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28. 첫걸음



  한 해를 새롭게 여는 날이라고 한다. 2017년 1월 1일이다. 사회를 따르자면 오늘부터 우리 집 아이들은 ‘열 살·일곱 살’이 된다. 작은아이가 다달이 십만 원씩 받는 육아장려금은 올해로 끝이다. 작은아이는 이듬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갈는지 말는지 스스로 길을 고른다. 새해 첫날이라고 해서 지난해 막날하고 그리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를 보면서 평상 가림막을 걷는다. 파란 물병에 물을 담아서 해가 잘 드는 곳에 놓는다. 마당하고 뒤꼍에 있는 나무한테 절을 하고, 간밤에 내린 서리를 둘러본다. 아침에 밥을 할 테니, 미리 쌀을 씻어서 불린다. 빨래는 빨래기계한테 맡겨 놓는다. 오늘은 어떤 새 밑반찬을 할는지 가늠한다. 자, 여기까지는 어제하고 같다. 그러면 이제부터 무엇을 새롭게 그려 볼까? 올해에는 어떤 살림을 지을는지, 오늘부터 아이들하고 무엇을 새롭게 배우고 가르칠는지, 나 스스로 어떤 배움길을 씩씩하게 걸을는지, 바야흐로 새롭게 첫걸음을 떼자고 다짐한다. 지난 한 해를 돌이키니 영어노래를 수없이 듣고 다시 들으며 조금씩 다시 귀가 트인다고 느꼈다. 올해에는 영어에 더 귀가 트이도록 하면서, 내가 일구려는 새로운 한국말사전도 알뜰히 여미자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집김치를 바지런히 담그면서 스텐통을 제법 갖추었지만 아직 모자라다. 통스텐 김치통도 장만하고, 먹을거리를 여름내 겨우내 시원하게 건사하는 길을 생각하자. 한 걸음씩 내딛고 하나씩 배우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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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27. 저자마실



  함께 저잣거리로 간다.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노래를 듣는다. 군내버스에서 흐르는 라디오나 대중노래 말고, 우리 마음을 적시는 노래를 미리 건사한 뒤에 저마다 귀에 소리통을 꽂아서 듣는다. 읍내에 닿아 우리 살림에 쓰일 여러 가지를 장만한다. 저마다 짊어질 수 있을 만큼 가방에 담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무엇을 장만하면 좋을는지 미리 수첩에 적어 놓는다. 길을 가다가 문득 보았대서 함부로 집어들지 않는다. 철 흐름을 생각하고, 우리 살림을 살피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와서 꾸릴 이야기를 헤아린다. 마을로 돌아가는 군내버스에서 두 아이는 서로 기대며 잔다. 이십 분 버스길은 짧지만 이동안 단잠을 누리면서 고이 쉰다. 2016.12.2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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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26. 할머니


  나는 어머니한테서 손놀림을 물려받는다. 우리 어머니가 여느 때에 하던 밥짓기 설거지 걸레질 빨래하기 들이 내 손길로 스며든다. 우리 어머니가 여느 때에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거나, 손ㄱ가락을 따거나, 손톱을 깎거나, 붕대를 감거나, 발을 씻기거나, 신끈을 매거나, 여러모로 따스히 베푼 숨결이 내 온몸으로 스며든다. 내가 오늘 아이들 바지를 기우는 손놀림은 바로 우리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바느질이요, 아이들로서는 저희 할머니한테서 아버지를 거쳐서 앞으로 물려받을 바느질이 된다. 한 땀 두 땀 이으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이어진다. 하루 이틀 흐르면서 한 해 두 해 철이 들고 슬기가 무르익는다.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를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고운 씨앗을 마음에 심으면서 새롭게 아이로 태어난다. 2016.12.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집 학교/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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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25. 우리 걸음



  우리는 어디를 가더라도 그냥 걷지 않아. 춤을 추면서 걷지. 노래를 하면서 걷지. 웃음을 지으면서 걷지. 놀이를 즐기면서 걷지. 구름을 보면서 걷지. 바람을 타면서 걷지. 햇볕을 쬐면서 걷지. 꽃내음을 맡으면서 걷지. 풀빛을 먹으면서 걷지. 나무랑 동무하면서 걷지. 그리고 서로서로 아끼는 손길로 사뿐사뿐 싸목싸목 걷지. 우리 걸음은 우리 춤사위가 되고, 우리 걸음은 우리 노랫말이 되고, 우리 걸음은 우리 이야기꽃이 되고, 우리 걸음은 언제나 우리 살림꿈이 돼. 자, 신나게 마실을 다녀오자. 2016.11.2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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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24. 따로 있는 그림



  그림이 따로 있다. 바로 우리 곁에. 노래가 따로 있다. 언제나 우리 둘레에. 사랑이 따로 있다. 늘 우리 마음속에. 날마다 으레 걷는 길에서 그림을 본다. 눈부신 그림을 보고, 고운 그림을 보며, 환한 그림을 본다. 우리 보금자리와 마을과 도서관학교에서 신나는 노래를 본다. 입으로도 부르지만 눈과 코와 귀와 몸으로도 부르는 노래를 본다. 하늘하고 땅 사이에, 풀하고 나무 사이에, 그리고 아이들하고 어버이 사이에 흐르는 싱그러운 노래를 본다. 그림하고 노래를 누리니, 이곳에서 삶을 짓는 사랑을 배운다. 그림은 노래를 일으키고, 노래는 사랑을 북돋우며, 사랑은 새삼스레 파랗게 푸르게 그림으로 새로 태어난다. 2016.11.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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