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38. 느낀다



  더운 날에는 더위를 느낀다. 추운 날에는 추위를 느낀다. 즐거운 날에는 즐거움을 느끼고, 슬픈 날에는 슬픔을 느낀다. 무엇이든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새삼스레 받아들이면서 배운다. 느끼면서 배운다. 느낌이 있기에 하루를 살아내는 새로운 길에 선다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 하루에 무엇을 마주하면서 느낄 적에 우리 배움살림은 아름다울 만할까.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려는 살림을 지으려고 이 땅에 태어났을까. 더 좋은 것을 느끼게 하려고 애쓰는 일도 좋을 테고, 더 나은 것을 느끼게 해 주려고 힘쓰는 일도 좋을 테지. 다만 아이들만 이 좋거나 나은 것을 느끼도록 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어른들 스스로 이 좋거나 나은 것을 느낄 수 있어야지 싶다. 어른 스스로 기쁘게 느끼고, 기쁘게 나누는 몸짓으로 아이들하고 이웃들한테 따사로이 춤추는 몸짓이 되어야지 싶다. 2017.4.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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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7. 보여주기



  어버이는 아이한테 보여주는 사람. 즐거움을 보여주고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람. 사랑을 보여주고 노래를 보여주는 사람. 꽃하고 속삭이고 나무하고 춤을 추는 살림을 보여주는 사람. 이야기를 스스로 지어서 보여주고, 이 길이 얼마나 새로운가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 보여주고 거듭 보여주고 자꾸 보여주면서 이 삶에서 우리가 함께 지을 사랑을 알뜰살뜰 여미어 보금자리를 이루는 넋을 고요히 다스리는 사람. 아이들하고 살아온 지 열 해째 되는 요즈음 어버이로서 이제나 저제나 나아가는 길은 바로 ‘보여주기’라고 느낀다. 2017.4.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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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6. 살림동무



  전문가나 교사로 마주할 적하고 동무나 이웃으로 마주할 적은 사뭇 다르다. 작은 한 가지를 가르치거나 나눌 자리뿐 아니라, 밥을 짓거나 씨앗을 심거나, 놀이를 할 적에도 참으로 다르다. 아기를 낳는 자리에서도 그야말로 다를 테지. ‘의사라는 전문가’로서 아기를 바라볼 때랑 ‘동무나 이웃’으로서 아기를 바라볼 때는 참말로 다를 수밖에 없다. 어버이하고 아이 사이는 어떠할까. 어버이는 아이를, 아이는 어버이를 어떻게 바라볼 적에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 둘은 서로 살림을 함께 짓는 길동무라고 느낄 수 있을까? 둘은 서로 살림을 함께 가꾸며 북돋우는 삶동무라고 여길 수 있을까? 이 보금자리를 고이 일구는 동무로 한길을 함께 걸어가려고 한다면,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느냐 하는 테두리에서도 참으로 크게 달라질 만하지 싶다. 어버이는 ‘육아 전문가’가 아니다. 교사는 ‘교육 전문가’여야 하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사랑으로 함께 손을 잡는 살림동무’이면 넉넉하지 싶다. 2017.4.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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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5. 10원



  이레쯤 되었던가, 큰아이가 읍내 우체국 마실을 하는 길에 10원을 주웠다. 우체국 걸상에 떨어진 10원이라고 한다. 곁님은 큰아이더러 이 쇠돈을 처음 주운 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큰아이한테 이야기했다. 큰아이는 좀 시무룩한 낯빛이었다. ‘내가 주웠는데’ 하는 마음이 있구나 싶다. 곁님도 나도 큰아이한테 ‘왜 다른 곳에 있는 것을 줍거나 가져오면 안 되는가’를 이야기해 주었다. 얼핏 보면 10원 하나이지만, 책일 수도 지갑일 수도 있다. 다른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떤 것이든 모두 같다. 10원이 길에 떨어졌기에 슬그머니 주워서 ‘내 것으로 가지려’ 한다면 10만 원도 10억 원도 그냥 내 것으로 가지려 하기 마련이다. 10원이든 10만 원이든 10억 원이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그것을 흘린 사람이 도로 찾을 수 있도록 그대로 두어야 맞다. 거저 얻은 돈은 빨리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 한 까닭이 있겠지. 그러나 우리는 ‘거저 얻은 돈’을 가져야 하지 않으니, 우리가 가질 돈이란 ‘사랑으로 얻은 돈’이나 ‘마음으로 얻은 돈’이어야지 싶다. 2017.3.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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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4. 일곱 살 커피



  일곱 살 작은아이가 커피를 탄다. 곁님이 작은아이더러 커피를 타 볼 수 있느냐고 물었고, 곁님은 작은아이더러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그렇게 하라고 말로 알려주었다. 작은아이는 곁님 말을 듣고서 부리나케 부엌으로 가서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하고는 어머이한테 커피 한 잔을 살살 들고 온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도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 커피를 가끔 타 본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가 맛있게 드셨는지 남기셨는지 모른다만, 날마다 커피 타기를 시키셨으면, 또는 내가 날마다 우리 어머니한테 커피를 타서 드렸으면, 나는 커피를 꽤 잘 탈 수 있었을 테지. 새롭게 한 번 배우고 나서 꾸준하게 익히고 가다듬고 손질하고 보태거나 깎는 동안 비로소 ‘솜씨’라고 하는 ‘살림’이 깨어난다. 2017.3.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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