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왜 읽을까 : 다른 사람은 다른 까닭이 있어서 읽겠지. 기다리던 글님이 쓴 책이라 읽고, 궁금해서 읽고, 배우고 싶어 읽고, 하루를 때우려고 읽기도 하리라. 이밖에 갖가지 까닭이 있을 텐데, 난 다른 이들이 왜 읽는지는 하나도 안 궁금하다. 내가 읽는 까닭을 들 뿐인데, 나는 별숨을 알고 싶어 읽는다. 나는 밤무지개를 받고 싶어 읽는다. 나는 바다빛을 먹고 싶어 읽는다. 나는 밤노래를 읊고 싶어 읽는다. 나는 바람을 타며 놀고 싶어 읽는다. 나는 스스로 사랑이 되어 빛나고 싶어 읽는다. 그저 그렇다. 신문배달을 하는 나를 만나고 싶다는 기자한테 이런 말을 읊었더니, 뭔가 끄적이던 수첩을 덮더라. 1998.10.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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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 ‘덥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입에 담으니 참 덥다. ‘가멸차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입에 담으니 참 가멸차다.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입에 담으니 즐겁다. 다른 까닭은 오로지 하나. 스스로 오늘 이곳에 있는 삶을 어떻게 느껴서 생각하고 마음에 어떤 말로 담느냐에 따라 다르다. 누구는 덥고 누구는 안 덥다. 누구는 가멸차고 누구는 안 가멸차다. 누구는 즐겁고 누구는 안 즐겁다. 보라. 웃통을 벗어도 덥다는 저이를. 보라. 옷을 잔뜩 껴입어도 춥다는 저이를. 보라. 은행계좌에 10억이 넘고, 아파트가 7억이 넘으며, 지갑에 100만 원쯤 넣고 다녀도 돈이 없다고 툴툴대는 저이를. 보라. 스스로 즐거운 빛을 품지 않으면서 남이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는 저이를. 1995.5.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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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 안 쓰는 뜻 : 나는 ‘어려운 말’이 어렵기 때문에 안 쓰지 않는다. 몇 가지를 든다면, 첫째, 어려운 말은 재미없다. 둘째, 어려운 말은 틀에 박힌다. 셋째, 어려운 말은 뻔하다. 넷째, 어려운 말은 생각이 홀가분하게 피어나거나 날갯짓을 하는 길하고 동떨어지거나 가로막거나 짓누르더라. 어려운 말은 스스로 갇혀서 스스로 짓밟히더라. ‘어려운 말’을 외워서 쓰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가? 말은 외워서 쓸 수 없다. 말은 살면서 써야 한다. 말은 살림에서 저절로 태어나야 한다. 교과서를 곁에 두고서 달달 외울 말이 아닌, 손수 짓는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나누는 말로 생각을 가꾼다. 1995.11.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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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말이란 : 누구나 그 사람한테 익숙한 낱말·말씨를 섞어서 생각을 흐르도록 한다. 그래서, 어떤 지식인은 영어랑 한자말을 섞어야 그이 생각을 나타내기에 수월하다. 어떤 일반인은 영어도 한자말도 없어야 그이 생각을 나타내기에 쉽다. 어떤 지식인은 영어나 한자말이 없이는 그이 생각을 나타낼 수 없다며 괴로워할 뿐 아니라 여느 사람들이 영어나 한자말을 꼭 써야 한다고 외친다. 꽤 많은 여느 사람들은 어떤 지식인이 배워서 쓰라고 하는 영어나 한자말을 배우려고 용쓰지만 너무 괴롭거나 힘든 나머지 머리를 쥐어짜다가 책을 집어던지거나 등돌린다. 어떤 말이든,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된다. 어떤 말씨이든 스스로 생각을 펴기 좋도록 골라서 쓰면 된다. 다만 생각해 보자. 그대는 어떤 사람인가? 그대는 지식인인가 일반인인가, 그대는 생각을 펴거나 나누고 싶은 뜻이 있는가, 아니면 그대 생각을 자랑하거나 우쭐거리면서 지식팔이를 하고 싶은가? 그대 생각에 따라서 그대가 고르는 말은 아주 다르다. 1994.12.2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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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외국말은 처음에 : 모름지기 다른 나라 말을 처음 배울 적에는 그 나라 어린이책이나 그림책부터 펼칠 노릇이다. 왜 그럴까?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은 바로 ‘그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쓰는 밑바탕이 되는 말’로 엮기 마련이니까. 아직 한국은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에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쓸 밑바탕이 되는 말’보다는 엉뚱한 번역 말씨나 얄궂거나 어려운 일본 한자말이 가득하지만, 한국을 뺀 다른 어느 나라이든 그 나라에 밑살림말을 그 나라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으로 배울 수 있다. 한국말이 왜 어지럽거나 엉터리냐 하고 묻는다면, 대꾸할 말은 참 쉽다. “한국에서 나오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에 적힌 말이 얼마나 한국말답습니까? 그런 말을 읽고 듣고 말하며 자랄 아이들이 참말로 한국말다운 한국말을 듣거나 읽거나 배운다고 할 만한가요?” 하고 되물으면 된다. 할머니가 되게 어린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말씨로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엮을 노릇이다. 300이 채 안 되는 매우 적은 낱말만으로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쓸 일이다. 여덟아홉 살 즈음이라면 500 낱말 즈음으로 엮어도 될 테고, 열 살부터 700을 넘어설 만하고, 열두 살이라면 1000 낱말도 좋다. 다시 말해서, 그 나라 어린이책은 그 나라 바탕말을 배우는 잣대요 눈금이라 할 수 있다. 사전보다도 그 나라 어린이책을 곁에 두면서 말을 배우면 된다. 2002.3.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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