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성별 2023.6.28.물.



개미는 개미대로 받아들여서 바꾸고 배워. 나비는 나비대로 받아들여서 바꾸고 배워. 여우는 여우대로 받아들여서 바꾸고 배워. 사람은 사람대로 받아들여서 바꾸고 배워. ‘똑같은 개미’나 ‘똑같은 여우’나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 다 다른 숨결을 밝혀서 하나하나 받아들이고 바꾸고 배우지. 그런데 무리짓기를 꾀하는 놈(우두머리)이 있을 적에는 ‘다 다른 몸’이 얼핏 ‘배우는 시늉’을 하도록 길들이지. 개미가 무리짓기를 안 한다면, 개미는 다 혼자(또는 두엇이나 몇몇) 집을 지어서 살아. ‘배우는 시늉’으로 ‘똑같이 움직이게끔 길들이는 놈’이 있기에, 그만 다 다른 개미가 ‘그저 똑같은 개미’로 갇힌단다. 그런데 누가 ‘똑같은 개미·여우·사람’이 되니? 길들이기에 길들 뿐이니? 길들이려는 틀을 거스르면서 스스로 바꾸고 배우는 쪽도 너이고, 길들이려는 틀을 마냥 받아먹고서 ‘생각을 잊는’ 쪽도 너야. ‘생각’이란, 마음에 심는 ‘움직씨(움직이도록 가꾸는 씨앗)’라고 여길 만해. 네가 길들지 않는다면, 네 길을 스스로 생각하고 지어서 열지. 네가 길들기에 네 ‘생각(빛씨앗)’을 그놈(우두머리·권력자)한테 고스란히 내줘. 모든 목숨붙이는 ‘몸’을 입으면서 ‘암·수’라는 길을 골라. ‘생각을 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몸’이라는 ‘암·수’라는 길 가운데 스스로 갈 길을 고르지. 그러나 ‘생각을 내준 채 몸뚱이만 남는다’면, ‘길들이려는 놈이 시키는 대로’ 두 길(암·수)을 ‘갈라’서 얽맨단다. 넌, 고르겠니? 가르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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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아기를 업은 2023.7.22.흙.



아기를 업은 사람을 보았니? 요즈음 너희 나라는 아기를 업거나 안는 사람은 드물고, 으레 수레에 태워서 끌더라. 아기는 수레가 즐거울까? 아니면, 아기는 업힌 등이나 안긴 가슴이 즐거울까? 너 스스로 아기 마음이 되어 살필 수 있을까? 갓 태어난 아기가 어버이 품이나 손길이나 숨결을 누리지 못 하면서 수레에 눕거나 앉은 채 울퉁불퉁한 길에 덜덜 떨리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면 즐거울까? 아기를 업은 사람은 아기를 돌아보면서(돌보면서) 스스로 돌아본단다. 아기처럼 안기며 자라던 옛모습과 하루를 돌아보고, 오늘 여기에서 아기를 안고 돌보는(돌아보는) 스스로를 돌아본단다. ‘돌아보다 = 돌보다’인데, 아니? ‘보살피다 = 보다 + 살피다’야. ‘아기보기 = 아기 + 보다’이지. ‘눈’으로만 지켜보는 품이 아닌, 마음으로 마주보고, 사랑으로 살펴보는 길이요 하루에 삶이라 ‘봄·아기보기·돌봄·보살핌’이란다. 자, 이 아기를 보고, 네 마음을 보렴. 아기를 어떻게 업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네가 예전에 아기 몸을 입고 자라던 무렵을 떠올리렴. 네 몸·마음에는 ‘아기로서 업힌 품’이 깃들었단다. 이 몸자국·마음자국을 되새겨서 ‘아기를 업는 품’으로 돌리면 돼. 아기를 낳기에 ‘아기 업기’를 알지 않아. ‘아기로 태어나서 사랑받은 숨빛’을 생각하기에 아기를 업을 줄 알지. 누가 알려주기에 아는 사랑이 아니거든. 스스로 빛나는 사랑이고, 스스로 길어올리고 스스로 밝혀서 스스로 노래하는 사랑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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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중립이라는 2023.7.28.쇠.



“어느 쪽으로 서거나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중립’을 말하더구나. 그러면 생각을 해보니? ‘어떤 눈’으로 보기에 “어느 쪽으로도 서지 않는 가운데”일까? 너는 ‘중립’이라고 내세우지만, 네가 ‘중립이라 여기는 자리’는 “이미 한쪽으로 서거나 기울거나 치우친 자리”이지는 않니?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다”가 ‘중립’일 수 없어. ‘중립’이라는 말을 제대로 쓰려면, 먼저 “모든 자리를 고루 넓게 깊이 보고 헤아려서 사랑으로 가눌 줄 아는 눈”이 있을 노릇이야. “어질거나 참답거나 슬기롭거나 아름답다고 여길 눈”이라면 ‘안 기울고 안 치우치’겠지. 그런데 네 눈길이 어지니? 네 눈이 참답니? 네 머리가 슬기롭니? 너는 사람답고 사랑스럽고 숲빛이니? 너는 별빛을 담은 숨결이니? 너는 나비랑 함께 날고 멧새랑 함께 노래하고 풀꽃나무랑 함께 푸르니? 너는 바다랑 함께 깊고 맑고 탁 틔웠니? 너는 씨앗처럼 아름답게 꿈을 그리니? 너는 빗물처럼 하늘땅을 정갈하게 씻니? 너는 별처럼 반짝이니? ‘네 눈’은 무엇이기에 ‘어떤 중립’을 한다고 내세우니? ‘왼쪽’에 서든 ‘오른쪽’에 서든 마찬가지야. ‘왼·가운데·오른’ 가운데 어느 쪽에 서야 옳을 수 없어. 밝고 맑고 푸르고 착하고 곱고 참답고 어질고 슬기롭게 사랑인 눈길은 다음에라야 ‘왼’이든 ‘가운데’이든 ‘오른’이든 설 수 있어. ‘네 눈’부터 비우고 씻으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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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비 2023.7.27.나무.



비는 그저 내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이, ‘새롭게 갈 곳’만 그리면서 내려. 해는 그저 비춰.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이, ‘새롭게 알 곳’을 헤아리면서 비춰. 바람은 그저 불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이, ‘새롭게 열 곳’을 바라면서 불어. 빗방울은 매캐한 서울 하늘에서 내리기에 싫어하지 않아. 몰랐니? 빗방울이 “서울은 매캐해서 싫어!” 하는 마음이라면, ‘싫은빛 빗물’은 모든 목숨을 말려죽인단다. 이러고서 아무런 비구름을 이루지 않아. 모래벌(사막)로 바꿔 놓지. 비는 어떻게 ‘싫음빛’으로 뿌릴 수 있을까? 너희 사람들이 모조리 ‘사랑 잊은 수렁’에 잠겨서 돈·이름·힘에 사로잡힐 적에 ‘죽음비’로 바뀐단다. 그래서 아무리 매캐해도, 아무리 쌈박질(전쟁)이어도, 아무리 삽질이어도, 비는 늘 부드러이 내리면서 씻고, 시원스레 쏟아지며 씻고, 찬찬히 오면서 씻고, 끝없이 이으면서 씻지. 비가 내리며 땅(뭍)에 있던 찌꺼기를 씻어서 비우기에, 땅(뭍)은 새숨을 입고서 빛날 수 있어. 게다가 비가 땅(뭍)에서 씻은 찌꺼기는 갯벌에서 갯목숨이 걸러주고, 바다가 푸근히 풀어준단다. 비·땅·갯벌·바다·하늘은 서로 다르지만 언제나 하나로 움직이면서 모두 바꾸지. 하나하나 바꾸기에 밝게 빛나. 물빛을 머금도록 북돋우기에 온누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에 삶을 담을 수 있어. 비처럼, 비답게, 비로, 깨어나면서 눈빛이 반짝여.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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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네가 2023.7.26.물.



네가 선 곳으로 바람 한 줄기가 부는구나. 이 바람은 어디서 태어났을까? 네가 선 나무 둘레로 멧제비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춤추더니 가볍게 지나가는구나. 멧제비나비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네가 사는 집에서 노는 지네나 거미나 곱등이는 언제부터 살았을까? 너희 집이 서지 않았을 즈믄해(1000년) 앞서부터, 또는 1만 해쯤 앞서부터, 이곳이 그들 모두한테 보금자리이지 않았을까? 새 한 마리가 그냥 찾아오는 일이란 없어. 개구리도 뱀도 마찬가지야. 그곳에 사람만 있어야 한다고 여기니? 너희 빼놓고는 모두 사라져야 하니? 그런데 보렴. 별빛·햇빛은 늘 찾아가. 네가 사는 곳에 별빛·햇빛이 안 찾아가면, 너희는 얼어죽어. 빗물은 늘 찾아가. 빗물이 너희 집 지붕을 톡톡톡 두들기기에, 너희 보금자리에 풀이 돋고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이슬이 맺고, 마실물을 얻어. 개미에 지렁이에 쥐며느리가 있으니, 모든 찌꺼기를 정갈하게 치워서 흙을 살찌워. 너희가 땅에 뭘 심어서 너희 몸을 살리는 먹을거리를 얻으려면, 해바람비뿐 아니라, 모든 풀꽃나무에, 벌나비에, 벌레에, 새에, 이 푸른별 뭇목숨이 하나되어 흐를 노릇이란다. 하나라도 빼면 이 별이 흔들리지. 너희 몸 어느 곳을 함부로 떼거나 자르면 너희 몸이 통째로 흔들리고 앓는단다. 그래서, 네가 누구를 미워하거나 꺼리거나 내치거나 밀치면, 이 별에는 죽음바람이 퍼져. 미움씨·두렴씨·죽음씨는 바로 네가 스스로 심는단다. 어느 누구도 나쁘거나 좋지 않아. 모두 ‘너(나)’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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