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흙손 : 흙 만지는 손만 너무 거룩하게 바라보는 그림은 오히려 반갑지 않다. 흙을 만지는 손이라면, 풀을 같이 만지고, 물을 함께 만진다. 그리고 아기를 같이 만지고, 나무를 같이 만지며, 새랑 풀벌레를 같이 만진다. 시골사람 손이라면 풀사람 손이면서 물사람 손이자 숲사람 손일 테지. 무엇보다 살림손일 테고. 무지갯빛이 흐를 흙손이기에, 이 흙빛도 늘 다른 까무잡잡한 빛이다. 비료하고 농약하고 비닐 때문에 죽어버리는 손이라면 누리께할 테지만, 지렁이랑 춤추고 굼벵이를 다시 묻는 흙손이라면 까무잡잡힌 빛결이면서 빛내음이기 마련이다. 흙손은 까만 얼굴에 푸른 나물을 손에 쥐고, 하얗고 노랗고 바알갛고 파란 들꽃을 가득 머리에 인 웃음으로 노래하는 손이다. 2012.3.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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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마지막 인디언 : 한국에서는 동서문화사라는 곳에서 1982년에 옮긴 《마지막 인디언》이라는 어린이문학이 있다. ‘ABE’라는 이름을 붙인 꾸러미인데, 동서문화사는 훔침질로 이 꾸러미를 선보였다. 그무렵 동서문화사만 훔침질로 이웃나라 책을 몰래 펴내어 돈벌이를 일삼지 않았다. 그때에는 창비·한길사·열화당 같은 출판사도 똑같았다. 이런 곳에서 낸 이웃나라 책 가운데 저작권계약을 맺어 글삯을 치른 일은 아주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1977년에 《イシ, 二つの世界に生きたインディアンの物語》라는 책을 낸 일이 있고, 이때 겉그림이 1982년 동서문화사 겉그림하고 똑같네. 이야, 겉그림까지 훔쳤구나. 하긴, 이 책뿐이랴. 그때 적잖은 한국책은 매우 손쉽게 일본 책 꾸밈새까지 고스란히 훔쳐서 냈는걸. 그런 짓을 일삼으면서도 ‘내로라하는 북디자이너’가 된 분도 있고. 2020.3.23. ㅅㄴㄹ


https://www.amazon.co.jp/%E3%82%A4%E3%82%B7%E2%80%95%E4%BA%8C%E3%81%A4%E3%81%AE%E4%B8%96%E7%95%8C%E3%81%AB%E7%94%9F%E3%81%8D%E3%81%9F%E3%82%A4%E3%83%B3%E3%83%87%E3%82%A3%E3%82%A2%E3%83%B3%E3%81%AE%E7%89%A9%E8%AA%9E-%E3%82%B7%E3%82%AA%E3%83%89%E3%83%BC%E3%83%A9-%E3%82%AF%E3%83%AD%E3%83%BC%E3%83%90%E3%83%BC/dp/4001106906/ref=olp_product_details?ie=UTF8&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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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20-03-24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책 베낀 우리나라 베스트셀러는 부지기수입니다. 수학 정석 등

숲노래 2020-03-24 08:41   좋아요 0 | URL
옳으신 말씀입니다.
‘콘사이스‘란 이름이 붙은 사전도 일본을 베꼈지요.
게다가 ‘콘사이스 국어사전‘이며 ‘콘사이스 영어사전‘은
아예 일본 사전 줄거리까지 고스란히 옮겼고요.
한국말사전에 일본 한자말이 많은 탓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희승을 비롯한 이들이 일본 사전을 고스란히 옮겼기 때문이거든요.
...
˝빛깔 있는 책들˝은 일본 ˝color books˝를 흉내내었고
숱한 한국 문고판도 일본 문고판을 그대로 흉내내었고...
 

숲노래 살림말


나라살림 : ‘국가’를 이루지 않던 때는 마치 문명이 아닌 덜떨어지는(미개한) 삶으로 그린 역사가 무척 많지만, ‘국가’를 이루지 않던 때야말로 참된 살림(문명_)으로 살아온 사람들 옛길이었으리라 하고 느끼곤 한다. 논밭이란 좁은 울타리에 갇힌 열매에다가, 짐승우리에 갇힌 숨결은 언제나 짜증(스트레스)을 받을 테니, 그곳에서 돌림앓이가 퍼졌을 테고. 또 마음까지 앓다가 멍울이 들 테고. ‘국가문명’이란 모두 허울이면서 길들이는 톱니바퀴라고 느낀다. 나라살림이 아닌, 조그마한 보금자리숲살림이 드문드문 얽히면서 슬기로이 마을살림일 적에 비로소 누구도 안 아프고 안 앓으면서 아름다운 나날이지 않을까. 틀(질서·계급)에 갇힌 생각이며 삶터대로, 틀(기계)에 가둔 연장(교통수단)을 부려 찻길을 닦고 비행기를 띄워야 빨리 갈까? 우리는 지난날 누구나 건너뛰기(순간이동)를 하지 않았을까? 오늘날 같은 인터넷이나 와이파이가 없더라도 지난날에는 누구나 마음읽기(텔레파시)를 하지 않았을까? 건너뛰기나 마음읽기라는 길을 잊거나 잃으면서 스스로 틀에 갇힌 짐승처럼 생각이 주저앉거나 무너지면서 남(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먹물)이 시키는 대로 배우고 따르고 움직이면서 스스로 쳇바퀴를 도는 하루가 아닐까? 2007.3.2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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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에 다달이 내던 돈을 끊으려면 탈당계를 내야 한단다. 탈당계를 써서 보냈다. 푸른눈, 푸른길, 푸른삶, 푸른넋, 푸른집, 푸른말, 이러한 풀빛을 헤아리지 않는 곳은 녹색당일 수 없다.


푸른 정치를 모르겠으면, 그리고 집행부나 선본이나 비례대표후보 뜻하고 당원 뜻이 안 맞는다 싶으면, 구태여 녹색당이란 이름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 이 봄에 들이며 숲에 얼마나 싱그러운 들풀(들나물)이 가득 돋는 줄 아는가? 들풀을 잊은 도시 정치판에 풀씨를 심는 길을 가는 곳이 녹색당일 텐데, 한국에서 오늘 녹색당 일꾼은 어쩐지 ‘일꾼’이나 ‘심부름꾼’이 아닌 ‘관리자’나 ‘벼슬아치’나 ‘지식인’ 노릇을 하려고 드는구나 싶다.


농사꾼이 되지 않아도 된다. ‘풀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탈당계에 적은 글을 옮기면서 녹색당을 떠난다.


+ + +


녹색당은 풀꽃나무를 첫째로 바라보는 마음에서 비롯한 정당입니다. 풀꽃나무를 삶 한복판에 놓으면서 시골이든 서울이든 숲으로 가꾸는 길을 정치행정에서 제대로 알아보도록 이야기하고 알리며 어깨동무하는 뜻을 펴려는 정당입니다. 풀꽃나무하고 숲을 바탕으로 하기에, 여기에서 ‘여럿(다양성)’을 아우르는 눈빛으로 자라납니다. 그러나 오늘 한국 녹색당은은 풀꽃나무도 숲도 어디론가 사라진 채 ‘어깨동무하는 여러 눈길’마저 가뭇없이 종잡지 못하는데다가 외눈박이가 되는군요. 푸르지 않은 녹색당이라면 더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푸른길을 잃거나 잊은 이들로는 푸른 정치를 밝히지 못하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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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닌 2020.3.18.



앞서 글을 쓰고서 돌아보니 한 가지를 보태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이 일은 집행부 사과로 끝낼 수 없습니다. ‘집행부 사퇴’를 할 일이 아닌지요? 당원투표를 해서 하기로 한 일이라면, 다시 당원투표를 해서 ‘더 이어갈지 말지’를 물어보고, 당원 뜻을 살펴서 나아가야 하지 않을는지요?


바로 얘기하지요. 민주당이란 곳에 똘아이가 있다고 합시다. 그 똘아이가 똘아이다운 말을 내뱉았다고 합시다. 자, 그러면 녹색당 집행부는 뭘 해야 할까요? 그 민주당 똘아이가 볼꼴사나우니까 이 판을 걷어치우겠다고 외치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면 될까요? 아니지요. 대표 위임을 받아서 녹색당 집행부를 맡는 이라면, 그때에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다시 당원투표를 해서, 그대들 민주당에서 그러한 말과 몸짓을 보여주는데, 당원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를 묻겠습니다. 당원한테 묻고서 다음에 다시 얘기하기로 합시다.” 하고 밝힐 노릇입니다.


당원투표를 거쳐서 하기로 한 일이라면, 그 일을 제대로 이루도록 온힘을 기울여야 마땅합니다. 왜 집행부 멋대로 달아나고 판을 걷어치우는지요? 다시 당원투표를 해서 물어보아야지요. 다시 당원투표를 하지 않고서 집행부 멋대로 판을 갈아엎기로 했다면, 이는 ‘사과 아닌 사퇴’할 다짐을 했다는 뜻이라고 여깁니다. 그런 지저분한 정치판에는 함께 있지 못하겠으니, 사과 아닌 사퇴를 하고서 녹색당 바깥에서 일하시기를 바랍니다.


녹색당이란 이름으로 당원투표를 차근차근 해서, 더디더디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 하는 정치란, 집행부가 그때그때 불쑥 생각나거나 느끼는 대로 하라는 정치가 아닙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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