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48. 어떤 이웃



  어떤 이웃님이 어느 방송에 나왔다고 한다. 다만 내가 아는 이웃님은 아니고, 이분은 다섯 아이하고 집에서 도란도란 ‘우리 집 학교’를 누리는데, 어느새 여섯째 아이를 낳아서 모두 여덟 사람이 북적북적 지낸다고 한다. 이 이웃님이 방송에 나와서 맏이하고 둘째를 ‘졸업장 따는 학교’에 안 보낸다고 밝히니 둘레에서 여러모로 말이 많은 듯하다. 그런데 누리글을 살피니 막댓글이 거의 안 보인다. 더욱이 어느 분은 “기사 보고 막댓글 다는 이는 사회성을 입에 올릴 깜냥”이 안 된다는 댓글을 남기네. 그렇구나. ‘우리 집 학교’를 아이하고 함께 다니는 어버이가 어떤 마음인가를 찬찬히 읽지 않고서 막말·막글·막댓글을 퍼뜨리는 이야말로 ‘사회성이 없는’ 셈일 테지. 참말로 슬기롭고 따사로우며 넉넉하게 살림짓는 마음이라면 참말·참글·참댓글을 쓰면서 서로 생각을 곱게 주고받으면서 이야기꽃을 지피려 하겠지. 2018.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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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47. 그림순이



  큰아이 우체국 통장을 없애고 광주은행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만둔다. 새 통장을 열든 자석이 갑자기 망가져서 쓸 수 없는 통장을 바꾸든 갖은 서류를 떼야 하기는 똑같다. 요새는 통장으로 속임수나 거짓을 쓰는 이가 많다며 꼭 온갖 서류를 떼야 한다고 하는데, 인터넷에서는 아무 서류 없이 새 통장을 얼마든지 열 수 있다. 이제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함께 책을 내는 사이가 되어, 큰아이 통장에 그림삯(그림 인세)이 들어가니, 큰아이가 이를 보도록 통장을 갈무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말썽이 나서 보름 가까이 품을 팔고 애먼 걸음을 해야 했다. 큰아이 통장을 바꾸고 나서 비로소 숨을 돌리며 곰곰이 돌아본다. 아이 통장을 아이를 이끌고 우체국을 들락거리면서 살피는 어버이는 어쩌면 거의 없는지 모른다. 아이와 어버이 사이, 이른바 ‘미성년자와 보호자 관계’를 밝히는(증명) 일이란 꽤 덧없다. 그깟 종잇조각이 뭘 밝히나? 주민등록번호하고 손그림만으로도 모든 개인정보가 떠도는 판인데. 그림순이는 아버지가 한참 덧없는 다리품을 파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나날이 그림순이 그림결에 발돋움한다. 그림돌이 그림빛도 나날이 눈부시게 거듭난다. 그래, 우리는 우리 배움자리에서 즐겁게 그림을 그리자. 그러면 되지. 2018.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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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46. 예방주사



  이레 뒤에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가서 둘째 아이도 ‘우리 집 학교’에 다닌다는 말을 하려고 생각한다. 지난 2017년 12월 28일에 둘째 아이 ‘취학통지서’가 왔는데, 이 취학통지서가 담긴 봉투를 여니 ‘학교를 처음 다닐 아이가 알아두거나 갖출 여러 가지’는 고작 한 쪽이고, 예방주사를 알리는 종이는 자그마치 네 쪽이었다. 학교가 예방주사를 놓는 곳일까? 며칠 앞서 다른 자리에서 고흥에서 초등 교사로 계신 분을 만났기에 이 대목을 여쭈었다. 요새는 학교에서 예방주사를 놓지 않는단다. 다만 알림종이로 그리 넣을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알림종이라 하더라도 예방주사 알림종이만 잔뜩 넣어야 할 까닭이 있을까? 학교를 다닐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면서 어떤 삶·살림·사랑을 몸하고 마음에 받아들이며 자랄 수 있는가를 알려주어야 알맞지 않을까? 초등학교에서 여섯 해 동안 무엇을 배우고, 어떤 책(교과서)을 쓰며, 한 해에 걸쳐서 어떤 얼거리로 배우는가를 찬찬히 밝히는 종이를 보내야 옳지 않을까? 예방주사를 알리는 종이 넉 장에는 예방주사 성분을 적어 놓지 않는다. 그 많은 주사를 학교에 들기 앞서 빨리 놓으라는 말이 흐를 뿐이다. 2018.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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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45. 홈스쿨링



  누가 우리한테 “‘홈스쿨링’ 하시나 봐요?” 하고 물으면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저희는 ‘우리 집 학교’를 다녀요.” 하고 대꾸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나요?” 하고 묻는 분한테도 “아니요. 저희는 ‘우리 집 학교’를 즐겁게 다닙니다.” 하고 대꾸한다. 끝까지 “그러니까 홈스쿨링은 학교가 아니지 않나요?” 하고 묻는 분이 있기에, “‘우리 집 학교’도 배움터예요. 다만 저희는 ‘졸업장 따는 학교’에는 안 다닐 뿐이고, 저희 네 식구가 함께 ‘우리 집 학교’에서 함께 배우고 함께 가르쳐요.” 하고 대꾸한다. 어려울 일이 없다. 우리 집이 고스란히 배움터인걸. 걱정할 까닭이 없다. 우리 집이 깃든 마을하고 숲하고 하늘이 온통 배움마당인걸. 집은 포근하고 배울 이야기는 많다. 마을은 넉넉하고 나눌 사랑이 가득하다. 하늘은 파랗고 새로 지을 꿈은 줄짓는다. 2018.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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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44. 쉬지 않아



  아이들은 놀 적에 쉬지 않는다. 내처 논다. 내처 놀다가 지치면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때로는 쉬엄쉬엄 논다. 이러다가 다시 기운이 차오르면 쉼없이 신나게 논다. 오로지 놀이 하나를 바라보고 생각하기에 아이들은 언제나 새롭게 놀 수 있다. 그래, 이 마음 하나, 오로지 하나를 바라보는 마음이 있기에 놀이를 꿈꾼다. 이 마음 하나, 오직 하나를 생각하는 마음이기에 어른들도 이 마음을 배워서 살림을 짓는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낀다. “쉬지 않는다”는 안 쉰다는 뜻이라기보다 새롭게 일어서서 나아가는 기운이 돌도록 온마음을 쓴다는 뜻이지 싶다. 2017.8.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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