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너처럼, 나처럼 2022.10.23.해.



저기에서 너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구나. 저이는 왜 너를 볼까? 너는 저쪽을 쳐다보네. 너는 왜 저쪽을 쳐다보니? 저쪽 사람은 너한테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며 삶을 돌아보려는 마음일까? 또는 멍하니 너를 쳐다볼 뿐일까? 또는 그이 마음속은 바라볼 줄 모르는 채 허둥지둥 헤매는 셈일까? 너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려고 저쪽을 쳐다보니? 너는 저쪽을 쳐다보면서 즐겁거나 새롭거나 마음 가득 사랑이 흘러넘치니? 자, 그럼, 생각해 볼까? 네가 숲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네가 바다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네가 시골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네가 멧골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네가 서울(도시)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숲하고 서울은 무엇이 다를까? 숲하고 서울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네가 숲에 있을 적에는 무엇 하나도 너한테 “네 눈길을 받고 싶어!” 하고 달라붙지 않아. 바다에서도 멧골에서도 그렇지. 서울(도시)이라면 네가 주머니를 얼른 열어 돈을 내놓도록 붙잡으려는 눈길이 가득해. 또 너를 구경하면서 재고 따지는 눈길이 넘실거려. 예전에는 시골이 숲·멧골·바다하고 비슷했지만, 요새 시골은 서울을 닮더라. 너는 언제나 너로서 살고 너처럼 생각하고 너답게 노래하면 돼. 누구나 ‘나처럼(너처럼)’ 살 노릇이야. ‘남처럼(놈처럼)’ 되기를 바라면, 시나브로 네 숨빛을 그쪽한테 내주고서 죽음길로 간단다. 숲은 숲이기에 숲이고, 새는 새이기에 새이고, 나무는 나무이기에 나무이지. 너는 ‘어떤 너’이기에 ‘너로서·너처럼·너답게’ 있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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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반 2023.10.9.달.



‘새’라고 한 마디만 할 적에 무엇이 떠오르거나 보이니? 뭔가 물이나 바람이 ‘샌다’고 느끼니? 노래하고 나는 ‘새’를 살피니? 너하고 나라는 ‘틈’을 나타내는 ‘사이’를 바라보니? 이제까지 없다가 처음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길을 나아가니? ‘반’이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리거나 보거나 느끼니? ‘반반하다’고 여기니? ‘반들반들’하거나 ‘반짝반짝’하는 결을 보니? ‘반갑’게 맞이하는 몸짓이니? 마음이 어느 쪽으로 즐겁고 밝게 기우는 ‘반하다’로 움직이니? 또는, 여럿이나 둘로 가르거나 모이는 자리인 두 가지 ‘반(班·半)’을 그릴 수 있어. 어느 ‘반’으로 가더라도 모두 너 스스로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이고 살림이야. 문득 좋거나 싫다고 따질는지 모르는데, 따지면 따질수록 스스로 쪼그라들거나 고단하단다. 흐린 날씨는 흐린 맛이고, 환한 날씨는 환한 맛이고, 비나 눈이나 우박이 오는 날은 이처럼 내려오는 날이야. 다 다르게 하루가 오고, 언제나 새롭게 오늘을 맞이한단다. 누구나 물처럼 흐를 수 있어. 누구나 반짝이듯 생각할 수 있어. 누구나 샛길로 빠질 수 있어. 누구나 사이좋을 수 있어. 어느 쪽이든 대수롭지 않아. 새랑 노래하든 새처럼 노래하든 네 마음이 가는 길을 따라서 가지. 새노래에 귀를 닫든 새를 안 쳐다보든, 네 마음을 바꾸는 하루야. 노을을 품듯 놀이를 품기에 모든 앙금에 티끌에 고름을 풀어내면서 마음을 놓으니 노래가 저절로 흘러. 노을을 등지고 놀(너울·물결)을 멀리하니까, 스스로 풀거나 맺는 길을 잊은 채 앙금·티끌·고름이 깊어가고, 삶에 노래가 없어. 틈이 없으면 숨이 막힌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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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밤하늘 2023.10.8.해.



팔월이 저물 즈음 맨 먼저 구름결을 읽고서 훌쩍 바람을 타는 제비가 있어. 구월이 무르익어 문득 구름빛을 느끼고서 가볍게 바람을 타는 제비가 있어. 시월로 들어서고서 드디어 구름길을 헤아리고서 힘껏 바람이 되는 제비가 있어. 십일월에서야 꽁무니로 구름을 따라가는 제비가 있을 테지. 이 모두 제비이고, 날갯짓이고, 새길이야. 언제 어떻게 날아도 제비야. 어느 나라 어느 고장에 어떻게 둥지를 틀어도 제비야. 너희는 나라를 가른 채 살지만, 제비는 제비로서 살아간단다. 나무한테 나라가 있니? 민들레한테 종교가 있니? 달팽이한테 학교가 있니? 꽃한테 대통령이 있니? 곰한테 아파트나 자동차가 있니? 냇물과 바다와 하늘에도 나라가 없고, 장관이고 교장·교감·교사가 없어. 그러나 모두한테는 마음이 있고, 숨결이 있고, 빛이 있어. 마음·숨결·빛을 가꾸면서 사람 곁이나 사이에 깃드는 동안 사랑을 느끼고 배우고 나누지. 낮하늘에 무엇이 있니? 밤하늘에 무엇이 있지? 햇빛이 밝아 별빛을 녹인다고 해서 별이 없을까? 해가 진 밤에 별빛만 초롱하기에 해가 없을까? 가을이 깊어 감나무에 잎이 다 져도 감나무가 없을까? 개구리에 뱀에 두꺼비가 겨울잠을 자느라 안 보이기에 없을까? 너희가 오늘 서로 만나기까지 모르는 사이였기에, 서로 ‘없는 사람’이었을까? 네가 없다고 여기는 마음이니 눈빛을 못 틔운단다. 마음을 눈으로 못 보기에 마음이 없을 수 없고, 쿨쿨 잠들었기에 넋이 없을 수 없어. 감추거나 가둔들 사라지지 않아. 오직 사랑이라는 숨결로 포근히 노래할 때라야만 모두 녹이고 풀어서 빛줄기로 바꾸어 낸단다. 물 한 모금도 바람 한 모금도 저마다 다른 빛줄기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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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귀뚜라미 2023.10.7.흙.



숲에 깃드는 사람은 숲이 품고서 풀어내는 기운으로 온몸을 적시면서 스스로 숲빛으로 나아가. 들에 깃드는 사람은 들이 펴면서 일으키는 기운으로 온몸을 감싸면서 스스로 들빛으로 깨어나. 서울에 깃드는 사람은 서울에 갇힌 불빛으로 온몸이 휩쓸리면서 스스로 굴레를 뒤집어써. 걱정·불길·짜증·두려움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캄캄히 막힌 담벼락을 스스로 올려세우면서 죽음길에 잠겨. 귀뚜라미는 어디에 있을까? 둘레를 보렴. 여치나 방울벌레를 보았니? 메뚜기나 풀무치를 보았니? 귀뚜라미는 숲이나 들에만 깃들지 않아. 귀뚜라미는 이 푸른별에 깃들어. 넌 어디에 깃들어서 누구를 보고 무엇을 그리니? 온별누리라는 눈으로 보면, 너는 ‘아주 작은 해누리(태양계)’에 깃든 티끌만 한 까만씨앗 한 톨이야. 해누리라는 눈이나 푸른별이라는 눈으로 너를 보겠니? 이 눈빛으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보겠니? 네가 보는 너는 어디에 있어? 귀뚜라미는 어떻게 숲이나 들뿐 아니라 서울이나 길가에서도 노래할 수 있겠니? 귀뚜라미한테는 스스로 노래하는 하루를 지어서 새빛으로 나아가려는 꿈이 삶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숱한 쇳덩이(자동차·버스·비행기)가 내는 소리에 휩쓸리니? 너를 스스로 숲빛노래로 감싸니? 넋을 잊거나 잃은 채 아뭇소리이든 그냥 다 받아들이니? 네가 걸어가는 길에 별빛이 드리우며 노래가 반짝반짝 흐르도록 가꾸니? 쟤가 풀죽임물(농약)을 뿌리니까 거기를 쳐다보느라, 너희 보금자리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한테 말을 걸 줄 모르거나 잊니? 넌 네 이웃 귀뚜라미를 보기를 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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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컴퓨터 2023.7.25.불.



너는 수저한테 일을 시키고, 밥솥이며 손전화한테 일을 시키지. 신이며 옷한테 일을 시키고, 싱싱칸(냉장고)한테 일을 시켜. 네가 시키는 모든 일은 스스로 할 만할 뿐 아니라, 여태 스스로 해온 일이지. 그러니 생각해 보렴. 너는 밥그릇이며 붓(연필)이며 비누이며 이불한테 일을 맡길 적에 온마음을 다할 노릇이고, 네 말(맡기는 마음·소리)을 듣고서 따를 모든 살림한테 고맙게 웃으면서 토닥일 줄 알 노릇이야. 셈틀(컴퓨터)도 네가 맡기는 일을 바지런히 하지. 네가 깃드는 집도 그래. 해를 알맞게 가리면서 햇볕이 스미고, 바람을 알맞게 가리면서 바람이 틈새로 스며. 비를 알맞게 가려 주고, 바깥먼지나 바깥소리도 가려 주는 집이야. 너는 신을 얼마나 자주 빨고 말려? 이불은 얼마나 자주 빨고 말리니? 셈틀은 얼마나 오래 쓰고서 쉬라 하니? 쓰고 쉬기를 알맞게 이을 적에 네 살림을 오래 곁에 두겠지. 그리고 어느 때에 이르면 놓아줄 일이야. 곰팡이를 머근은 밥을 내내 그냥 두지는 않지? 구멍난 옷을 기우거나 새로 장만해야겠지. 네가 몸에 걸치는 옷을 언제 빨아야 하는가를 스스로 알아보고 살피듯, 셈틀도 모든 살림도, 너하고 함께 즐겁게 살아가며 일을 맡도록 차근차근 챙기고, 쉬어야 할 적에 푹 쉬도록 놓아주기를 바라. 네가 잠을 안 잔다고 하더라도, 나비도 나무도 잠을 자야 해. 쉬잖고 말을 한대서 이야기일 수 없잖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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