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27. 2014.3.26. 나무조각 놀이

 


  우리 도서관에 책꽂이를 새로 박으면서 쓰다가 남은 나무토막을 큰아이가 어디에선가 찾아낸다. 집으로 가져가서 놀고 싶단다. 아니야, 아니야, 이 나무토막은 우리 도서관에 올 적에 이곳에서 놀자. 집에는 집에서 만지는 다른 놀잇감이 있잖니. 도서관에 있던 것을 집으로 가져가면 도서관에 와서 무엇을 갖고 놀겠니. 두 아이가 책상맡에 걸상을 끌어다가 앉더니 나무토막으로 세우고 맞추며 논다. 까르르 웃는 소리가 한가득 퍼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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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6. 2014.3.16. 마음이 닿는 책을

 


  마음이 닿는 책을 읽는다. 마음이 닿지 않는 책은 코앞에 내밀어도 반갑지 않다. 마음이 닿는 책을 손에 쥔다. 마음이 닿지 않는 책은 누가 거저로 선물해도 달갑지 않다. 마음이 닿는 책을 마음으로 담는다. 마음을 살찌우고 마음을 북돋운다. 마음을 가꾸고 마음을 다스린다. 풀잎을 쓰다듬듯이 책을 쓰다듬는다. 나무를 포옥 안듯이 책을 가슴에 안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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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5. 2014.3.23.ㄴ 책에 빠지면

 


  어른들은 잘못 헤아리곤 하는데,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건 그림책을 보건 스스로 새로운 나라로 날아간다. 마음속으로 꿈을 그리면서 새 이야기를 차곡차곡 그린다. 글만 있는 인문책이나 소설책을 읽어야 ‘책읽기’이지 않다. 삶을 그리는 이야기를 읽을 적에 비로소 ‘책읽기’이다. 그래서 종이책 하나 들춘 적 없는 많은 사람들은 ‘삶을 읽는 책읽기’를 오래도록 이었다. 만화책을 펼치며 이야기에 사로잡힌 아이는 아뭇소리도 못 듣는다. 이제 집으로 가자고 부르지만 아이 귀에는 소리가 안 들린다. 깊이 사로잡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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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4. 2014.3.23.ㄱ 책읽기 시늉

 


  누나가 책에 빠지면 저랑 같이 놀지 않는다. 누나가 책을 들여다보면 저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언제나 저랑 신나게 뛰어노는 누나인데, 어째 책만 손에 쥐면 책나라에 옴팡 젖어들어 저랑 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나 곁으로 걸상을 끌어다가 만화책 하나 척 펼치고 앉았으나 네 살 산들보라는 책을 넘길 마음이 없다. 보다못한 나머지 턱을 만화책에 괴고 누나를 쳐다본다. 끙. 괴롭네. 그런데 어쩌겠어? 너 혼자 뛰놀면 되지. 너도 곁에서 책돌이가 되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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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3. 2014.3.13.ㄴ 이불 쓰고 전등불

 


  이불을 쓰고 엎드려고 전등불을 켜고 책을 읽는 맛을 큰아이가 처음으로 겪는다. 곁님이 이렇게 한 번 책을 보니, 큰아이도 따라하는데, 재미있는가 보다. 옆방에서 동생하고 놀던 장난감까지 베개맡에 놓고는 곰곰이 만화책을 들여다본다. 얘야, 이따 잘 적에는 베개맡 장난감은 안 밟히는 자리로 치워야 해. 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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