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빌리다 : 우리는 늘 빌린다. 먼저 몸이라고 하는 옷을 빌려서 우리 숨결이 깃든다. 우리 몸은 온누리에 자라는 갖은 푸나무에 살점을 빌려서 밥을 얻는다. 늘 흐르는 바람하고 빗물하고 냇물하고 햇볕을 빌려서 기운을 얻는다. 누가 지었는지 알 길이 없는 말을 빌려서 생각을 나타내고 나눈다. 값을 치러서 장만하든 거저로 받든, 또는 책집이나 책숲으로 찾아가서 넘기든, 일찌감치 살림을 지어서 깨달은 이야기하고 슬기를 책 한 자락을 거쳐서 눈썰미를 빌린다. 온통 빌리는 투성이인 삶이다. 어쩌면 우리 삶이란, 빌리려고 하는 걸음걸이인 셈. 즐겁게 빌리기에 빌린 값이나 삯을 치른다. 기쁘게 빌리니까 고이 돌려주면서 열매나 보람을 얹는다. 새롭게 빌려서 쓰기에 찬찬히 다스려 뒷사람이 넉넉히 누리도록 모신다. 1994.2.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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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눈 : 아름답게 읽어 주는 눈은, 언제나 손길이 아름다운 사람. 바보로 여기는 눈은, 언제나 손길이 바보스런 사람. 사랑스레 읽어내는 눈은, 언제나 손길이 사랑스런 사람. 밉다며 내치는 눈은, 언제나 손길이 미운 사람. 잘하거나 못하거나 좋거나 나쁘다고 여긴다면 이러한 눈길은 어느새 우리 손길이 되더니, 우리가 하는 모든 곳에 속속들이 스민다. 아름길하고 사랑길은 좋고 나쁘고를 따지지 않는다. 바보스럽거나 미워하면 아름길이며 사랑길하고는 내내 등진 채 좋은지 나쁜지를 가리려고만 한다. 저기가 아닌 여기에 티눈이 있다. 2010.4.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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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모레, 다시 모레보다 오늘, 마음하고 마음을 잇는 길을 헤아려 아이들 마음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으면서 곧 푸르게 피어날 따사롭고 넉넉한 숲을 엿본다. 2009.5.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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より : 昨日より今日、今日より明日、また明日より今日、心と心を繫ぐ道を考えて子供たちの心に愛という種を植えながら, そろそろ靑くさくあたたかく豊かな森を眺め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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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장려금 : 지난해 끝무렵부터 근로장려금이 ‘반기 지급’으로 바뀌었고, 이렇게 바뀌면서 우리 집은 받을 수 없었다. 어쩐 일인가 싶더니 올해에 새로 알림글이 오더니 ‘일하는 틀’에 따라서 ‘반기 지급’하고 ‘연간 지급’이 다르다고 하네. 따로 어느 일터에 몸담지 않는 사람은 예전대로 ‘연간 지급’일 뿐이라고 한다. 살짝 가슴을 쓸어내렸다. 2009년부터 두 해만 거르고 해마다 근로장려금을 받은 살림으로 보자면 꽤 아슬아슬하지만 ‘몸담은 일터가 없기에 은행빚을 얻지 못하는 집이 한 해 가운데 가장 고될’ 적에 단비 같은 살림돈을 얻는 근로장려금이다. 2020년까지 두 해를 왜 걸렀나 돌아보면, 한 해는 기준소득보다 9만 원을 더 벌었기 때문이었고, 다른 한 해는 우리더러 사전 씩씩하게 지으라는 도움돈을 여러 이웃님한테서 그해에 1200만 원쯤 받았기 때문이었다. 2020년 8월에 근로장려금을 받으면 두 아이 자전거를 제대로 장만해 주고 싶다. 20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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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그림 : 열두 살 어린이는 아버지한테 선물로 그림 하나를 빚어서 건낸다. 이 그림을 책상맡에 놓으면서 늘 바라본다. 그런데 누가 묻더라. 어떻게 열두 살 어린이 이렇게 잘 그리느냐 하고. 가볍게 대꾸한다. “열두 살 어린이는 이 그림을 빚기까지 열두 해 동안 날마다 그림을 그리며 놀았어요.” 다시 말하자면, 열두 해 동안 ‘그림그리기란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림놀이를 신나게 하노라면 어느새 스스로 마음을 활짝 피우는 그림을 언제 어디에서라도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2019.11.2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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