 쓰는 사람이 많아. 한국이라는 나라도 마찬가지야. 누구나 쓰던 글이 아니요, 누구나 알던 ‘정’이 아닐 텐데, 이 한자말에 매달리거나 얽매여야 할 까닭이 있을까? 모든 ‘말’은 ‘마음’을 담아. 마음이 물처럼 맑으면, 물처럼 맑게 노래로 흐르는 말이야. 물처럼 맑게 말하며 마음을 나누는 사이로 만나면서 ‘마을’이 생기고 퍼져. 숱한(수수한·많은) 사람들은 마을에서 맑게 마음을 나누고 한 우물·샘물·냇물을 나누면서 푸르게 어울리지. 곰곰이 보면, 마음을 잊다가 잃으면서, 말을 잊다가 잃고, 마을을 잊다가 잃으니, 맑은 물도 저절로 잊다가 잃더라. 넌 무엇을 붙잡니? 너는 ‘마음’을 붙잡니? 아니면, 이 어느 것도 안 붙잡으면서 마음을 부드럽고 즐겁게 말에 담아서 맑게 만나는 사이로 노래하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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