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린드그렌을 생각하며―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구름빵, 저작물용역계약, 그림책



2020년에 한국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는 이가 나왔다. 이 상을 받은 분이 그동안 숱한 매체에 나와서 들려준 말을 샅샅이 찾아보았다. 《구름빵》이란 그림책을 내놓은 출판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놓고 2020년에 비로소 몇 군데 만나보기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네 가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구름빵, 저작물용역계약, 그림책”을 놓고서 갈무리를 해본다.


+ + +


‘저작권’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합니다만, 저도 여태 그런 줄로 알았습니다만, ‘저작권 계약’이 아닌 ‘저작물용역계약’을 맺었고, 이에 맞게 ‘용역비’를 받았고, 용역비를 집행한 출판사는 이 ‘캐릭터로 여러 곳에 투자를 했’습니다. ‘저작권 매절 계약’이었다면 법원 판단이 달랐으리라 생각하지만, ‘저작물용역계약’은 다른 길입니다. 계약서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작가 스스로 어떤 계약을 했는가를 볼 노릇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작가 스스로 언론플레이를 자꾸자꾸 하는 대목, 4400억이라는 뜬금없는 숫자를 퍼뜨리는 데에 이바지한 대목, 이런 것이 ‘책을 짓는 책마을 사람 모두를 무시한’ 일이라고 느낍니다.


‘캐릭터’를 개발해서, ‘이 캐릭터를 여러 다른 상품으로 특화시키려고 저작물용역계약’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이때에는 ‘저작권 2차 사용’이 아닌, ‘저작물용역계약으로 만든 캐릭터로 업체에서 특화상품을 만든 일’이 되겠지요. 출판사는 여러 특화상품을 만들려고 ‘저작물용역계약’을 맺은 것일 뿐이니 ‘저작권 2차 사용’이 될 수 없으며, ‘저작물용역계약’을 맺어서 캐릭터를 만든 이는 ‘용역비’를 받을 뿐입니다. 게임 캐릭터하고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캐릭터를 ‘그림책’으로만 놓고 볼 적에, 따로 ‘그림책 저작물 사용료(인세)’를 놓고서 협상을 할 수 있겠지요. ‘캐릭터 용역’을 받아서 ‘캐릭터를 만들어 준’ 일에서는, 메이플스토리란 게임을 책으로 다시 만드는 일 같은 보기를 살펴야지 싶어요. 처음부터 ‘그림책 목적으로 맺은 계약’이 아닌 ‘그림책은 일부일 뿐, 캐릭터로 여러 사업을 벌일 목적’이었을 테니까요.


작가가 만든 캐릭터를 출판사에서 여러 사업에 퍼뜨려서 비로소 《구름빵》이라는 ‘이미지 마케팅’을 이루었고, 이를 바탕으로 작가는 다른 출판사에서 새롭게 그림책 작가로 활동할 발판을 얻었다고 보아야지 싶습니다. 법원 해석으로 보자면 말이지요. 그런데 작가는 꽤 기나긴 해에 걸쳐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스스로 어떤 계약을 맺었고, 출판사에서 얼마나 목돈을 들여서 ‘구름빵 캐릭터를 특화하는 사업으로 홍보 및 광고’를 해주었는가를 하나도 인지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이는 ‘저작권 분쟁’하고 너무도 다른 문제입니다. 책마을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출판사나 작가 모두, 이 대목을 잘 헤아리시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혼자 잘나지 않고, 작가 혼자 잘나지 않습니다. 같이 손을 잡고 애써서 일군 열매를, 독자가 알아보도록 함께 힘을 낼 노릇이면서, 독자가 알아보지 못하면 새롭게 창작을 하고, 다른 새 창작으로 독자한테 스며들 이야기를 엮어낼 노릇이겠지요. ‘구름빵 캐릭터 용역’을 맺어서 ‘구름빵 캐릭터로 구름빵을 널리 알린 출판사’가 없었다면, 그 신인작가도 그 다음 창작을 할 발판을 얻기 힘들었을 테며, 독자도 이러한 새 창작물이나 작가 창작물을 만나기 어려웠을 테며, 스웨덴 린드그렌상에서도 눈여겨보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린드그렌상은 ‘오직 작가한테만 주는 상’일 수 없습니다. 작가한테 힘을 내도록 이바지하면서 뒤에서 조용히 땀흘린 모든 책마을 일꾼한테 함께 주는 상입니다. 2020.4.21. ㅅㄴㄹ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nny75 2021-12-1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그럼 돈을 적당히 나눴어야지요~ 유명세만 주면 돈은 출판사가 다 가져도 되나봐요~ 저 정도의 성공에 따라오는 금전적인 부분은 상상 이상입니다!
 

숲노래 살림말


달거리천 : 2007년부터 달거리천 빨래를 한다. 2008년부터는 똥오줌기저귀천을 빨래했다. 둘레에서 소창으로 달거리천이나 똥오줌기저귀를 삼는 분을 거의 못 본다. 다들 가게에서 종이생리대하고 종이기저귀를 사다가 쓰고 버린다. 종이생리대하고 종이기저귀를 쓴대서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다만, 돈으로 사면 들어가는 돈이 끝이 없을 뿐 아니라, 나오는 쓰레기도 끝이 없다. 삶는빨래를 하고 햇볕에 말리면, 달거리천이나 똥오줌기저귀에 드는 돈도 더는 없지만 쓰레기도 더는 없다. 몇 해 앞서 ‘종이생리대 살 돈’이 없다며 ‘신발 깔창을 종이생리대처럼 쓴’ 가난한 아이 이야기가 불거진 적이 있다. 이 아이 둘레에 소창으로 달거리천을 삼으면 돈이 안 들고 쓰레기가 없을 뿐 아니라, 아이 몸에 좋다는 대목을 짚어 주는 어른이 하나도 없었구나 싶더라. 달거리천이나 똥오줌기저귀는 소창으로 쓰도록 찬찬히 알려주면 된다. 삶는빨래는 손도 적게 갈 뿐 아니라 쉽다. 달거리를 하는 푸름이라면 삶는빨래하고 손빨래쯤은 익힐 노릇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한테 ‘종이생리대 값’만큼 살림돈으로 주면 좋겠다. 그 돈으로 책도 사고 주전부리도 사고, 때로는 푼푼이 목돈으로 모아 자전거를 사든 앞으로 다른 데에 쓰도록 이끌면 좋겠다. 무엇이든 돈으로 보면 오로지 돈으로 풀어내야 하니 서로 고단하다. 무엇이든 ‘살림을 짓는 사랑스러운 삶’으로 바라보면 돈이 없어도 풀어낼 길이 넉넉할 뿐 아니라, 외려 새롭게 아름다이 돈을 지어내는 길을 찾아내기도 한다. 2020.4.18.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살림말


생일 : 한 해가 삼백예순닷새라면, 삼백예순닷새는 모두 새롭게 태어난 날. 이 가운데 하루를 골라서 처음 눈을 뜨지만, 첫눈을 뜨던 날부터 하루하루 새삼스럽게 눈을 뜨지. 첫눈을 뜬 날도 새로 태어난 날이고, 다음부터 잠들어 꿈을 꾸다가 깨어나서 일어나는 모든 나날도 새삼스레 생일. 언제나 새로 깨어난다. 늘 새삼스레 태어난다. 한결같이 아름답게 맞이하는 하루이다. 2012.4.17. ㅅㄴㄹ



誕生日 : 一年が三百六十五日なら、三百六十五日はすべて新しく生まれた日。 この中で一日を選んで初めて目を開くけど、初目から一日一日改めて目を開く。 初めて目覺めた日も新しく生まれた日で、次から眠って夢を見て眠り夢を見て目覺めて起きるすべての日も、今更のお誕生日。 いつも目を角ます。 いつも今更のように生まれる。一樣に美しく迎える一日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살림말


우러나오다 : 누구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이야기를 옮기면 따사로울 만하지 싶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데 이야기를 엮으려고 하니 억지가 생기고 꾸미려 들며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마음이 불거진다. 국을 끓이면 알까. 국을 끓여도 모를까. 미역국이든 무국이든 감자국이든 콩나물국이든 김칫국이든, 국으로 삼으려고 하는 기운이 우러나오지 않으면 비려서 먹기 힘들다. 찬찬히 보면서 두고두고 기다리면 우러나온다. 즐겁게 바라보면서 하나하나 건사하면 우러나온다. 첫째부터 막째까지 숫자를 붙이려고 하니 우러나오지 못한다. 오늘날 이 나라 학교에서 아무리 시험성적이 잘 나와도 글 한 자락조차 제대로 못 쓰는 꼴을 보자. 손꼽히는 대학교를 마쳤다지만 막상 공무원이나 시장·군수나 국회의원·장관이나 대통령이란 자리에 들어서서 슬기롭지 못하게 노니는 꼴을 보자. 나이에 맞게 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는다. 이른바 ‘유급’이란 나쁘지 않다. 벼락치기 점수로 ‘승급·졸업’을 시키지 말 노릇이다. 차분히 가다듬도록 지켜보아야 한다. 찬찬히 몸에 익도록 가꾸어야 한다. 마음이 우러나와서 정치를 하려는 일꾼이라면 돈을 함부로 펑펑 써대지 않겠지. 마음이 우러나와서 글을 쓰는 이웃님이라면 언제나 노래하면서 하루를 신나게 그리겠지. 2020.4.15.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살림말


물들다 : 어린이는 물드는 사람일까. 어른은 물들이는 사람일까. 거꾸로 어린이가 물들이는 사람이고, 어른이 물드는 사람이지는 않을까. 바람은 늘 바람빛이지만, 바다를 안으면 파랑이 된다. 바다는 언제나 바닷빛인데, 바람을 안으면 또 파랑이 된다. 풀은 왜 풀빛일까. 어떻게 푸르게 물들까. 들이며 숲에서 풀을 훑으면 손이며 몸은 푸르게 물들어 싱그러이 거듭난다. 온몸에서 풀내가 나겠지. 화장품을 바르고 소독제를 쓰며 자가용으로 다니면 온몸에 화학약품이나 플라스틱 냄새가 물든다. 즐겁게 노래하면 즐겁게 물들지만, 이마에 이랑고랑을 내며 짜증을 부리면 바로 짜증에 물든다. 어른이란 자리라면 섣불리 물드는 길이 아니라, 바람처럼 바다처럼 물드는 몸을 보여주는 길이리라. 어른이란 숨결이라면 함부로 물들이는 길이 아니라, 바다처럼 바람처럼 물들이는 살림을 밝히는 길이리라. 새롭게 바라보기에 물든다. 새롭게 사랑하며 배우기에 물들인다. 바람물이 들고, 꽃물을 들인다. 하늘물이 들고, 사랑물을 들인다. 2003.4.12.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