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언제 2023.9.18.달.



네가 보기에는 언제 할 듯싶니? 남이 보기에는 언제 하려나? 모든 사람이 다르니, 다 다른 눈으로 보면서, 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 다르게 바꾸어 가지. “언제 하니?” 하고 묻는 말은 그저 궁금한 마음이니? 나무라는 마음이니? 싫거나 언짢은 마음이니? 설레거나 기다리는 마음이니? “언제 가니?” 하고 묻는 말은 그저 알려는 마음이니? 닦달하는 마음이니? 반기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니? 못마땅하거나 꺼리는 마음이니? 모든 일은 다 다르게 이루면서 흘러가지. 모든 하루는 다 다르게 있고 잇고 만난단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에 언제나 새롭고, 언제라도 새길을 틔울 만해. 그러니, 묻는 말을 잘 고르렴. 네가 묻는 말 그대로 너한테 돌아가는 씨앗으로 자란단다. ‘겉으로만 곱게 하는 말’은 ‘겉으로만 보기좋게 맺’어서 쭉정이로 가지. ‘속으로 사랑을 담은 말’은 겉이 어떤 모습이더라도 알차게 자라나고. 언제 할까? 늘 한단다. 늘 하는, 늘 흐르는, 늘 움직이는, 늘 바뀌는 숨결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겠니? 네 눈망울이 둘레 마음하고 숨빛을 담아서, 언제나 함께 나아가는 오늘을 짓고 누리겠니? 언제 갈까? 늘 간단다. 늘 가는, 늘 흐느는, 늘 움직이는, 늘 피어나는 씨앗을 보고 가꾸고 맞이하겠니? 네 마음은 가없어. 가없이 넓거나 좁단다. 가없이 좁든 넓든, 네가 스스 로 그때그때 바꾸는 줄 느끼고 알고 바라볼 수 있으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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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중급 2023.9.17.해.



배우려면 바꿀 수 있어야겠지. 여태 하던 대로 머문다면, 안 바꾸겠다는 몸짓이고, 안 바꾸니까 안 배운단다. 배우는 사람은 ‘여태까지 스스로 알았다’고 여긴 대목을 사르르 녹이지. 녹인 자리에는 ‘이제부터 새롭게 알자’고 여기는 대목을 입혀서 빚는단다. 조그마한 한 가지를 알려고 할 적에도 ‘예전 모습’을 사르르 녹여야 해. ‘이미 있는 몸덩어리’에 ‘작은 한 가지’를 붙여놓더라도 네 몸이 되지 않아. ‘알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안아’야 하지. ‘속으로 스며들’도록 맞아들이는 ‘안다·안기’일 적에 비로소 ‘알다·앎·알’이 될 수 있어. ‘안’으로 들어가도록 ‘안다’를 하기에 천천히 따스히 녹듯 ‘알다’로 간단다. 그러니까 바깥에 덕지덕지 붙인들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알’ 수 없어. ‘아는 척(알은 체)’으로 굳어버려. 앎에는 높낮이가 없단다. 너희는 ‘초급·중급·고급’으로 가르던데, 어떻게 ‘초급·중급·고급’이 있니? 어떻게 ‘1등·2등……100등……꼴등’이 있어? ‘급·등’은 없어. ‘급·등’이라는 허울에 갇히는 틀(사회·체제)만 있어. 바꾸는 사람은 햇볕을 품어서 푸근하게 바꾼단다. 녹이려면 ‘해를 품는 몸짓’이어야 하거든. ‘덜’ 알고 ‘더’ 알고란 없이, ‘알다’하고 ‘안다’하고 ‘품다’가 있는 줄 바라보기를 바라. ‘무엇’을 알아보는가를 느낄 노릇이야. “이만큼 더”가 아닌, 네가 스스로 말로 그려내는 길을 바라보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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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고치잠 2023.9.13.물.



잠든 사람은 함부로 건드리거나 깨우면 안 되는 줄 아니? 스스로 눈을 뜨고서 기지개를 켜고 개운하게 일어설 때까지 그저 지켜보거나 기다릴 일이야. 넌 애벌레더러 “왜 그렇게 잎을 잔뜩 갉아?” 하고 따지니? 넌 애벌레한테 “왜 눈도 코도 귀도 없이 입만 살아서 먹기만 하니?” 하고 투덜거리니? 너한테는 눈도 코도 귀도 있니? 그러면 너는 네 눈으로 무엇을 보고 배우니? 너한테 코가 있니? 너는 네 코로 무엇을 맡고 무슨 숨을 쉬니? 너한테 귀가 있니? 너는 네 귀로 무엇을 듣고 알아가니? 너는 네 입으로 먹거나 마시기만 하니? 네 입은 말하거나 노래하는 입이야? 너는 네 입으로 무슨 말을 어떻게 해? 네가 부르는 노래는 숲빛으로 푸르게 온누리를 품는 사랑노래이니? 네가 하는 말은 어질고 슬기롭고 착하고 참하게 누구나 돌보고 아낄 줄 아는 숲말·살림말·사랑말·새말이니? 이제 고치를 틀어 잠이 드는 애벌레로구나. 애벌레는 온몸을 사르르 녹일 때까지 잔단다. 애벌레는 온통 녹이면서 눈물바다로 새로 태어나는 숨빛이 될 때까지 잔단다. 애벌레는 몽땅 녹인 몸을 눈코귀에 더듬이에 날개를 단 새몸으로 왼오른을 똑같이 맞추고 다스릴 때까지 잔단다. 먹는 애벌레를 사랑으로 돌아보렴. 자는 애벌레를 사랑으로 지켜보렴. 나비나 나방으로 거듭난 애벌레를 사랑으로 바라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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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미륵 2023.9.14. 나무.



찾아와 주기를 바랄 수 있어. 찾아와 주니 고마울 만해. 그런데 네가 찾아갈 수 있고, 스스로 기쁘게 지을 만해. 즈믄해(1000년)를 살아내야 미르(용)가 될까? 즈믄길(1000가지 수행)을 갈고닦아야 미르로 거듭날까? 그러면 ‘즈믄’이 뭘까? 손가락으로 가만히 세 보렴. ‘1(하나)’는 곧장 세겠지? ‘10(열)’은 휙 셀 테고. ‘100(온)’을 세기까지는 좀 걸릴 텐데, ‘1000(즈믄)’은 어떨까? ‘10000(골)’을 하나씩 세려면 바보라 일컫지. 그리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말이 있단다. 곰곰이 보렴. ‘즈믄’이란, “셀(헤아릴) 길을 넘어서는 첫머리”야. “셀 길을 넘기”에, 넌 스스로 ‘즐거울’ 수 있어. 웬만한 나무는 몸뚱이만으로도 ‘즈믄해’를 가볍게 살아. 너희는 어떤 몸이니? 너희는 나무처럼 돌처럼 바다처럼 바람처럼, 가없이 살아내고 숨쉬는 몸으로 나아가도록 스스로 빛내니? 즐거운 사람은 ‘즈믄몸’일 수 있어. 즐겁지 않으니 ‘즈믄얼’을 몰라. 즐겁게 노래하고 놀이하는 하루에는 ‘멍·생채기·아픔·죽음’ 따위가 끼어들지 않아. 안 즐겁고 노래도 놀이도 없이 쳇바퀴를 돌기에 ‘병원·학교·정부·책·영화·스포츠·부동산·재산·자가용’을 거느리더라도 ‘멍·생채기·아픔·죽음’에 휩싸이지. 너는 무엇을 보려 하니? 저 먼 곳에서 찾아와서 베풀어 줄 ‘미륵’을 기다리니? 네가 스스로 ‘미르’요 ‘미륵’인지 못 알아보겠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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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챙겼다 2023.9.15.쇠.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바라볼 줄 안다면, 스스로 어떤 하루로 나아가려는 길인 줄 스스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배우겠지. 안 바꾸는 사람은 왜 안 바꿀까? 배울 마음이 없으니 안 바꿔. 바라볼 마음이 없으니 안 배워. 그리는 꿈이 없으니 안 배워. 배우는 사람은, 똑같은 하루가 없는 줄 알기에, 아침마다 꿈을 새로 그리고, 낮이면 늘 새롭게 바라보고, 저녁이면 새록새록 배우고, 밤이면 다시 잠들면서 “자, 오늘 하루 새롭게 그리고 보고 배운 살림을 이 몸과 마음에 사랑으로 녹여서, 아침에 새롭게 깨어나기를 바랍니다” 하는 말을 스스로 들려준단다. 먼길을 나서며 무엇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며 뭘 챙겨? 넌 몸과 마음에 어떤 씨앗을 차곡차곡 두니? 생각이란, 몸과 마음이 새롭게 자라나도록 일으킬 빛씨앗이야. 넌 생각을 챙겨서 심니? ‘생각이 없이 똑같은 틀’을 짜맞추면서 길들이니? 무언가 챙길 적마다 문득 멈춰서 돌아보렴. ‘챙긴다’고 하는 몸짓에 어떤 숨결이 스며드는지 지켜보렴. 어디 가는 길에 뭘 빠뜨릴 수 있어.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깜빡 잊을 수 있어. 빠뜨리거나 잊어도 되는 줄 아니? 잃거나 없어도 되는 줄 아니? 못 챙겨도 되니까, 하루를 그리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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