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오른발 2023.9.16.흙.



외발로도 ‘걷는다’고 할까? 외날개로도 ‘난다’고 할까? 가만히 봐. ‘걷기’를 하려면, 왼발·오른발이 나란히 있을 노릇이야. ‘날기’를 하려면, 왼날개·오른날개가 짝을 이룰 노릇이지. 외발이나 외날개로는 나아가지 않는단다. ‘외롭다’고도 하는 말은, 나란히 서서 함께 한길로 나아갈 짝이 없다는 뜻이지. ‘외로움’은 안 나빠. 나란히 서거나 있거나 하지 않을 뿐이야. 그런데 ‘한길’을 가는 삶이 아닌 ‘외길’을 갈 적에는, ‘함께 빛나는 사랑’이 아닌 ‘외곬’로 치닫더라. 생각해 봐. 너희는 왼손이나 왼발이 오른손이나 오른발보다 크면 몸이 기우뚱하다가 쓰러져서 다쳐. 오른손이나 오른발이 왼손이나 왼발보다 클 적에도 기울어서 자빠져 다치지. ‘걷기’란, 너희 몸이 ‘어울림’으로 빛나는 오늘을 이루면서 나란히 나아가는 살림짓기야. 기울어지려고 하지 마. 기대거나 기다리지 마. 옆에 누가 있어야 ‘짝’을 이루지 않아. 늘 고이 고요히 곰곰이 마음을 차분히 참하게 착하게 바라보렴. 네가 스스로 오롯이 사랑일 적에 네 숨결이 빛나면서 춤춘단다. 걷기나 날기란 춤짓이야. 걷기는 땅을 디디면서 흙빛을 일구는 사랑춤이지. 날기는 하늘을 가르면서 바람빛을 가꾸는 사랑춤이야. 다리로 걷고 팔로 날지. 발로 디디고 손으로 받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유서 2023.9.7.나무.



하루를 여는 아침에 꿈을 새롭게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 띄우는 사람이라면, 하루를 닫는 저녁에 삶을 가만히 짚으면서 새록새록 마음에 담고 머리에 놓지.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며 스스로 사랑일 적에는 “이제 끝말 한 마디를 마음에 심고서 새말을 품는 길로 갈까?” 하고 생각하지. 이른바 ‘유서’는 ‘끝말 + 새말’이야. 너희가 여태까지 살아온 모든 날을 하나씩 짚은 뒤, 이 삶을 함께한 몸을 놓기 앞서, 너를 둘러싼 사랑하는 사람한테 네 ‘옛꿈·오늘꿈·앞꿈’을 하나하나 밝히는 글·말이야. 애써 해온 일을 적고, 미처 이루지 못한 일을 적고, 앞으로 새몸으로 나아가서 이루려는 일을 적어. ‘어제·오늘·모레’ 셋을 하나로 모아서 적는단다. 싫었거나 좋았던 일을 적어도 돼. 다시 안 겪고 안 보고 안 하고 싶은 일을 적을 수 있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짓고 펴고 나누었는지 적을 만해. 다만, 너희가 적을 ‘마침글(유서)’은 ‘남들(식구)한테 해주기를 바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해왔고, 스스로 마쳤고, 스스로 못 마쳤고, 새몸을 얻은 삶으로 지으려는 꿈’이 바탕일 노릇이야. 넌 스스로 할 수 있어. 네가 보기에 ‘못 한 일’이 더 많거나 가득할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예전에 입은 몸’을 내려놓을 적에 ‘마침글’을 제대로 안 적은 탓이란다. 이제는 ‘꿈글’도 ‘살림글’도 ‘마침글’도 제대로 적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구청장 2023.9.6.물.



‘벼슬(관리 직책)’은 “있어도 그만이거나 없어도 그만”이 아닌, 처음부터 덧없는 자리야. ‘벼슬’이라는 자리를 놓으니까 사람들이 사람으로서 사람다움을 잊다가 잃어버린단다. ‘대통령’이 있어야 할까? ‘국회의원·장관’이 있어야 할까? ‘공무원’이 있어야 할까? 모두 부질없어. ‘교사’는 있어야 할까? 다 덧없어. 모든 사람은 스스로 돌보고 다스리고 이끌고 가르친단다. 다른 사람을 세워야 할 까닭이 없지. 스스로 설 일이고, 스스로 살림할 하루이고, 스스로 사랑할 마음이야. 그런데 사람들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등지고서 돈·이름·힘을 누리고 싶어하다 보니까, 벼슬을 세운단다. 벼슬도 윗자리·가운자리·밑자리를 가르면서 ‘심부름꾼’을 거느리려고 하지. ‘공무원’이란, 사람들 궂은일을 풀며 이바지할 자리여야 맞지만, 어쩐지 다들 ‘닭벼슬’처럼 팔랑거리고 ‘나리꽃’처럼 앞서려고 하더라. 닭은 닭이면 되고, 나리꽃은 나리꽃이면 돼. 그런데 ‘위아래’나 ‘높낮이’가 없는 사람 사이에서 금을 긋고서 우쭐거리려 한다면, 이이는 스스로 곪으려고 하는 셈이야. 함께 일하고 쉬고 노래하는 살림살이를 등지려고 하는 셈이지. 힘을 뽐내려는 벼슬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철없어 엉성할까. 나누려는 마음이 아닌, 심부름꾼을 거느리려는 벼슬아치(구청장·군수·시도지사)는 얼마나 가난할까. 너는 어디에 있고 싶니? 보금자리·살림자리·사랑자리가 아닌, 힘자리·이름자리·돈자리는 웃으며 물리치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나무에다 걸개천 매는 마음이

벼슬자리를 세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재다 2023.8.24.나무.



키를 재면 뭘 아니? 키를 알까? 키를 재서 ‘어떤 키’를 알까? 다리부터 머리로 뻗은 길이를 아니? 그 길이를 재고 알아서 넌 얼마나 어떻게 사랑스럽니? 네가 사랑이라면, 네 입에서 흐르는 모든 말이 사랑이야. 어쩌다 한두 마디만 사랑일 수 없어. 어쩌다 흐르는 한두 마디는 ‘사랑’이 아닌 ‘시늉’이야. ‘시늉질·흉내질·척’, 이 세 가지는 눈속임이나 눈가림·눈비음으로 일삼는 껍데기·허울·치레일 뿐이지.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으로 있는 사람은 ‘사랑으로 있어’서 힘들까? 아니지? 스스럼없겠지. 조금이라도 ‘있는 시늉’에 ‘하는 흉내’에 ‘아닌 척’하는 이들은 하루 내내 ‘시늉·흉내·척’을 하느라 지치기도 하고, 끝내 손을 들어. 속모습을 문득문득 비추다가 확 드러내지. 자, 보렴. 왜 뭘 재야 해? 왜 재주를 부려? 왜 재미를 찾니? 오롯이 사랑이면 힘들거나 어려울 일이 없이 슬슬 풀고 맺고 짓잖아. 사랑 아닌 시늉을 하느라 기운을 빼니, 네 삶이란 없이, 꺼풀에 껍데기만 남아. 허울스런 책을 갖춘들, 많다고 재거나 자랑하려는 돈을 쌓은들, 너부터 사랑이 아니고 네 둘레에 사랑이 없어. 그저 사랑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하렴. 못생기거나 잘생긴 사람은 없어. 못나거나 잘난 사람도, 못하거나 잘하는 사람도 없지. 그럼 누가 있을까? ‘너’와 ‘나’와 ‘우리’가 있어. 둘레에는 ‘이웃’ 숨결이 있고, 어느 곳에나 ‘바람’하고 ‘별빛’이 드리운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자전거로 2023.8.23.물.



제 다리로 걷는 사람은 제 몸으로 해와 바람을 느껴. 제 발로 두바퀴(자전거)를 구르는 사람은 제 몸으로 하늘과 길을 느껴. 쇳덩이(자동차)에 몸을 싣는 사람은 빨리 가는지 늦게 가는지 따지지. 넌 ‘어디로 가려는 뜻’이니? 넌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려는 뜻’이니? 넌 ‘오늘 하루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어디로 가는 길에 무엇을 하려는 뜻’이니? 두바퀴를 달리면, 두다리로 걸을 적보다 빠른 듯싶지. 그런데 ‘빨리’ 갈 뜻이면 쇳덩이에 몸을 실으면서 해랑 바람을 잊어버리면 돼. 그저 ‘빨리 어느 곳에 가려는 뜻’에다가 ‘빨리 가서 어느 일을 잘 하려는 뜻’이라면, 넌 쇳덩이에 몸을 싣고서 거의 쇳덩이에서 하루를 보내겠지. 길을 나서고서 두다리나 두바퀴로 움직인다면, 두다리에 두바퀴로 ‘빨리 가려는 길’이 아닌 ‘하루를 살면서 가는 길’이라면, 모든 길에서 모든 춤과 노래로 어우러진 모든 이야기와 말을 들을 수 있어. ‘빨리’를 바라기에 ‘빠져들’어. ‘빠져들’기에 둘레를 안 봐. 둘레를 안 보는데 꿈이 아닌 ‘빨리’에 얽매이니, 스스로 허덕이는 줄 모르면서 그저 내달려. 그저 내달리느라 스스로 활활 태우고, 어느새 커다랗게 집어삼킬 듯한데, 온기운을 ‘빨리’랑 ‘빠져들기’에 쏟아서 내달렸기에, 이내 잿더미로 바뀌지. 꿈이 없기에 빠져들어. 꿈이 있기에 사랑하지. 두바퀴를 달리며 서두른다면, 두다리로 걸으며 다그친다면, 똑같이 ‘빨리’로 빠져서 타버린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